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질주 속 조용히 역전 기회를 보는 인텔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GPU의 새로운 응용 시장이 커지면서 연이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빠르게 키운 엔비디아는 CPU, GPU, DPU 칩 라인업을 갖추고 미래 데이터센터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원래 CPU는 없던 영역인데 최근 열린 GTC 2021에서 ARM 아키텍처 기반의 데이터센터용 CPU(코드명 Grace)를 공개하며 라인업 완성을 공표했다. 

엔비디아의 거침 없는 질주 속에 시장은 인텔의 최근 몇 년간의 행보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CPU, DPU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분야의 터줏대감이 인텔이 가만 보고만 있었을까? 인텔도 라인업 확대와 강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인텔은 지난해 데이터센터를 위한 최초의 GPU인 인텔 서버 GPU를 선보였다. 외장형 CPU 그것도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GPU 출시는 다분히 NVIDIA의 독주를 막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인텔은 2017년 AMD 그래픽 부분의 수장을 맡았던 라자 코두리(Raja Koduri)를 영입하였고, 이를 시작으로 통합형 및 외장형 GPU 로드맵을 새로 그렸다. 

인텔의 GPU 전략은 하나의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사용자 장치에 장착하는 보급형 통합 GPU부터 고성능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를 위한 외장형 GPU 그리고 데이터센터와 AI를 위한 서버 GPU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외장형 GPU 개발에 복귀하면서 인텔은 SVMS(Scalar: CPU, Vector: GPU, Matrix: AI, Spatial: FPGA)라고 부르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프로세서 아키텍처 라인업 완성과 함께 인텔이 공을 들인 것이 있다. 바로 2019년 발표한 OneAPI다. 인텔은 통합 프로그램 환경을 통해 미래 데이터센터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NVIDIA가 열심히 따라오고 있긴 하지만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프로그래밍 환경 측면에서 인텔이 갖는 저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경쟁력이 OneAPI를 통해 더욱 막강해졌다. 

OneAPI는 SVMS 아키텍처 모두를 수용하는 프로그래밍 환경이다. 각 아키텍처에 맞게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개발하면 어디서든 돌아가는 병렬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CPU, GPU, FPGA 서로 다른 아키텍처 간 코드 이식성, 성능 이식성을 보장하는 놀라운 진보다. 클라우드와 함께 엣지 컴퓨팅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을 볼 때 병렬 프로그램을 어떤 하드웨어에서건 돌릴 수 있다는 것의 장점은 앞으로 더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측면에서 보면 인텔이 GPU를 개발하는 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이 OneAPI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 개발자 생태계의 선호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AI 우선 전략이 미래 데이터센터 설계와 운영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2021년, 과연 이 시장에서 전통의 강호 인텔과 신흥 강자인 엔비디아의 경쟁에서 시장은 누구의 손을 들까? 

박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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