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새벽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가운데 하늘에서 제공되는 2가지 첨단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다. 러시아가 대량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기관 등에 분산서비스(디도스) 공격을 퍼부었는데 이로 인해 마비된 우크라이나의 인터넷을 대신할 해법인 셈이다. 두 번째는 러시아군의 이동 경로를 밤낮 상관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알게 해 줄 합성개구 레이더(SAR) 위성 지도 데이터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과 이 나라의 한 기업인이 요청하면서 주목받은 최첨단 기술과전쟁의 상관관계가 흥미롭다. 더버지, 아스테크니카,페이로드를 통해 이에 대해 알아봤다.
머스크가 약속한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수신 단말기 도착
전쟁 발발 사흘 만인 지난 26일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세계에 긴급히 원조요청을 하며 시급성과 중요성을 일깨운 것은 역시 인터넷 통신 연결이었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부총리는 일론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에게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인터넷 위성 수신기(접시 안테나형 개인 기지국)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지난 26일 머스크 CEO에게 보낸 트윗에서 “일론 머스크, 당신이 화성을 식민지로 만들려고 하는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고 노력한다! 당신의 로켓이 성공적으로 우주에서 착륙하는 동안 러시아의 로켓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공격한다! 우리는 당신이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기지국을 제공하고 제정신인 러시아인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스타링크 서비스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더 많은 (스타링크 인터넷 위성 수신용) 단말기가 가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페도로프 부총리의 트윗에 “스타링크가 여기 있다. 고맙다, 일론 머스크”라며 스타링크 위성수신기로 가득찬 트럭 사진을 첨부해 올렸다.
그러자 머스크가 “천만에요(You are most welcome)”라고 답하면서 약속이 이뤄졌음을 보여주었다.
우크라이나인들, 스타링크 위성 어떻게 사용되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시스템에 접속해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스페이스X사가 고객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사용자용 단말기, 즉 납작한 흰색 접시 안테나 기지국이 있어야 한다.
하늘이 선명하게 보이면 위성수신 접시 안테나들은 머리 위에서 작동 중인 어떤 스타링크 인터넷 위성과도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로 보내진 위성수신 단말기들이 이를 위해 사용되겠지만 사진상으로는 얼마나 많은 위성통신 단말기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위성 인터넷을 작동시키는 대부분의 기반시설(위성)은 우주에 존재하지만, 지상에도 여전히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되려면 스타링크 위성이 지구상에 있는 광케이블과 연결된 유선 지상기지국 게이트웨이와 통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CNBC 보도에 따르면 스타링크와 같은 위성 인터넷에도 (유선 인터넷 망처럼) 기술적인 문제나 사이버 공격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또다른 인터넷 서비스 회사(ISP)는 자사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야심찬 우주인터넷 구상인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수만 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그 아래 지구에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전세계 일부 국가에 한정 서비스되고 있다.
지금까지 스페이스X는 지구 저궤도에 쏘아올린 인터넷 위성 가운데 거의 2000개의 위성을 활성화 시켰다. 지난 1월 스페이스X는 실시간 발사 스트리밍을 통해 자사 서비스 사용자가 14만5000명이라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는 2월 트윗에서 스페이스X가 25만대 이상의 사용자 위성수신 단말기를 생산 중이라고 암시했다.
더버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사용자가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진을 찍어 올리긴 했지만 위성 수신 접시 안테나가 정확히 어떻게 사용되거나 배포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성인터넷 안테나는 방해받지 않고 하늘에 떠있는 스타링크 통신 위성에 접근해야 하는데 이는 전쟁 지역에서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페이스X의 지상 기지국 게이트웨이들의 위치도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소셜뉴스사이트 레딧의 인터넷 수사대는 우크라이나 서쪽 접경 국가인 폴란드 등에서 일부 게이트웨이를 발견했다.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 주문이 지난 1년 동안 많은 고객들에게 지연 제공되고 있음에도 스타링크 서브레딧의 일부 회원들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 오래 기다릴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개인 스타링크 위성수신 단말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이러한 호의적 제스처가 얼마나 실용적일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기꺼이 함께 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사례다.
우주에서 촬영한 위성지도가 필요하다
위성 지도는 병력 이동, 새로운 영토로의 침입, 중요 인프라의 연속성 또는 파괴, 실향민과 난민의 흐름, 인접국 및 그 밖의 지역의 군비의 증강 여부, 상업용 선박 및 여객기의 운항 여부 등을 보여준다.
특히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은 겨울 날씨 상황, 구름 정도, 지상 수준의 변화를 꿰뚫고 촬영하는 것도 문제없어 날로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또한 스파이어 위성의 무선 주파수 센서는 해양 선박의 움직임과 항공 교통 흐름을 보여준다. 구글 지도의 GPS 데이터는 키예프와 러시아 군용 차량 이동, 그리고 대피하는 민간인들과 일치하는 교통 체증까지 보여주었다.
우크라이나 기업인인 맥스 폴리아코프는 지난 28일 저녁 20분 동안 기자들과 줌으로 화상통화로 고국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신의 시계를 힘주어 가리키며 “한 시간 안에 키예프에 대한 공격이 다시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데이터’는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중인 상업 지도 위성이 실시간 촬영한 지도를 지칭한 것이었다.
폴랴코프는 이 위성 운영자들, 주로 정부와 개인 고객에게 데이터를 판매하는 서구에 기반을 둔 회사들에 자신의 회사 중 하나인 ‘EOS 데이터 어낼리틱스’(EOS Data Analytics)와 (위성지도)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할 것을 호소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회사 EOS가 우크라이나 상공을 통과하는 이 데이터를 긴급히 처리하고 기본적인 분석을 해 이 정보를 우크라이나 국방서비스부와 디지털 혁신부에 전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랴코프는 “EOS는 18종의 러시아 군용 차량을 빠르게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금 당장 우리는 이 정보를 가질 필요가 있다. 매일 밤 우리는 폭격을 받았고, 밤에는 눈이 멀었다. 우리에게 이 자료를 필요하다.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상용 위성 운영 기업들이 고해상도 위성사진 제공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를 공공 도메인에 공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랴코프는 그러한 지도공개가 인상적이긴 했지만 “이 자료는 종종 2~3일 된 것이다. 우리는 이틀 전 러시아 탱크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인기를 끌고 있는 합성 개구 레이더 (SAR) 위성에서 나오는 특별한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즉, 수동형 광학 위성이 빛의 스펙트럼에서 가시광선, 근적외선, 단파 적외선 부분의 데이터만을 수집한다. SAR 위성은 이와 달리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리고 나서 이들은 지구 표면에서 반사된 에너지를 기록한다.
반면 앞서 언급된 대로 SAR 위성의 가장 큰 장점은 밤의 어둠속에서도, 그리고 구름까지 통과하면서 지상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랴코프는 SAR 위성 데이터가 밤에 러시아군과 차량 이동을, 낮에는 우크라이나 상공의 약 80%를 덮고 있는 구름 아래 러시아군의 동향 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가 무료로 고급 위성 지도를 제공해 달라고 호소하는 대상 업체는 플래닛 랩스, 맥사테크놀로지, 에어버스, SI이미징 서비스, 스페이스뷰, 블랙스카이, 아이스아이, 카펠라 등의 회사다.
미국가정찰청(U.S. 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은 위성지도 회사 맥사테크놀로지에 연간 3억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통해 위성지도 데이터를 제공받는다.
폴랴코프는 기자들과의 줌 화상 통화에서 자신이 “공격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44세의 기업가는 미국 규제당국과의 관계가 변화무쌍했으며, 최근 (그리고 일부 관찰자들이 보기에) 부당하게 미국발사업체 파이어플라이에 대한 지배지분을 매각하도록 강요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조국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한 열정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상업 위성 지도 회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당장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은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위성사진이 군대 이동, 이웃 국가들의 군비 확장, 난민들의 흐름 등에 대한 오픈 소스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첫 번째 주요 전쟁이라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이러한 데이터는 독점적이었으며 주로 소수의 국가에서 주로 수집됐다.
이렇게 강력하고 널리 이용 가능한 기술이지만 아직까지도 전쟁 영역에서의 역할은 정의되지 않았다.
위성지도 회사들이 국제분쟁 시 어느 한편을 도와 원시 데이터를 상업적 회사에 기꺼이 넘길 의향이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곧 결과가 알려지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것이 전 세계에 주는 영향은 위성 원격 탐사(리모트센싱)가 어떻게 미디어의 현지 소식 전달을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이에따라 점점더 많은 뉴스미디어, 분석가, 아마추어 인터넷 수색대 등이 위성 사진에 접근해 SNS 게시물, 현장 보도,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입소문 소식을 보완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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