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웨이즈는 맞고, 컬리나 오늘의집은 틀리다

보상형 미니게임 전략이 누구에나 통용되는 전략은 아닙니다

너도나도 게임에 빠지고 있긴 한데

커머스 업계에서 보상형 미니게임이 때아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올웨이즈가 핀둬둬에서 착안하여 만든 올팜이 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기업들이 이를 앞다투어 도입하기 시작한 겁니다. 대표적으로 컬리는 마이컬리팜을, 오늘의집은 오늘의가든을 선보였고요. 이외에도 그립, 팔도감 등도 보상형 미니게임을 앱 내에 추가하였습니다. 심지어 오프라인 업체인 이마트24까지 이에 편승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요.

결은 다소 다르지만, 이와 유사한 움직임은 핀테크 업계에서도 발견됩니다. 일례로 토스는 만보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앱테크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 중에 있는데요. 결국 이들이 노리는 건, 고객의 방문빈도를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겁니다. 앱 기반 비즈니스의 기본 공식은 매출 = 앱 방문자 수 × 구매 전환율 × 객단가인데요. 결국 보상형 미니게임은 여기서 방문자 수를 일단 크게 늘릴 수 있다면, 실적 또한 좋아질 거라는 논리에 기반한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를 차용한 후발주자들은 올웨이즈와 달리 성과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이미 일찌감치 지난해 말 게임 콘텐츠를 중심으로 앱을 개편했던, 이마트24의 초반 흥행은 불과 세 달 만에 꺾이고 말았고요. 아직은 론칭 초기이긴 하지만, 컬리나 오늘의집의 경우 기존 브랜드 정체성을 해쳤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모두에게 적합하진 않습니다

이렇듯 희비가 갈리는 이유는, 비즈니스 특성에 따라 이러한 무조건적인 트래픽 확보 전략이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상형 미니게임이나 앱테크 요소를 통한 사용자 수 증대는, 전환 허들이 매우 낮거나(올웨이즈), 역으로 매우 높으나 구매 니즈가 뚜렷하진 않은 경우(토스)에 가장 유용하고요. 이외의 경우는 효과가 반감됩니다.

보상형 미니게임류의 전략이 먹히는 곳들은 구매 상황이 뚜렷하지 않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우선 올웨이즈는 아예 처음부터 발견형 쇼핑을 지향합니다. 단가가 낮고, 충동성 구매가 가능하기에 일단 사용자가 많이 몰리면 거래액 성장까지 이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토스 역시 주로 공략하는 대상이 기존 금융 상품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던 고객들입니다. 일단 방문시킨 후, 토스 특유의 쉬운 UX 기반의 엔트리 상품을 노출시켜 전환을 유도하고요. 일단 작은 상품 하나라도 이용하면, 추후 높은 생애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구매가 필요한 상황이 뚜렷한 경우, 트래픽 성장이 실적 증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보다 큽니다. 아무리 게임이 재밌어서 자주 방문하더라도, 우리가 가구를 사는 시점은 이사 등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장보기 역시 주기적으로 일정 기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일어나곤 하고요. 그렇기에 컬리나 오늘의집은 보상형 미니게임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아마도 작을 걸로 예상합니다. 아예 극단적으로 핀다 같은 서비스는 오히려 이러한 접근은 마케팅 비용 낭비 만을 불러올지도 모릅니다. 대출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대출비교플랫폼 핀다를 아무리 자주 방문한다 한들, 구매 전환이 일어나긴 어려울 테니까요.

반면에 비싼 가격으로 심사숙고하더라도, 딱히 정해진 시기가 없는 취향 소비를 유도하는 29CM는 오히려 이에 적합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전환 허들은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특정 시기가 정해진 상품을 취급하는 건 아니다 보니, 계속 방문이 반복되면 언젠가는 구매 전환에 이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응원하면서도 염려되는 건

하지만 그렇다고 컬리나 오늘의집의 이러한 시도들이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보는 건 아닙니다. 효율의 차이는 분명 있지만, 트래픽이 쌓이면 쌓일수록 최종적인 전환에 긍정적 영향이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더욱이 보상형 미니게임은 지속적으로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온라인 광고의 대안 역할 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듯 지속적으로 여러 대안들을 테스트해 본다는 자체가 긍정적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현재 커머스 시장 내 대부분 플레이어들의 지상 과제는 흑자 전환인데요. 그리고 이는 큰 한 방보다는 다양한 노력들이 모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실적을 개선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자체가 어쩌면 이들 조직의 건전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하지만 동시에 무분별한 보상형 미니게임 도입이 디브랜딩 리스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겁니다. 올웨이즈처럼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돌아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면야, 어떤 위험이든 감수해야겠지요. 하지만 굳이 기대 효과가 크지 않은데, 무리해서 이를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시적 일지 모르는 유행을 좇느라 핵심을 놓치는 곳이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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