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수시간을 이야기해도 모자라다. 그 원인을 분석하는 자료도 많고, 그에 따른 대책을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많으니, 결국 하나의 사회안에서 다양한 정부가 드라이브를 일관되게 걸지 않으며 시행착오를 겪어 현상황에 이렀기에 누구 하나 탓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를 차치하고, IT관점에서 문제를 짚는 관점을 한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 최근 커뮤니티, SNS상에서 인스타그램이 출산율 저하에 기여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 과잉 정보화가 출산율 저하에 미친 영향 관점에서 접근해보기로 했다.
먼저 논리 전개를 하기에 앞서,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2가지 국면을 맞이한 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중반이후 선진국 진입과 여성 사회 진출활성화에 따라 한번의 큰 출산율 감소를 경험하였고, 이 당시 줄어든 출산율의 결과로 태어난 세대가 다시 출산 대상세대가 되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급격한 사회적 환경변화를 맞이했음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한 대한민국을 다시 되돌릴 수 없으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 사회 진출을 막는 것 또한 굉장히 비인권적이며 인권후진국으로 나아가고자하는 것과 별반 다를바 없다. 뿐만아니라, 부동산 가격 폭등은 앞으로도 수도권집중화와 공급부족, 빈부격차의 확대, 그리고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라 돌이킬수 없는 수치적 명제이므로 이와같이 우리가 바꿀수 없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기보다는 다른 사회적 요인에 대한 접근을 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이 한국에 상륙한 것은 2012년이다. 단문을 기반으로 하는 트위터, 장문과 사진 등을 기반으로 하는 페이스북이 SNS업계를 평정하고 있을 때, 오로지 정방형 사진하나만으로 소통하는 인스타그램의 등장은 신선했다.
SNS에 좀처럼 글을 남기지 않는 사람들도 일상의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SNS가 자신의 근황을 공유하던 근본적인 기능에서 더 나아가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신의 셀피없이도 자신이 향유하고 있는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외제차와 돈다발, 시계, 명품백과 호텔에서 숙박, 해외여행 등 인스타그램은 그야말로 압축적인 자신의 행복을 전시하는 전시장이었다. 호날두, 메시 스페셜이라고 들어보았는가? 축구 선수들의 경기 장면 중 가장 훌륭한 퍼포먼스만 모아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스페셜 영상들을 보면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스페셜영상에서는 실수가 없고 골만 넣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SNS가 역시 그랬다. SNS에서는 사람들이 각자가 행복한 순간만 모아 올리기 때문에, 그리고 누군가가 뜨문뜨문 분기마다 올리더라도, 친구들이 여럿이기에 그 친구들이 뜨문뜨문올리면, 내 피드안에서는 항상 친구들의 행복한 순간만 뜨는 것이다. 06화 SNS만 보면 모두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SNS사용 트렌드를 통해 분석해보는 소비문화 | 페이스북이 2030의 주류에서 밀려나면서 4050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지금을 돌이켜볼때, 사진 영상 중심의 컨텐츠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을 2030이 선호brunch.co.kr/@finsight/182
이와같은 SNS의 역할, 특히 사진기반 SNS 인스타그램이 2012년 한국에 상륙했다. 미혼은 미혼대로, 기혼은 기혼대로 서로의 생활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미혼 유저들은 명품시계와 가방, 자동차를 보여주고, 파티, 명품가방과 가장 아름다운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이는 기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업이 잘되고, 아이들에게 명품 옷을 입히거나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행복한 가정을 만든 모습을 자랑하기 바빴다.
공교롭게도 2012년 1.3에 이르던 합계출산율이 급격히 1.1대로 떨어지더니 페이스북 쇠퇴와 인스타그램 부상이 돋보였던 2017년 이후로 파괴적으로 하락했다. 정말 공교롭게도 시점이 일치했다.
인스타그램이 일조했다는 생각은 들면서도, 결국 근본에는 사회 기저에 깔려있는 끊임없는 비교문화가 한국사회의 치열한 삶을 조장하고 이것을 미화하면서 세대적 번아웃이 찾아온 것이다.
출산을 적게하는 맥락을 역으로 리버스 엔지니어링 해보자.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개인으로 본다면, 커리어 단절, 출산 이후 육아에서의 어려움, 경제적 어려움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구조적으로 출산으로 가지 않는것은 결혼하지 않는 사회의 결과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 또한 취업이 늦어지는 사회적 문제,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경제적 문제 등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결과이다. 08화 요즘 애들 왜 결혼을 안할까?사회학적으로 파헤치기 | 오늘 아침 커뮤니티에서 돌던 멘트를 공유해본다. 20대가 밤샘해도 멀쩡한 이유를 일본의 한 트위터리안은 이렇게 표현했다. "20대가 밤새도록 놀 수 있는 체력은 원래brunch.co.kr/@finsight/179
그런데 이런 문제는 모두 비교에서 오는 문화의 결과이다. 비교는 어디에서 오는가, 비교가 시작되었던 태초로 돌아가보자. 태초에 우리는 수렵과 채집생활을 했다. 농사를 지을 줄도 모르고 언어도 안통하고 당장 배고프니 풀을 뜯어먹고, 나무에 달린 열매를 먹었다.
그러면서도 열매중에는 독이 있어 죽기도 하고, 풀만 뜯어먹다 지쳐 아사해버리기도한다. 이와같은 비극은 불을 발견하고, 도구를 만들어 곡식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해소된다. 매일 돌아다니며, 동물을 사냥하지 않아도 되고, 위험하게 나무를 오르지 않아도 너른 들판에 곡식을 심고 때가되면 농작물을 수확해 끼니걱정이 사라졌다.
단순히 유목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류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안정적인 환경속에서 농경 노하우를 서로 전수해주었고, 더욱 농경의 결과는 효율적으로 개선되었다. 이는 재배물의 초과 생산이라는 기점을 만들어낸다.
재배물의 초과 생산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잉여생산물이다. 드디어 처음으로 잉여생산물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곡식을 저장하였고, 잠시나마 농경으로 안정화되는가 싶었던 부족간 갈등은 심화된다. 초과 생산물을 침탈해와야하기 때문이다.
더많은 침탈을 위해 무기는 발전하였고, 무기를 통해 인근 부족을 침탈해온 부족들은 부족을 복속시키고 규모를 키워갔다. 그리고 더 거대해진 세력이 만든것은 상징물이었다. 바로 고인돌이다. 큰돌(거석)을 움직여 만든 장례문화는, 그야말로 권력화의 상징이다. 잉여생산물로 하여금 갈등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권력의 위계가 발생하며 더 큰 부족으로 나아간 집단은 타 집단에게 자신들의 힘의 크기를 보여주기 위해 고인돌을 세우기 시작한다.
더 큰 돌을 옮기려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더 많은 사람을 부린다는 것은 그만큼 권력이 강하다는 뜻. 그리고 이런 부족국가화 시대가 바로 청동기 시대이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배우며 대체 청동검을 쓰지도 않고 청동거울로 방패를 쓰지도 않은데, 왜 청동기가 시대로 나눌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가를 의문삼는다.
답은 청동거울에 있다. 청동거울은 당시 부족국가의 리더가 가지던 애장품이다. 항상 출토되던 시기의 사진만 나와서 청동거울의 유의미함을 알기 어려운데, 청동거울의 문양이없는 거울면을 보면 위 사진처럼 실제 거울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청동거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실상 사치의 시작단계인것이다. 청동검과 청동거울 모두 그 부족의 리더에게는 권력의 상징인 것이다. 쓸모는 없지만, 아무도 갖고 있지 않은 청동거울이야말로 당시 시대에서 가장 큰 권력의 상징인것이다.
그렇다. 비교는 태초부터 먹고 살만해지기 시작하니 발생한것이다. 비교를 통해 이웃부족의 고인돌이 더 크면 전쟁을 걸지 않고, 자신들의 부족 리더가 가진 청동거울이 빛난다면 더 강한 충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적당한 비교는 위 사례처럼 전쟁을 막거나, 조직의 단합을 만드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최근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더라도, 강력한 원자폭탄, 수소폭탄의 존재는 함께 전쟁을 수행해나가던 경쟁국가로 하여금 공포심을 심어주고 불필요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상징이 되었다. 또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교되어 스스로 성실근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 역시 비교문화에서 오는 장점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교문화는 공론화되기 전 장점이었던것이 매스미디어의 발달,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거침없이 180도 반전된다.
각 국가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어느나라의 국력이 강한지 선전하기 시작했고, 선전의 결과 더 많은 국방력의 비교는 심화되면서 날로 국가간 군비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상업선전을 꾀한 기업들은 사치품판매를 비롯해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이끌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소셜미디어로 넘어오면서 다른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저 선망하던 브랜드의 제품이나 유명인의 삶으로 비춰지고 있던 매스미디어가 꿈이 아니라 내 옆 누군가의 삶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골프는 부자들만 치는 것이고, 아파트는 로또 청약에 당첨되어야 들어갈 수 있으며, 슈퍼카 외제차는 오렌지족만 끄는 것이라고 믿었던 세상이 무너진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켜면 호날두 스페셜마냥, 나와 연결된 친구들이 쉴새없이 해외여행을 다니고, 대기업 연수를 다니고, 명문대에 가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놀러다니며, 프로포즈로 어떤 명품이나 주얼리를 받았다고 끊임없이 올라온다.
더 빠르게 규제되지 않은 세상속에서 누군가는 코인, 주식, 부동산 등으로 자산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을 서로 인증하기 시작하면서 평화와 단합의 상징에서 경쟁과 분열 시기의 상징으로 넘어온 것이다.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문화는 이처럼 비교문화를 수면위로 꺼내어 직접적으로 타인의 정보를 들여다보고 고통받는 정보의 과잉 공유가 빚어내는 시대변화의 한축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