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세탁기는 어떻게 작동될까…NASA 인턴들의 우주세탁기 설계 기술 만발

인간의 우주여행에는 아직 ‘빨래’라는 개념이 없다. 우주 비행사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갈 때 2개의 작은 옷가방만 갖고 탑승하는데 때로는 1주일까지 같은 속옷을 입기도 한다. 그리고 이 입은 옷들은 세탁되지 못하고 우주선에 실려 지구 대기권으로 보내진 후 소각된다. (ISS에 거주하는 우주비행사 1명에게 운반되는 옷만 1년에 73kg에 이른다고 한다.)

세탁기와 세제로 옷을 빨아입는 지구의 우리에게는 역겹게 들릴 수 있지만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은 이런 일까지 견뎌야 할 정도로 결코 쉽지 않다.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 글렌 연구 센터(NASA Glenn Research Center)가 세 번째로 개최한 올해 여름 인턴들 대상 행사는 ‘우주적 세탁기 디자인’ 챌린지(경연대회)였다. 행사는 참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보물 창고와도 같은 것이었다.

▲미항공우주국(NASA) 글렌 연구센터 여름 인턴들이 우주세탁기 디자인 경진대회에서 실행가능한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우주세탁기 안에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배경으로 한 챌린지 디자인. 오른쪽에 ‘우주세탁기’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NASA)

나사 글렌연구센터 여름 인턴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하는 우주비행사들의 악취나는 속옷 세탁 문제 해결을 위한 가능한 방법들을 시도했다.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6개팀이 각각 멘토 지도하에 우주세탁기 개발을 위한 개념적인 구성품 설계 챌린지를 가졌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우주정거장에서 테스트돼 향후 장기 임무에 사용될 우주세탁기 제작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나사는 우주세탁기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개 인턴 팀은 챌린지 마지막 날 NASA 심사위원들에게 이 개념을 발표했다.

영화 ‘마션(2015)’을 본 사람들은 주인공 맷 데이먼이 구조된 후 선내에 합류해 우주복을 벗자 동료들이 “휴 냄새~”하면서 낄낄대던 모습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조만간 ISS는 물론 가는 데만 평균 6개월 이상 걸리는 화성여행 우주비행사들의 세탁물 처리 방식에 혁명을 일으킬 세탁기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미 지난 6월 비누로 유명한 프록터앤갬블(P&G)이 NASA와 제휴해 우주용 세탁비누 연구를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우주 세탁기 없이는 우주용 세탁비누도 그리 큰 소용이나 효용이 없을 것 같다.

▲일본 항공우주항공연구 개발기구(JAXA)의 우주 비행사 와카타 고이치가 ISS의 러닝머신에서 운동하고 있다. 우주인들은 근육과 골격 약화 등을 막기 위해 우주에서 운동을 해야 하므로 이들의 옷은 땀 등으로 더러워진다. (사진=NASA)

인턴들은 비용, 공간 및 자원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약어까지 만드는 재치를 발휘했다. NASA 홈페이지에 소개된 이들의 기발한 우주세탁기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빨래 휘저어 세탁력 높이는 회전 하드웨어-‘슬러시(SLUSH)’

‘휘젓는 롤러 팀(Agitation Rollers Team)’은 슬러시(SLUSH), 즉 ‘더러움을 없애는 스크루(나사)같은 회전 하드웨어(Screw-Like Undirtying Spinning Hardware)’의 약어로 구성된 세탁기를 만들었다.

이 팀은 스프링이 달린 코르크 나사 장치를 설계해 미세 중력 속에서 더러운 옷을 회전시키고 던지도록 한 세탁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들은 가장 유용하고 인상적인 디자인 비주얼로 최우수 디자인상(Best Design Award)과 이미지상(Imagery Award)을 받았다. 푸에르토리코 폴리테크닉대 기계공학과 4학년생인 팀원 모랄레스는 어릴 적 즐겨 먹었던 피자 가게의 슬러시 기계에 대한 몽상을 하면서 세탁기 설계의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NASA 글렌연구센터 인턴들이 여름 디자인 챌린지 기간 동안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옷을 세탁하는 방법을 궁리했다. 사진은 세탁물을 휘저어 세탁력 높이는 회전 하드웨어 ‘슬러시(SLUSH)’ 디자인이다. 슬러시 음료 기계에서 설계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사진=NASA)

세탁한 빨래 건조해 주는 기계-‘드럼(DRUM)’

‘더러운 물 제거 롤러스(Dirty Water Removal Rollers)’팀은 드럼(DRUM), 즉 ‘초간편 건조 롤러 기계(Drying Roller Ultra-Convenient Machine)’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팀은 세탁된 옷의 과도한 물을 짜내기 위해 자석과 모세관 작용을 사용하는 롤러를 고안했다. 그들은 가장 창의력을 발휘한 공로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우주 세탁기 제어용 마이크로컨트롤러-‘아두와셔스(ArduWashers)’

컨트롤 시스템즈 팀(Control Systems Team)은 아두와셔스(Ardu Washers)란 이름의 우주세탁기 제어용 아두이노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만들었다. 이 팀은 일부 인공위성에서 발견되는 코딩 하드웨어인 아두이노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사용해 (우주 세탁기)제어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들은 가장 사실적이고 완전하게 디자인된 컨셉으로 제작 준비상(Ready for Production award)을 수상했다.

세탁기에 물 방출해 빨래 적시는 시스템-‘글렌(G.L.E.N.)’

소킹 롤러스 팀(Soaking Rollers Team)은 글렌, 즉 ‘우주비행사용 은하 세탁장비((Galactic Laundry Equipment for AstroNauts)’란 의미의 재미있는 약자로 된 세탁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팀은 우주 세탁기에 물을 방출하는 튜브와 옷을 적시기 위한 연결 메커니즘을 디자인했다. 그들은 최고의 발표 능력으로 발표자상(Speakers Bureau Award)을 수상했다.

세탁하고 난 더러운 물 짜내주는 장치-‘WCU(Water Collection Unit)’

더러운 물 짜기 팀(Dirty Water Squeegee Team)은 말 그대로 ‘물 수거장치(WCU·Water Collection Unit) 아이디어를 고안해 제출했다.

네오넬라 보베츠, 헌터 렘, 빅토리아 블랑, 그리고 멘토 대니얼 고티는 진공 동력을 사용, 물을 삼각형으로 된 수집실로 빨아들이는 갈라진 유리창닦는 고무 청소기 모양으로 된 한쌍의 롤러를 디자인했다. 그들은 재료를 가장 잘 사용한 스마트 쇼핑객(Smart Shopper Award) 상을 수상했다.

무중력에서 세척 및 소독 기능 장치-‘와싱(WASHING)’ 머신

소독 및 탈취 팀(Disinfecting and Deodorizing Team)은 ‘워싱 머신(WASHING Machine·세탁기)’이란 이름의 기계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약자 이름((WASHING Machine)의 일부인 ‘세탁(WASHING)’은 재미있게도 ‘무중력 거주지 세탁과 소독(Wash And Sanitizing Habitat In No Gravity)’을 뜻한다.

이 팀은 이산화 티타늄 코팅, 자외선, 오존 가스를 통합해 빨래를 소독하는 방(챔버)을 만들었다. 그들은 최고의 약자 작명자에게 수여되는 A.C.E.S. 상(A.C.E.S. Award)을 받았다.

자문을 맡은 낸시 홀 NASA 유체물리학 전문가는 인턴들의 아이디어가 우주로 발사될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세탁기 디자인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학생들은 매우 창의적이다. 그들은 우리가 보는 한계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NASA는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우주 챌린지 행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으로 불리는 이공계 분야의 젊은 인재들이 모든 과학과 공학 아이디어로 우주로 다가가도록 고무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출범을 둘러싼 갈등과 잡음을 지켜봐야 하는 우리로선 그저 그저 부러울 뿐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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