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득 플래티어 기술연구소 팀장
최근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소비자 주문전 직매입’ 형태로 배송시간을 단축하고, 배송서비스를 개선함과 동시에 AI를 활용하여 상품별 주문량을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재고부담과 품절률을 관리하여 고객 서비스 향상을 제고하고 있다.
쿠팡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금일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주문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혁신적 배송서비스로서, 해당 서비스의 기반 로직은 초기부터 AI가 책임진다. 하루 주문 중 약 33%가 몰리는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 동안에 집중된 주문에 대한 체계적 배송 스케줄 계획을 AI가 제공한다. 또한, 상품별 입·출고 시점을 예측하고, 물류노동자 들에게 개인용 단말기(PDA)를 통해 입고된 상품을 어떻게 진열할지 알려주고 있다 그 외에도 검색 상품 결과 단계에서 동일 유형의 상품을 자동으로 묶는 기술인 ‘싱글 디테일 페이지(SDP)’도 쿠팡 AI기술력의 결과물 중 하나이다(송주상, 2020).
새벽배송 대표기업 마켓컬리는 고객들이 밤 11시까지 주문한 신선식품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주는 이커머스 서비스 사업자다. 마켓컬리는 신속하고 정확한 새벽배송을 문제없이 진행하기 위해 ‘멍멍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이는 데이터 전문가 20여 명이 운영하는 AI 시스템으로 정식 명칭은 ‘데이터 물어다주는 멍멍이’이다. 멍멍이는 마켓컬리의 인간 외 또 다른 두뇌 역할을 하며 24시간 쉼 없이 움직이는 운영체제 속에서 실시간 매출과 주문 건수, 재고량 등을 30분 단위로 전 직원에게 전송하여 신속한 배송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다(김보라, 2019).
국내 최대 유통 업체인 이마트에서 사용하는 ‘사이캐스트(SAIcast, SHINSEGAE AI forecast)’의 경우, 신세계I&C가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AI 수요예측 플랫폼이다. 상품별 맞춤형 알고리즘 학습을 기반으로 일자별, 상품별 판매량을 미리 예측한다. AI가 예측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주 시스템을 통해 상품별 수요에 맞춰 발주도 자동으로 진행한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데이터 이외에도 날씨, 가격, 프로모션, 시즌 등 수요예측 및 자동발주를 위해 자체적으로 정의한 수 백 가지 다양한 변수를 기반으로 매일 상품별 판매량을 예측하고, 발주 시스템에 관련 데이터를 전달해 각 매장이나 창고에서 필요한 상품 수량만큼 자동 발주가 기능해졌다. 그 결과 매장에서는 상품 폐기율, 결품으로 인한 판매기회 상실 방지 및 과다재고로 인한 재고관리 비용 등을 낮추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한국 IDG 편집부, 2020).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는 컴퓨터가 글을 읽고, 편집하고, 쓰도록 돕는다. 인간 언어의 비구조적 데이터 특성 때문에 전통적으로 컴퓨터는 인간 언어(자연어)로부터 정보를 추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머신러닝 및 딥러닝과 같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컴퓨터의 자연어 처리 능력이 크게 개선되어 의미(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음성을 문자 데이터 형태로 전환하는 음성 인식 (Speech Recognition) 기술의 발전을 통해 컴퓨터가 전달받은 메시지를 이해하며, 다시 사람에게 메시지 전달이 가능한 자연어 처리 기술이 AI에 적용되어, 인간과 기계가 서로 대화를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대를 맞이하게 했다(Bernard Marr, 2020).
이러한 자연어 처리/생성 AI 기술을 활용한 커머스 유형은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 커머스’와, 텍스트 기반 AI 챗봇을 활용한 ‘대화형 커머스(Conversational Commerce)’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대기업과 인터넷 서비스 기업(SK, KT), 플랫폼(네이버, 카카오) 업체들이 보이스 커머스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보이스 커머스 사례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AI 음성 서비스 ‘빅스비를 활용해 지난 2018년 4월부터 스타벅스 주문결제 시스템과의 연동을 통한 음성주문 서비스를 시작했으며(삼성뉴스룸, 2019), 2020년 11월에는 커피빈 앱과의 연동을 통한 음성주문 서비스를 확장했다.
SK텔레콤의 경우, ‘누구(NUGU)’ 서비스는 2017년부터 SK그룹 관계사인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와 서비스 연동을 통해 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커머스 서비스가 연계된 ‘누구’는 11번가가 제공한 고객·상품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 음성 명령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제품 배송 상황까지 확인한다(전자신문, 2017). 더불어 2018년에는 TV홈쇼핑 CJ오쇼핑과의 서비스 제휴를 통해 고객이 홈쇼핑 채널에서 시청 중이던 상품을 실시간으로 SK텔레콤의 ‘스마트 스피커 누구’를 통해 주문하고 11페이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구축했다(연합뉴스, 2018).
2017년에 도입된 KT의 ‘기가지니’ 서비스는 IPTV에 처음 적용한 이후, 동년 10월 관계사 K쇼핑과의 서비스 제휴를 통해 ‘보이스 커머스’ 서비스를 런칭했다. 해당 ‘보이스 커머스’는 음성으로 상품 검색과 주문을 진행하여 빠르고 편리한 쇼핑이 가능했다. 또한 별도의 인증수단 없이도 사전에 인증된 음성 명령만으로 상품 구매가 가능하며, 고객의 휴대폰으로 주문 URL이 포함된 메시지가 전송되어 결제도 간편하게 지원한다. 2020년 8월 기준 ‘기가지니’ 서비스 가입자는 250만을 달성하였으며, 향후 지속적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통한 서비스 확대가 예상(KT블로그, 2019)되고 있어 추후의 시장 고객 반응이 어떨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포털도 보이스 커머스에 제외할 수 없는 곳 중 하나다. 이미 오래전부터 포털 채널 내에 오픈마켓을 열어 운영 중인 네이버는 2018년 5월 스마트 스피커 클로바를 이용한 음성 쇼핑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카카오는 카카오미니(AI 스피커)에 ‘주문하기’ 기능을 추가하여 음성 기반의 메뉴 선택 및 주문 실행을 진행하고, 세부 주문과 결제는 카카오톡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전창의 외, 2020).
아직 국내의 보이스 커머스에 적용되는 AI 기술은 고객의 패턴화 된 음성만을 제한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다양한 언어 사용 맥락에서 활용되는 자연어 처리/생성 기술은 다소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보이스 커머스는 공통적으로 사용자의 음성 명령 수신과 AI의 메시지 전달이 가능한 스피커 기능이 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어 처리/생성 기술이 작동될 수 있는 스마트폰, AI 스피커, 스마트 TV 등의 전자 기기(Device) 활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러한 전자 기기들에 적용되는 표준 사양(spec.) 및 산업 표준화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인식된다. 이와 더불어, AI가 원활한 자연어의 인식과 이해를 위해서는 방대한 자연어 사용 맥락과 관련 말뭉치(corpus)에 기반한 한국어 관련 자연어 학습이 선행되어야 하는 제약 사항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커머스 관련 개별 기업이 상기 언급된 다양한 제약 조건을 극복하고, 모든 자연어 처리/생성 AI 기술 및 선행 전제 조건을 독립적으로 준비하여 선도적 보이스 커머스를 실행하는 것은 매우 힘든 과업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커머스 산업 차원의 자연어 처리/생성 AI 기술 표준 수립, 또는 빅테크 포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그들이 제공하는 자연어 처리/생성 AI 표준 기술의 적극적 활용 등을 모색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서 국가적 AI 기술 개발/관리 차원에서 모든 산업이 범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AI 기반 기술에 대해서 국가 주도의 산업별 AI 기술 표준 및 이에 준하는 기술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하여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커머스는 이제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화된 쇼핑 활동이 되었다. AI 및 모바일, 웹/앱 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쇼핑 트렌드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새롭게 부상되고 있는 다양한 신기술들이 이커머스 ‘개인화 서비스’에 연계되면서 고개들의 쇼핑경험과 온라인 활동을 만족시키기 위해 서로 경쟁 중에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의 범위는 랜딩페이지, 상품페이지, 검색, 제품 추천, 배너 등 고객 여정 전반에 걸쳐 있으며, 많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이미 제품, 서비스, 콘텐츠를 개인화 하여 제공한다. 또한 AI 기술을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기술과 연계 사용하면서 고객 세분화, 가격 최적화, 제품 추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보다 정밀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개인화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78% 이상의 소비자들이 개인화되어 있지 않거나 자신들의 기존 브랜드 경험에 기반하지 않는 제안들은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는 이커머스에서 ‘개인화 서비스’의 필요성과 개별화된 고객 경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낸다(김용진, 2020).
AI 기술을 활용하여 이커머스 기업들은 ‘테크 커머스’로 진화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 중이다. 국내의 이커머스 시장은 AI 기술과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을 활용하는 초기 적용 단계를 지나고 있지만,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커머스 기업간 AI 기술 적용 수준에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아직은 ‘AI 이커머스’라 말할 수 있는 대표 사업자는 없지만, 선도 이커머스 기업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경쟁사가 따라잡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경쟁 우위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쏟고 있다. 현재의 AI 기술은 현실의 국내 이커머스 산업에 활용 및 적용되는 데에 다소 더디게 진행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이커머스 산업 전반에 걸친 AI 기술 변화는 수십 년 동안의 축적된 기반 기술들이 융합 및 발전하면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이커머스 기업들은 항상 관련 연관 산업의 기술 및 AI 기술 발전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선도 기술을 활용하는 경쟁자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어느때 보다 각별한 주의와 AI 기술 발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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