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도 "넷플릭스 망 이용료 내라"…그들의 태도는 달라질까?

인터넷 망에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국내 통신사업자에게 망 이용료 지불을 거부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유럽의 주요 통신사들이 넷플릭스에게 망 이용료를 내라고 촉구한 것이다. 유럽 시장이 갖는 문화적 중요성과 콘텐츠 시장 파급력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던 넷플릭스도 고심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브리티시텔레콤, 텔레콤오스트리아, 텔레포티카, 오렌지, KPN, 비바콤, 프록시무스, 텔레노르, 알티체포르투갈, 텔리아컴퍼니, 스위스컴 등 유럽 주요국의 13개 통신사가 공동성명을 내고,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게 망 이용료를 지불하라고 촉구했다.

2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이들 유럽 통신사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유럽 통신 네트워크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기업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 등 미국의 대형 CP가 인터넷사업자(ISP)에게 망 이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 통신사의 공동성명에는 "네트워크(망) 트래픽 상당 부분이 빅테크 플랫폼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 유럽 시민들이 계속해서 이 같은 디지털 서비스를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빅테크 플랫폼이 네트워크 비용에도 공정하게 기여해야만 한다"고 명시했다.

(이미지=Mi Community)

이는 최근 넷플릭스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국내 ISP인 SK브로드밴드와 같은 주장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엄청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동영상 CP의 특성상, 이들 서비스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ISP는 망 구축과 유지 비용이 증가한다.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이용대가를 넷플릭스에 요구했지만,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구축으로 트래픽 증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럽의 통신부문 투자를 보면, 지난해 525억유로(약 70조6340억원)로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망 구축 및 유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번에 이들 통신사가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에게 망 이용료 지불을 요청한 것도, 그 원인을 넷플릭스와 구글 등의 트래픽 발생에 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을 필두로해서 유럽에서는 '서비스 안정성 의무 분담' 차원에서 넷플릭스 등에 망 이용료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지난 9월 영국 방송통신규제청(OFCOM)이 인터넷 환경의 변화에 따른 망 중립성 규제 재검토와 망 이용료 부과 근거 찾기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국회와 청와대에서 관련 입법 및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정부부처는 사업자끼리의 합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국의 사례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국회에서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의 '합리적 망 이용대가 지불 의무' 도입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국내 망 이용료 계약 회피 방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를 미국 정부의 눈치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로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 캐서린 타이 대표가 방한해서 노골적으로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부과에 대한 압박을 하기도 했다.)

(이미지=vpnranks)

외신에 보도된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의 마크 알레라 CEO의 말을 인용해 보면, 국내에서 '넷플릭스·구글 vs SK브로드밴드' 논쟁의 근거가 분명해 진다.

"망중립성이 처음 나온 25년 전에는 4~5개의 기업이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누구도 상상 못했다. 통신사는 어떤 CP를 막거나 소외시키려 하지 않지만 지금보다 더 효과적인 수요 조정이 있어야 한다."

알레라 CEO는 "데이터 소비량이 1Tbps(초당 테라바이트) 늘어나면 인프라 증설 비용은 5000만파운드(약 790억원)가 든다. 지난 해에만 4Tbps의 추가 사용량이 발생했다. 망 중립성 규제도 시대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공세, 국내서 모르쇠 일관하던 넷플릭스 반응할까?

유럽 주요 통신사들의 공동 성명이 나온 상황에서, 향후 넷플릭스의 대응이 궁금해 진다. 국내의 경우 넷플릭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국회의 관련 입법, 국내 법원의 판결까지 모두 무시한 채 자사의 입장을 강경하게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 USTR까지 끌어들여 우리나라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이달 초 넷플릭스의 정책총괄 부사장이 방한했고, 다시 이달 말에 글로벌콘텐츠 전송부문 디렉터가 국회를 찾았지만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낼 필요와 이유가 없다"는 기존 입장만 강조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국내 ISP가 이용자(소비자)들에게 망 이용료를 이미 받고 있으니, 자사에게 이중 과금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주장은 일부 소비자들에게 지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이번 유럽 주요 통신사의 반발은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유럽에서는 자국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넷플릭스 쿼터제까지 만들 정도로 자국의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특히 유럽이 전세계적으로 가지는 문화적 다양성과 파급력 때문에,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산업 전 분야에서 유럽의 허들을 넘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인다. 이번 유럽 통신사의 망 이용료 부과 요구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 유럽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망 이용료에 대한 부과 기준을 마련할 가능성도 높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넷플릭스와의 교섭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서 그나마 자사에 유리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유럽 등 전세계 국가에 기준을 삼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ISP 관계자는 "유럽 통신사의 공동성명은 트래픽 증가에 따른 전세계 ISP들의 공통된 입장과 문제점이 공론화 된 것이다. 결국 넷플릭스와 구글 같은 CP는 시장의 변화에 따른 망 구축과 유지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인터뷰] 방은혜 밀리의서재 AI서비스본부장 “AI를 접목한 플랫폼 기반 독서 경험 강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2016년 등장한 밀리의서재는 오랜 세월 오프라인에 머물고 있던 사람들의 독서 습관을 플랫폼으로 확장하며 독서 경험의 혁신을 이뤄냈다. 그리고 지금, 밀리의서재는 또 한 번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AI서비스본부’를 신설하고 자사 플랫폼에 AI 기술 접목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에 테크42는 AI 격변이라는 파고에 맞서 정체성을 지켜가며 조용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밀리의서재가 나아갈 방향과 전략을 방은혜 AI 서비스본부장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미국, 실리콘밸리서 중국 무인차 업체들에게 눈뜨고 코베이다

중국이 2025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가 되려는 기술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그리고 자율주행차가 있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중국 자율주행차 업체들에게 중요 정보유출을 당하는 줄도 모른 채 미국땅에서 자사 자율주행차를 마음껏 테스트하고 배워 갈 수 있도록 해 주었다는 지적과 경고가 나왔다. 중국과 기술전쟁중인 미국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중국 자율주행차 기술업체들에게 미국 땅에서 눈뜨고 코베이면서도 모른 채 방치했다는 얘기다.

최초의 ‘애플 AI 아이폰’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애플이 AI 기반 기능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칩 하드웨어가 장착된 아이폰 출시에 이어, 기업의 AI 도구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스마트폰이 ‘더욱 지능적’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은 ‘있으니까 좋네’ 정도의 피드백을 할 가능성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리 업그레이드가 포함된 애플 AI 도구의 가장 큰 업데이트는 올해 말, 내년 초에 예정돼 있다.

파스칼 달로즈 다쏘시스템 CEO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버추얼 트윈 플랫폼으로 생성형 경제 주도할 것”

파스칼 달로즈(Pascal Daloz) 다쏘시스템 최고경영자(CEO)는 인사말과 함께 한국 경제와 30년가까운 세월 동안 긴밀하게 연계·협력해 온 다쏘시스템의 연혁을 언급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날 파스칼 CEO는 다쏘시스템의 주요 사업 부문인 제조, 생명과학과 헬스케어, 인프라와 도시 부문 소개와 함께 '생성형 경제(Generative Economy)'에 대해 설명하며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