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Focus]③ 인터뷰 : "구독경제로 전국 서비스 시작한다"
첫 사업 실패 후 반지하 PC 2대로 절치부심, 웹에이전시로 성공
메이저 호텔 ERP 구축 경험 살려, 렌터카 실시간 예약 시스템 구축
공유 경제 넘어 구독 경제 적용, MZ세대 타깃 ‘모자이카’ 론칭
인사를 건네는 얼굴에 ‘사람 좋다’ 싶은 여유와 친절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막상 일 이야기로 넘어가자 눈빛이 달라졌다. 마치 잘 벼려진 칼날에서 느껴지는 예리함이 있다. 인터뷰를 해 오며 드물게 받는 느낌, ‘바닥에서 시작해 모든 것을 일궈 낸 사람’이 뿜어내는 기운이다.
윤형준 대표는 ‘창업이 습관’인 사람이다. 20대부터 중년이 된 지금까지 대략 열 두 번 회사를 차렸다.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몇 번은 ‘폭삭 망했고’, 몇 번은 엑싯까지 성공했다. 하고 싶은 질문이 많았지만, 우선 궁금한 것은 그의 ‘처음’이었다. 공부는 잘 한 것인지, 첫 사업은 무엇이고 어떻게 시작했는지…, 솔직히 한편으로는 ‘원래 뛰어난 자질이 있었겠지’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의외다.
“제주대 회계학과 나왔어요. 당시만 해도 지방대라는 한계가 있어 취업도 잘 안됐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업이었는데 돈이 없으니 우선 벌어야 할 거 아닙니까(웃음).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왕십리에 월 18만원 하는 2평 남짓 고시원 방에 들어갔죠.”
맨 몸으로 고향을 떠나 상경한 ‘제주 소나이(남자의 제주 방언)’가 2평 고시원 방에서 꾸었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당시 그에게 무언가 구상할 여유는 없었다. 우선 살아가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수소문했다. 심지어 해볼까 하던 일 중에는 ‘호스트바’ 남성 접대부도 있었다.
“물불을 안 가리던 때였어요. 우연히 제안을 받아서 면접을 보기까지 했어요(웃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더라고요. 그러다가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물건을 사입하는 일을 하게 됐죠. 저녁 6시에 출근해서 낮 12시에 퇴근했어요. 처음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옷 가게 사장님들을 따라다니면서 이 옷 몇 장, 저 옷 몇 장하면 그걸 받아 잘 포장해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버스에 실어 주면 수고비로 한 10만원씩 주더라고요. 그런데 그 다음에 신뢰가 생기고 나서는 서울에 올라오지도 않아요. 그냥 제게 전화로 주문을 해서 물건을 보내 달라고 하죠.”
제주도의 거친 바닷바람을 맞고 커온 윤 대표에게도 새벽 시장의 노동 강도는 꽤 고되게 느껴졌다. 그래도 일하는 족족 돈이 들어오니 당시 상황에서 그만한 일은 없었다. 그렇게 8개월이 지나니 그의 손에 6000만원이라는 돈이 쥐여졌다. 1998년 무렵이니 지금으로 치면 1억원이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이정도면 되겠다 싶어 그간 생각해 뒀던 첫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첫 사업 아이템이 꽤 놀라웠다. 시대를 앞서 갔다고 할까?
“’과일박스’라는 회사를 차렸어요. 새벽에 가락시장을 가서 신선한 계절 과일을 사서 작은 종이 박스에 넣어 고객에게 매일 직접 배송을 해 주는 방식이었죠. 강남 등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주 고객이었는데 반응이 꽤 좋았어요. 특히 아침을 못 먹고 나온 여성 직장인들이 좋아했죠. 월 3만원만 내면 계절과일 4쪽, 5만원이면 계절과일 6쪽이 도시락처럼 매일 아침 배달되는 방식, 일종의 ‘신선과일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구독)’ 사업이었던 거죠. 지금은 기업마다 보안이 강화돼 출입이 자유롭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배달 왔다고 하고 그냥 올라가면 그만이었거든요.”
무려 20년 전에 구독 경제를 적용한 셈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2년만에 실패로 끝났다. 관할 구청 식품위생과에서 단속이 나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매일 과일을 배달해야 하는 사업에서 6개월 영업정지는 사업을 접으라는 의미와 같았다.
“그때만해도 20대여서 그저 좋은 물건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것만 생각했지, 법적인 것은 잘 몰랐죠. 나중에 구청 공무원께서 난감해 하는 제가 안돼 보였는지 귀 뜸을 해 주셨는데, 알고 보니 제가 ‘과일박스’를 하면서 사무실에 거래처가 끊긴 야쿠르트, 녹즙 아주머니들이 고발을 하셨더라고요(웃음)”
쓰라렸던 첫 번째 실패는 이젠 추억이 된 듯하다. 하지만 당시 윤 대표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갑작스레 영업정지를 당해 빛이 생겼고, 남은 것은 반지하 사무실에 컴퓨터 두 대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서 그의 인생 두 번째 창업이자 역전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시즌2. 10만원에 홈페이지 만들던 회사, 메이저 호텔 ERP 전문 웹에이전시로 성장
잘 되던 사업이 허망하게 끝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윤 대표가 선택한 다음 창업은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쭈니닷컴’이었다. 디자인과 개발을 학원가서 배우고 처음 한 일은 전단지를 붙이는 것이었다. ‘10만원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문구에 전화가 쇄도했다. 낮 동안에는 평균 8곳의 거래처 영업을 다니고 저녁에 사무실로 돌아와 홈페이지 디자인과 코딩을 했다. 목표는 월 매출 300만원이었다.
“처음에는 실력이 좋지 않으니 10만원에 만들 수 있는 홈페이지 제작으로 시작했죠. 그때가 막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기 시작했던 시기라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사업들이 잘되겠다 싶었어요. 다행히 일감이 몰려 디자이너 한 명을 채용하고 철야 작업을 밥 먹듯 하며 일을 쳐냈죠.”
10만원짜리 일은 50만원이 됐고 그 다음 100만원짜리 일도 들어왔다. 노하우는 다를 게 없었다.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고 또 팠다. 그 사이 사무실도 반지하를 벗어나 다양한 소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오피스텔로 바뀌었다. 그곳에 가니 다른 세상이 보였다. 100만원짜리 일에 감지덕지했는데 다른 웹에이전시에서는 수백만원이 넘는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있었다. 알려주지 않으려는 노하우를 캐고 또 캐며 건 당 수주액은 수천 만원 대로 올라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더 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수천만원이 넘는 사업을 하려고 하니 그때부터는 경쟁 PT를 해야 하더라고요. 별 수 있나요. 다시 학원을 등록하고 제안서 쓰는 법과 제안 발표(프리젠테이션) 하는 걸 배웠죠. 그러면서 경제 신문을 읽고 각종 세미나에 참석하고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이해 안돼는 부분을 아예 외우면서 공부했죠. 고객 앞에서 발표를 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도 많았고, 어느 순간부터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데 한계를 느끼며 ‘지식경제 기반 회사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치열한 그의 노력은 성과로 돌아왔다. 10만원짜리 홈페이지를 만들던 회사는 수십억짜리 홈페이지, 플랫폼을 구축하는 회사가 됐다. 당시 그의 경쟁 PT 수주 달성율은 90%에 달했고 매출액은 100억원을 달성했다. 시작에 비하면 엄청난 성공이었지만 윤 대표는 만족하지 않았다. 일반 홈페이지, 플랫폼 구축이 기본 사업이었던 ‘쭈니닷컴’을 외부 투자자들에게 매각한 그가 내 딛은 다음 스텝은 국내 메이저 호텔 ERP 구축 전문 웹에이전시 ‘블루웨이브’를 창업하는 것이었다. 그의 나이 마흔이었다.
“웹에이전시를 하면서 단일 사업으로 48억원짜리를 수주하기도 했어요. 5년 만에 직원도 100명이 됐죠. 성공 비결이라면, 대개 에이전시들은 자기가 잘하는 것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을 이야기하거든요. 저는 상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했어요. 고객이 나를 불렀다는 건 내가 가진 수많은 기술 중 어느 것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그걸 가지고 그들이 원하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를 어떻게 달성해 줄 수 있는 거냐는 것이었죠. 전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거고요.”
시즌3. 렌터카 공유경제 플랫폼 ‘제주패스’ 구축
웹에이전시 사업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경험을 하며 그가 주목한 것은 호텔업계 ERP 시스템 구축이었다. 호텔 전문 ERP 구축 웹에이전시를 창업한 것도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이 바탕이 됐다. 이미 성공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상황에서 호텔신라, 롯데호텔, 워커힐 등 국내 알 만한 메이저 호텔의 ERP 사업은 모두 수주했다. 하지만 그 사이 몇 번의 실패도 맛봤다. 고객사의 일을 해주는 에이전시에서 벗어나 자체 서비스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렇게 소셜커머스 사업과 교육용 웹 사업, 위치 기반 맛집 어플리케이션 제작 등을 시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웹에이전시로 호텔 ERP 분야 1위를 달성한 뒤로도 자체 서비스에 대한 미련은 계속됐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웹에이전시 사업을 정리 후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고향인 제주로 향한 것은 그 즈음이었다.
고향에 내려온 윤 대표를 가만히 두지 않은 것은 그 안에 내재된 ‘사업가 기질’이었다.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은 우리나라 최고로 손꼽히는 제주의 관광 자원이었다. 생각해 보니 세계 유명 관광지에는 하나씩 있는 것을 제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사카패스, 런던패스, 파리패스 등 알 만한 해외 관광지는 모두 교통과 음식, 카페 등이 통합된 관광패스가 있는데 제주에는 유독 없더라고요. 그래서 엑싯으로 보유한 자금을 투자해 캐플릭스를 창업하고 제주패스 서비스를 론칭했죠.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은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버스를 이용하는데 초기에는 버스와 맛집, 카페를 연결하는 방식이었어요. 카드 한장으로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는 원스톱 솔루션을 경험하게 만든 거죠.”
그러나 20억원을 투자한 첫 시도는 아쉽게 실패로 끝났다. 민영 관광지 150곳까지 통합하는 작업은 완료했지만, 성산일출봉 등 제주의 이름난 공영관광지는 제주도청의 거부로 통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주 여행객의 공영 관광지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포기하기에는 미련이 남았다. 윤 대표의 다음 선택은 ‘제주패스’ 브랜드를 살리며 버스 대신 렌터카를 중심으로 한 공유경제 방식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무언가를 관찰하는 것이 습관화돼 버렸어요. 제주를 찾는 무수한 관광객을 보며 그들이 고통받는 것이 무엇인지를 연구했죠. 그저 불편한 것으로는 안돼요. 고통스러워야죠. 그러던 중 발견한 것이 렌터카였어요. 항공과 숙박은 모두 실시간 예약이 가능한 시스템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렌터카는 모두 전화예약을 하는 방식이었죠. 홈페이지로 예약을 해도 막상 전화통화로 세세한 부분을 결정해야 했어요. 그래서 호텔의 ERP 시스템 구축 경험을 살려 제주패스에 실시간 예약이 가능한 ERP 시스템을 개발해 넣고, 중소 렌터카 업체들을 파트너로 제휴하는 방식을 택했죠.”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는 전사적 자원관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의 재무, 회계, 영업, 재고 등 경영활동에 필요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발을 위한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더구나 호텔 한곳의 ERP에 비해 수많은 렌터카 업체들의 차량 제고와 예약 처리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플랫폼이니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다행히 윤 대표에게는 그때까지 마련한 자금이 있었다. 복잡한 플랫폼 구축도 이제까지처럼 도전해 보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1년여가 넘게 공들인 이 시스템을 제주도의 렌터카 업계에 적용하려 하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여행객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부분과 얽힌 문제였어요. 한철 장사로 돈을 버는 방식에 익숙한 렌터카 업계들이 관행처럼 성수기 요금을 높게 받고 있었어요. 심지어 렌트비는 100원이라고 해 놓고 막상 차를 가져가려고 방문을 하면 보험료는 20만원이라고 하는 업체도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일년이 넘게 20억원 가까이 들여 개발해 놓은 ERP에 중소 렌터카 파트너사 참여를 제안하니 하나 같이 ‘네가 제주도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런다’며 콧방귀만 뀌었죠.”
끝까지 해보자 결심한 윤 대표는 고향의 이점을 살려 친구와 선후배 등 업계 인맥을 동원해 초기 파트너 사로 새로운 제주패스 플랫폼을 론칭 했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정확하게 분석했고, 차량의 렌트 비용과 보험료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실시간 예약이 되는 시스템이었으니 실패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현실로 이뤄졌다. 플랫폼 론칭 두 달 만에 파트너사로 참여한 업체는 고객들에게 렌트해 줄 차가 동이 나버릴 정도로 대박을 친 것이다. 소문을 듣고 태도를 바꾼 다른 업체들도 참여하며 그 이듬해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이제 6년차에 접어든 제주패스는 그렇게 제주도 렌터카 업계를 평정하고 누적 매출 8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내년은 1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여기까지 듣고 나니, 문득 의문점이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업계를 설득해 플랫폼을 완성한 것은 알겠는데, 렌터카 시장은 대기업도 함께 경쟁하고 있고, 공유경제 개념의 모빌리티는 쏘카를 비롯해 카카오 등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패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윤 대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쏘카는 진정한 공유경제 개념이 아니에요. 1만여대가 넘는 차량을 보유하고 전국 각 지점에서 24시간 미만 초단기로 이용자에게 빌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죠. 제주패스는 그야말로 영세한 제주도 중소 렌터카의 차량을 공유하는 개념이에요. 보유하고 있는 차량이 없으니 감가상각비가 발생하지 않죠. 또 대기업의 렌터카브랜드는 장기렌터카 시장 중심이지만, 제주패스는 여행객을 상대로 단기 렌터카에 집중하고 있어요. 또 카카오 모빌리티가 단기 렌터카 예약 플랫폼 사업을 한다고 해도, 그저 렌터카 플랫폼에 그치지만 제주패스는 그렇지 않아요. 앞서 1차 사업으로 시도했던 맛집과 카페를 제주패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연계해 제공하며 여행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중이거든요.”
시즌4. 구독경제 기반 전국 사업 ‘모자이카’ 론칭
제주패스의 성공을 기반으로 캐플릭스는 올해 1월 ‘모자이카’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했다. 다양한 색을 조합해 하나의 작품이 되는 모자이크와 같이 다양한 차를 고객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이다. 제주패스가 제주만을 무대로한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면 모자이카는 전국 단위 플랫폼으로 공유 개념에 구독경제 개념을 추가했다. 윤 대표는 “본격적으로 기존 대기업이 주사업으로 하고 있는 장기렌터카와 경쟁을 시작한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모자이카는 MZ세대라 불리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론칭했어요. 제주패스 120만명의 회원을 통해 얻은 빅데이터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들의 취향과 생활 패턴 등을 반영해 서비스에 넣었죠. 기존 리스나 장기 렌터카는 대개 4년 약정인데 비해 모자이카는 저렴한 멤버십 비용(연 10만원~300만원)으로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차를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자체 보유 차량 없이 전국 중소 렌터카 업체들을 파트너사로 해 공유 개념을 도입한 것은 제주패스와 같죠. 또 다른 장점으로는 다양한 차를 타고 싶어하는 MZ 세대의 성향을 반영해 필요에 따라 혹은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차를 바꿔가며 탈 수 있게 했다는 것이에요. 한달 단위로 세단도 탔다가 여행 갈 때는 SUV로 바꿔 타기도 하고, 외국 브랜드의 차를 타보고 싶을 때는 또 바꿔 보기도 하고요.”
서비스 내용을 들어보니 여기서도 ‘오로지 고객만 보고 간다’는 윤 대표의 사업 철학이 느껴졌다. 대기업을 비롯한 기존 렌터카 업계가 자사의 영업 편의를 이유로 경직된 영업 방식에 소비자가 들어오게 했다면, 그는 소비자가 ‘고통을 느끼는 부분’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자사의 성공만이 아닌 상생을 중시하는 것도 그의 사업 철학 중 하나다. 바로 캐플릭스를 신뢰하고 함께한 파트너사(중소 렌터카업체) 때문이라도 직접 렌터카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 짧은 기간 동안 높은 성과를 내왔다고 해도 아직 스타트업인 기업에서 사회 공헌을 생각하는 것 역시 결이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으로서 유니콘이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문득 ‘돈을 아무리 많이 번다고 해도 다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을 많이 벌고 나서 할 수도 있지만, 많이는 아니더라도 벌어 가면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행복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그 일환으로 제주 환경 보호를 위해서 내년부터 매출의 1%를 제주에 나무를 심고 환경단체를 지원하는데 쓰기로 했어요.”
그 외에도 윤 대표는 창립 이래 매년 ‘클린 & 플라워 (쓰레기를 치운 자리에 꽃이 피어나요)’ 캠페인을 진행, 제주 해안가 정화운동을 해오고 있다. 또 WWF(세계자연기금)과 함께 노플라스틱아일랜드(No Plastic islands) 캠페인으로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1회용컵 대신 텀블러 사용을 장려, 제주패스와 연계된 제주도내 카페 500 곳에서 텀플러로 음료를 신청시에 10% 할인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CO2 프리챌린지 캠페인을 진행해 제주패스를 통해 전기차 탑승 매출이 발생 시 이중 1%를 WWF에 기부하고 있다. 그 외에도 그는 자신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제주스타트업협회를 창립, 제주의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으로 명함에 적힌 닉네임 ‘오션(Ocean)’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스치듯 물은 마지막 질문이었지만, 제주 소나이의 미소로 답하는 그에게서 다시 한 번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저희 집안이 대대로 제주 해녀 집안이에요. 할머니 고모, 어머니가 모두 해녀세요. 어렸을 때부터 물질하는 어른들을 보며 바다와 가깝게 컸죠. 그러면서 자연 친화적인 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업을 하면서도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도 좋지만 제주, 더 나아가 지구를 사는 구성원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사는 것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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