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흥행에 더욱 불거진 망 이용료 논란...소비자 편익은 무관심

[AI 요약] SK브로드밴드는 엄청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법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 품질 유지 책임을 지지 않아온 글로벌 CP들에게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지만, 현재로서 정부가 해당 의무를 해외 사업자에게 강제할 방안이 없는 상태다. 한편으로 글로벌 CP로 인해 인터넷 사용자와 사용량이 증가하며 국내 ISP 역시 적잖은 수익을 거둔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망 이용료 논란 와중에 ‘소비자의 편익’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징어게임’이 사상 최대 글로벌 흥행작으로 성공하며 공교롭게도 이로 인해 엄청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로 대표되는 통신업계는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넷플릭스의 흥행작이 연이어 쏟아지며 트래픽 발생량이 폭증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1000억원 대 망 이용료를 둘러싼 법적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2018년 5월 기준 50Gbps에서 올해 9월 기준 1200Gbps로 무려 24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은 공교롭게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료 논란을 더욱 부각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넷플릭스와 같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사업자(CP)를 대상으로 통신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 이른바 ‘넷플릭스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페이스북,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이 우리나라 이동통신망에 무임승차한다는 논란이 확산되며 마련된 법안이다. 하지만 법안이 시행됐음에도 정작 준수 의무를 해외 사업자에게 강제할 방안이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법은 글로벌 사업자에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망 이용료를 둘러싼 ISP 대 넷플릭스 등의 콘텐츠 사업자(CP)의 대립 구도에서 ‘소비자 부담’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트래픽 폭증, ‘망 이용료’ 무임승차 논란에도 넷플릭스 입장은 ‘문제없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적 공방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로 인해 폭증한 트래픽에 대해 일정 부분 ‘망 이용료’를 통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실제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ISP는 트래픽이 폭증할수록 원활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망 유지관리 및 확대 비용을 써야 한다.

SK브로드밴드가 트래픽 폭증을 사유로 넷플릭스에 요구하고 있는 망 이용료는 1000억원 정도다. 물론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넷플릭스가 부담하기에 불가능한 금액은 아니다. 또한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법적 공방까지 불사하며 망 이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컴캐스트 등의 ISP에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 시 적용할 넷플릭스법을 만들었음에도 입법의 사유였던 넷플릭스가 불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에서도 각 정당 의원들에게 지적되고 있다.

이에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답변을 통해 “현재 해외 CP에 의해 발생하는 막대한 트래픽에 대한 대책은 없다”면서 “망 이용료는 사업자 간 자율 협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법률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법안이 만들어 진다고 해도 넷플릭스가 이를 준수할 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넷플릭스법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 품질 유지 책임을 지지 않아온 글로벌 CP들에게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지만, 현재로서 정부가 해당 의무를 해외 사업자에게 강제할 방안이 없는 상태다.

넷플릭스는 국감에서 질타에도 불구하고 오픈 커넥트를 활용한 캐시 서버 구축을 지원함으로서 트래픽을 낮추고 비용을 절감하게 하고 있다는 이유로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료를 지불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두 기업 간의 법적 공방에서 소비자 편익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오픈 커텍트는 넷플릭스가 2012년 구축한 프로그램으로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인터넷 비용을 지불하는 ISP에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1000여 국가 ISP에 제공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ISP의 네트워크에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 넷플릭스 회원들이 많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저장해둔 캐시서버의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로 인해 발생하는 트래픽을 현저히 낮추고 먼 거리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더 빠른 속도로 고품질 영상을 회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브로드밴드 측에서는 오징어게임과 같은 인기 콘텐츠로 인한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ISP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지난해 매출 4154억원 중 77%에 달하는 3204억원을 본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를 뺀 나머지 88억원을 영업이익으로 공시하고 있다. 즉, 넷플릭스가 의도적으로 우리나라 영업이익을 축소해 세금을 줄였다는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넷플릭스에 대해 지난 6월 8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했으나 넷플릭스는 이 역시 불복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국감에서 지적된 문제는 또 있다.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가 진출한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는 흥행을 했지만, 초과 수익은 제작사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의) 뛰어난 콘텐츠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게 한 것은 고맙지만, 수익 배분은 제작비의 110%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해관계사 및 국회에서 쏟아내는 질타에 대한 넷플릭스의 대응 방식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 시장에 기여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국내 CP와 마찬가지로 법을 준수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법 효과는 글쎄, 적절한 타협 필요

국내 ISP와 글로벌 CP 간의 관계는 과거로 거슬러가면 전혀 다른 양상으로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처음 인터넷 보급이 활성화될 당시 국내 ISP 등은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를 국내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CP로 인해 인터넷 사용자와 사용량이 증가하며 국내 ISP 역시 적잖은 수익을 거둔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넷플릭스가 공격의 대상이 됐지만, 한편에서는 11월에 국내에 진출하는 디즈니플러스가 LG유플러스의 적극적인 구애로 IPTV, 모바일 제휴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8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 제휴하며 IPTV가입자 확대라는 적잖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물론, 논란이 되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국내 ISP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넷플릭스법에 의해 국내 CP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매년 400억~700억원에 달하는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의 태도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법적공방이 이어지는 와중에 정작 LG유플러스는 11월 국내 진출하는 디즈니플러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출처: 디즈니플러스)

문제는 망 이용료 논란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와중에 같은 입장의 국내외 CP들이 연합해 대응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인 즉 ISP가 요구하는 망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의 플랫폼 규제 분위기 속에 국내 CP들이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일 뿐이다.

한편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CP와 ISP간의 관계는 일방향이 아니다. CP가 콘텐츠를 잘 만들고 인터넷을 통해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ISP 역시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유독 ‘망 이용료’ 논쟁에서 공격을 받는 것은 CP 쪽이다.

ISP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다. 넷플릭스법으로 인해 국내 대형 CP들에게는 망 이용료를 거두고 있고, 현재는 넷플릭스 등이 반발하지만 타협안을 찾으면 결국 이들 역시 일정 정도 현실적인 망 이용료를 내는 선에서 합의를 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좀 다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통신 3사로 대표되는 ISP는 과연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가?’이다.

단통법 제대로 지켜지고 있나? 끊이지 않는 통신사 폭리 논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통신사의 차별적이고 불투명한 단말기 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 문제를 근절하고 이동통신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제정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법 취지에 맞게 변했을까?

소비자가 단말기와 통신서비스의 결합판매 방식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단통법의 취지인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통신사는 ‘5G’ 서비스와 데이터 사용량 증가를 이유로 고가 요금제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더구나 통신사와 판매점은 새로운 제품의 모바일이 등장할 때마다 복잡한 요금제와 지원금을 연계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불법지원금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앞서 언급된 ISP의 수익원인 인터넷 사용 요금 역시 이 구조 내에서 ‘결합 상품’이라는 명목으로 추가되고 있다.

단통법 취지와 맞지 않게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값 주고 스마트폰을 사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얘기가 일반화돼 있는 상황이다. 단통법에 따라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른 보조금 차별 역시 원천 금지라지만, 여전히 판매점에서 새 폰을 구매할 때는 번호이동(통신사 변경) 시 비용과 사은품 등 더 많은 혜택을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국내 통신 3사와 CP의 관계는 일방적이 아니다. 오히려 CP가 수익을 낼 수록 통신사 역시 수익이 나는 구조다.

이와 같은 현실은 단통법 제정 후 지난해까지 통신 3사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단통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이력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단적으로 통신사들의 단통법 위반에 의한 과징금 액수는 총 1384억원에 달한다. 그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SKT다.

문제는 사실상 담합 구조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알뜰폰 시장 역시 규모가 커지며 통신 3사 자회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SKT는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를 자회사로 두고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통신 3사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게 망 이용료를 받는 한편, 자회사를 통해 중소 사업자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이용자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국감 당시에는 국회 과방위 소속 우상호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통신사들이 원가보다 약 40% 높은 평균 매출을 올리는 등 과도한 요금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통신 3사들이 지난 10년간 마케팅 비용으로 78조원을 지출한 것이 나와 있다. 이중 60% 남짓인 48조원은 대리점 장려금 등 유통망에 쓰인 것이다.

한국 시장 진출 이후 막대한 수익을 거뒀음에도 타협점 없이 SK브로드밴드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태도 변화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허물은 보지 못하고 남의 잘못만을 지적하고 있는 국내 통신사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편익’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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