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액 형식으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구독 경제가 붐을 지나 일상에 완전히 자리잡은 듯합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지만,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이라는 점에서 이탈 가능성도 높은데요.
그간 저, 그리고 협소한 인맥을 동원한 지인들이 써 본 구독 서비스에 대한 소감을 모아봤습니다.
"말해 뭐해" 넷플릭스
▲필수재, 오리지널 시리즈, 영어 공부용, 깔끔하고 편리한 인터페이스
▼미국 감성 콘텐츠가 대부분
역시 가장 많이 쓰는 서비스는 '넷플릭스'입니다. "말해 뭐해"라고 말하는 이용자도 있을 정도로 필수 서비스가 됐습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주요 OTT 애플리케이션 월 사용자 수를 조사한 결과, 넷플릭스가 1001만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웨이브(395만), 티빙(265만), 213만(U+모바일tv), 씨즌(168만), 왓챠(139만)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마니아틱' 왓챠
▲HBO 드라마를 비롯해 웰메이드 미드, 영화, 고전영화, 다양성 영화가 많다.
▼생각보다 볼만한 컨텐츠가 없다. 보고싶은 영화는 다 봤다. 의외로 추천 알고리즘 만족도가 낮아서 직접 검색하고 정하는 게 속 편하다.
사실 OTT 이용자순으로 따지면 비교가 안되지만, 아무래도 넷플릭스와 서비스가 비슷하고 해외와 토종으로 나뉘다보니 왓챠를 함께 언급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보고싶었던 콘텐츠를 모두 본 뒤에는 해지를 했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계속 쓰시는 분들은 왓챠 특유의 감성이 맘에 드는 마니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리지널 통할까' 티빙
▲'여고추리반' 보고싶어서...한국 콘텐츠 다수
▼보고싶은 콘텐츠만 개별 구매
티빙과 웨이브는 비슷한 후기가 많았습니다. 1개월 무료, 혹은 1개월 100원 등 프로모션 기간에 써봤으나 연장을 안 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와는 달리 한국 예능과 드라마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다만 구독보다는 개별 콘텐츠 구매를 선호하는 분이나, 한달 정도 짧은 시간에 몰아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티빙의 경우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오리지널과 #네이버입니다. 최근 티빙도 티빙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 '여고추리반'을 내놨죠.
여성분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는 모양새입니다. 아울러 네이버의 여러 서비스를 함께 묶은 구독 서비스인 '네이버 멤버십'과도 연계했는데요. 네이버 멤버십을 결제하면, 티빙도 볼 수 있게 한 겁니다.
제 주변, 유일한 구독자인 분도 "네이버 멤버십 해지하려다 티빙 이용권도 준다고 해서 연장하려고요...여고추리반 보고싶어서요"라고 전했습니다.
4인팟,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
구독형 서비스의 경우 방대한 콘텐츠가 최대 강점이지만, 안 봐도 돈은 나갑니다.
뭘 볼까 고민하다가 시간만 허비하고 만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도 있고요. 구독 경제가 도입된 초반에는 환불 문제도 거론되곤 했습니다. 요새는 금액적인 부담은 많이 적어진 듯합니다.
월정액에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2~4명 정도가 함께 보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셈해 보지는 않았지만)가족들이나 친구끼리 나눠서 쓰기 때문에 1/n 하면 많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친구들과 같이 내고 있어서 안 봐도 일단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반응이 많았고, 심지어는 "형제가 다 부담하고 있어서 내 돈이 들어가는 서비스는 없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막는다면 판도가 어떻게 될 지도 궁금해집니다. 최근 넷플릭스가 "계정 주인과 같이 살고 있지 않다면 시청을 위한 자신의 계정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죠. 9500원으로 가장 저렴한 베이식 요금제는 한 개의 디바이스로만 볼 수 있고, HD/UHD 화질로 이용할 수도 없습니다. 최대 4명이 동시접속 가능하고 화질도 좋은 프리미엄(1만4500원) 요금제를 나눠서 이용하는 이유인데요.
넷플릭스가 시도하고 있는 방침은 1인 가구가 대세가 된 이 시대에 맞지도 않거니와, 가격경쟁력 또한 떨어뜨리게 됩니다. 현재 대부분의 서비스가 4명 공유+좋은 화질을 제공하며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한 상태. 이러한 프리미엄 요금제는 왓챠가 1만2900원, 티빙과 웨이브가 1만3900원 수준입니다.
뿔난 이용자들은 '공유가 안 돼 비싼 가격을 내야된다면 안 보고 말지'라는 반응인데, 허풍만은 아닌 것이 '디즈니 플러스'라는 구원투수 때문입니다. 국내에도 많은 덕후를 보유한 마블부터, 픽사, 내셔널 지오그래픽, 스타워즈 시리즈가 모두 디즈니 소유죠. 이들을 한 데 모은 OTT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로는 59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고, 1년4개월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한 무서운 신인입니다.
어찌됐건 외래종 간의 싸움. 토종 OTT들 또한 자신만의 강점을 내놔야 구독 범람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