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벌이는 색다른 5G 인터넷 전쟁… 스페이스X vs. 디시네트워크


북미에서의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서비스 속도(왼쪽)와 유선광대역통신 서비스 속도 비교.(자료=우클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인공위성 인터넷 사업 패권을 놓고 우주와 지상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스페이스X가 쏜 스타링크 위성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5G 12G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문제다. 상대는 미국의 억만장자 사업가들을 포함한 경쟁자들이다.

싸움은 두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축은 스페이스X가 이 주파수를 이용한 서비스를 하면서 우주에서는 신규 진출하는 미국 경쟁사들과 맞닥뜨리게 될 우주전이다. 다른 한 축은 지구상에서서 12GHz 5G통신을 이용한 Ku 마이크로파 대역 주파수(12.2G~12.7GHz)를 사용이 스페이스X 스타링크 서비스를 약화시킨다며 공방을 벌이는 지상전이다.

사실 Ku 대역은 주로 다양한 위성 방송, 라이브 피드, 국제우주정거장(ISS) 추적 및 군사 정찰 드론에 가볍게 사용되는 많은 대역폭이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도 이 주파수를 함께 사용한다.(스타링크가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은 10.70~12.70GHz, 13.85~14.50GHz, 17.80~18.60GHz, 18.80~19.30GHz, 27.50~29.10GHz, 29.50~30.00GHz, 37.50~42.50GHz, 47.20~50.20GHz, 50.40~51.40GHz다)

게다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싸움이 흥미로운 것은 일론 머스크와 마이클 델, 찰리 에르겐 등 지구상의 유명한 IT 방송 통신업계 억만장자들이 관련돼 지금까지 무려 5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와 겨룰 미국의 우주 위성인터넷 경쟁자로는 아마존,비아샛이 떠오르고 있다. 지구상에서는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가 있다. 이 회사는 5G를 이용한 무선통신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미연방통신위(FCC)를 상대로 한 설득전에 나서고 있는데 이 서비스가 스페이스X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우주와 지상에서 벌어지는 5G통신 12GHz 주파수를 둘러싼 전쟁의 최종 승리자는 누가 될까.

스페이스X와 우주 인터넷 전쟁 경쟁자 아마존, 비아샛

아마존은 카이퍼 프로젝트를 통해 스페이스X 스타링크와 경쟁하게 된다. (사진=아마존)
아마존은 카이퍼 프로젝트에 의한 우주인터넷 계획. (사진=아마존)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의 다운로드 속도는 주요 도시 지역의 최고속도 광케이블 서비스나 미국에서 가장 빠른 모바일 5G 통신사만큼 빠르지는 않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속도 분석회사 우클라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는 빠른 인터넷은커녕 인터넷 접속을 꿈도 꾸지 못하는 산간 벽오지 사용자들에게는 꿈과 같은 획기적 서비스다.

물론 스타링크 서비스는 저렴하지 않다. 599달러(약 79만원)짜리 위성수신접시를 구입해 설치한 후 매달 110달러(약 14만5000원)를 내야 할 정도다. 지난 5월 스페이스X는 미국 스타링크 서비스 사용자들을 위해 휴대성 기능을 추가했다. 이 기능은 고객들이 매달 25달러(약 3만3000원)를 더 내면 그들의 위성수신 접시 안테나를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스페이스X의 우주 저궤도 인공위성 기반 지구상 벽오지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 미국 내에서도 경쟁자가 등장했다.

인터넷 서비스 속도 분석회사 우클라는 “지난 1년 동안 계속해서 보아왔듯이,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LEOs)은 고속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했을 수 있는 시골 지역의 소비자들에게 삶을 바꾸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그러나 더많은 회사들이 스타링크와 경쟁하고 자체 저궤도인터넷위성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한다. 여기엔 최근 FCC의 자체 위성 서비스 테스트 허가를 받고 올해 말 발사 예정인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 그리고 내년까지 인마샛과 합병해 새로운 인터넷위성군 서비스를 출시할 비아샛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한편 우클라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는 현재 미국에서 약 90.55 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제공한다. 우클라는 미국의 올해 1분기 중앙값 다운링크 속도가 65.72Mbps에서 38%나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국가에서 가장 빠른 위성 기반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를 제공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스타링크가 호주에서 124.31Mbps, 멕시코에서 105.91Mbps,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유럽 국가에서 100Mbps 이상의 중간 다운링크 전송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특히 이 서비스는 도시 사용자들보다는 시골 오지 사용자들을 위해 고안됐다. 따라서 스타링크는 시골 사용자들이 일반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스트리밍, 게임 및 기타 작업에 충분한 속도를 제공해야 한다. 스페이스X는 여전히 서비스가 돌발적으로 끊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빼놓지 않고 있다.

이달 7일 53개의 새로운 스타링크 위성이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발사돼 스페이스X가 현재 궤도에 있는 2500개 이상의 위성군에 추가됐다.

스페이스X와 디시네트워크와의 지구상 갈등 시발점

스페이스 X는 디시네트워크의 무선통신서비스 사업 계획이 자사서비스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얼마전 12GHz 주파수로 TV를 전송하는 미국의 양대 인공위성 TV 방송 업체 중 하나인 찰리 에르겐의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 Corp.)가 5G 무선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 주파수에서 신호 음량을 늘릴 계획을 세웠다. 이것이 스페이스X의 신경을 건드린 것이다. 이 회사의 찰리 에르겐 회장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미국의 위성방송 TV 서비스 디시네트워크(이전 에코스타) 공동창업자인 억만장자 사업가다. IPTV 서비스인 슬링 TV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디시 네트워크의 이 사업은 우리나라 삼성전자와도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3일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 디시 네트워크의 대규모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되며 앞선 5G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주는 삼성전자의 미국내 5G 통신장비 공급 중 역대 두 번째 규모이다. 삼성전자는 디시 네트워크의 미국 5G 전국망 구축을 위한 ▲5G 가상화 기지국(virtualized Radio Access Network, vRAN) ▲다중 입출력 기지국(Massive MIMO radio)을 포함한 라디오 제품 등 다양한 통신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1980년 위성TV 서비스 기업으로 설립된 디시 네트워크는 2020년 미국 전국 무선통신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라이선스를 확보해 이동 통신 시장에 진출했으며, 5G 전국망 구축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디시네트워크의 움직임에 대해 일론 머스크 측에서 “이 조치가 자사 스타링크 인공위성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고, 찰리 에르겐 회장의 디시네트워크 엔지니어들은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발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스페이스X는 12GHz 주파수의 5G 지상 네트워크는 대부분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연결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비드 골드먼 스페이스X 위성 정책 수석 이사는 지난달 21일 FCC에 보낸 편지에서 디쉬 네트워크의 5G 주파수 방송 서비스 시 간섭에 대한 연구 내용을 쓰고 있는데 이 회사의 5G 네트워크가 자사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 시간의 74%를 중단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어떤 합리적인 엔지니어도 그들이 정직한 간섭 분석을 나타낸다고 믿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거의 9만6000명에 이르는 스타링크 사용자들이 디시 네트워크의 5G망 서비스 계획 승인을 담당하는 FCC에 항의하는 온라인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에 디시 네트워크는 이달초 스페이스X가 FCC에 제출한 최근의 서류가 부정확하다고 주장하며 반격을 가했다. 디시 네트워크는 “공개 의견 및 답변 의견 처리 기간 동안 어떠한 전문가의 기술 의견도 제출하지 못한 스타링크가 이제서야 기술적 분석을 가장한 자체 제작한 정치 문서를 제출했다”고 꼬집었다.

디쉬와 다른 12GHz 5G 연합의 구성원들이 이에 반응해 “독립적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스페이스X가 제출한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결함이 있다”고 말했다. 12GHz 5G 연합은 스타링크의 연구가 디시 네트워크 최초의 5G 통신 서비스지역인 라스 베가스 지역에서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 도출한 결과만 가지고 전국적인 결과를 추정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시뮬레이션 대상지역인 라스 베이거스에서의 5G/위성의 공존이 전국 평균의 10배 가까이 불리하다고 말한다. 이 그룹은 또한 “스페이스X는 디시 네트워크가 미국 전역의 5G 네트워크를 달성하기 위해 배치하게 될 5G 기지국의 수를 엄청나게 과장한다”고 주장한다.

스페이스X로선 만에 하나라도 디쉬네트워크의 서비스로 자사 스타링크 서비스 먹통이 생긴다면 승승장구하는 이 첨단 사업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 입장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디시 네트워크가 상당한 양의 12GHz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어느 시점에 이 주파수를 계획된 5G 네트워크에 추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스페이스X와 위성TV인 다이렉TV를 갖고 있는 AT&T까지 가세해 FCC의 추가 허용 조치에 단호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이 주파수 대역에서의 5G 운영이 기존 12GHz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AT&T의 다이렉TV도 스페이스X 스타링크 서비스처럼 12GHz 대역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가 자신의 적들을 싸잡아 “매우 음습하고 비윤리적”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하자 디시 네트워크 측도 대역폭 개방에 대해 “허술하고” “억지”라고 반격하면서 미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

마이클 델 델컴퓨터 창업자는 자신의 개인 투자 회사가 디쉬 네트워크에 투자한 만큼 엉겁결에 디쉬 네트워크 편에 서서 주파수 갈등을 둘러싼 전쟁에 끼어들게 됐다. 의심할 여지 없이, 디시 네트워크와 스페이스X의 이 으르렁거리는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국제적 관심사가 된 우주 인터넷 서비스 주파수 갈등

인공위성 주파수 대역은 ITU를 통해 할당된다. (사진=ITU)

스페이스X와 디시네트워크 간 12GHz의 주파수대역 싸움은 미국 내에서, 그리고 디시 네트워크의 미국내 위성방송 서비스에 집중돼 있지만 위성 주파수 할당은 특별하다. 이는 1967년 UN의 외우주조약에 따라 국제통신연합(ITU)에 의해 할당된다.

Ku 대역은 12~18GHz 범위의 주파수로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의해 지역별로 다른 여러 세그먼트로 분할된다. 지난 2002년 주파수 공유에 대해 집필한 플럼 컨설팅의 셀추크 키르타이는 “우주는 국제적인 차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의 규제 기관인 오프콤은 12GHz주파수의 미국 할당량의 진전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독일 통신망 당국은 내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ITU 세계무선통신회의에서 12.2GHz에서 12.7GHz까지의 주파수 범위에 대해 논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위성 업계 관측통들은 이를 지켜보라고 말한다. 해즐릿은 “미국의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전 세계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스페이스X의 우주 인터넷 서비스

벽지에 설치된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서비스 수신 접시 안테나. (사진=스페이스X)

억만장자이자 스페이스X의 소유자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 5월 중순 FCC에 스타링크가 전 세계적으로 4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성 서비스는 현재 전 세계 36개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아프리카, 아시아, 그리고 중동의 새로운 국가를 추가할 계획이다.

최근 스페이스X는 미국에서 다음을 내다보는 더 큰 행보를 하고 있고 이를 전세계로 확산하려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FCC는 스페이스X가 많은 유형의 이동 차량에서 스타링크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FCC는 승인서에서 “스페이스X의 위성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종류의 단말기를 승인하면 이동 중에 RV를 운전하거나, 유럽에서 미국 항구로 화물선을 이동하거나, 국내 또는 국제선을 이용하는 동안 연결성이 필요한 늘어나는 사용자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광대역 기능의 범위가 확장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고급 요트에서 석유 시추선에 이르기까지모든 배들을 위한 해양 옵션을 추가해 현재 미국, 호주 및 유럽 연안 수역에서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다.

이 위성 링크는 심한 바다와 폭우에도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파도의 소금물에 견디도록 만들어진 투박한 두 대의 단말기를 1만달러를 내고 사용할 수 있다. 서비스 자체는 한 달에 5000달러가 든다.

지난 4월 하와이 항공은 스타링크의 인터넷을 비행기에서 사용하는 것에 서명한 최초의 미국 주요 항공사가 됐다. 몇몇 다른 미국 항공사들도 이 서비스를 시험해 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제 이동 중인 차량과 선박을 위해 추가 서비스를 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이스X는 자사 홈페이지 자주받는 질문과 답(FAQ)에서 “추가 위성 발사를 통해 스타링크 위성 별자리를 확장함으로써 스타링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5G 12GHz 사용을 둘러싼 갈등의 향배는

스페이스X는 첫 위성 발사 3년만에 그 현실성을 입증했다. (사진=스페이스X)

스페이스X는 수천 기의 새로운 인터넷 위성을 발사했다. 디시네트워크는 새로운 5G 통신 서비스로의 이동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둘 다 간섭을 원하지 않는다.

이 논쟁을 추적중인 뉴스 웹사이트인 라이트 리딩의 마이크 데이노 편집국장은 “여기서는 합법적으로 중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적 압력, 사업적 압력, 금전적 압력이다”라고 말한다. 즉 “FCC 엔지니어가 이에 대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따라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창출되거나 파괴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0년간 100건 이상의 주파수 대역폭 경매에서 약 2,800억 달러(약 369조원))의 순익을 얻었다. 스페이스X와 디시 네트워크가 이 주파수 경매에서 합법적으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한 만큼 서로가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FCC가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한편으로는 현재 정치적으로 임명된 FCC 위원들은 4명으로서 정당 노선에 따라 2대 2로 나뉘면서 논란 많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물론 어떻게든 결말이 나고 희비가 갈릴 것이다.

스페이스X가 2019년 첫 우주 인터넷 위성을 발사한 지 3년 만에 꿈이 현실로 이어지면서 이 황금알 비즈니스를 둘러싼 경쟁과 견제도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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