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크 방정식의 가치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한 가지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방정식이 항성천문학, 행성과학, 유기화학, 진화생물학, 역사학, 정치학, 이상심리학 등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코스모스>의 상당 부분이 이 하나의 방정식에 들어 있다고 할 정도이다." 칼 세이건의 유명한 저서 <코스모스> 중 한 구절이다. 드레이크 방정식, 무엇이길래 희대의 과학자 칼 세이건이 높이 평가하며 대표 저작의 뿌리로서 언급한 것일까?
1961년,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 국립 전파 천문대에서 열린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를 위한 과학자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 참여한 30살의 전파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외계 지적생명체에 대한 발제를 준비한다. 드레이크는 우리은하 안에 외계지적생명체가 얼마나 있을지 질문을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다.다양한 가능성이 필터링되어 곱해졌고,마침내 하나의 식으로 성립하게 되었다.그의 이름을 딴 드레이크 방정식은 이렇게 만들어졌다.방정식은 과학자들의 토론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해 나갔다. 당시, 드레이크가 만든 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N(우리은하 내에 존재하는 교신 가능한 문명의 수) = R* × fp × ne × fl × fi × fc × L
총 7개의 항으로 되어있는데, 여기서 앞의 세 항은 천문학적 계수로 외계 생명체에 대한 천문학적인 접근, 그리고 나머지 두 개는 생물학적 계수, 마지막 두 개는 사회학적 계수로 이루어져 있다. 천문학적 계수들은 R*, fp, ne으로, 먼저 우리은하에서 매년 새로운 별들이 얼마나 태어나는지를 따져본다(R*). 항성의 숫자를 별의 평균 수명으로 나눈 것으로, 태양과 같은 항성이 있어야 생명 활동과 기술 문명에 필요한 빛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항성 주변을 도는 행성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한다(fp). 대체로 항성이 있다면 행성도 함께 형성된다. 그렇지만 행성이라고 해서 꼭 생명체가 산다는 보장은 없다.
태양계를 보더라도 여러 행성 중 유일하게 지구에서만 생명체가 살고 있다. 생명체에게는 적당한 온도와 적절한 조건이 필수이다. 지구와 유사한 암석 행성은 얼마나 있는지 또 계산한다(ne). <코스모스>의 칼 세이건은 R*의 값을 40으로 계산했고, fp는 태양계와 유사하게 항성의 1/3이 행성을 가질 거라고 추정하였으며 ne는 2개 정도로 가정해 계산했다.
나머지 계수 중 생물학적 계수는 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에서 실제로 스스로 번식이 가능한 생물로까지 탄생이 가능한지(fl),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생물체가 지적인 생물로 진화가 가능한 것인지(fi)를 나타낸다.마지막으로 사회학적 계수인 fc값은 지적 생물이 존재하는 행성 중에서 통신 기술을 지닌 문명인이 존재할 확률을, L값은 그 행성의 수명 가운데서 과학 기술을 지닌 문명인이 존재하고 있을 기간을 상정한다. 아무리 고등한 문명 생물이 살고 있다 한들, 행성의 생명체가 멸종되었다면 교신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드레이크 방정식의 각 값이 가지는 의미를 나열하다 보면, 대체 어디까지 계산이 가능한 영역인지 심히 궁금해진다. 천문학적 계수는 그나마 천문학적인 탐사를 통해서 꽤 정확하게 유추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 뒤를 따르는 생물학적 계수는 물론이거니와 사회학적 계수는 유추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결국 문명 행성의 롤모델인 우리별 지구의 탄생을 근거로 추적할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탐구의 과정 중에 있다. 게다가 L값은 영원히 정확한 값을 알 수가 없는데, 이는 지구 인류의 문명이 아직 망하지 않았기에 추정조차 무의미하다.
현재로서 드레이크 방정식은 과학자들의 보편적인 사고 실험의 결과로서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이 어떤 질문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추론해 나갈 것이며 해결하기 위한 논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관한 과정이다. 이제 드레이크 방정식은 수식을 통해 인간이 우리 자신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이 모든 가정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사고 실험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로서의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실제로 이후의 천문학자들은 업그레이드된 드레이크 방정식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식을 만들고 관찰을 더 해나가기 시작했다. 드레이크 방정식 이후 인류는 4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발견했고 태양과 비슷한 별들이 얼마나 높은 확률로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암석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지 계산했다. 덧붙여 별 탄생의 역사 역시 시간에 대한 함수로 계산한다. 덕분에 우리은하가 탄생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암석 행성이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고, 우리은하의 주로 어느 영역에서 더 많이 나타났는지 계산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다소 불확실하지만 간단한 가정과 몇 가지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고, 지적 생명체들은 지구와 2만 5000광년 떨어진 곳에서, 지구 문명이 태어나기 50억년 이상 전에 활발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득하기만 한 드레이크 방정식이 코로나 19 연구에 적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미시시피대 공동 연구팀은 드레이크 방정식을 응용해 만든 방정식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말로 전파되는 과정을 분석한 결과 감염자와의 거리가 2배가 되면 감염 위험은 절반에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드레이크 방정식의 등호를 부등호로 바꾸고 비말감염에 영향을 주는 변수 8개를 곱해 새로운 방정식을 만든 것인데, 변수는 '시간당 비말 배출 비율', '비말에 포함된 평균 바이러스 수', '감염에 필요한 최소 바이러스 수', '마스크를 통과하지 못한 비말 비율'을 포함했고 각 변수는 감염자 사이의 거리를 비롯해 더 작은 변수를 곱하거나 나눈 값으로 이루어졌다.
비록 드레이크 방정식이 외계문명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그의 생각 전개는 진리를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과학자들의 진지한 탐구 파트너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장 유효하고 중요한 사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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