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플랫폼스(구. 페이스북)의 큰 그림은 무엇이었을까? 2010년을 풍미해 온 페이스북이 저물고, 다행히 인수했던 인스타그램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메타플랫폼스는 2020년대의 SNS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페이스북은 구시대적인 인적네트워크서비스로 치부된지 오래이고, 메타플랫폼스의 주요 매출원이었던 광고 수익은 정체된 페이스북 이용률을 타개하기 위해 메신저 서비스의 플랫폼 역할로 전환하고, 포스팅의 무대를 인스타그램으로 옮겼다.
하버드를 비롯한 인근 대학들의 간단한 친목 SNS로 시작했던 페이스북은 그저 스마트폰을 열어 터치 타이핑만으로 자신의 생각에 대한 공감을 구하고, 공유를 통해 더 폭넓게 확장했다. 페이스북의 초기 강점은 사람의 얼굴과 프로필을 노출시키고 매칭할 수 있도록 만들어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더 많은 인기, 팔로워를 얻기 위해서는 더 설득력 있는 글을 쓰거나 가짜뉴스를 생산해야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SNS였던만큼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한정되었고, 좋은 양질의 글을 소비만 하거나, 가짜뉴스와 같은 인스턴트 데이터를 소비하기만 했다.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존재하며 성장해온 페이스북안에서 콘텐츠 생산자는 과소해지며 페이스북 피드는 점차 유명기업, 유명인플루언서들의 피드로만 채워지게 되었다.
페이스북이 흥행하던 시대는 글쓰기의 시대였고, 트위터만큼이나 텍스트 소셜 서비스로 빠르게 확장했으나, 점차 사람들은 글을 줄이고 사진으로 자신들의 소통수단을 더 단순화했다. 백마디 말을 보태기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어올리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 것이다.
글쓰는 것을 포기하고, 사유를 줄이며 보다 손쉽게 포스팅 할 수 있게된 인스타그램안에서는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었다. 그저 맛있게 먹은 사진을 올리면 되었고, 아름다운 여행지, 낭만적인 프로포즈 등 모든 순간을 그저 정방향이미지로 찍어 올리면 끝나는 것이었다.
인스타그램의 생산자는 더 많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진화했다. 책을 읽거나, 정치시사뉴스를 고민하며 찾아보지 않아도 되었고, 포스팅의 과정에서 내가 어떤 회사를 다녔는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기재할 필요가 없어졌다. 세상의 수많은 명문대, 대기업을 나온 잘난체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보다 더 자유로웠다.
텍스트 기반의 SNS의 한계는 명확했다. 해당 언어를 통해 소비될 수 있는 타겟 인구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는 만국 공통이었다. 럭셔리한 호텔과 브랜드, 명품옷,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은 언어가 달라도 누구나 소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으로부터 SNS트렌드 기수 자리를 확고하게 채왔다. 마치 소수의 엘리트 언론이 장악하던 과거에서 다양한 1인 미디어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목소리가 지배하는 현대 언론의 모습과도 닮았다. '누가 더 쉽게 포스팅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해결한 인스타그램이 그 정답을 가져온 것이다.
2020년은 코로나19와 함께 모든 IT 서비스들의 대약진이 벌어졌다. 그 대열에 틱톡은 가장 앞에 자리잡았다. 사람들이 긴 글을 읽지 않는다는 간단한 현상이 영상으로 전이해왔다. 더 강한 자극을 찾아다니던 사람들에게 중국 숏폼플랫폼 틱톡의 부상은 그 정점에 달했다. 더빠르게 휘발되고 새로운 자극이 시작되는 영상플랫폼이 나오면서 사람들은 좀처럼 긴 서사를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이르렀다.
15초 이내 세로영상으로 복잡한 편집없이 날 것의 상태로 올라온 영상들은 GenZ의 강한 수요를 이끌어냈고, 동반하여 등장한 챌린지들은 유명가수들의 필수 음반발표 패키지가 되었다. 이에 틱톡과 콰이 등 중국 숏폼에 자극받아 유튜브에서는 쇼츠를, 인스타그램에서는 릴스를 오픈하며 사실상 카피캣 서비스를 내놓았다.
다소 우스꽝스럽고 인위적인 중국풍의 숏폼 영상에 허들을 넘지 못했던 사람들은 인스타의 릴스와 유튜브 쇼츠에 빠르게 적응하였고, 현재는 중국과 구분되는 글로벌 표준 플랫폼만의 숏폼 콘텐츠를 만들었다. 물론 틱톡이 미국에서 가장 큰 플랫폼이지만, 자칫 중국 서비스에 빼앗길뻔했던 주도권을 도로 메타플랫폼스에 옮겨놓은 것이다.
3번째 SNS 빅웨이브까지 넘은 메타플랫폼스는 이제 트위터에 도전한다. 트위터(현. X)가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던 마이크로블로그 시장에 드디어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트위터의 이용자가 급감하고, 특유의 폐쇄성과 익명성을 매개로 정체성을 그로테스크하게 변모해갔고, 광고수익성장까지 둔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속가능한 경영이 불가능해진 트위터에서 잭도시가 내려오면서 일론 머스크에게는 인수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인수 이후 메타는 1년 전부터 준비하던 트위터 카피캣 스레드를 내놓는다. 틱톡 카피캣으로 재미를 봤던 메타플랫폼스에게 트위터 카피캣은 도전하지 않을 수 없는 훌륭한 마지막 퍼즐이었다. 사명까지 메타로 변경한 주커버그 입장에서 마지막 가상 메타버스 세계에서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한 마이크로블로그가 뼈아픈 부재였다. 그리고 스레드는 출시하고 5일만에 1억명 가입자를 유치하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서비스가 되었다. 그 난리였던 챗GPT의 2개월보다 55일이나 빠른 것이다.
스레드의 초기 반응은 처참했고, 잊혀져 갔지만 메타는 자신들이 성공시킨 방정식 그대로 스레드에 이식시키고 있다. 페이스북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고 이용자들에게 끊기지 않는 경험을 선사했듯이 스레드 신규유저들은 기존의 메타 서비스들의 아이디와 연동하여 더 쉽게 트래픽을 일으키도록 유도당하고 있다.
현재 가장 인기있는 인스타그램은 물론이고 페이스북에서까지 스레드글이 노출되고 있으며, 기존 인스타그램 추천 알고리즘과 유사하지만, 조금더 발전시켜 스레드가 이미지+텍스트를 통해 유사한 선호 알고리즘에 맞게 스레드 글을 노출되게끔 만들고 있으며, 더더욱 그 노출 강도가 무작위적이나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기존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확장했고, 인스타그램이 해시태그와 선호 계정, 활동을 기반으로 추천하며 유효한 추천계정들을 활성화 시켰듯이 스레드는 어느정도 규정화된 유저들이 좋아할만한 단문과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 스레드를 경계없이 드나들고 있다. 릴스가 인스타그램에 정착한 과정과도 매우 닮아있다. 어색함은 잠시뿐이고, 이 경계없는 드나듦이 가속화된다면 메타가 그동안 추구해왔던 메타버스 플랫폼의 일체화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것이다.
스레드, 어쩌면 성공할지도 모르겠다. 기존 트위터의 광고수익마저도 가져올지도 모르는 메타의 큰그림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