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최근 2017년 설립해 운영해온 벤처 캐피탈 투자 펀드인 도요타 AI 벤처스(Toyota Ai Ventuers)의 이름에서 AI를 떼어 냈다. 도요타 벤처스로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다.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인 토요타 벤처스 프론티어 펀드와 도요타 벤처스 클라이메이트 펀드를 새로 조성하여 총 관리 자산을 5억 달러(약 5583억원) 이상으로 늘렸다.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미래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가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요타가 눈독을 들인 분야는 친환경 에너지, 인공 지능(AI), 자율 주행, 모빌리티, 로봇, 스마트 시티 등이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 전기 자동차와 자율 주행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본격적으로 새로운 모빌리티 공간 개념 제시 쪽으로 경쟁의 초점이 옮겨갈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토요타의 스타트업 투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3월 기준으로 도요타 AI 벤처스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36개다.
도요타만 스타트업 투자 확대에 나선 것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등 완성차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 모두 사활을 걸고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에 공격적인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도요타보다 더 공격적이다. 기업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한국 500대 기업 중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투자 금액이 가장 많은 기업이 현대자동차다. 이 기간에 현대자동차는 총 53개 기업에 7157억 원을 투자하였다. 현대자동차의 투자는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 소식으로 현대차그룹의 개방형 혁신 플랫폼인 제로원 관련해 745억 원 규모의 2호 펀드를 조성하기도 하였다.
현대자동차의 투자 전략의 중심에는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인 현대 크래들(Hyundai CRADLE)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 크래들은 ‘Center for Robotic-Augmented Design in Living Experiences’의 약자로 현재 대한민국 서울,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베이징, 이스라엘 텔아비브, 독일 베를린을 각 지역 거점으로 운영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크래들을 통해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활동을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위한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 역시 지속해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은 아이디에이션허브(Ideation:Hub)를 접점으로 스타트업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 보면 폭스바겐 그룹은 먼 미래 기술보다는 당장 전기차 시대 대응 및 기술 내재화에 필요한 몇몇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9년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인 포지 나노에 1천만 달러를 투자한 것과 2021년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오토모빌리티 지분 확대를 위해 부가티 지분을 맞교환 한 것이다.
남다른 접근법을 가진 테슬라
주요 양산차 업계 공공의 적인 테슬라는 스타트업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다. 2020년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투자자 및 언론과의 통화 중 테슬라는 12개의 기술 스타트업으로 간주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투자를 통한 생태계 조성이 아니라 그 자체가 스타트업 체인(Chain of startup)이라고 말한다. 자율 주행, 칩 설계, 차량 서비스, 판매, 충전 네트워크, 보험 등 테슬라의 비즈니스 구성 요소는 부서나 팀의 개념이 아니라 각각의 스타트업이라고 보는 것이다.
더불어 테슬라의 생태계는 투자 관계로 엮인 것이 아니라 공생과 경쟁 속에서 구축되고 있다. 이 생태계는 주로 테슬라 출신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구성된다.
완성차 업계와 테슬라는 확실히 기술 생태계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과연 어떤 시각이 옮은 것일까? 내연 기관 시대의 종말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곧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