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헬스&뷰티)’ 리테일 분야에서 올리브영의 지위는 독보적이다. 120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은 역세권, 오피스 상권, 주택을 중심으로 한 패밀리 상권, 대학 상권 별로 전국에 걸쳐 자리잡고 있다.
2017년 온라인 플랫폼 론칭으로 본격화된 디지털화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옴니채널 전략’으로 진화했다.
옴니채널이란 인터넷과 모바일 등의 온라인, 매장 중심의 오프라인 등 각 유통 채널의 특성을 결합해 소비자가 어떤 채널을 선택하든 같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쇼핑 환경을 의미한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며 디지털화를 추구하는 유통 기업들은 대체로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한 유통 구조 개선, 온라인 이용자 유입 확대를 위한 취급 품목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식품, 커머스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던 온라인 유통 플랫폼들도 온라인 상의 이용자 확보가 성패를 가르는 상황이 전개되며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상품 경쟁력은 높이면서 리스크를 줄이는 오픈마켓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하지만 올리브영의 선택은 다른 유통 대기업들의 행보와 달랐다.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여 온라인에 집중하는 대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옴니채널 전략으로 각각의 장점을 백분 활용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활용도를 높여 온라인 채널의 배송 거점이자 온라인과 연계한 고객 구매 여정의 한 부분으로 확장한 것이다.
고객들은 학교, 회사 등을 오가는 길목에서 언제나 올리브영 매장을 거칠 수 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도 오프라인과 동일한 제품을 필요에 따라 접할 수 있고, 번거로운 배송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등하굣길, 출퇴근길에 매장을 들러 간단하게 구매와 반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드림’ 서비스를 통하면 내가 있는 곳 반경 5km 내 매장에서 물건이 발송돼 3시간 이내에 받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소비자의 구매 여정에서 ‘기다림’의 요소를 최소화한 것이다.
즉 옴니채널 전략은 올리브영이 사업 초기부터 중점을 뒀던 ‘일상의 루틴 방앗간’ 전략이 온라인과 연계 돼 좀 더 구체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보유한 오프라인 인프라의 장점을 버리지 않고 온라인을 강화해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었고 이는 즉각적인 성과로 돌아왔다.
2017년 기준 1074개 였던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3분기 기준 1260개를 기록, H&B 스토어 부문 점유율 90%에 육박하고 있다. 온라인 부문 역시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며 연평균 거래액이 60% 씩 증가했다. 올 3분기 기준 온라인 부문의 매출 비중은 전년 동기 6%p 성장한 24.8%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들이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선언하거나 그 수를 줄여 나가는 와중에 이뤄낸 성과들이다.
1999년 설립돼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성장한 올리브영의 옴니채널 전략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계 강화도 중요했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온라인 부문의 체질 강화도 필수적이었다. 이를 주도한 것이 디지털사업본부다.
앞서 올리브영은 온라인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리콘밸리와 라인플러스 출신의 이진희 상무를 디지털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어 SK커뮤니케이션즈를 거쳐 모바일 기반 뷰티 예약 서비스 ‘헤이뷰티’를 창업하기도 한 임수진 사업부장을 올해 5월 디지털프로덕트 총괄 담당자로 영입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IT, 테크 분야 리더를 영입한 올리브영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IT 인력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이 주도하는 올리브영의 디지털화는 사업 영역 뿐 아니라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에서도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올리브영 본사에서 만난 임수진 사업부장은 ‘5월 입사 이후 내내 정신없이 바빴다’며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 놨다.
“각 분야의 테크 리더들이 모이며 6월경부터는 디지털사업본부가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자사몰처럼 운영되고 있던 온라인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손보기 시작했어요. 서버 부하 문제부터 개발 요소 등 시스템 전반을 모두 제대로 된 온라인 커머스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끔 개편하는 과정이었죠. 그러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활용되던 온라인 채널을 9월 세일 시기를 기점으로 대등하게 바꿔 놓았어요. 그게 나름 저희에게는 큰 이슈였죠.”
가장 시급했던 온라인 채널의 안정성과 고객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며 또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되는 업무 방식이었다. 디지털사업본부가 지향하는 옴니채널 전략이 사업 뿐 아니라 올리브영 구성원 개개인에게도 공감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의 대대적인 혁신도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애자일(Agile)하게 일하는 법’이다.
“이전까지는 현업 부서에서 뭔가 기획되면 그와 관련된 서비스, 개발, 디자인 등이 일괄적으로 그에 맞춰 수행하는 것에 목적을 둔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됐어요. 하지만 현재는 각 파트의 담당자들이 정해진 대로 수행하기 보다는 각자 맡은 부분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가지고 해석하고 연구해서 더욱 최선의 방식을 찾는 식으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어요. 개발 파트도 내재화가 많이 되면서 더 좋은 개발 방법론을 고민하게 됐고, 디자인도 좀 더 크리에이티브를 추구하게 됐고요. 그 모든 과정에 각각의 담당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계된 업무로 진행을 하는 거죠. 이러한 전사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업무 방식을 구축하는 것이 저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야 될 일 중 하나예요.”
이러한 방식은 디지털사업본부가 각각의 현업 부서와 돌아가며 진행한 라운드 미팅으로 인해 더욱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반복적인 설득과 이해 유도를 위한 간담회와 워크숍이 이어졌다. 임원들을 상대로한 애자일 교육도 진행됐다. 그 사이 출력된 서류로 진행하던 회의 방식은 디지털 협업 툴이 적용됐다.
“제가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회의를 가면 다들 출력물을 가지고 오셨어요. 노트북을 들고 온 사람들은 디지털사업본부 뿐이었죠. 저희 본부장님의 의지로 도입된 것이 디지털 협업 툴이예요. 이제는 전사적인 기본 업무 툴이 됐죠. 회의, 자료 공유와 실시간 업데이트, 발표자료 작성과 공유 등을 이 툴로 진행해요. 임원 회의도 마찬가지고요. 또 재택근무도 활성화 돼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강남 거점 오피스에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업무 환경이 구축되며 원활한 업무가 가능해진 거죠.”
새로운 시도는 곧 변화로 이어졌다. 대내외적으로 온라인 시스템이 탄탄해지며 서비스 고도화도 가능해 졌다. 현재는 리뷰 서비스, 라이브 커머스, 브랜드 파트의 강화 등 열 가지가 넘는 서비스 개선 과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수동적이었던 업무 프로세스가 능동적으로 바뀌며 놀라운 변화들이 이어지는 셈이다. 임 사업부장은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이유를 ‘경영진의 열린 자세’로 꼽았다.
“저희 올리브영의 가장 놀랍고 멋진 점은 경영진들께서 매우 열려 있다는 거예요. 앞서 얘기했지만, 덕분에 저희는 정말 바쁘게 일하고 있죠.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설득을 하는 한편으로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최선인지를 논의하고, 공부도 해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온라인 채널의 대대적인 개편 이후 본격화 된 ‘옴니채널 전략’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기도 해요. 단순히 온라인 채널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과 결합돼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며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생긴 거죠. 그러면서 저희는 사업 영역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발견했고요.”
온라인 부문에 있어서 플랫폼이 고도화 됐다는 것은 향후 데이터 비즈니스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객 대상 ‘제품 추천 자동화’ 또한 데이터가 고도화될수록 더욱 최적화된 추천이 가능해진다. 고객의 관심사에 기반한 운영을 통해 리텐션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디지털사업본부가 주축이 돼 데이터 관리와 분석을 전담하는 팀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게 쌓인 역량은 다시 옴니채널 전략의 강화와 성과로 이어진다.
”현재 온라인 채널 주문 고객 중 30%가 매장을 통해 제품을 받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선택했어요. 이게 전국 1200개가 넘는 매장에서 진행되니 굉장한 파급력이 있죠. 향후에는 이걸 좀 더 고도화하고 확대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이뤄진 주문을 오프라인에서 제공했다면 향후에는 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에 보내는 방식으로도 이뤄질 거예요. 온라인 고객들이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까 하는 의문이 있지만,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매장이 전국 각지에 분포해 있고, 소비자 동선을 고려해 위치해 있는 덕분에 가능하죠.”
임 사업부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떠오르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이른바 O4O(Online for Offline)다. 온라인에서 축적한 기업의 데이터를 상품 조달, 큐레이션 등에 적용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는 옴니채널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 로드샵이 아닌 차별화된 고객 경험 확대의 장으로 활용, 온라인과 연계하며 오프라인 매장의 구매율과 온라인 채널의 전환율을 동시에 끌어 올리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으로 연계되는 거죠. 온라인을 통한 구매와 매장에서 이뤄지는 픽업 혹은 반품 등은 이제까지 멤버십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지만 이제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대상 매장도 전국으로 확대하는 거고요.”
이러한 서비스 고도화는 뷰티 전문 라이브 커머스 ‘올라이브’에도 해당된다. 특히 화장품 라방(라이브 방송)을 표방하는 ‘올라이브‘는 올리브영이 예능 콘셉트를 적용해 진행하는 뷰티 전문 모바일 생방송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며 올리브영은 올라이브를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임 사업부장은 “모든 품목을 다 적용할 수는 없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올리브영의 라이브 커머스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저희 올라이브는 뷰티 예능 콘셉트로 접근한 것이 주효했어요. 올라이브를 보는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올리브영을 좋아하는 분들이에요. 그런 친밀감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구매 전환율도 굉장히 높은 편이죠. 또 저희 라이브 커머스 제작팀 멤버들이 뷰티에는 정말 진심이거든요. 물론 동시접속자의 수치면에는 대형 라이브 커머스와 비교할 수준은 안되지만, 매출의 수치는 대형 라이브커머스 이상 나오고 있습니다. 셀럽과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어요. 올리브영에 입점하는 파트너 브랜드들 역시 관심이 높아 최근 주 1회 방송을 2회로 늘리고, 입점 브랜드도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했어요. 저희는 방송 시간을 제공해드리고 그 시간을 브랜드들이 직접 채우도록 하는 방식이죠.”
임 사업부장은 “올리브영은 굉장히 젊은 브랜드이자 향후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라고 자평한다. 그가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는 것은 의외로 전국적인 오프라인 유통망이다. 이는 티지털사업본부 사람들이 올리브영 합류를 결정하는 많은 요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탄탄한 오프라인 인프라를 기반으로 온라인과 연계된 옴니채널 전략의 시너지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유통 기업처럼 무분별한 확장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일단은 ‘본질’에 집중하며 여러 가능성을 두고 전략을 수립해 나간다는 것이 임 사업부장의 생각이다.
“저희의 본질을 지키며 관련성이 높은 제품 중심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향후에도 올리브영의 기본 전략은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온라인을 위한 오프라인, 즉 옴니채널이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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