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입시제도 하에서 10대들이 자신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고민할 시간과 여력은 없다. 대부분은 대학입학이라는 절대적인 지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부모와 학교가 제시하는 길이 옳다고 믿으며 따라간다. 대개의 경우 이러한 방식은 ‘니가 뭘 알아’와 같은 말과 함께 종용되곤 한다. 그리고 부모들은 약속한다. ‘대학만 가면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물론 이렇듯 엄중한 시스템의 굴레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는 극소수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용기를 내지 못하고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난한 입시 과정을 버텨낸다. 문제는 정작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대학 입학 이후부터 시작된다. 학교와 부모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잘 해 냈다고 자축하는 사이, 몸만 어른이 된 대학생들은 적잖은 혼돈을 마주한다. 그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 관심사를 찾으며 진짜 진로탐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역시 여기도 정해진 길은 있다. 남들이 하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 스팩을 쌓고 취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이다.
정말 큰 문제는 취업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난 다음 불거진다. 꿈에도 그리는 혹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기업에 취업했지만, 그때 비로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힘겨운 취업의 문을 통과했지만, 1년도 채 안돼 퇴사하는 신입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물론 그중 상당 수는 다시 뒤늦은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길을 찾곤 한다. 하지만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발견한 이들에 비해 써 버린 시간과 비용은 만회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창업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캘러스컴퍼니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청소년의 진로 탐구를 위한 비대면 인턴십 연계 교육 서비스 ‘스프린트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청소년들은 스프린트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지망하는 진로와 관련된 스타트업의 업무에 비대면 인턴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턴십은 캘러스컴퍼니가 교육 공학적으로 설계한 커리큘럼에 맞춰 진행된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이와 같은 스타트업 인턴십 서비스는 한국, 미국을 비롯한 5개국에 위치한 다양한 섹터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비용을 지불하고 인턴십에 참여하겠다는 수요가 예상을 상회하고 있다. 서비스 초기부터 매출을 만들어 내며 캘러스컴퍼니는 지속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해 커리큘럼을 최적화하고 프로그램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캘러스컴퍼니의 이런 도전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김규래 캘러스컴퍼니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스타트업의 경험을 판다
‘스타트업의 경험을 판다’는 말은 올해 초 캘러스컴퍼니가 앤틀러 코리아 배치 프로그램 1기로서 데모데이 무대에서 한 말이다. 당시 PoC(개념검증) 과정을 통해 선보였던 캘러스컴퍼니의 청소년을 위한 인턴십 기반 교육 서비스 ‘스프린트 프로그램’은 이후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중소벤처기업부 시드팁스 1기 선정, YL 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 유치, 초기창업패키지 선정 등 연이은 성과를 올렸다.
특히 지난달에는 그간 각고의 노력을 쏟은 스프린트 프로그램이 공식 출시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판교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규래 캘러스컴퍼니 대표는 “청소년들이 기업의 현장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니즈는 충분히 확인했다”며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데모데이 당시 ‘스타트업의 경험을 판다’고 한 것은 인턴십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이었어요(웃음). 초기에는 저희가 만들고 있던 앱 서비스 프로젝트에 청소년들을 참가시키는 것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했죠.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기업 현장에 대한 경험을 쌓고 싶어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물론 그 이유가 대입에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단순 호기심일 수도 있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러한 수요에 부응한 교육 프로그램을 공급해 줄 수 있는 플레이어가 시장에는 없다는 것이었죠. 니즈가 있는 시장이었고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기업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면 큰 만족도와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청소년 대상 기업 인턴십의 가능성을 확인한 김 대표는 이후 여러 분야에서 초기 단계의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섭외하고 이를 청소년들과 연결시켜주는 작업에 집중했다. 캘러스컴퍼니는 이 과정에서 자사는 물론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청소년, 해당 스타트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서비스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스타트업에게 시간은 금과 같습니다. 그런데 청소년 인턴십 받아 교육시키고 업무를 준다는 것은 쉽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초기부터 캐시 플로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청소년들 역시도 돈을 내고라도 인턴십에 참여하겠다는 의사가 분명했고요. 결과적으로 스프린트 프로그램은 인턴십을 표방하지만 실제 내용은 교육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학생들의 수강료에서 운영비를 제외하고 호스트 기업에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역시 자사의 본업에서 부가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매력적으로 다가가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캘러스컴퍼니의 스프린트 프로그램은 일반 스타트업은 물론 사회적 기업들의 반응까지 이끌어 내고 있다. 자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청소년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덕분이다.
5년간 이어진 창업 도전, 앤틀러 프로그램에서 빛났다
캘러스컴퍼니는 김규래 대표를 비롯해 세명의 공동 창업자가 함께한 팀이다. 그 도전은 5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각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고교시절부터 미국에서 공부한 김 대표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졸업 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 직후부터 창업 시도는 시작됐다. 유석호 캘러스컴퍼니 공동창업자는 김 대표의 동문 선배로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을 전공했다. 정조영 공동창업자는 베이징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이다. 이들 셋과 앤틀러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이 된 배규진 공동창업자는 카이스트에서 기술경영을 전공하고 현대카드에서 근무를 한 바 있다.
5년 전 김 대표를 비롯해 유석호, 정조영 공동창업자는 최초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으로 이후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 정보를 기반으로 한 ‘아이패드 포스기’ 사업 시작했다. 세 번째 도전은 트레스 펠라스(Tres Fellas)라는 앱 개발사를 창업해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앱을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앤틀러 코리아의 배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은 게임을 시니어 분야와 연결하는 비즈니스 확장을 고민하던 차에 이뤄졌다. 그간의 과정을 이야기하던 김 대표는 문득 창업에 뛰어든 우연한 기회를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사실은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현지 회사에 취업이 결정돼 있었어요. 그 상황에서 유석호 님이 전화를 해서 창업을 하자고 설득을 한 거죠. 저 역시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큰 고민 없이 출근하기로 한 회사에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고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합류하게 됐어요. 그게 캘러스컴퍼니까지 이어진 거죠(웃음). 예상 이상으로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도 적지 않아요. 우선 당장 잘 팔려고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거죠. 그게 가장 위험한 거라고 생각해요. 또 주저하며 너무 완벽함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사실 캘러스컴퍼니가 거친 우여곡절은 앤틀러 프로그램 당시에도 적지 않았다. 앤틀러 코리아의 배치 프로그램의 취지는 창업팀이 아닌 창업가를 선발해 그들 사이에서 팀이 결성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애초 팀으로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들은 각각 개인자격으로 지원해 합격했고, 공동창업자를 찾겠다는 것으로 앤틀러 코리아를 설득시켰다.
“세 명이 이미 5년간 합을 맞췄던 터라 사실 공동창업자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저희의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분을 꼭 한 번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각자가 따로 참여자를 만났고 밤마다 모여서 회의를 했죠. 그러다가 배규진님을 알게 됐고, 열렬히 구애 하며 각각 합을 맞춰 본 끝에 캘러스컴퍼니 팀이 결성이 된 거예요.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한달이 채 안되는 무렵이었죠.”
이미 혹독한 창업의 바다를 경험한 이들이었지만, 앤틀러 코리아의 배치 프로그램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고객을 설득하고 전환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기준이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캘러스컴퍼니는 초기 시니어 대상 서비스로 시드 투자를 유치한 이후 현재 ‘스프린트 프로그램’으로 피보팅을 감행하는 드문 케이스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초기에 저희가 생각했던 아이템 외에도 몇 가지 추가적인 아이템을 병행해 테스트를 했어요. 그중 하나가 ‘스프린트 프로그램’이었는데, 서비스를 내기 전부터 수요가 적지 않겠다는 예감을 했죠. 제 경험을 반영해 유학원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보니 레퍼러스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출시 이전부터 수천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거예요. 이미 투자를 받은 상황에서 피보팅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결국은 말을 해야 했어요. 저희 얘기를 들은 강지호 앤틀러 코리아 대표 파트너께서는 ‘지금 매출이 발생한 사업을 해야 투자를 하겠다’며 오히려 더 강력하게 말씀을 해 주시더군요(웃음).”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굳은살로 성공 이룰 것
캘러스컴퍼니(calluscompany)의 사명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직역하자면 ‘굳은살’이라는 의미다. 스타트업 이름 치고는 조금 엉뚱하다. 김 대표는 “지난 경험의 과정에서 거친 시행착오가 더 큰 성공을 위한 굳은살이 된다는 의미”라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가 이제까지 했던 무수한 삽질의 결과로 생긴 굳은살이 더 큰 성공을 위한 지지대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로 저희가 교육 서비스를 하다 보니 캘러스컴퍼니를 통해 인턴십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이 경험이 단단한 지지대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있죠. 또 하나는 ‘Call+us’ 즉 좋은 서비스로 많은 고객들에게 부름을 받고 싶다는 뜻도 담았습니다(웃음).”
이러한 캘러스컴퍼니의 스프린트 프로그램은 정식 론칭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더 다양한 기업의 인턴십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캘러스컴퍼니는 인턴십 운영 기업의 풀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대상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포함하는 상황이며, 김 대표에 따르면 이미 매출의 절반은 해외 기업 스프린트 프로그램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캘러스컴퍼니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교육공학적으로 설계된 커리큘럼이 있다.
“기존의 인턴십은 학생이 들인 노력이 비해 최적의 경험을 하기가 어려운 구조였어요. 저희는 교육에 방점을 두고 주 2회 회당 2시간씩 기업 담당자(보통 CEO)와 3~5명으로 구성된 학생 그룹이 온라인 미팅을 하는 방식으로 커리큘럼을 짰습니다. 2시간 중 15~20분 정도가 설명이고 나머지는 토론과 실습으로 이뤄져 있죠.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렇듯 교육·실습·과제가 주축이 된 커리큘럼은 분 단위로 설계가 돼 있어요. 물론 기업 현장 경험의 효과에 대한 테스트도 진행해 만족도가 높은 것을 확인했지만, 논의 끝에 접근성과 확장성을 고려해 온라인을 통해 줄 수 있는 강점을 우선 집중하기로 했죠. 이러한 커리큘럼은 캘러스컴퍼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향후 캘러스컴퍼니는 현재 4주로 구성된 인턴십을 넘어 1년 이상 기업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 나아가 더 많은 국내외 기업의 실전 업무 경험 제공해 청소년들이 열정을 쏟고 스토리를 만들어 갈 기회를 주고자 한다. 곧 진행될 계획을 이야기하는 김 대표의 목소리에 기대감이 느껴졌다.
“스프린트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되는 인턴십 교육에서 기업의 리더와 학생들 사이에 인터랙션은 모두 녹화되고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 더 큰 관심을 두는지를 분석할 수 있죠. 또 리더와 학생 간에 이상적인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커리큘럼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요. 향후 이러한 데이터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더 있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을 비롯해 각 세대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포괄적인 교육 과정을 만들겠다는 것이 저희 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