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륜 월면차 비켜라, 달 탐사 오토바이가 나가신다.’
독일 드레스덴에 본사를 둔 오토바이 싱크탱크 후키(Hookie)가 최근 달 오토바이 컨셉 모델을 발표하면서 오는 2024년 아르테미스호에 실려 달 탐사에 참여하게 될지에 이목이 쏠린다.
이 달 탐사용 오토바이는 당연히 달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후키가 제작한 달탐사 오토바이 컨셉 모델 시제품의 이름은 ‘타디그레이드’(Tardigrade)다. 극한 조건에서도 생존하는 생명체로 물곰(water bear)으로도 불리는 이 생명체에서 영감을 받았기에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타디그레이드의 크기는 유체가 0.05mm, 성체가 1.5mm에 불과해 현미경으로 봐야 할 정도다. 절대영도(-273℃), 끓는 물 온도보다 높은 151℃에서도 살 수 있고, 치명적인 농도의 방사성 물질 1000배에 달하는 양에 노출돼도 생존한다. 2007년 9월 유럽우주국(ESA) 무인우주선 포톤-M3호에 함께 실려 진공상태의 우주공간에서 10일간 머문 바 있다. 2011년 5월 16일 마지막 비행을 떠난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에 동승해 타디그레이드의 생존메커니즘 연구를 통한 인류 생존 연장 등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 화제가 됐다.
흥미롭게도 미항공우주국(NASA)은 이미 지난 1969년에 달 오토바이를 실제로 우주비행사들을 대상으로 시험해 본 적이 있고 최근에는 그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만큼 오는 2024년 달에 다시밟는 미국이 실용적인 달 오토바이를 가져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971년 NASA가 인류 최초로 달에서 사용했던 4륜 월면차(Lunar Roving Vehicle)와 타디그레이드를 비교해 본다. 과연 NASA가 이 우주 오토바이를 달에 가져갈 것인가.
후키의 우주 오토바이 ‘타디그레이드’ 시제품은 무엇보다도 전통적 4륜 월면차보다 훨씬 가볍다. 이는 우주로 발사하는 데 있어 훨씬 더 비용 효율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최초의 달 탐사 월면차 운행은 50년 전인 1971년 7월 31일 아폴로 15호의 데이브 스콧과 짐 어윈이 월면차로 3시간 동안 달표면을 돌아다닌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다시 달로 가려 하고 있고 화성 탐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제2의 우주시대에 탑재물의 무게는 중요하다. 타디그레이드는 전기 오토바이는 무게를 줄일 뿐만 아니라 달 착륙선이 이들을 달 표면으로 운반할 때 필요한 크기를 크게 줄이거나 4륜 월면차와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로버 모터사이클을 실을 수 있게 해 준다.
니코 뮐러 후키 공동 창업자는 “월면차 한 대 실을 공간이면 타디그레이드 3~4대를 실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기술로 달과 그 너머로 1kg의 탑재체를 운송하는 데는 2720달러(약 319만원)라는 비용이 든다. 당연히 비용효율적 탐사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된다.
후키는 경량 소재를 사용하고 두개의 바퀴를 덜어냄으로써 무게가 308파운드(140kg)인 달 탐사용 전자 오토바이를 설계했다. 이는 지난 1971~1972년에 아폴로 15,16,17호에 사용됐던 월면차무게 210kg보다 훨씬 가볍다.
니코 뮐러에 따르면 이 달 오토바이 디자인 과정에서는 엄격한 독일 튀프(TUV) 기술 검사를 통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가능성들이 열려 있었다. 그는 “TUV 인증이 필요없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단순한 기능성, 재료, 무게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니코 뮐러는 “타디그레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듀퐁, 케블라, 케이크와 같은 브랜드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디자인 과정에서의 목표는 모든 세부사항의 확실성(진정성)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달 탐사용 오토바이는 러시아 예술가 앤드류 파비셰프스키가 지난해 만든 디지털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후키의 공동 설립자인 니코와 실비아 뮐러는 그의 허락을 받아 그 기계의 실제 원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10㎜ 두께로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프레임, 그리고 레이저로 절단한 알루미늄과 초박형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축으로 구성된 달 오토바이가 만들어졌다.
프레임은 튜브로 된 외골격으로 감싸졌고, NASA에 소재를 공급하는 듀퐁은 드라이브 트레인(엔진과 바퀴를 연결하는 회전력 전달장치)을 보호해 주는 알루미늄 코팅된 케블라(열저항 합성섬유) 커버를 제공했다. 이는 달 오토바이의 드라이브 트레인을 지구 대기권 밖에서 발생하는 우주 복사, 작은 충격, 그리고 달의 혹한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이 오토바이의 전기 드라이브 트레인은 지속 가능한 전기오토바이의 주행거리로 유명한 스웨덴의 케이크(Cake)사가 제공한 것이다. 이 회사는 대부분의 전기 오토바이에 10kW 모터를 사용한다. 동일한 드라이브트레인이 달 오토바이에 사용됐다고 가정하면 엄청난 업그레이드다. 지난 1971년, 1972년에 사용된 3대의 월면차는 190W 모터 4개로 총 0.76kW의 출력을 냈다.
후키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달 오토바이 제작상의 최대 난제는 풍선형태로 된 두개의 바퀴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공기를 주입하지 않는 큰 풍선형 달 오토바이를 디자인하기 위해선 더 많은 창의성을 필요로 했다.
크기 24⨯7인치인 초경량 합금 바퀴는 여러 개의 작은 부품으로 제작됐다. 후키는 달 오토바이 바퀴 앞뒤용으로 각각 12개의 폴리우레탄 트레드 모듈을 3D 프린팅해 공기없는 타이어를 만든 후 이를 림에 고정했다.
달 오토바이의 공기없는 타이어는 모듈이 달 표면에 손상돼 교체해야 할 경우 손상된 개별 부품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후키는 아직 어떤 우주 기관과도 계약을 맺지 않았다. 하지만 니코 뮐러는 “NASA는 우리의 타디그레이드 달 탐사 오토바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으며, 향후 협력이나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일을 위해 완전히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NASA가 오는 2025년 경부터 (아르테미스 외에) 또다른 달 착륙과 지속적인 달에서의 존재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있기에 달 오토바이가 이 상징적인 우주 기관의 계획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완전히 이상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NASA는 1969년 전기로 작동하는 달 오토바이 아이디어, 정확히는 ‘달 스쿠터’를 실제로 달에서 사용하기 위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이는 결국 우리가 아는 4륜 월면차가 사용되면서 취소됐다. 하지만 적어도 NASA역사사무소가 게재한 사진은 전기오토바이가 달에 도착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를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NASA 역사사무소는 지난해 1월 8일 트위터를 통해 “이후의 아폴로 미션에서의 과학과 탐사를 위해 우주비행사들에게는 더 나은 이동성이 필요했다. 전기 모터 스쿠터를 포함한 몇 가지 옵션이 연구됐다. 결국 NASA는 (오토바이 대신) 월면차를 사용했지만 달먼지 오토바이는 꽤 멋졌을 것이다”라며 달 오토바이 사용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과연 NASA는 2024년 아르테미스 유인 달 탐사 미션에 달 오토바이를 사용할까.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들이 오토바이로 달표면을 달리는 모습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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