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한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되며 제조에 강점을 가진 기존 자동차 기업은 물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IT 기업, 플랫폼 서비스에 집중하는 플랫폼 기업까지 자율주행차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가별 자율주행 특허출원 점유율은 일본(36.2%), 미국(24.4%), 한국(13.8%), 중국(9.5%), 독일(6.3%) 순이다. 기업 별로는 1위인 도요타에 이어 소니, 현대차, 혼다, 포니, LG 순이다. 모빌리티 분야 플랫폼 서비스로 성공을 거둔 카카오모빌리티와 IT기술 역량을 갖춘 한컴 역시 자율주행 분야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제조업의 고유 영역으로 인식됐던 자동차 산업 분야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한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되며 제조에 강점을 가진 기존 자동차 기업은 물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IT 기업, 플랫폼 서비스에 집중하는 플랫폼 기업까지 앞다퉈 도전장을 내미는 상황이다.
이들의 최대 화두는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차가 수년 내 업계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 외에도 영역이 달랐던 기업들의 자율주행 특허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공개된 특허청의 자율주행기술 특허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현대차를 비롯해 도요타, GM 등 기존 완성차 제조사는 물론 애플, 바이두, LG 등 이제까지 자동차와 관련이 없던 기업들의 특허출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이미 올해 3월 혼다가 레벨3 자율주행차 모델 ‘레전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100대 한정 판매지만 일단 세계 최초 상용화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내년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 양산 계획을 밝혔다.
한편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본격화되며 벌써부터 택시를 비롯해 운송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레벨 구분은 2013년 미국 교통부의 고속도로 교통안전국에 의해 처음 규정됐다. 당시에는 막연한 꿈의 기술로 구체적이지 않았던 자율주행 레벨이었다. 이후 현재 적용되는 자율주행 레벨은 2016년 미국 자동차공학회가 제시한 개념이다.
그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나뉜다. 레벨0부터 레벨2까지는 운전자에게 주행 책임이 있는 부분 자율주행 수준이다. 테슬라가 자사 자동차 모델에 적용하는 오토파일럿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레벨2 자율주행차까지는 상용화했다. 이는 속도를 조절하고 차선 이탈을 방지하는 수준이며 운전자가 전방 주시 등의 의무를 등한시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레벨3부터는 차원이 달라진다. 현재까지 기준으로 이때부터는 주행 책임이 자율주행 시스템에 있다. 운전의 주체가 시스템이고 사람은 보조 역할로 물러나는 것이다. 이때부터 운전자는 전방 주시 등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긴급상황 등 사람의 역할이 필요할 경우에는 나서야 한다.
레벨4부터는 운전석이 사라진다. 운전자가 필요 없다는 의미다. 레벨4는 다른 말로 ‘고등자동화’라고도 불린다. 최근 시범도 입되는 자율주행 택시가 이 수준이다. 레벨5가 되면 ‘완전자동화’ 단계가 된다.
자율주행 기술의 레벨 경쟁이 본격화 되며 특허출원 관련 국가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국가별 자율주행 특허출원 점유율은 일본(36.2%), 미국(24.4%), 한국(13.8%), 중국(9.5%), 독일(6.3%) 순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출원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알려진다.
그렇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율주행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특허청에 따르면 도요타가 5239건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것은 놀랍게도 IT기업인 소니로 3630건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차는 3080건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혼다가 2844건으로 4위 포드가 2069건으로 5위를 차지한다. 6위는 LG다.
두 가지 놀라운 점은 6위 내에 비(非) 자동차 제조사가 2곳이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큰 두각을 내지 못하고 특허 수도 뒤지는 혼다가 올해 이미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는 구글, 애플, 바이두 등의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엔비디아, 벨로다인, 모빌아이 등 반도체·라이다와 같은 자율주행 부품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출원을 이어가며 무한 경쟁 중이다.
지난 10일 현대차는 ‘HMG 개발자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자사 모델 제네시스G90 신차에 레벨3 자율주행 기술 적용하고 오는 2023년까지 레벨4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자사의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 기술을 소개하며 “내년부터 손을 놓고도 주행이 가능한 레벨3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또한 현대차는 자사 모델 넥쏘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를 복잡한 도심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발 중에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바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을 자사 전기차인 아이오닉 5에 옮겨 내년에 서울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내년 아이오닉 5의 시범 서비스가 성공하면 2023년에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양산되는 것이다.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현대차가 이와 같은 자율주행 기술을 자동차 외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개발에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현대차는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 개발 외에도 차량, UAM, 로봇 등 운송 수단인 디바이스와 데이터를 연결하는 모빌리티 기술 플랫폼과 생태계 구축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이다.
포티투닷은 현대차의 전략 투자를 받은 자율주행 스타트업으로 최근 시리즈A 투자에서 1040억원의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티투닷의 대표인 송창현 사장은 겸직으로 올해 4월 현대차 TaaS(Transportation-as-a-Service) 본부장으로도 취임했다. 그가 지휘하는 TaaS는 차량이나 이동 수단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포괄적 수송서비스를 의미한다.
지난 콘퍼런스에서 송 사장은 TaaS를 현실화 시키기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AMES(Autonomous/자율주행, Mobility/모빌리티, Energy/에너지, Software/소프트웨어)’를 언급했다. “AMES를 통한 연결로 누구나 이동의 자유를 경험하며 최적의 모빌리티, 로지스틱스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데이터와 기술 자산을 통합하는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새로운 개발자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모빌리티 분야 플랫폼 서비스로 성공을 거둔 카카오모빌리티와 IT기술 역량을 갖춘 한컴 역시 자율주행 분야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카카오모빌리티는 고정밀 지도(HD맵) 기술 선도 업체 '스트리스'와 손잡고 공간정보 기술 혁신에 나설 것을 밝혔다. 즉 제조사인 현대차가 자율주행 차량 기술과 생태계 구축에 집중한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제까지 성공을 거둔 서비스 플랫폼에 고도화된 내비게이션, 라우팅 등이 가능한 HD맵 기술을 접목,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의 자율주행 혁신을 목표로 하는 셈이다.
올해 7월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된 스트리스는 측량, 측위, 전기전자, 로보틱스, 컴퓨터비전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2017년 창업한 기술 스타트업이다. ▲도로 정보 수집 ▲정보 가공 및 정합 ▲고정밀 지도 도화 ▲사용 형태별 맞춤형 최적화에 이르는 HD맵 구축의 전 과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HD맵은 도로정보를 센티미터 단위의 3차원 입체영상으로 구축한 지도이다. 기존 디지털지도(SD맵)이 제공하지 못하는 차선, 노면마크, 도로경사, 표지판까지 구현해 정밀한 측위를 요하는 자율주행, 군집주행, UAM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모빌리티 분야뿐 아니라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등 3차원 공간정보가 요구되는 분야에도 필수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스트리스는 해외에서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현지화 솔루션 역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 정부기관, 대기업과의 협업으로 국내 HD맵 구축 분야 최다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안에 스트리스와의 합병을 마무리하고 조직 통합을 통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지난해 12월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에서 유상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하는가 하면 지난 9월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KM 자율주행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하고 업체 간 협력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프로그램 등 솔루션 개발 분야에 중견기업인 한글과컴퓨터(한컴)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사업 진출 소식도 들린다. 지난 8일 한컴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이전 받고 이를 활용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사업 본격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컴이 집중하는 것은 자율주행 기술 중에서도 ‘인지’ 분야다.
한컴은 계열사인 한컴인스페이스를 통해 ETRI로부터 ▲자차 위치 및 움직임 정보 예측기술 ▲라이다센서 기반 장애물 트래킹 및 자율주행 판단제어기술 ▲영상기반 자율주행 인지 인공지능 기술 ▲라이다기반 자율주행 인지 및 예측 인공지능 기술 등 총 4종의 기술을 이전 받는다.
한컴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ETRI와 기술 협력을 통해 기술 고도화를 이어가며 도심환경 및 농어촌지역 자율주행, 신호등 및 3D 이동객체 인식 기술 등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 내재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고속도로 및 지자체 주요거점에서 자율주행 상용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각 기업들의 자율주행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며 곧 상용화까지 앞두고 있지만, 문제는 신기술의 등장으로 영향을 받는 기존 산업이다. 자율주행 기술과 서비스의 고도화는 ‘사람이 필요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영업용 자율주행차 시대가 시작되면 기존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택시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택시업계에서는 “과거 ‘타다’ 서비스나 ‘카카오T’ 서비스 등장 때와 마찬가지로 저항이 있겠지만 ‘타다금지법’같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택시를 비롯한 운송 업계의 반발이 본격화되기 전에 정부 차원의 상생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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