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직면한 IT 업계, ‘불붙은 연봉 인상 경쟁’

[AI요약] 최근 인력난에 직면한 IT업계에서 빅테크·게임 업체를 중심으로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 인력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한 연봉 인상 카드가 보통의 경우와 다른 점은 스톡옵션이나 성과급이 아닌 ‘기본급의 일괄 인상’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연봉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임직원 평균 연봉 1억원을 초과하는 기업들이 다수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연봉 인상의 후폭풍이다.

최근 빅테크,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시작된 연봉 인상 러시가 전 업계의 IT 직군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최근 인력난에 직면한 IT업계에서 빅테크·게임 업체를 중심으로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 인력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대부분의 기업에 IT 인력 수요가 폭증하며 나타난 현상으로 사실상 전 업종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소식은 지난해 대표의 주식 먹튀 사태로 대·내외적인 논란을 불러왔던 카카오페이가 올해 임직원을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이라는 처우 개선안을 내 놓았다는 것이다.

앞서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해 11월 노사 합의로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을 결정했고, 곧 취임하는 남궁훈 카카오 내정자 역시 “올해 임직원 연봉 예산을 15% 증액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카카오 등 빅테크 중심의 연봉 인상 소식에 IT 업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각 기업에서는 내부 IT 인력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연봉을 인상하는 무리수를 선택하는 상황이다.

빅테크 발 연봉 인상 러시, 이유와 특징은?

지난해까지 빅테크를 비롯한 대부분의 IT 기업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별 성과 독려를 위한 방법으로 실적 별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방법을 채택해 왔다.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카카오 역시도 지난해 2월까지도 노조의 기본급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스톡옵션 지급 방식을 고수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 카카오가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전횡을 거듭하다 갑질·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이후였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불거진 주식 먹튀 논란 이후 커진 내부 불만과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최근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카드를 꺼냈다. (이미지=카카오페이)

‘꿈의 직장’에서 한순간에 갑질 기업으로 지목된 카카오의 악재가 정점에 이른 것은 류영준 카카오 전 공동대표 내정자의 주식 먹튀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부터다.

싸늘해 진 여론은 바로 카카오를 비롯한 공동체 관련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고, 사내에서도 노조를 중심으로 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내홍 조짐까지 보이던 카카오의 해결사로 나선 것은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다. 남궁 내정자는 ‘비욘드 코리아’와 ‘비욘드 모바일’을 키워드를 제시하며 글로벌 진출과 신사업 발굴로 악화된 여론을 진정시키고, 직원들에게는 연봉 인상 카드를 제시하며 수습에 나섰다.

사기 진작과 보상 강화라는 측면에서 이뤄진 연봉 인상 카드가 보통의 경우와 점은 스톡옵션이나 성과급이 아닌 ‘기본급의 일괄 인상’이라는 것이다.

이는 기존 인력 유출을 방지하고 남궁 내정자가 제시한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블록체인 등 신사업 부문에 필수적인 인재 유치를 위한 방침으로 풀이됐다.

문제는 이러한 카카오 발 연봉 인상이 IT 인력 시장에 강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연봉 대란 조짐… 채용 방식도 지원자 중심, 빠른 결정으로 변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계열의 연 이은 연봉 인상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노사 간 임금 협상을 진행하는 회사의 경우 대부분이 “카카오에 준하는 직원 처우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네이버의 경우 지난 14일 최수연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서 직원 처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은 점을 두고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시즌을 맞은 다른 IT 기업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IT 기업이 밀집한 강남·판교 지하철역에는 연봉 인상 등의 파격 조건을 제시하는 채용 광고가 경쟁적으로 걸리고 있다.

카카오와 각 게임사의 파격적인 연봉 인상이 이어지며 올해 IT 직군 모집은 연봉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미국 게임사 더블다운인터액티브(DDI)를 자회사로 둔 더블유게임즈의 경우 워라밸을 중시하는 2030세대를 영입하기 위해 ‘일주일 리프레시 휴가’ ‘시애틀 오피스’ ‘1인 1법인카드 제공’ 등은 물론 대우 면에서도 ‘신입 초봉 4500만원’을 내세우며 화제가 됐다.

당근마켓은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핵심직무역량만으로 평가, 24시간 내 서류평가를 안내하는 ‘리크루트24’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을 불편해 하는 2030세대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능력 있는 인재는 빨리 확보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당근마켓은 '리크루트24' 캠페인을 통해 자소서를 없애고, 24시간 내 서류 검토 결과를 알려주는 채용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지=당근마켓)

명품 커머스로 이름을 알린 머스트잇의 경우 지난 2월 개발자 공개채용에서 ‘사이닝 보너스 1억원’ ‘스톡옵션 2억원’의 선택지를 제시하며 지원자를 모집했다.

가장자산거래소 코인원 역시 지난 1월 100여명 규모의 경력직 공개 채용 당시 개발 직군을 대상으로 ‘전 직장 대비 최대 50% 연봉 인상’을 당근책으로 제시했다.

기존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연봉을 올리는 기업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경우 올해  초 최대 1000만원의 연봉 인상을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근속 연수에 상관없이 연봉 500만원 일괄 인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 외에도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 계열 IT 업체를 비롯, 대부분의 업체들이 연봉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주요 기업의 평균 연봉은 이미 2020년 1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미지=사람인)

이러한 IT 업계의 연봉 인상 러시가 이어질 경우 임직원 평균 연봉 1억원을 초과하는 기업들이 다수 생겨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연봉 인상 쓰나미가 몰고오는 부작용은?

IT 업계의 연봉 인상 러시는 때론 심각한 후폭풍을 낳기도 한다. 게임업계의 경우 파격적인 연봉 인상 이후 실적 부진에 직면하는가 하면, 중소 IT 업계는 심각한 인력 유출을 토로한다. IT 직군을 제외한 다른 직군과의 연봉 격차도 벌어지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취업준비생도 적지 않다. (이미지=픽사베이)

IT 업계의 파격적인 연봉 인상 소식은 사실 최근의 일은 아니다. 특히 게임 업계에서는 지난해 3N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가 1300만원, 넥슨과 넷마블이 각각 800만원의 연봉 인상을 단행했다. 그 외에도 조이시티가 1000만원, 컴투스와 펄어버스가 800만원, 배틀그라운드 흥행을 바탕으로 상장까지 한 크래프톤의 경우는 무려 2000만원의 연봉을 인상했다.

문제는 연봉 인상의 후폭풍이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두고 중국, 미국 등과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게임업계의 지난해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엔씨소프트가 전년 대비 4819억원에 달하는 41.57%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고, 그 외에도 넷마블, 넥슨, 컴투스 등 다수의 게임사가 실적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신작 흥행 실패 등의 이유가 컸지만 한편으로 큰 폭의 연봉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기업이 신사업 등 혁신에 성공할 경우 연봉 인상에 따른 부담을 상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무리한 연봉 인상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빅테크, 게임사 등의 연봉 인상을 따라 갈 여력 조차 없는 중소 IT 업계다. 이들 기업의 상당 수는 ‘인력 유출’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는다. 신입으로 채용해 공들여 키워 놓은 인재가 연봉과 대우가 좋은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IT 업계의 연봉 인상 러시로 업계 전반적인 평균 임금이 높아지며 다시 신규 인력을 모집하는 것도 힘겨운 상황이다.

이에 일부 기업에서는 차선책으로 동남아 등지에서 해외 개발자를 ‘원격근무자’로 채용해 급한 불을 끄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2030세대의 특성,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워라밸이 중시되며 대우·조건에 따라 수시로 이직하는 문화가 확산되며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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