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지난 6월 말까지만 해도 시총 3조달러를 돌파하며 하늘높은 줄 모르던 애플이 왜 이렇게 무너지는 걸까. 언제 쯤이면 다시 힘을 쓸까.
애플이 지난 6월 30일 시총 3조 510억달러(약 4061조 원)를 기록한 후 최근(~9월15일)까지 두달 보름 동안 무려 10.3%나 하락했다. 부침 속에서도 견고한 상승세를 보여왔던 애플은 과연 하락장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최근 애플 부진의 결정타부터 살펴보자. 지난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는 (이미)8월에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고조에 따라 국가안보를 이유로 투자, 무역, 국제관계 관련 정부부처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사용을 금지시켰다’고 전했다. 보도대로라면 지난 6월말 시총 3조510억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애플의 주가가 8월에 들어서면서부터 폭락하면서 17일 최저점을 찍은 것도 수긍이 간다.
이후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듯 보이던 애플 주가는 12일(미 현지시각) 아이폰15 발표 이후 또다시 1.2%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아이폰15의 혁신성이 중국시장에서 중국정부의 조치에 맞서 견뎌낼 만큼 강력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 그렇다면 상황은 만만치 않다. 애플 매출액 가운데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19%에 이를 정도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처럼 엄중한 데도 투자자들로부터 혁신성에 대한 눈도장조차 받지 못한 것이다.
헌데 중국 정부의 아이폰 규제는 더 광범위하고 더 깊숙이 퍼져나갈 것 같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즉, 이제 애플은 투자자들로부터 혁신성에서 실망감을 준 아이폰15 시리즈로 사실상 한손을 묶인 채 중국 시장에서 싸워야 한다. 게다가 중국이 소비자들의 뜨거운 애국마케팅으로 유명한 시장이라는 건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왜 갑자기 이러는 걸까. 팀 쿡은 특히 중국시장의 미래를 보고 중국투자에도 공을 들여왔고 미중 갈등 속에서도 시장을 잘 관리해 왔지 않았던가.
결국 중국 경제문제로 귀결된다. 배경에는 일자리 문제, 중국기업 키우기, 만만치 않은 중국 경제 상황이 있다.
아이폰 금지령에 애플 신제품 때리기까지 겹쳐왔다
이달초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정부가 ‘지난달’ 공무원과 정부산하기관 직원들의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공식적으로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애플 차이나 리스크의 신호탄이었다.
마침 화웨이가 독자 개발한 최첨단 5G스마트폰 구동 칩(AP)을 탑재한 메이트60 프로를 막 출시한 시점이기도 했다.
누구나 중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미중 갈등속에서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볼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실 팀 쿡 애플 CEO가 미중 정부 갈등 속에서도 그 어느 미국보다도 중국친화적인 기업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외신들이 전하는 중국 소비자들 특유의 애국주의 소비 분위기는 애플에게는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중국매출이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굳이 삼성전자의 예전 사례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중국 IT즈자(IT之家)는 지난 11일 화웨이의 메이트60 및 메이트60 프로 모델 모두 징둥 직영몰 등에서 품절 사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화웨이가 이 모델을 1년 내 1200만대 판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 중국정부와 소비자의 분위기를 잘 전하고 있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도 중국내 애국 마케팅, 애국소비 분위기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매체는 애플의 새로운 아이폰 15 시리즈가 ‘화웨이의 최신 5G 단말기(메이트 60 프로)에 대한 과대선전과 정부의 (공무원 아이폰)사용 금지 속에’ 일부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아이폰15 출시(22일)를 앞둔 초기 반응은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시장 복귀 영향과 최근 정부의 규제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실제로 애플이 12일 발표한 아이폰 최신 버전에 많은 중국소비자들이 “흥미로운 새로운 진보가 없다”는 의견을 중국 SNS에 퍼뜨리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온라인 게시물에 오는 22일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 주요국가에 출시될 신형 아이폰15시리즈가 화웨이의 5G폰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이는 증시 분석가들로부터 애플이 여전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의 고급 부문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미·중 갈등속 3년간 잘 지내더니···왜 이제?
애플이 미·중 갈등 속에서도 중국시장에서 많은 아이폰을 팔 수 있었던 것은 중국정부가 방관하고 눈감아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성과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된 카메라를 스파이수단으로 꼬투리 잡았듯이 어떤 방식으로든 꼬투리잡아 규제를 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애플의 아이폰조립 공장이 중국내에 있어 많은 일자리 창출을 할 때엔 중국내 아이폰 판매 호조를 충분히 눈감아 줄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 사라진 마당에 더 이상 애플을 봐줄 이유가 없어졌다.
중국정부의 공무원 아이폰 사용금지 조치가 나온 이유는 바로 애플 아이폰 생산공장의 인도 이전으로 봐야 한다. 이는 애플의 최대 해외 생산기지가 중국에서 사라지면서 동시에 노동자의 일자리도 사라진다는 의미다.
특히 폭스콘 공장의 인도이전은 애플 아이폰의 70%를 생산하는 중국공장 소멸과 같다. 애플과 폭스콘은 미중 갈등과 중국정부의 과도한 코로나19 규제(제로 코로나 정책) 속에서 생산차질 등의 어려움을 겪자 과감하게 중국 공장 이전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 저널이 애플(과 폭스콘)의 이같은 계획을 보도한 이래 올해 3월 블룸버그, 로이터가 잇따라 폭스콘 중국 아이폰 제조공장의 인도 이전을 기정사실화 했다. 폭스콘이 인도 카르나타카 주 벵갈루루에 약 7억달러를 들여 300에어커(1.2k㎡·약 36만 7000평)규모의 아이폰 생산공장을 짓는다는 것이다. 이는 거의 서울 여의도 면적(2.9k㎡)의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규모다.
블룸버그는 인도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이를 확인하면서 새로운 폭스콘 공장이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썼다.
지난 7월엔 대만 포커스 타이완이 카르나타카의 M. B. 파틸 대중소 산업 및 인프라 개발부 장관의 트위터를 인용, “폭스콘이 내년 4월 생산을 시작하는 카르나타카 주 벵갈루루 북쪽 시골 지역 데바나할리에 있는 아이폰 조립 공장에 880억 인도 루피(약 10억7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이 트위터 메시지에서 파틸은 브랜드 쳉 폭스콘 최고경영자(CEO)와 그의 팀을 만나 투자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이에 앞서 CNBC는 인도관리들의 말을 인용, 애플이 인도 내 생산을 늘려 전체 생산량의 25%를 차지하려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폭스콘은 이미 인도 동부 첸나이 인근의 구형 아이폰 조립 공장을 지어 인도에 진출해 있다.
이로써 인도가 베트남과 함께 제조 및 공급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를 대체할 최대 경쟁국으로 부상했다. 동시에 중국내 폭스콘 아이폰 조립공장과 일자리 소멸의 신호탄이 함께 쏘아진 것이다.
이런 마당에 애플 아이폰의 중국내 판매호조를 눈감아 줄 이유가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 화웨이가 미국의 핵심기술 규제속에서 프리미엄폰용 5G 스마트폰 칩을 자체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메이트60 프로라는 아이폰 15 프로 대항마까지 내놓은 마당이다. 공백을 메울 자국 기업도 있고 이를 통한 애국마케팅 독려를 해 가며 일자리와 국부 창출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
애플로선 설상가상으로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지만) 중국 경제 상황까지 받쳐주지 않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의 부동산 시장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원자재부터 가전제품에 이르는 모든 제품 수요를 위협하면서 침체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시총 3조달러 이후 힘못쓰는 애플···차이나 리스크 표면화
지난 12일 애플 신제품 발표회 전후로 나온 주가 폭락은 애플의 차이나 리스크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포춘은 8일 애플 주식 주가가 중국 정부 단속 우려로 단 2일 만에 6.8% 폭락하면서 1조달러 시장 가치 가운데 2000억 달러나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애플이 미국 주요 주식 지수에서 가장 큰 요소이며, 중국에서 발생한 수많은 악재들로 인해 부분적으로 촉발된 광범위한 매도세를 더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소식은 투자자들이 칩, 초대형 기술에서부터 미국에 상장된 중국 주식까지 모든 것을 팔면서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안다(OANDA)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시장 분석가는 “애플이 다수의 초대형 기술주들을 망치면서 나스닥이 가라앉고 있다”며 “애플의 성장 스토리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베이징 단속이 강화되면 중국에 의존하는 다른 초대형 기술주들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대응은
애플로서는 당장 중국 리스크에 대응할 뾰족한 수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12일 발표된 아이폰15 시리즈의 가격을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 어쩐지 최근 상황을 반영해 급작스레 결정한 느낌이 든다. (동결이라고 해도 미세하게 올린 부분이 있긴 하다. 굳이 찾자면 국가 별로 잘 팔리는 기종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높은 환율을 적용하는 묘수(?)를 냈다는 정도다.)
애플이 차이나 리스크를 맞은 바로 이 시점에 매출을 늘리고 비상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혁신이다. 혁신적 제품으로 신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아이폰의 첫 등장이 그랬다. 하지만 현재의 애플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준의 혁신을 선보이기에는 기다려야 할 시간이 너무 길어 보인다.
애플이 ‘공간 컴퓨터’라는 개념으로 소개한 야심작인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가 내년초 출시된다 해도 당장 아이폰 차이나 리스크를 상쇄할 만큼 클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삼성이 주도하고 있는 폴더블폰 시장에 명향을 내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년 후인 2025년에나 출시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애플은 이를 최대한 앞당기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폰이 삼성 제품, 또는 삼성을 모방한 중국 폴더블폰보다 혁신적 제품이리란 보장은 없다.
이미 전기차에서도 한발 늦은 애플이 폴더블폰에서도 전략상이든 아니든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맞이한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애플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 차이나 리스크 후폭풍
애플은 아이폰 차이나 리스크를 맞아 이처럼 당장 뾰족한 단기적 해소책을 갖고 있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후폭풍이 우려된다.
이는 중국의 부품업체들은 물론 우리나라의 애플 협력 부품 공급사들을 망라하게 될 것이다.
배터리 공급사인 중국 CATL, 카메라를 공급하는 소니,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 등을 필두로 많은 업체들이 애플 부진시 동반 부품 공급량 감소를 겪게 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미국 기업들의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해고(레이오프)를 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5월4일 CNBC에 출연해 스티브 코바크와의 인터뷰에서 “해고는 최후의 수단”이라면서 “대규모 해고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 리스크가 중국 경제 악재와 더불어 사용금지 조치까지 더해지고 있어 확실히 위기라면 위기다. 이보다 더한 악재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 만큼 전세계적인 대규모 해고가 없다는 그의 약속이 지켜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시총 3조달러에 자극받아 자사주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이 이 주식을 계속 더 쥐고 있도록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짧은 기간에 애플의 차이나리스크와 혁신 리스크가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
한편 17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에 아이폰 15 시리즈 판매가 시작됐을 때 티몰내 공식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폰15 프로와 프로 맥스 모델은 1분 만에 매진됐다. 애플의 공식 웹사이트는 판매 시작 10분 만에 다운됐다. 판매 후 30분도 채 되지 않아 첫 출시 당일 예약이 꽉 찼다. 또 중국 최대 배달앱 플랫폼 메이퇀에서는 아이폰 15 시리즈의 매출이 예약 판매 30분 만에 2억위안(약 366억원)을 넘어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같은 날 이를 인용해 아이폰 15 시리즈가 강력한 수요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라이벌(화웨이 메이트 60 프로)의 등장으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