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필두로 이른바 ‘생성 AI 시대’가 시작되며 국내외 빅테크를 비롯한 스타트업들은 저마다 AI(인공지능) 기술을 무기로 시장 선점을 위한 무한경쟁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산업 각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플레이어들 역시 기술 트렌드에 발맞춰 자사 서비스와 업무 시스템에 AI(인공지능) 기술을 도입을 시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기에 AI는 여전히 어렵고 활용 방식 또한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선도적으로 AI 기술을 도입하려는 일부 기업에서는 관련 팀을 신설하거나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여유 자금이 확보된 대기업이나 가능한 선택지다.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아직까지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야 하는 AI 기술 도입은 그림의 떡과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월 창업한 AI 스타트업 달파(Dalpha)가 선보이는 ‘AI 스토어’는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AI 기술 도입 수요에 대응하는 새로운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달파가 추구하는 AI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다름 아닌 고객맞춤형(Custom) AI 서비스다. 이들의 목표는 AX(AI Experience) 혁신을 통해 기존의 번거롭게 다가갔던 기업들의 AI 도입 경험을 개선하고, AI 사용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달파의 ‘AI 스토어’에서는 상품 카테고리 자동화, 상품 이미지 매칭, 이미지·텍스트 검색, 리뷰 분석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고객맞춤형 AI 서비스 제작에는 챗GPT와 같은 거대 생성 AI 모델도 활용되고 있다.
앞서 달파는 창업 3개월만에 프라이머사제, 두나무앤파트너스, 스프링캠프 등이 참여한 13억원의 시드 투자 유치하며 자사의 기술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에 테크42는 달파의 시작에 얽힌 스토리와 향후 계획을 창업자인 김도균 달파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서울대학교 출신의 팀이 혁신적인 관점으로 시작한 도전
법인 설립 시기를 기준으로 달파의 업력은 이제 7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행보는 극초기 스타트업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대담하다. 여느 스타트업과 다른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에 이어 이미 AI 스토어를 통해 선보이는 솔루션들은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달파의 ‘리뷰 분석’ 기능을 활용한 오픈서베이다. 이는 수만 건의 주관식 응답을 AI로 처리해 소요 시간을 600배 단축하는 효율을 입증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다른 스타트업들이 팀 빌딩이나 서비스 PoC(개념증명)을 진행하는 시기에 이미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는 달파의 비결은 무엇일까? 모교인 서울대학교 인근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도균 달파 대표는 팀과 남다른 관점을 언급했다.
“달파가 빠른 실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팀입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집중한 것은 팀을 모으는 것이었어요. 주변 지인을 기반으로 이상적인 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재능있는 인재들이 많이 모여줬죠. 두 번째는 AI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었어요. 저희는 기존 AI 기술 기업, 스타트업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 관점에 동의해 준 인재들이 함께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해 나갔죠.”
김 대표가 말하는 관점은 AI 기술 개발에 집착하기 보다 빠르게 상용화하고 기업들이 쓸 수 있도록 하는 AI 기술 사업화, 즉 고객맞춤형 AI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서울과학고, 서울대학교 출신의 막강한 맨파워를 기반으로 이러한 관점을 내세운 달파의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사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시드 라운드에서는 드문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낸 셈이다. 특히 달파는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최근 상황에서 VC(벤처캐피탈)이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매출로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투자 유치 당시에는 법인을 설립한지 두 달도 채 안될 무렵이라 초기 팀 세팅과 몇 개 고객사 정도만 확보된 상태였어요. 다만 저희가 어떤 식으로 고객사를 설득하고 AI를 맞춤형으로 제작해 서비스할 것인지를 실제 5차례 정도 수행 사례로 확보하고 있었죠. AI 딥러닝 등의 원천 기술은 학계와 빅테크 등이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 경쟁에서 저희가 앞서 나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어요. 대신 이미 입증된 기술과 지식을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집중했죠. AI를 커스터마이징하는 파이프라인이나 시스템을 만드는 것 역시 원천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고도화시켰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방식을 통해 각 고객사로부터 매출을 일으킬 수 있었어요. 투자사들은 그 부분을 높게 평가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딥테크 팁스 선정, 도메인 어댑테이션에 집중할 것
예상을 뛰어 넘는 시드 투자 유치와 빠른 플랫폼 론칭에 이어 달파는 지난달 말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딥테크 팁스’에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딥테크 팁스는 중기부가 지원하는 2023년 신규 사업 초격차 스타트업 1000+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을 선정해 3년간 15억원의 기술개발자금을 지원한다. 달파는 이번 딥테크 팁스 선정을 통해 우수 인재 추가 확보와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딥테크 팁스 주제로 정해진 ‘도메인 어댑테이션(Domain adaptation, 분야적응)’을 언급하며 말을 이어갔다.
“도메인 어댑테이션은 커스터마이징한 AI를 고객사에 아주 빠르게 최적화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이 아마 저희가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원천 기술이 아닐까 싶어요. 이를 위해서는 꾸준하게 커스텀 AI를 선보이며 기업들의 구독량을 늘리는 것을 비롯해 AI의 재사용성을 증대하는 것이 필요하죠.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이어가던 중 문득 달파(Dalpha)의 사명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졌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Data discovers your Alpha(데이터로 알파를 발견한다)’는 문장을 줄인 단어다. 산업적 관점에서 알파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혁신의 시작점, 혹은 패러다임을 뒤바꾸는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즉 달파의 사명은 데이터에 기반한 AI로 각 기업들이 목표로 하는 알파를 찾게 해주는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사명에 얽힌 달파의 비전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알파는 경제학에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숨겨진 주식의 특장점 같은 걸 의미하기도 하죠. 실제로 고객사들을 만나보면 AI를 도대체 어떻게 써야 회사가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잘 아시겠지만,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이 되고 그 데이터는 결국 기업이 가진 아주 중요한 소유물이라고 할 수 있죠. 저희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만들어서 고객사들이 각자의 알파를 찾게 하겠다는 의미를 사명에 담았어요.”
AI 생태계가 성숙하는 순간,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는 ‘AI 스토어’ 빛 발할 것
달파가 선보인 ‘AI 스토어’는 서비스명에서부터 방식까지 현재 스마트폰 중심의 생태계의 바탕이 되는 ‘앱마켓’과 유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실제로도 달파는 장기적으로 AI 스토어를 AI 서비스 개발자와 이용자, 즉 수요와 공급의 양쪽 사이드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 형태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만 현재는 초기 버전인 만큼 달파가 개발한 AI 서비스를 구독형 SaaS(t서비스형 소프트웨어)으로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당장 중개자인 마켓플레이스 역할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언젠가 시기가 되면 오픈 플랫폼으로 갈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오픈 플랫폼, 즉 마켓플레이스 형태로 가기에는 아직 AI B2B, 혹은 전체 AI 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는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기업간에 AI를 거래하는 상황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는 거죠. 언젠가는 AI 스토어가 오픈플랫폼으로 진화를 하겠지만, 그 보다 지금은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AI 서비스를 다 만들고 이를 필요로하는 기업들을 최대한 모으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수요 기업들이 많이 모이면 결국 AI 공급 업체들도 플랫폼에 참여 할 테니까요.”
이런 계획하에 진행되는 달파의 커스텀 AI 개발 속도는 깜짝 놀랄 수준이다. 기업의 요청이 있을 경우 늦어도 3주 안에 사용이 가능한 AI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그렇게 개발된 AI는 향후 유사한 기능을 요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커스텀 할 때 활용된다. 앞서 언급된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한번 개발을 한 AI는 나중에 다른 프로젝트에서 필요로 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재사용성을 고려한 개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데이터만 넣으면 바로 커스텀이 돼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AX 혁신으로 대세감 형성,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넘어 대기업도 고객이 될 것
달파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AX(AI Experience) 혁신이다.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여전히 AI 도입을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김 대표가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부딪히며 세일즈를 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이에 달파는 자사 AI 개발에 있어서 AX 혁신을 중요한 원칙 중 하나로 가져가고 있다.
“처음에는 저도 놀았습니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AI를 만들기도 쉬워졌으니 다들 쓰고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그 이유를 살펴보니 우선은 인적, 물적 자원이 적잖이 투입된다는 점이었어요. 개발자를 채용하기 어렵고, 서버와 같은 물적 자원 구축도 쉽지 않고요. 이런 방식 외에 아웃소싱을 택할 수도 있지만, 그럴 정도의 AX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일단은 어려울 것 같고 비쌀 것 같고, 불편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적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AX의 개념을 ‘AI는 빠르고 편리하고 저렴하다’고 인식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빠르다’에 집중하고 있죠. 사실 이것만 충족되면 AI를 도입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많거든요. 그 외에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문제, 편리성에 대한 부분도 반영하고 있는 중이예요.”
김 대표는 격변하는 AI 시장의 기술 변화 트렌드에서 늘 선두를 놓치지 않는 자세, 즉 ‘플랙서빌리티(flexibility, 유연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달파의 구성원들 사이에 리마인드 되는 인식이자, 늘 새로운 기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과감하게 도입하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달파의 최대 경쟁력은 팀원들의 능력”이라며 “팀의 능력을 바탕으로 달파는 AI 서비스 개발의 기술적 흐름에 선두에 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달파는 ‘모든 회사를 위한 AI’를 만든다는 계획 하에 현재 이커머스 분야에 집중돼 있는 AI 서비스 고객군을 마케팅, 콘텐츠, 물류 등으로 넓혀가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김 대표는 스타트업,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언젠가는 대기업 조차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세감을 형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 김 대표는 ‘AI가 일반화되는 시대’를 언급하며 달파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현재 AI 기술은 과거 인터넷이 막 등장할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넷,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조만간 기업 뿐 아니라 개인들도 자신에게 필요한 수십개의 AI를 당연하게 사용할 때가 올 거라고 봅니다. 물론 그 사이에 수많은 레이어가 존재하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상용화되는 모든 AI 사례는 달파를 거쳐 나오게 하는 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