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처럼···AI칩이 필요시 스스로 회로 재프로그램

자율주행차나 우주탐사로봇의 경우처럼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 메모리를 바탕으로 스스로 재프로그래밍 되는 AI 칩이 개발됐다. 미국 퍼듀대 연구진은 이 칩이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인간의 뇌처럼 더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사진=퍼듀대)

지난 수년간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놀랍다. 인간처럼 대화하기는 물론, 소설을 쓰고 작곡을 하며, 바둑 포커 게임 등에서 인간을 능가하고 전투기를 조종하고 공중전까지 한다. 물론 여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이용한 학습이 선행된다.

최근 기업들도 AI로 하여금 이미지를 인식하고, 언어를 배우고, 다른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개선토록 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잘 적응하지만 AI는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이미 배운 정보를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AI 컴퓨팅 칩 개발을 하는 데 있어 부담스런 부분이다.

그런데 기존 기억을 바탕으로 평생 동안 학습하는 인간 뇌의 원리를 AI 하드웨어(HW·칩)에서 구현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린 것 같다.

최근 미 퍼듀대 연구팀은 자신들이 인간의 두뇌처럼 새로운 데이터를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 역동적으로 회로를 새로이 배선하는 새로운 AI 컴퓨터 칩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AI가 시간이 지나도 계속 학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슈리람 라마나탄 퍼듀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생물의 뇌는 일생 동안 계속해서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이제 기계가 평생(수명이 다할 때까지) 배울 수 있는 인공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재가 컴퓨팅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떻게 인간뇌를 모방할 수 있는지 발견하는데 집중해 온 과학자다.

끊임없이 새로 연결되는 뇌처럼···전기 펄스 자극에 스스로 재프로그래밍되는 칩

슈리람 라마나탄 퍼듀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AI를 직접 칩에 넣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퍼듀대)

인간의 뇌는 뉴런 사이에 끊임없이 새로운 연결을 형성해 나가면서 학습을 한다. 역동적이다.

반면 컴퓨터 칩은 회로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컴퓨터가 수년 동안 사용해 온 회로는 원래 공장에서 컴퓨터용으로 만들어진 회로 그대로다. 정적이다.

이 정적인 컴퓨터 칩은 고립된 환경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율주행차나 우주 로봇에 들어갈 더 간편한 AI를 만들려 할 때 문제가 된다.

그러나 만일 AI를 지금처럼 일반 SW에서 구동하지 않고 HW(칩)에 직접 내장한다면 이 기계들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술이 완전히 성숙해 실용화되면 앞서 언급한 자율주행차나 우주탐사 로봇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다.

연구팀은 “만약 우리가 뇌에 의해 영감을 받은 컴퓨터나 기계를 만들고 싶다면, 그에 상응해 지속적으로 프로그래밍하고, 재프로그래밍하고, 칩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전기펄스 가하면 뇌에 상응하는 뉴런 기능···칩 형태 뇌 제작에 진일보

미첼 박(왼쪽)과 치 왕 퍼듀대 박사과정생들이 인간 뇌의 학습전략을 흉내내도록 설계한 칩을 테스트 및 분석중이다. (사진=퍼듀대)

실제로 그의 팀은 전기 펄스를 통해 필요시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새로운 HW(칩)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칩은 수소에 매우 민감한 페로브스카이트 니켈레이트(perovskite nickelate)로 불리는 소재로 만들어진 작은 직사각형 기기다.

서로 다른 전압의 전기적 펄스를 가하면 기기는 농축된 수소 이온을 나노(1나노=10억분의 1)초 만에 섞으며, 연구원들이 발견한 뇌에 상응하는 기능을 구성하는 상태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이 기기 중심부 근처에 더 많은 수소이온을 가지고 있을 때, 이는 하나의 신경 세포인 뉴런의 역할을 한다. 그 위치에 수소이온이 적어지면 이 기기는 뉴런들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 역할을 한다. 뇌는 복잡한 신경 회로에 기억을 저장하기 위해 시냅스를 사용한다.

라마나탄 교수는 이같은 적응(재프로그래밍)성을 바탕으로 이 칩이 뇌에서 영감을 받은 컴퓨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기능을 떠맡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더 효율적 정보 소통·전달은 물론 문제 해결위한 최적 회로 선택

퍼듀대 연구팀의 협력진인 샌타 클라라대와 포틀랜드주립대 연구팀은 실험 데이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기기 내부에 인공 신경망 용 동적 구조가 생성돼 정적 회로에 비해 심전도 패턴과 숫자를 더 효율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신경망은 이른바 ‘저수지 컴퓨팅(reservoir computing)’을 사용하는데 이는 뇌의 다른 부분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정보를 전달하는지를 설명한다. 이 방식은 훨씬 적은 전력으로도 기존 컴퓨터를 뛰어넘는 차세대 컴퓨팅 연산 속도를 낼 수 있다 .

연구에 참여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원들은 또 새로운 문제가 제시됐을 때 이 칩의 동적 네트워크는 어느 회로가 이 문제 해결에 가장 적합한지를 ‘찝어서 선택(pick and choose)’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표준반도체 제작 기술 사용에 놀라운 재현성

라마나탄 교수는 이번 칩 연구 성과가 표준 반도체 호환 제작 기술을 이용해 제작했고 실온에서 작동된 만큼 반도체 업계가 쉽게 채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퍼듀대 재료공학 박사과정생 미첼 박은 “우리는 이 기기가 매우 튼튼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100만 사이클 이상에 걸쳐 기기를 프로그래밍한 후 모든 기능의 재구성은 놀라울 정도로 재현 가능했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뇌에서 영감을 받은 컴퓨터를 만드는 데 사용될 대규모 테스트 칩에서 이러한 개념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퍼듀대의 실험은 퍼듀 디스커버리 파크의 플렉스랩과 버크 나노기술 센터에서 수행됐다.

미 아르곤 국립 연구소, 일리노이 대학교, 브룩헤이븐 국립 연구소, 조지아대 연구진이 이 기기의 성질을 측정했다.

이처럼 외부의 힘을 빌지 않고 칩 내부에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칩 연구 성과는 네이처지 2월 3일자에 실렸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HBM-PIM(Processing-in-Memory)을 개발했다. 이는 CPU와 메모리 간에 주고받는 데이터가 많아지면 ‘작업 처리가 지연되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혁신기술을 D램 공정에 접목시켜 HBM-PIM을 제품화 하는 데 성공하고 반도체 분야 세계 최고권위 학회인 ISSCC에서 논문을 공개했다.

퍼듀대 팀, 2년 전에는 뇌에서 영감받아 회로 구성에 지능 접목···엄청난 에너지 저감

퍼듀대 연구원들은 2년 전 인간 뇌에서 영감을 받아 인공지능(AI) 사용시 드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량을 크게 줄여주는 새로운 칩을 개발했다. (사진=퍼듀대)

이 같은 방식의 연구는 퍼듀대 연구팀에게 낯설지 않다. 이 팀은 이미 2년 전인 지난 2020년 5월 이미 인간두뇌에서 영감을 받은 칩 개발 시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즉, 퍼듀대 연구팀은 새로운 칩(HW)에 AI를 심어 사용되는 ‘에너지 소모량을 엄청나게 감소’시킬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2020년 5월 네이처 커뮤이케이션즈에 게재된 이 내용을 함께 소개한다.

당시 슈리람 라마나탄 교수는 “SW가 AI 과제 대부분을 떠맡고 있다. SW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외에 회로 구성 요소에 지능을 접목할 수 있다면 오늘날에는 간단히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일상생활에 더 많이 침투할수록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가진 SW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만약 HW와 SW가 지능적 특징을 공유할 수 있다면, 실리콘의 한 영역은 주어진 에너지 입력으로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략적 방식은 인간의 뇌가 정보를 분류하고 결정을 내리는 방법에 의해 영감을 받았다.

퍼듀대 릴리안 박사후 연구원 하이톈 장은 “인간은 카테고리(범주)의 나무가지 구조로 무언가를 암기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과일’ 범주에서는 ‘사과’를, ‘동물’의 범주에서는 ‘코끼리’를 외운다. HW에서 이러한 기능을 모방하는 것은 뇌에서 영감을 받은 컴퓨팅에 잠재적으로 흥미로운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팀이 개발한 HW는 이른바 양자 물질로 만들어졌다. 이 물질들은 고전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성질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팀은 칩을 만들기 위해 ‘산화 네오디뮴 니켈’로 불리는 양자 물질을 사용했다.

라마나탄 교수는 “우리는 양자역학적 효과를 이용해 물질에 수천 개의 메모리 상태를 축적할 수 있다. 이 물질은 그대로 유지된다. 우리는 단순히 양성자를 섞어줄 뿐이다”라고 말했다.

양자 물질의 성질을 시뮬레이션하면 AI를 시험하는 숫자를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드러난다. (사진=퍼듀대)

연구팀은 이 물질에서 발견된 성질을 시뮬레이션해 이 물질이 ‘0’부터 ‘9’까지의 숫자를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숫자를 학습하는 능력은 AI 테스트의 기준선이 된다.

실온 소재에서 이러한 가지(tree) 형태를 시연한 것은 HW가 SW의 작업을 내려받아 처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라마나탄 교수는 “이 발견은 그동안 이러한 종류의 지능이 전자 HW에서 구현된 적이 없었기에 크게 무시돼 온 AI에 새로운 영역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물질은 또한 인간이 AI와 더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팀은 “양성자는 또한 인간의 자연적인 정보 전달자다. 양성자 전달에 의해 가능하게 된 장치는 결국 뇌 임플랜트와 같은 것을 통해 유기체와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달성하는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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