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거리에 CCTV가 설치됐을 때, 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셌다.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카메라에 찍힌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CCTV는 과속 단속부터 시작해, 범죄 추적, 피해 증명에 이르기까지 사회 필수 요소다.
이제 AI가 그 바통을 이어 받아, 사회적 의제로 현실화되고 있다.
바로 AI 얼굴 인식 기술이다.
AI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알고 있다.
AI의 얼굴 인식 분야에서 가장 논쟁적인 기업은 미국 스타트업 클리어뷰AI다.
클리어뷰는 SNS와 인터넷에서 수집한 약 30억장의 인물사진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찍어 넣어도 그 사람에 대한 이력을 대부분 알 수 있다.
사실 인터넷에서 얼굴 인식의 활용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 태그를 제안하는 수준이었다.
스마트폰의 앨범 기능에서도 인물이 찍힌 사진을 따로 분류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클리어뷰의 AI는 차원이 다르다.
아동학대범과 테러범을 찾아낸 클리어뷰
지난 19년 미국 국토안보부 요원은 다량의 아동 학대 영상을 야후로부터 접수했다.
영상 속 남자 학대범은 얼굴 이미지는 흐릿했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뉴욕의 한 수사관은 학대범의 얼굴을 클리어뷰AI에 넣어보기에 이른다.
클리어뷰에서는 30억 명 이상의 얼굴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SNS를 비롯해 유튜브, 구인구직 사이트, 공공기관 등에서 수집된 이미지 속 얼굴들이다.
클리어뷰AI가 내놓은 검색 결과는 의외였다.
결과 이미지는 엑스포에 참가한 기업의 홍보 모델 사진이었다.
그러나 클리어뷰가 지목한 학대범은 모델의 뒤쪽 다른 기업 홍보 부스에 앉아 있는 남자.
수사관은 이렇게 학대범을 찾아냈다. 학대범의 집에는 희생된 아이의 사진이 있었다.
학대범은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클리어뷰는 최근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사태에서도 쓰였다.
당시 미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선거 확정을 막겠다며 국회의사당에 침입했다.
미국 수사 당국은 여기에 신속한 범인 색출을 위해 클리어뷰를 사용했다.
얼굴과 신원을 확보해 불법 점거범을 찾아낸 미국 수사 본부는 빠르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었다.
불법 점거 사건 이후, 클리어뷰의 사용률은 약 25% 증가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클리어뷰는 약 600개의 법 집행 기관과 3,100개에 달하는 기업에서 사용 중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ETRI 연구진에 따르면, AI의 얼굴 인식 정도는 약 99.85%에 달한다.
하지만 AI 역시 얼굴 데이터가 핵심.
그렇다면 전 세계인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면 인식률은 줄어들지 않을까?
아쉽지만 그렇지 않다.
A라는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라도 이미 얼굴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식 정도는 크게 차이가 없다.
ETRI 연구진은 약 3%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 얼굴 데이터는 이미 SNS 혹은 포털에 업로드된 상태다.
하다 못해 학교 홈페이지 어딘가 단체 졸업사진에도 있다.
구글도 그냥 수집하는데, 왜 우리한테만
하지만 사용 동의를 하지 않았다면 쓰지 못할 이미지가 아닐까?
이 또한 예상과 다르다.
앞서 아동 성추행범의 범인을 찾아낸 클리어뷰 역시 사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이후 동의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 링크드인, 구글 등 이미지를 수집했던 인터넷 기업은 사진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각 주에서도 얼굴 데이터 사용을 금지하는 소송이 진행됐다.
캐나다 당국은 얼굴 데이터 삭제를 명령하기도 했다.
영국과 호주에서도 서비스 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이에 클리어뷰는"우리 회사는 구글과 같은 인터넷 검색엔진이고, 공개된 자료만 수집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사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하듯, 우리도 이미지 정보를 수집할 뿐이라는 것.
결국 클리어뷰는 얼굴 인식 기술을 범죄 수사에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기대한 AI, 현실로 다가온 AI
우리는 페이스북 프로필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거나, 단체 사진에서도 거리낌 없이 다른 이를 태그했다.
카카오톡 프로필에도 얼굴 사진이 대부분이다.
결국 인터넷 어딘가는 내 얼굴 사진이 남겨져 있는 셈.
이루다의 카카오톡 대화 수집은 시작에 불과했던 것. (AI 챗봇 '이루다'가 남긴 숙제…AI 윤리 제도 개선 나선다)
전체주의 국가의 일로만 여겨졌던 기술을 통한 개인의 추적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