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용산 집무실에 등장한 로봇 경비견의 정체는?

최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마당에 배치된 로봇 경비견은 미국 고스트 로보틱스의 4족보행 로봇인 ‘비전 60(Vision 60)’변종 모델로 보인다. (사진=고스트로보틱스)

올 들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시대가 열리면서 화젯거리가 또 하나 생겼다. 다름 아닌 대통령실 앞뜰을 오가는 로봇 경비견이다.

이 로봇 개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사의 만능 로봇 개 ‘스팟’(SPOT)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로봇개도 아닌 듯 보인다. 그래도 어디서 본 듯한 로봇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실이 굳이 밝히지는 않았지만 확인하기 어렵지는 않다.

찾아 보니 올해 초 국내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 미국산 4족보행 로봇개 ‘비전60’(Vision60)과 닮아있다. 이 로봇개는 미국에서는 남쪽 멕시코 국경을 지키는 로봇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앞을 경비하는 로봇개가 ‘비전60’이 맞다면 최고급 외제차 가격인 대당 2억원(15만달러)짜리 로봇이다. 이 로봇 제작사인 고스트 로보틱스의 홈페이지, 발표 내용, 그리고 각종 미디어 소개 내용을 바탕으로 정체를 알아 봤다.

로봇개의 제작사와 이름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쇼(CES2021)에서 미국 최대 이통사 버라이즌은 5G통신과 로봇개의 연결성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사진=고스트 로보틱스)

‘비전60’ 로봇개 제작사는 미국 고스트 로보틱스(Ghost Robotics)사다. 지난 2015년 창업한 회사다.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두고 있다. 고스트 로보틱스사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이 4족보행 로봇을 Q-UGV(Quadrupedal Unmanned Ground Vehicle) 비전 60 모델로 소개하고 있다.

이 로봇은 지난해 세계 최대 IT쇼인 미국 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2021)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1)에서도 소개됐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리마 쿠레시 수석 부사장은 MWC2021 기조 연설을 할 때 로봇과 효율성을 소개하고 5G통신과의 연결성을 설명하기 위해 ‘비전60’ 로봇개를 대동하기도 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과 쌍벽을 이루는 고급 로봇개 기종인 셈이다.

로봇개 Q-UGV의 사양은?

고스트 로보틱스의 로봇 개 ‘비전60’의 사양. 무게는 51kg으로 완전 충전하면 초속 3m의 걸음으로 3시간 동안 10km를 돌아다니며 경비할 수 있다. 주야간 경비할 수 있다. (사진=고스트 로보틱스)
집게로 물체를 들어올리는 비전60. 폭발물 의심 물체를 발견하면 이처럼 들어올려 안전한 곳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고스트로보틱스)

비전 60의 무게는 51kg이다. IP67 수준의 방수 성능도 갖췄다. 1m 깊이 물에서 30분간 견디는 수준이다. 영하 45℃의 혹한과 영상 55℃의 폭염에서도 작동을 보장한다. 최고 이동 속도는 초속 3m다. 최대 10km 범위의 영역을 경비할 수 있다. 최대 작동시간은 3시간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 작동시간이 최대 90분인 것을 감안하면 그 2배의 작동 시간을 자랑한다. 로봇 구동에 사용되는 칩셋은 엔비디아의 자비에르다. 최고 탑재 용량은 10kg이다. 15분 만에 조립이나 해체가 가능하다.

비전 60 로봇 경비견의 성능과 사용 분야는?

군부대 경비용으로 공급된 비전60. (사진=고스트 로보틱스)
비전60 로봇 경비견 통제센터는 아마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고스트로보틱스의 고객사인 미국경비회사 아레스 시큐리티 코퍼레이션사의 통제센터. (사진=고스트로보틱스)

우선 비전 60은 주야간 경비를 설 수 있다. 제작사는 이 로봇 개에 대해 “중간 사이즈에 높은 지구력과 민첩성, 모든 기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상 로봇으로서 비정형으로 된 광범위한 도시 지역 및 자연 환경, 그리고 방위, 국가 보안 및 기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고스트 로보틱스 홈페이지에는 비전 60이 기업용, 안보용, 군사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고객사들도 소상히 밝히고 있다.

기업용 고객으로는 버라이즌, 하니웰, AT&T, 지오 슬램, HDT, 아레스(ARES), FARO 등이 있다. 국토안보용 및 군사용으로 비전 60을 구입한 고객에는 버라이즌, 아레스, 하니웰, 라인메탈, 바운스 이미징, 클라스, 프로메테우스,제로포인트, 라파엘, 실버스 등이 소개되고 있다.

고스트 로보틱스의 비전 60은 2020년 11월 플로리다에 있는 틴달 미공군기지 경비용으로 채택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스트 로보틱스의 이 로봇은 영국, 호주, 미국, 프랑스군 등이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성능 향상 계획과 관련, “우리의 목표는 걷고, 달리고, 기고, 오르고, 최종적으로는 복잡한 환경에서 수영하는 수준으로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올초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는 비전 60

비전60의 구성. (사진=고스트로보틱스)
비전60의 구성. (사진=고스트로보틱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경비 로봇견이 비전 60의 변종이라면 국내 첫 도입 사례로 보인다.

그런데 올초 이 로봇이 국내에서 공개적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지난 2월 22일 지렌 파리크 고스트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코트라(KOTRA) 서울 염곡동 본사에서 비전 60을 소개한 바 있다.

이때 코트라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이하 KODITS)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기술 이전을 통한 역량 강화를 위해 이 회사와 ‘고스트 로보틱스 파트너링데이’ 행사를 공동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로봇·방산 분야 국내기업 28개사도 참가했다. 우리 군의 국방용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시사하는 대목이다.

비전 60 로봇 경비견의 가격은?

고스트 로보틱스의 로봇개 ‘비전 60’ 가격은 15만달러(약 1억 9370만원)로 알려져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2020년 10월 판매하기 시작한 스팟(사진) 가격 7만5000달러(약 9686만원)의 2배다.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현대차그룹)
스위스 취리히공대(ETH취리히)스핀오프인 애니보틱스가 만든 다재다능한 4족보행로봇 ‘애니멀’의 가격도 15만달러다. (사진=애니보틱스)
중국 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스팟을 본떠 개발한 로봇개 유니트리의 가격은 국내에서 5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유니트리 로보틱스)

가격은 싸지 않다. 고스트 로보틱스의 비전 60은 15만달러짜리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취리히 공대(ETH취리히) 스핀오프인 애니보틱스의 애니멀 4족보행 로봇도 15만달러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로보틱스의 스팟 가격은 2020년 10월 당시 7만5000달러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스팟을 본 떠 만든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유니트리 4족 보행 로봇 가격은 국내에서 500만원대에 수입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얼마나 보급된 로봇인가?

고스트 로보틱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보안용 고객이 25곳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출하 대수는 200대 이상, 솔루션 파트너가 20곳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방용으로도 사용되도록 개발된 만큼 무기 장착 기능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 미육군 주최 행사에서 무기를 장착한 비전60을 전시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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