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3일 토요일, 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전이 펼쳐지며 새로운 시즌을 알렸다. 게임차가 없는 공동 선두가 4팀이고 선두에서 1게임 차 내에 포진되어 있는 팀은 3팀이다. 최하위 키움을 제외한 9개 구단이 2게임 차 초 박빙을 이루고 있다.
그야말로 역대급 시즌 초반이다.
타자는 볼인데 심판은 스트라이크!
타자는 스트라이크인데 심판은 볼!
코로나19로 인해 프로야구는 타의적인 무관심을 받았었다. 관중도 없는 경기장과 심판 콜, 선수들의 탄성만 들려오던 프로야구가 긴 겨울을 깨고 4월 3일 개막했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출발이 좋다. 최대 관객 수 30% 입장에 주변 상권도 화색이 도는 요즘이다.
특히, 전 SK와이번스에서 신세계로 인수된 'SSG 랜더스'가 메이저리그 출신 추신수를 영입하면서 야구계는 코로나19 이후 오래간만에 찾아온 프로야구 열기를 느끼고 있다.
'이게 스트라이크? 논란의 '끝내기 판정'
매년 프로야구는 심판의 판정 논란으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올해는 좋아지겠지...' 하면서도 여전한 심판 콜에 대한 문제는 열기를 더해가는 프로야구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이게 볼이라고?"
3월 22일 국내 첫 시범경기를 치르던 추신수는 1회 첫 타석 볼카운트 2-2에서 롯데 선발 노경은이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다고 판단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주심은 스트라이크 콜을 하지 않았고 멋쩍은 웃음과 함께 다시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는 결국 볼넷으로 출루했다.
개막 이후 지난 10일 나온 논란의 '끝내기 판정'
SSG가 LG에 4 대 3으로 한 점 앞선 9회 말. 2사 만루 끝내기 찬스에서 LG 4번 타자 이형종이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1-2에서 논란의 4구째가 들어왔다.
포수는 왼쪽으로 완전히 빠져 앉아 유인구를 요구했는데 투수는 포수의 리드에 따라 왼쪽으로 빠지는 유인구를 던졌고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투수와 포수, 타자, 심지어 관중과 중계를 보고 있던 시청자까지 모두 다 '볼'이라고 생각한 그 마지막 4구째 공에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외쳤다. 타자 이형종의 삼진으로 SSG의 1점 차 승리.
이러한 심판 판정은 야구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동영상(엠빅 뉴스)
2010년 6월 3일 디트로이트와 클리블랜드의 경기. 3 대 0으로 앞선 채 9회에도 등장한 디트로이트의 선발 투수 갈라라가는 아웃카운트 단 한 개만을 남겨둔 채 미국 야구 100년 역사 속 20차례 밖에 없었던 퍼펙트를 향해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9회 2아웃 볼카운트 1-1에서 던진 변화구는 상대 타자의 볼끝에 걸리며 1루수 캐치 후 대기록을 앞두고 있던 갈라라가 직접 토스 받아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세이프!!!" 중계 화면에 송출된 느린 화면을 보니 명백한 아웃이었고 이 세이프 판정은 디트로이트와 클리블랜드의 모든 관중과 관계자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야구는 비디오 판정 '챌린지'를 도입했고 최근에는 독립리그 올스타전에서 '로봇 심판'까지 등장하는 등 스포츠 게임의 중립성을 지키고자 무단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전 메이저리거 에릭 번스는 "전통주의자들이 거부하면 할수록 로봇 심판 도입은 빨리질 것 입니다"라고 밝히며 로봇 심판에 대한 필요성을 꾸준히 어필하고 있다.
그럼 인공지능(AI)이 심판을 본다면 어떻까?
미국에서 실험 중인 이 로봇 심판 제도는 실제 심판이 포수 뒤에 서 있지만, 이어폰을 통해 AI가 판정한 콜을 불러주는 역할을 한다.
메이저리그의 대표 주심인 '딘 파팃' 심판은 "로봇을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 알게 될수록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보게 됩니다"라며 로봇 심판의 실험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국내에도 2020년 8월 4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있었던 LG와 한화의 퓨처스리그(프로야구 2부 리그) 경기에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시스템인 '인공지능 로봇 심판'이 도입되었다.
작동 원리는
1. 야구장에 설치된 카메라나 레이더가 투수의 공 궤적을 추적
2. 궤적에 따라 컴퓨터가 스트라이크 또는 볼을 판정
3. 무선 이어폰으로 내용을 전달받은 인간 심판이 스트라이크나 볼을 외침
프로야구 경기장에 다각도의 카메라를 설치하여 투수가 투구를 하게 되면 운영실에서 이를 모니터링하여 AI가 스트라이크 또는 볼을 판정하게 된다. AI에게 콜을 전달받은 심판은 육성으로 카운터를 선언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로봇 심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로봇 심판 적용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이었으며, 스트라이크 존이 일관되게 적용돼 선수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다만, 투수가 투구 후 심판의 스트라이크 혹은 볼을 선언하는 판정 시간에 약 2초 정도의 시간이 걸려 약간의 괴리감은 발생한다.
1회부터 9회까지 '일관된 스트라이크 존' 적용이면 2초면 어떠랴.
프로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일괄된 스트라이크 존'이다.
스트라이크 판정은 야구의 출발 지점이며 콜 결과에 대한 불만 폭주나 선수, 감독의 퇴장까지 유발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한 스크라이크 존이 타자의 키에 따라 달라지는데 타자의 키가 작으면 스트라이크 존이 줄고, 반대의 경우는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심판이 스트라이크 판정의 일관성을 경기 내내 유지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로봇 심판은 스트라이크 판정처럼 정확한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영역을 담당하고
경기장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상황들에 대한 판정은 사람 심판이 맡는 협업의 주심, 선심 제도는 어떻까?
분명히 의미 있는 도전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볼이던, 스트라이크던 괴리감 없이 들리는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와 화려한 액션을 자칫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은 프로야구 팬으로서 쉽지 않은 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