어느 새 양자컴퓨터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PC 본격 보급 시대에 앞서 기성품 마이크로세서(인텔 4004)가 만들어졌듯이 양자컴퓨터 제작시 사용할 수 있는 기성품 양자칩이 사용 시대로 이행하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호주-독일 합작 벤처인 퀀텀 브릴리언스가 메인프레임 컴퓨터 크기의 양자컴퓨터를 PC급으로 소형화한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가 잇따라 양자컴퓨터를 서버랙에 들어가는 서버 2개 크기로 만들었다. 이젠 양자컴퓨터에 들어갈 기성품 양자 프로세서를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스타트업까지 등장했다.
아스테크니크는 13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스타트업인 퀀트웨어(Quant Ware)가 양자컴퓨터 프로세서를 개발했으며 판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대부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양자컴퓨터 제작을 위해 직접 만들어 온 양자 프로세서들을 반드시 직접 제작할 필요가 없게 됐다. 또한 클라우드가 아닌 직접 양자컴퓨터에 접속할 필요가 있는 개별 기업들이나 연구소가 기성품 양자 프로세서를 사용해 양자컴퓨터를 직접 제작해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양자컴퓨터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실제 양자컴퓨터에 대한 접근이 필수적일 수 있는 HW 개발 기업과 학술 분야 연구 고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반가운 소식이다.
과거 시분할 컴퓨터같은 클라우드 양자컴퓨터 사용 방식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양자 컴퓨팅 시스템은 PC 본격 보급기인 1980년대 이전의 이른바 시분할(시간공유) 컴퓨터 시스템과 비슷하다. 여러 사용자가 컴퓨팅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결한 강력한 시스템인 시분할 시스템 방식은 오늘날 양자컴퓨터 사용시스템의 사용 및 비용지불 방식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하니웰, IBM, 리게티(Rigetti) 같은 회사의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이 하드웨어에서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용자들은 양자컴퓨터 사용에 따른 시간 공유가 잘 이뤄지기에 이를 활용해 컴퓨터 및 관련 하드웨어(HW) 유지 보수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비용에는 양자컴퓨터 프로세서를 ‘절대 0도(-273°C)’로 냉각시키는 시스템 유지비용 절감 효과도 포함된다.
지금까지 양자컴퓨터가 클라우드로 사용되고 있고 이 컴퓨터용 프로세서가 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직 양자컴퓨터 프로세서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변화의 바람을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퀀트웨어라는 네덜란드의 스타트업이 13일 구글, IBM, 리게티가 사용하는 양자컴퓨터들의 기반을 이루는 초전도 트랜스몬(transmon) 기반의 양자 프로세서를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물꼬를 튼 것이다.
트랜스몬은 양자 컴퓨팅, 특히 초전도 양자 컴퓨팅에서 전하 노이즈에 대한 감도를 낮추도록 설계된 초전도 전하 큐비트의 일종이다.
퀀트웨어, 5큐비트 양자컴퓨터 제작용 프로세서부터 공급
이 회사가 만든 트랜스몬 기반의 큐비트 프로세서는 기존 프로세서에 사용되는 표준 제작 기법과 호환되기에 인기있다. 이들은 또한 마이크로파 주파수 신호를 사용해 제어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칩(양자 프로세서)이 다른 사람들이 양자컴퓨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인텔이 초기의 PC용 범용 프로세서인 ‘인텔 4004’를 개발해 출시발표를 한 것과 같다.
그럼에도 이 프로세서 시스템에는 여전히 큰 단점이 있다. 즉, 액체 헬륨과 특수한 냉장기기가 필요한 극저온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 요구 사항은 결과적으로 매우 차가운 양자컴퓨터 프로세서와 이 프로세서를 제어하는 상온 HW 간 신호 교환에 필요한 장치를 복잡하게 만든다.
퀀트웨어는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와 제휴해 이 대학의 카블리 나노랩(Kavli Nanolab)을 사용함으로써 시설에 투자않고도 칩을 제조하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 (이는 양자컴퓨터 선발 업체인 D웨이브와 리게티 같은 양자컴퓨터 스타트업들이 양자컴퓨팅 프로세서를 만들기 위한 자체 시설을 세운 것과 대조적이다.)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인 마티하이스 라일라르스담은 “향후 10년 동안 전체 시장이 수만 개의 프로세서를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이런 제조 상황이 제약 요소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아직까지 생산 규모를 엄청나게 확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퀀트웨어가 출하할 초기 프로세서에는 5개의 트랜스몬 큐비트만 포함된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들이 제공되는 성능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라일라르스담은 “99.9%나 되는 각 큐비트의 충실도가 오류율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퀀트웨어가 유치할 것으로 예상하는 고객 유형에 기반할 때 당장은 낮은 큐비트 수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 양자컴퓨터 프로세서를 구매할 유망 고객들로는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 연구에 관심있는 대학, 그리고 트랜스몬으로 가득 찬 칩을 기능 시스템(양자컴퓨터)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HW 개발에 관심있는 회사들이 꼽힌다. 예를 들어 인텔은 낮은 온도를 견딜 수 있는 트랜스몬 하드웨어 제어 칩을 개발해 왔다.
“2025년 양자컴퓨터 변곡점 오면서 시장 급성장”
라일라르스담 퀀트웨어 공동창업자는 “우리 회사는 향후 몇 년 동안 매년 2배에서 4배 정도 큐비트 수를 늘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괜찮은 진전 속도지만 당분간은 IBM과 같은 경쟁업체의 로드맵에 크게 뒤처진 상태로 남겨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2025년 이전에 양자컴퓨팅이 변곡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일라스담은 “일단 이 지점에 도달하면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답을 정기적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며 “대형 양자 컴퓨터의 가용성이 응용 분야 개발을 가속화함에 따라 시장도 수십억 달러(수 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2025년 이전에 이 지점에 이른다면 퀀트웨어 양자프로세서의 큐비트 수는 ‘R&D시장’용 수준에 머무를 수도 있다. 퀀트웨어는 로드맵에 앞서는 양자컴퓨터 시장 조기 도래시 더 적은 큐비트를 사용해 수행할 수 있는 특정 알고리즘에 특화된 양자 프로세서 개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 많은 회사들이 양자컴퓨터를 두기 위해 사무실·실험실·차고에 액체 헬륨 희석 냉장고를 설치할 기회를 간절히 기다릴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거의 분명히 일부 기성품 양자 프로세서 판매 시장이 존재할 것이다. 또한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다른 양자컴퓨팅 스타트업도 이 시장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성품 양자컴퓨터 프로세서 등장은 분명 인텔 4004가 나오자 PC 업계가 이를 환영했던 상황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그러나 이는 분면 양자 컴퓨팅 분야 일부가 실험실에서 나와 IT산업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시점에 왔다는 주요한 변화 지표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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