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고래가 향후 5년 내 대화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국제 과학자 팀이 고래의 언어를 해석해 대화하기 위한 이른바 ‘CETI 프로젝트(Cetacean Translation Initiative·고래 해석 구상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실험실 풀에서 고래 소리 수집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수집된 고래의 대화 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이해한 후 챗봇에 업그레이드해 인간-고래 간 의사소통을 실현하게 된다.
인간과 고래가 대화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캐나다 해양과학연구소인 하카이연구소가 이번 주 발행한 하카이 매거진을 통해 이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소개했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 과학자 팀은 최근 향유고래들이 의사소통하는 소리를 듣고, 상황을 파악하고, 해석해 최종적으로는 인간-고래 간 소통언어 모델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어 이 언어모델을 채택한 채팅 로봇으로 고래와 대화할 계획이다. 소리를 듣고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고래에 안전하게 부착하는 소프트 센서를 개발해 시험까지 마쳤다.
이들은 인간-고래 소통 언어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인공지능(AI)을 사용한다. AI는 고래가 의사소통시 내는 딸깍거리는 소리(코다·coda)를 해독해 각각 특정 문맥과 연결하는 언어 모델을 만들게 된다.
코다 해석에 인공지능(AI)의 힘이 사용된다. 연구원들은 40억 개의 향유고래 코다를 훈련시키기 위해 인간의 문어 및 구어에 초점을 둔 인공 지능의 하위 분야인 자연어 처리(NLP)를 사용한다.
이들은 AI가 각각의 고래 소리를 특정한 맥락과 연관짓게 할 계획인데 이 작업에 적어도 5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의 리더 중 한 명인 댄 체르노프 하이파대 레온 차르니 해양과학부 교수는 “이 포유동물들은 다른 고래들과 함께 있을 때 다양한 주파수로 딸깍거리는 소리를 낸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코드인가, 진정한 언어인가 하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의 데이터베이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만큼 포괄적이지 않다. 그러나 기계 학습 및 고급 언어학의 발전과 함께,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 이러한 소리가 사용되고 이해되는 맥락, 그리고 이러한 소리의 뒤에 있는 행동과 동기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모은다면, 그들이 진짜 언어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하버드대 연구진은 “CETI는 향유고래의 의사소통하는 소리를 듣고, 목소리를 해석한 다음, 다시 의사소통을 시도하기 위해 수십 개의 최첨단 장치를 배치하는 것을 포함하는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학제 간 연구팀은 고래 소리를 듣고 전후 맥락을 짚어내기 위해 이전까지 없었던 가장 섬세한 로봇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고래 개체군을 연구하기 위한 수중 청음기 어레이를 설계하고, 녹음된 데이터를 조사하고 고급 기계 학습, 자연 언어 처리, 데이터 과학을 사용해 이를 해독할 수 있는 빅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고래에 부착해 고래의 소리 및 여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비침습성 소프트 장치를 개발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 태그는 고래의 피부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달라붙어야 하며 시속 48km, 깊이 2000m, 영하 15℃ 전후의 낮은 기온을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것이다.
현재 연구팀은 고래의 먹이인 문어와 오징어에서 영감을 받은 흡착판을 사용한 시제품으로 이 기기를 시험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부드럽지만 고래에 단단하게 걸 수 있는 컵 같은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태그 실험은 실험실 환경에서만 이루어졌을 뿐인데 유망한 결과를 보였다. 다음 단계는 그 장치들을 넓은 바다의 고래들에게 부착하는 것이다.
이 시제품에는 고래들 사이의 의사소통의 방향에 대한 맥락을 제공할 수 있는 최대 3개의 수중청음기가 들어있다.
연구팀이 40억개의 코다를 수집하면 NLP는 ‘인간 언어 모델과 유사한 문법적으로 올바른 고래 발언을 생성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바다에 사는 향유고래와 대화하는 대화형 챗봇이 투입된다.
CETI 연구원들은 고래 코다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흥미로운 것을 찾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것이 탐험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데이비드 그루버 뉴욕시립대 해양 생물학자이자 CETI 프로그램 리더는 하카이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가 고래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와는 다르다. 생물학자로서 경험한 바로는 무언가를 자세히 관찰할 때마다 동물들이 실망을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마이클 브론스타인 CETI 프로젝트 기계 학습 책임자는 “만약 우리가 근본적으로 우리의 코 아래에 문명 전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환경을 대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살아있는 세상에 대한 더 많은 존경이라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향유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큰 뇌를 가진 동물이다.
비록 사람과 고래의 뇌는 다르지만 모두 복잡한 의사소통 체계를 가지고 있고 가족 집단을 이루며 살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빨고래와 돌고래 아목에 속하며 바다에서 식별하기 가장 쉬운 고래 중 하나다.
이 고래들에 영어로 ‘Sperm whale(정자 고래)’이란 이름을 붙인 시기는 상업적 고래잡이가 활발했던 때였다. 고래잡이들은 향유고래의 커다랗고 네모난 머리가 정자를 위한 거대한 저장고라고 생각했다. 머리를 잘라 열었을 때 그 머릿속에서 우유빛 흰색 물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향유고래에서 발견되는 용연향이라고 불리는 내장 분비물은 향수 산업에서 향수 정착제로 사용됐다. 한때 이것은 금 무게 이상의 가치가 있었지만 이제 더이상 그렇지 않다.
향유고래의 피부는 검거나 갈색빛 회색이며, 아래턱과 아래턱 주변에 흰 반점이 있다. 비교적 짧고 뭉툭한 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 대신 낮은 혹을 갖고 있다. 주로 오징어를 먹는다. 평균 수명은 대략 인간가 맞먹는 약 70세이다.
수컷은 18.3m까지 자라고 암컷은 12m까지 자란다. 새끼는 약 3.5m까지 자란다. 수컷의 최대 몸무게는 약 125톤이다.
향유고래의 거대한 머리는 전체 몸길이의 3분의 1에 달하는데 동물계에서 가장 무거운 뇌가 들어있다. 또한 이 뇌는 소형차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공간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빈공간에는 잠수시 부력 조절에 도움을 주고 음향 렌즈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경뇌(鯨腦)또는 경랍(鯨蠟)으로 불리는 기름이 들어있다.
길고 좁은 아래턱에 40~52개의 이빨을 가지고 있다. 이빨은 두껍고 원뿔 모양이다. 20cm까지 자라며 각각의 무게는 최대 1kg까지 자란다.
향유고래는 세계에서 가장 깊이 잠수하는 포유동물 중 하나로 통상 400m까지 잠수하지만 때로는 200~3000m 심해까지 잠수할 때도 있다. 평균 잠수 시간은 45분이지만, 최대 2시간까지 숨을 참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유고래는 북극권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바다에서 발견되며 깊은 바다를 좋아한다. 현재 정확한 전 세계 개체수 분포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약 10만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향유고래는 취약종으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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