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서의 PI(President Identity)
요즈음 인스타그램을 하는 회장님이 적지 않아요.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CEO는 더이상 낯설지 않은데요. 국내에서는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하고 있어요. 보통 신제품 출시나 신규 프로젝트, 조직문화 등 자사와 관련된 게시물뿐 아니라 개인의 소소한 일상도 올리며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회장님의 소셜미디어는 유명인사의 계정답게 영향력이 커요. 기업의 홍보마케팅에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요. 하지만 영향력이 큰 만큼 독이 되기도 하죠. 이처럼 CEO의 소셜미디어 활동이 기업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면서 PI가 PR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PI는 President Identitiy의 약자인데요. CEO의 이미지 메이킹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하는 이미지 관리를 뜻해요.
PI=이미지 메이킹(?)
이미지 메이킹은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그러면 PI는 무엇일까요. 둘의 차이를 살펴볼게요. 이미지 메이킹은 외모, 얼굴 표정, 몸짓, 옷차림, 메이크업, 목소리, 에티켓 연출 등으로 이미지를 형성하는 방법을 다뤄요. 반면에 PI 관리는 경청, 커뮤니케이션, 설득, 토론, 네트워크 구축 등 커뮤니케이션 및 사회심리학 이론에 근간을 둔 포괄적인 전략, 전술이라고 볼 수 있어요. 다시 말해, PI는 CEO의 철학과 의지가 담긴 메시지, 대내외 활동, 추진업적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하죠.
그러면 PI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요. CEO는 기업 안팎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특별한 개인이라는 점에서 PI 구성요인*은 개인의 이미지 구성요인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보는 게 좋아요. 이를테면 PI는 CEO의 능력, CEO의 성품, CEO의 외적조건 등으로 구성돼요. CEO 능력에는 비전, 경영능력, 창의력, 조직 융화력, CEO 성품에는 청렴성, 정직성, 신뢰성, 따뜻함, 경청능력, CEO 외적조건에는 외모, 경력 및 성장배경, 유머 등이 포함되고요.
*조승호와 홍숙영(2012) CEO의 트위터 메시지와 이미지 <디지털정책연구> 10권 6호 83~92, 이경렬(2005) CEO 이미지의 브랜드적 가치에 관한 연구: CEO 이미지 구성요소 및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홍보학연구> 8궐 1호 161~191
PI 형성하는 3가지 통로
고객들은 CEO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접할까요. 최근에는 소셜미디어가 홍보마케팅의 중요한 매체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들이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CEO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미지를 형성해요. 이를 모핏(Moffit)은 텍스트적 통로로 규정해요. 즉 미디어를 통해 형성되는 이미지를 말하는데요. 여기서 미디어는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뿐 아니라 신문, 잡지, TV, 라디오 등 전통적인 미디어도 포함돼요. 이밖에도 관계적 통로와 직접 경험에 의한 통로를 통해 CEO 정보를 접할 수 있어요. 관계적 통로는 조직이나 개인적 관계 등 인적 관계에 의존해 습득되고 전파되는 정보를 말하고, 직접 경험에 의한 통로는 개인의 직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얻은 정보를 뜻해요. 이처럼 PI는 여러 채널을 통해 형성되므로 기업 차원에서는 CEO에 대한 정보가 유통되는 경로-텍스트적 통로, 관계적 통로, 직접 경험에 의한 통로-를 파악해 적절히 대응하는 게 효과적이에요.
소셜미디어에서 PI가 뜨는 이유
그렇다면 소셜미디어에서 PI가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대내외 홍보마케팅 측면에서 들여다볼게요.
요즈음 고객은 기업 공식 계정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신뢰하지 않죠. 틀에 박힌 홍보마케팅도 효과적이지 않고요. 이런 상황에서 CEO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데요. 이건 소셜미디어라는 미디어 자체가 갖는 속성에서 비롯된 거예요. 소셜미디어의 본질을 생각해 볼까요. 소셜미디어는 개인의 일상 기록, 이미지 형성 및 관리, 사회관계 형성 및 확장을 위한 미디어잖아요. 이런 맥락에서 사람과 같이 자아개념을 가진 캐릭터로 소통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이 홍보마케팅에도 더 효과적인 것이죠. 국순당 마케터의 인스타그램이나 경기도 고양시 '고양고양이'처럼 캐릭터로 소통하는 지자체 등이 비근한 예입니다. 이렇게 페르소나 마케팅이 효과적이듯 CEO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도 일반적인 PR, 마케팅 실무자 운영 계정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 뿐 아니라 홍보마케팅에도 효과적인 것이죠.
PI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마케팅에만 효과적인 건 아닙니다.
조직 내부에서도 PI는 힘을 발휘해요. 첫째, PI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경영진의 비전을 구체화하여 보여줄 수 있어요. 둘째, 스스로 기업의 비전이나 핵심가치를 실천하는 핵심 주체로서, 조직을 통합 시키고 조직에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어요. 구성원들은 조직문화의 이상에 가까이 다가가는 CEO의 실천과 노력에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조직문화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좁혀 가는 게 중요하니까요. 이를 통해 강력한 조직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겠지요.
다음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PI를 살펴보겠습니다.
CEO의 불법행위나 부적절한 처신이 소셜미디어를 시발점으로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로 확산, 재상산되어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조직 위기관리 차원에서도 PI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요. 2022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나 2018년 한진그룹 물벼락 갑질 사건, 2014년 한진그룹 땅콩회항 사건 등만 보더라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이와 반대로 CEO의 이미지가 위기 탈출에 보탬이 되기도 해요. 19대 총선 당시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는데요. 이로 인해 새누리당이 수세에 몰렸었죠. 하지만 새누리당에는 선거의 여왕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있었어요. 그녀의 후광효과를 톡톡히 본 새누리당은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에 완벽한 승리를 거뒀죠. 당시 한겨레신문은 '박근혜는 왜 선거의 여왕인가'라는 기사에서 ①박정희 시대의 향수 ②결혼하지 않은 여성 ③총탄에 부모를 잃은 불행한 가족사 등으로 인해 박근혜의 이미지가 형성됐으며, 그녀가 실제 새누리당을 쇄신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새누리당을 미래지향적 조직으로 프레이밍했다고 평한 바 있어요.
끝으로 소셜미디어 측면에서 PI를 들여다볼게요.
소셜미디어를 통한 PI는 언론 인터뷰 등 타 PR 미디어와 달리 CEO의 철학, 의견이 곡해되지 않고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요. 게다가 개인 성향에 맞게 정리하여 표현할 수도 있지요. 소셜미디어는 전통 미디어와 달리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 CEO 메시지에 대한 누리꾼들의 실시간 반응을 지켜볼 수도 있고,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도 있고요. 이를 통해 소통하는 리더십이나 친근한 혁신가의 이미지 형성 등 CEO 본인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이 글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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