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1BTC)의 시세가 3달 만에 5000만원을 돌파한 가운데, 가상화폐 시장을 둘러싼 각종 시그널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시장 관점에서 호재와 악재가 뒤섞인 상황에서 펀더멘털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주 미국 상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프라법을 통과시켰다. 인프라법은 대규모 사회기반 시설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10년 동안 약 1조 2000억 달러(약 1377조원)의 재원이 투입되는 거대 법안으로, 해당 법안에는 가상화폐 사업자에 대한 과세 방안이 포함됐다. 법안은 가상화폐 채굴 사업자나 노드 운영자를 '브로커'로 규정한다. 브로커로 지정될 경우, 거래 내역과 고객 정보를 미국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당초 원안에는 이 브로커의 범위가 가상화폐 사업자, 네트워크 운영자 뿐만 아니라 개발자, 가상화폐 거래자까지도 포함시킬 수 있어 논란이 발생했고, 상원은 초당적 합의를 통해 수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브로커의 범위가 축소된 수정안은 만장일치를 받지 못해 인프라법 원안대로 통과됐고, 결국 하원 투표에서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 브로커의 범위가 공식적으로 수정되진 않았으나, 해당 이슈에 대해 양당이 합의를 거친 만큼 하원에서는 축소된 브로커 수정안에 따라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수정안에서는 인프라법 원안에서 브로커로 분류됐던 가상화폐 채굴업자, 개발자 및 개인투자자들은 과세와 거래 신고 의무에서 빠진다. 상원에서 만장일치가 되지 않은 이유도 가상화폐 브로커에 대한 이슈가 아닌, 군사 예산 관련 조항으로 비롯된 문제였다.
인프라법이 통과되어 시행될 경우 미국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과세를 통해 약 280억 달러를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인프라 개선 법안 수정안에 대해 “가상화폐 시장에서 조세회피를 근절하는 중요한 조항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축소된 과세 범위에 대해 합의됐다는 분위기는 인프라법이 원안대로 통과됐음에도 최종적으로 수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비트코인은 5월 이후 4만 5000달러(약 5250만원)선을 회복할 수 있었다. 거물급 인사의 발언에도 흔들리던 가상화폐 시장에 점점 펜더멘털이 갖춰진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가상화폐 시가총액의 복귀로 이어졌다. 비트코인의 시세 회복과 동시에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3개월 만에 2조 달러로 회복했다. 시총 회복은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긍정적인 전망으로 이어졌다. 가상화폐 투자회사 케네틱캐피탈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올해 5만5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며, "내년에는 10만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상화폐 시장 펀더멘털을 시험하는 악재(?)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 가상화폐 투자 상황에 먹구름이 들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는 16일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2개 부처 공동으로 국내 25개 가상화폐 거래소 컨설팅을 실시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오는 9월 24일까지 정부에 신고하지 않으면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다. 이번 컨설팅은 거래소 신고를 앞두고 예비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컨설팅 결과, 정부가 제시한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 요건을 충족한 곳은 한 군 데도 없었다. 신고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신고 요건을 모두 갖춘 거래소가 한 곳도 없었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신고 요건은 크게 4가지로, 1)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2) 정보관리체계 인증, 3)사업자에 대한 벌금 이상 형이 끝난 지 5년 초과 여부, 4) 거래소 신고 말소 후 5년 초과 여부 등이다. 이는 원화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에 적용되고, 가상화폐로 코인을 거래하는 거래소의 경우 실명확인 계정 요건은 빠진다.
이미 은행 실명 계좌를 발급받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는 은행들로부터 '트래블 룰'에 따라 재평가를 받고 있어 정부의 거래소 신고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중소형 거래소 역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가질 수 없을 확률이 크다. 트래블 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부과한 의무로, 코인을 이전할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사업자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제공하는 금융권은 거래소 측에 트래블 룰 관련 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결국 정부의 신고 요건이 완화되지 않은 이상,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줄폐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의 거래소 규제와 거래소 붕괴 조짐에 국내에 진출한 해외 거래소 역시 발을 빼는 모습이다.
거래량 기준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지난 8월 10일 부로 한국어 서비스와 원화 거래·결제 지원을 종료했다. 한국인 대상으로 신고 없이 거래소를 운영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신호에 거래 서비스를 닫아버린 셈이다. 바이낸스 측은 “텔레그램을 비롯해 한국 공식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운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비트프론트 역시 내달 14일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비트프론트 측은 "한국어 서비스 종료로 이후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을 겪을 수 있으니 미리 가상자산 보호를 위한 조치"를 투자자에게 요청했다.
신고를 앞두고 거래소 폐업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량의 가상화폐 자금이 시장에서 빠짐에 따라 코인 시세 조종 등 극심한 시장 혼란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위험 감수 분위기와 함께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규제에 따른 거래소 폐업 이슈로 펀더멘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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