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넘어설 기업으로 키우겠다"...실크로드소프트 윤정일 대표 인터뷰

"오라클에 의해 통제되는 DB시장을 개방하겠다."

DB 시장은 오라클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지금까지 DB는 곧 오라클이라 해도 무방했다. 2, 3위의 Microsoft, IBM 등 굴지의 기업이 있고 클라우드를 앞세운 AWS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기업 DB의 핵심 운영시스템, 소위 운영계는 여전히 오라클의 위치가 확고하다. 나머지 DB기업들은 이 운영계로부터 일부 데이터를 동기화하여 분석, 통계, 감사, 가공 등의 내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DB를 구축하는 정보계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DB 시장 양분 구도는 데이터 규모 확장의 시기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오라클이 대규모 거래를 수용할 수 있는 DB 클러스터링 기술을 선보임에 따라 데이터의 거래량이 폭증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운영계와 정보계간 데이터 동기화 지연 시간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오라클은 이와 동시에 당시 CDC(Change Data Capture: 변경 데이터 캡쳐로 DB동기화를 수행하는 SW제품군) 업계 글로벌 2위였던 골든게이트(GoldenGate)라는 업체를 2009년에 인수한 뒤, '오라클 실시간 동기화'라는 독점 기술로 정보계 시장과 함께 클라우드 시장 마저도 값비싼 오라클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당시까지 CDC 업계 글로벌 1위였던 퀘스트 소프트웨어(Quest Software)사의 쉐어플렉스(Shareplex) 마저도 오라클 실시간 동기화를 내세운 오라클의 전략에 의해 1위 자리를 내주고 해당 기술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실패해 오라클로부터 실시간 동기화 기술을 유료로 공급받기에 이른다.

글로벌 DB기업이었던 MS, IBM, SAP도 자신들의 시장을 고수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실패해 시장점유율을 오라클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실크로드소프트 등장하면서 더 이상 독점 기술이라는 타이틀은 붙일 수 없게 됐다. 실크로드소프트는 자체적으로 오라클 실시간 동기화 기술을 개발해 오라클 골든게이트와 동급 성능을 가진 CDC제품인 '실크로드(SILCROAD)'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못 할 것이라 했지만, 했다"

윤정일 실크로드소프트 대표는 "오라클 DB의 리두(Redo) 로그 파일을 직접 열어서 해석할 수만 있다면 오라클 실시간 동기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라클은 오라클 DB의 제조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오라클 리두(Redo) 로그 파일 해석이 가능했기 때문에 2009년 인수한 골든게이트을 통해 실시간 CDC 제품인 오라클 골든게이트(이하 OGG)를 만들었다.

하지만 오라클 DB의 리두로그(Redo Log) 형식을 알고 있는 오라클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실시간 동기화 CDC 기술을 실크로드소프트는 자체 개발해냈다. 윤정일 대표는 "글로벌 DB업체라면 어느 업체라도 개발하기만 한다면 대박이라고 여기는 주제"라며 "2015년 박사 유학을 앞두고 도전적으로 선택한 연구주제"였다고 말했다.

사실 윤 대표는 10년 동안의 국내 기업에서 DB 엔진 개발 경력을 잠시 쉬어갈 겸 유학을 준비 중이었다. 그렇게 유학연구테마로 시작한 오라클DB의 리두로그 분석에 몰두한 결과, 3개월 만에 해석에 성공하게 되었고 결국 "유학을 미루고 사업화를 해봐야겠다"라고 결심했다.

이와 관련 데이터 복제 분야 국내 최초 GS인증 (TTA) 1등급 획득했고(2016), '데이터베이스의 이중화를 위한 기법(10-1823130)' 외 8개의 관련 특허를 획득했다. 동일한 조건에서 CDC 테스트 결과, 변경 데이터 추출 성능 및 동기화 성능에서 글로벌 1위 CDC제품인 OGG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게 되었다.

동기화 성능 비교

"딴 데서 먼저 쓰면 쓸게요"를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기술

그렇게 2015년 말 실크로드소프트가 만들어졌다. OGG가 마치 다리처럼 DB와 DB의 연결을 상징하듯, 실크로드소프트라는 회사명은 과거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처럼 오라클에서 이기종DB로 데이터를 실시간 동기화하겠다는 의도로 지어졌다. 하지만 실크로드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이 실크로드소프트 역시 쉽지 않은 초창기를 보냈다.

무엇보다 큰 벽은 "외국제품에 의존하려는 국내기업들의 편견"이었다고 윤 대표는 토로했다. 기업 데이터의 중추인 DB를 다루는 솔루션이니만큼 이제 갓 창업한 스타트업에게 쉽게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국내 시장에 '실시간 동기화'를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오라클의 OGG나 쉐어플랙스(Shareplex)의 성능에 미달되는 다른 업체들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윤정일 대표는 당시를 버틸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저희는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임직원들이 버텨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윤정일 실크로드소프트 대표

그렇게 버티다 보니, 점점 길이 열렸다. 실크로드 솔루션 버전 2(SILCROAD v2)가 나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2017년에 조달청 유망제품 새싹기업과 벤처창업혁신 조달상품 선정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경기도과학경제진흥원 슈퍼맨 창조 오디션 사업화 부문에서 우승해 이름을 알렸고 벤처창업대전 창업기업 부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이듬해 제5회 대한민국 SW 제품 품질대상 최우수상까지 수상했다. 그리고 이어 신SW상품대상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수상했고, 1년동안 해당 상을 수상한 12개 기업 중 2등을 차지하며 대한민국소프트웨어대상 국무총리상까지 수상했다.

시장에서도 점점 알아보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SK 구매정보시스템 협력사, SK Cloud Z 마켓플레이스, 화웨이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에 등록됐으며, 12월에는 오라클, IBM 등과 경쟁하여 일본에 첫 수출을 이뤄냈다. 이후 행정안전부의 국가기준정보 관리체계 구축사업에서는 글로벌 2위 CDC 제품인 Shareplex를 제치고 수주, 신용보증기금 스타트업 투자가치 평가액 역대 최고치 달성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기록하며 국산 소프트웨어 기술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 ICT 미래 유니콘으로 선정되어 약 100억 원의 융자 지원을 받게 됐다. 윤 대표는 "내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다면 무너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믿고 기다려준 직원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익이 적더라도 공생하는 생태계 꿈꾼다"

실크로드소프트의 SILCROAD는 오라클의 OGG와 Shareplex에 필적하는 동기화 성능을 가지면서도 이들이 하지 않는 국산DB나 오픈소스DB로의 동기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전 IT인프라에서의 오라클 의존성을 점차적으로 허물어뜨릴 계획이다.

새로운 챕터로 들어선 실크로드소프트의 우선 목표에 대해 윤정일 대표는 "회사 내실을 공고히 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특히 회사 내실을 다지려는 목적은 '파트너사(리셀러)-총판-실크로드소프트'의 생태계 구상으로 이어진다.

윤정일 대표는 "저희는 영화제작사와 비슷하다"며 "영화를 잘 만들어도 배급사를 잘 만나고 상영관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가 이익이 적더라도 공생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마치 오라클이나 SAP와 같이 글로벌 벤더사를 중심으로 한 유통구조를 꿈꾸는 것. "실크로드소프트를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규모로 키우고 싶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며 "우리의 기술에 대한 대답을 찾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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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on “"오라클 넘어설 기업으로 키우겠다"...실크로드소프트 윤정일 대표 인터뷰”

  1. 국산SW의 힘. 첫술에 배를 채울수는 없었겠지만 국산SW의 힘을 믿습니다.
    기술 성장으로 글로벌 기업의 꼭지점에 우뚝 설 것 같습니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