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를 통해 100% 모바일 앱을 통한 새로운 고객 경험과 상품·서비스를 선보이며 금융 혁신 행보를 거듭해 온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20일 카카오뱅크는 6545만주의 신주 발행을 발표했다. 1주당 희망 공모가는 3만 3000원에서 3만 9000원 사이로, 주당 액면가 5000원의 6~8배이다. 최대 확보금은 약 2조 552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2일 공모가가 확정되면 국내 일반 청약자들은 KB 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을 통해 26일부터 이틀간 청약할 수 있다. 상장은 오는 8월 6일로 예정돼 있다.
“카카오뱅크는 혁신적인 기술, 강력한 플랫폼 파워, 카카오 에코시스템 등을 적극 활용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금융 경험을 선사하며 은행을 넘어 금융 전반의 혁신을 이끄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20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 나선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의 눈빛에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처음 카카오뱅크를 출범시키고 4년만에 상장을 발표하기까지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했다. 윤 대표는 “상장이라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평생 딱 한번 있는 중요한 행사이자 모멘텀”이라며 “아빠가 된 마음으로 좋은 아들 딸을 자본시장과 결혼 시키는 기분이 든다”며 소감을 밝혔다.
“처음 라이선스를 따낸 후부터 같이했던 멤버들을 비롯해 오픈 전날까지 밤새 고생했던 직원들, 또 오픈 이후 한꺼번에 많은 고객이 몰려 대응 해야했던 카뱅인들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수십명에서 시작해 1000명이 된 카카오뱅크 직원들을 대표해 제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모로 조달할 자금의 사용처는 카카오뱅크의 미래 방향성에 맞춰져 있다. 중저신용고객 대상 대출 확대 등을 위한 자본 적정성 확보를 비롯해 우수 인력 확보 및 고객 경험 혁신, 금융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금융기술의 R&D, 핀테크 기업의 M&A,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에도 공모자금을 사용한다.
상장 계획을 발표하며 윤 대표가 꼽은 카카오뱅크의 경쟁력 중 하나는 ‘카카오 에코시스템(Ecosystem)’이다. 이는 카카오톡, 인터넷 포털 다음을 비롯해 카카오 게임, 머커스, 모빌리티 엔터네인먼트와 카카오 페이에 이르는 각각의 플랫폼 사업이 카카오뱅크와 연계돼 있음을 의미한다. 즉 카카오뱅크 역시 향후에는 모바일 앱을 기반한 인터넷은행으로서 엄청난 이용자 수를 활용한 금융 플랫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 에코시스템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1위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 브레인, 엔터프라이즈 같은 기술 회사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이러한 독보적인 카카오 에코시스템 내에서 금융 섹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에코시스템과 시너지를 내는 초기단계라 할 수 있죠. 향후 고객기반 확보,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 등의 분야에서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너지는 카카오뱅크의 계단식 성장을 위한 원천이 될 것입니다.”
윤 대표가 이러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근거는 연평균 64%에 달하는 카카오뱅크의 성장세에 있다. 영업수익 역시 127%로 증가했다. 출범 1.5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도 그렇다. 이에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흑자전환한 핀테크 기업이자,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극소수 성공 사례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상품의 지속적인 디지털 혁신과 경쟁력 확대로 넘버 원 리테일뱅크이자 넘버 원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뱅크의 월간 방문자는 우리나라 1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가 가야할 변치 않는 목표는 물론 리테일뱅크 넘버 원이지만, 전통적인 관점의 규모가 아닌 많은 고객이 더 많이 사용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죠. 더 많은 고객이 쓰게 하려면 뱅킹 비즈니스 외에 플랫폼 비즈니스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카카오뱅크가 가진 태생적인 목표기도 하고요.”
윤 대표가 밝히는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가 현재 진행 중인 증권 연계 계좌와 신용카드 대행이다. 다음으로 뱅크 라이선스가 허용하고 있는 펀드, 방카슈랑스, 외환, 주택담보 대출 업무가 있다. 라이선스의 힘으로 금융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00% 비대면으로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카카오뱅크가 2018년 전월세보증금 담보 대출을 하기 전에 100% 구현하는 곳이 없었지만, 해냈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히며 자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금융 모바일 앱 부문에서 1335만명으로 압도적 1위를 하고 있는 MAU(Monthly Active Users,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수 이용자수)를 활용한 뱅킹 커머스 서비스와 광고 부문의 확장이다. 특히 이 부분은 기존 금융사가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이기에 향후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구나 윤 대표의 플랫폼 사업 포트폴리오 중에는 ‘마이데이터’도 포함돼 있다. 윤 대표는 “마이데이터를 비즈니스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고객이 자신의 데이터를 바라보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윤 대표가 자신하는 것은 ‘기술력’이다. 카카오뱅크는 리눅스 베이스의 오픈 소스를 바탕으로 내부 IT 역량을 통해 구축됐다. 구축 비용으로 따졌을 때 기존 금융사에 비해 약 1000억원가량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단기간에 흑자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도 기술적 역량 덕분”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금융기술연구소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금융 관련 원천기술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뱅크가 자체 개발한 신분증 인식 OCR 기술입니다. 다른 기업에서 기술 판매 요청이 들어왔고 몇몇 기업도 관심을 보이는 중이죠. 혁신서비스로 인정을 받은 안면인식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원천 기술을 가지고 B2B 기술 솔루션 사업을 통해 수익화 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금융사가 갖춰야 할 코어 기술을 개발·연구하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도 넓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카카오뱅크는 IPO 이후 해외 기업과 조인트 벤처 형식의 모바일뱅크 설립 계획도 가지고 있다. 과거에도 이미 아시아권 기업에서 제안이 있었지만 자본의 한계와 당분간 국내 비즈니스에 집중해야한다는 판단으로 미뤄왔던 것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7월 27일, 대고객 서비스를 시작한지 4년만에 발표된 카카오뱅크 IPO는 여러가지로 의미가 남다르다. 출범부터 기존 제도권에서는 없었던 인터넷은행으로서 ‘혁신 금융’을 내세웠던 카카오뱅크는 금융 당국이 수십년간 지켜오던 은산분리 방침까지 바꾸면서 극적으로 은행업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이 보편화 되며 100% 스마트폰 전용 은행으로서 카카오톡과 연계돼 운용된다는 장점은 주거래 은행을 변경하는 경우가 드문 기존 금융 거래 방식을 극복하고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2017년 출범 첫날 24만 계좌가 개설된 것은 기존 금융권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유인 즉, 당시 시중은행의 1년치 비대면 계좌 개설 실적이 16만 계좌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카카오뱅크는 출범 첫해 수신 5조 483억원, 여신 4조 6218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수신·여신 증가세를 지속, 1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1 분기 카카오뱅크 계좌이체 금액은 79 조 1000 억 원으로 전년동기 49 조 3300 억원 대비 160% 수준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의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이용 경험이 누적되면서 요구불예금 잔액 또한 증가 추세다. 이에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고객이 카카오뱅크를 주거래계좌로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모바일과 앱만으로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고객 경험을 창출한 것은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성과였다. 이 영향으로 기존 금융권은 앞다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개인 고객 대상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기도 했다.
그 사이 카카오뱅크는 초기 2030세대 고객 중심이었던 이용자를 점차 확대해 나갔다. 최근에는 10 대 청소년과 50 대 이상 이용자가 늘면서 카카오뱅크 이용자층이 전 연령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미니(mini) 서비스 영향으로 만 14~19 세 인구 중 39%가 카카오뱅크 이용자로 나타났으며, 카카오뱅크 전체 이용자에서 50 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 년 9%에서 15%로 증가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연령별로는 10 대에서 60 대 이상까지, 신용상태별로는 고신용부터 중저신용까지 아우르는 포용적 금융을 선보인다. 다음달부터 중‧저신용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개인사업자(SOHO) 대출 등 다양한 대출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신용평가모형 개선도 지속한다. 휴대폰 소액결제정보 및 개인 사업자 매출 데이터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반영하고,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공동체와의 데이터 협력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IPO는 윤 대표의 표현 대로 향후 카카오뱅크 성장의 결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난제들도 적지 않다. 우선 IPO 계획 발표 이후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는 공모가 산정 시 비교기업으로 국내 금융지주사나 은행이 아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해외 핀테크 업체,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모바일 기반의 비대면 영업이라는 카카오뱅크만의 사업 특수성과 높은 MAU 기반 금융 플랫폼비즈니스로 확장하는 계획을 고려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 우려되는 걸림돌은 출범 당시 금융 당국과 약속한 중금리 대출 목표치 30%를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10% 수준인 중금리대출 비중을 2023년까지 30%로 올리겠다고 제시했지만, 장기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기존 금융권들이 비대면 서비스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저마다 서비스 강화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거기에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지만, 개점 휴업 상태와 같았던 케이뱅크가 추격을 예고하고 있다. 간편 송금 서비스로 1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토스 역시 본격적으로 인터넷은행업에 뛰어든 상태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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