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바다 위 첨단 기술, 자율운항선박

운전자의 개입이나 조작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목적지까지 알아서 가는 '자율주행차량'의 시대가 열렸다. 자율주행차량은 복잡한 도로의 사정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 가운데 계속 달릴지, 아니면 멈추고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할지 안전한 판단까지 모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담당하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이다.

전 세계가 뛰어든 미래 운송체계인 자율주행차량은 나라별 특성에 맞는 환경 데이터 학습 및 소프트웨어 고도화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일례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테슬라 자동차는 현재 고속도로에서 그 유용성을 드러내고 있지만, 통행량이 많은 시내 도로에서는 아직 완벽한 주행을 실행하지 못하고 운전자가 개입해야만 한다. 현재의 수준을 완벽한 자율주행의 레벨로 올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운전 변수와 각종 데이터 수집이 되어야 하며 자율주행에 따른 도로교통법 개정과 사전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차량은 반드시 정부와 기업이 함께 협력하여 개발되어야만 한다.

이 뿐만 아니다. 자율운항선박(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MASS) 기술개발에도 정부와 기업의 협업이 필요하다. 한국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빅 3사를 필두로 한 세계 최강의 조선업 국가이다. 만약 전통적으로 강력한 산업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센서 등 다양한 4차 산업의 기술을 융합하여 '자율운항선박'으로 진화해 나간다면 국내 조선업은 현재 지위를 유지하며 누구도 넘보지 못할 선박 산업의 메카가 될 것이다. 3사는 현재 각 사의 전체 예산의 0.7%를 자율운항선박에 투자중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하여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에서 이 자율운항 선박을 위한 통합사업단을 꾸렸고, 2025년까지 1,6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동시에 경상남도 해역을 무인선박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하여 세계 무인선박 시장을 선점하고 실증센터와 관제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자율운항선박은 자율주행차량과 마찬가지로 배가 스스로 최적 항로를 설정하고, 자신이 어떻게 하면 나아갈지 결정한다. 자율운항시스템 기술은 세부적으로 다중 센서 인지 기술, 위험 회피 및 최적 대응 방안 판단기술, 최적 항로 및 운용 상태를 계산하고 제어를 위한 통합 제어 기술을 포함한다. 이러한 기술 외에도 항로교환정보통신, 선박 사이의 운항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데이터 교환 시스템 네트워크, 선박과 육상 간 안전하고 신뢰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선박 장비 사이버 보안 기술 등등의 원격관제기술과 해상연결성 기술이 함께 개발되기에 육상 인프라, 해상 선박 간 원활한 통신이 가능하다.

현재도 정해진 항로를 따라 자동으로 나아가는 기능을 탑재한 배가 있지만, 인간이 정해준 항로를 따라갈 뿐,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며 배 스스로 항로를 변경하기도 어렵다. 중심만 자동으로 잡고 나아갈 뿐, 사람이 옆에서 지켜보며 수시로 설정을 변경해 주어야만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자율운항 선박은 파고의 높이, 태풍의 유무, 다른 선박들의 정보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기에 조타수의 할 일이 거의 사라진다.

게다가 자율주행차량보다도 빠른 실용화를 기대할 수 있다. 바다는 도로와 달리 주변 장애물이 거의 없고, 배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아 연산장치의 부담도 적다. 대신 바다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하여 암초나 조수간만의 차, 해류의 움직임 탐색기 등 별도 기술 개발에 신경 써야 한다. 게다가 파도에 의해 선체가 사방으로 흔들리기에 카메라 같은 '눈' 역할의 센서들이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오류를 줄여주기 위해 배의 움직임을 계산하여 보정해주는 기술이 추가로 필요하다.

자율운항선박은 소규모의 배일 경우 무인 선박이 가능하며, 대형일 경우 사람의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대다수의 해운사가 선원을 구하지 못하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러한 인건비 절감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효율적인 운항이 가능하기에 선박의 연료 효율성을 높여 줄일 수 있다. 선박 운용 비용 중 인력과 연료비는 8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은 4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해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실제로 운항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롤스로이스와 핀란드의 선박 운항 업체인 핀페리가 공동 개발한 세계 첫 완전 자율운항 여객선 '팔코(Falco)'는 승객 80여 명을 태워 핀란드파르가스항을 출발해 나구항까지 시험 운항에 나섰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팔코는 주변의 선박을 탐지하고 날씨 등 주변의 환경을 인식해 스스로 항로를 우회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팔코는 순수하게 전기모터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배출제로'의 친환경 선박이기도 하다.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대기질의 개선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완전 자율운항 기능을 갖춘 팔코를 곧 상용화할 계획이다.

같은 시기, 노르웨이의 농화학 약품 물류 업체인 야사인터내셔널과 선박업체인 콩스베르그는 길이 80m, 폭 14.8m 크기의 세계 첫 완전 자율운항 무인 화물선인 '야라 버클랜드'를 선보였다. 사람을 쓰지 않고 최적의 항로로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이 무인 화물선은 선박의 운용비용 절감 효과가 60~90%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야라 버클랜드 또한 상용화를 앞두고 건조 중이다. 이처럼 자율운항선박들이 차례로 상용화됨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는 최근 공해상의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규제 마련을 시작하기도 했다.

자율운항 선박이 선박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현저하게 줄이고 인류의 시간과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통합사업단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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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님은 젊은 연구자들의 지식커뮤니티 ‘오베이션’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위인터랙트’의 대표입니다. 보다 자유로운 과학기술 지식정보의 공유와 활용을 위한 오픈사이언스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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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오베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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