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AI가 만들어 내는 혁신이 실제 각 산업 분야에 접목되는 원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고비용 문제로 인한 수익성에 문제가 제기되며 ‘적정 비용에 실질적으로 쓰임이 있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창업한 ‘달파(DALPHA)’는 바로 이러한 AI의 실질적인 쓰임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급성장을 거듭하며 업계의 관심을 집중키는 AI 스타트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AI는 더 이상 일부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기업의 성장을 돕는 기술이 돼야 한다”
달파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AI 스토어’를 선보였고 ‘기업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집중했다. 창업 이래 각 분야 800개 이상의 기업과 미팅을 통해 다양한 시장 수요를 파악한 이들은 격변하는 AI 기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각 기업 업무 프로세스에 존재하는 ‘반복적이고 생산선을 떨어뜨리는’ 작업을 해결하는 AI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렇게 창업 2년을 앞둔 상황에서 달파는 이커머스, 마케팅, 컨텐츠, 교육 등 여러 분야의 업무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100여개의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놀라운 것은 지금도 AI 서비스의 개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다른 기술력, 실증과 통찰을 기반으로 PMF(시장적합성)을 찾은 달파는 창업 3개월 만에 13억원의 시드 투자 유치에 이어 지난 4월 120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달파의 AI 서비스는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달파는 최근 대홍기획과 협업을 통해 리서치, 프로모션 전략 도출, 집행, 결과 분석의 모든 과정을 지원해 각 단계의 맥락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AIMS’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테크42는 오는 28일 개최되는 ‘디지털 마케팅 인사이트 2025(DMI 2025)’에서 ‘마케터를 위한 AI 활용법’을 주제로 발표를 앞둔 김도균 달파 대표를 만났다. 달파의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계획, 마케팅 분야의 혁신을 만들어 낼 것으로 주목 받는 플랫폼 ‘AIMS’와 관련해 김 대표가 털어 놓은 이야기는 ‘모듈화’와 ‘생산성’, 두 키워드에 집중됐다.
AI 스타트업 업계에 다크호스로 떠오르다
김도균 대표는 서울과학고 졸업 후 서울대학교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학창시절부터 AI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특히 AI 기술이 가져올 산업의 변화에 주목했다고 한다. 졸업 후에는 생성형 AI 스타트업에서 AI 테크 리더로 재직하며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협력하는 여러 AI 프로젝트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AI 기술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게 제공되도록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렇게 탄생한 달파에서 그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되어가는 것에 비해, 정작 기업들은 AI를 활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업 맞춤형 AI 솔루션’을 통해 기업들이 매출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 김 대표와 테크42의 만남은 지난해 8월 이후 두 번째다. 놀라운 사실은 당시 창업 1년이 채 안된 상황에서 그가 이야기했던 대부분의 계획들이 거의 현실화됐다는 점이다. 그런 그에게 우선 올해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프리A 투자 유치 성공 비결을 물었다.
“우선 첫 째는 굉장히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모여 팀을 구성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 받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그 기간 동안 굉장히 많은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나 실제 AI를 통한 비즈니스 혁신 레퍼런스들을 빠르게 쌓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세 번째로는 저희가 현재 개발하는 프로덕트들 역시 AI 시장에서 꽤 잘 작동할 것이라는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죠.”
두 번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새삼 느껴지는 또 하나의 사실은 김 대표의 답변이 매우 명료하고 군더더기가 없다는 점이다.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면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어려운 AI 기술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한다는 점이다. 또 세 가지 혹은 두 가지로 정리해 의견을 밝히는 습관도 감지된다. 어찌보면 이러한 그의 말투와 태도는 달파의 AI 서비스에도 그대로 발현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 유치 이후 달파는 사옥 이전과 함께 ‘모든 회사를 위한 AI를 만든다’는 목표를 좀 더 구체화하는 계획들을 실행에 옮겼다. 또 동시에 더 빠르고 생산적으로 혁신적인 AI 서비스를 만드는 내부 시스템 구축을 병행했다. 앞서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이를 ‘도메인 어댑테이션(Domain adaptation, 분야적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커스터마이징한 AI를 고객사에 빠르게 최적화하는 것과 함께 그렇게 쌓이는 레퍼런스를 활용해 ‘AI의 재사용성’을 증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계획은 최근 적용된 달파의 내부 도구 ‘코브라(COBRA)’로 실현되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 후 가장 큰 도전은 맞춤형 AI 제작에 대한 ‘확장성(Scalability)’을 확보하는 것이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결국 AI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마치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다양한 모델들을 조합하는 일이기도 해요. 최근에 저희는 내부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많은 집중을 했고, 그렇게 ‘코브라’를 개발했죠. 코브라는 마치 레고를 조립하듯 AI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도구예요. 달파는 현재까지 수백개의 오픈소스 AI 모델을 활용하고 있으며, 과거의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이를 굉장히 실용성이 높은 형태로 가공해 모듈화하고 있어요. 그렇게 각각의 모듈은 하나의 레고 블럭이 되고, 현재까지 수천개의 블럭이 모여 계속해서 재사용되는 상태죠. 그 결과 초기에 한두 달여의 시간이 소요됐던 것에 비해 지금은 1~2주 내로 AI의 데모버젼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커머스, 마케팅 분야의 생산성 혁신을 위한 AI 서비스 선보여
최근 1년여 동안 달파는 커머스와 마케팅 분야에 존재하는 반복적이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업무 영역을 AI 서비스로 혁신하는데 특히 집중해 왔다. 김 대표는 “해당 영역에 다양한 기업들을 만나며 결국 기업들이 AI 도입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업무 생산성 증대였다”고 말을 이어갔다.
“커머스 분야의 경우, 가령 MD 조직에서 하는 다양한 반복 업무들이 있어요. 상품을 정제하고 소싱하는 등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반복 업무들이죠. 저희는 이러한 반복 업무를 AI로 자동화해 MD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유의미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반복 업무에 의해 소요되는 시간이 100이라면 저희 AI 서비스를 통해 20~30% 수준까지 줄였다고 할 수 있죠. 대표적인 것들이 카테고리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서비스, 동일 상품을 인식하는 서비스, 상세 페이지를 생성하는 서비스 등이죠.”
생산성은 마케팅 영역에도 오래도록 고질적으로 존재하는 문제였다. 최근까지 마케팅 영역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경험과 직관이 필요했고, 때문에 전문가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관여하는 것이 당연시 돼 왔다. 리서치부터 프로모션 전략 도출과 집행, 결과 분석 등 각 과정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김 대표는 “여러 마케팅 회사와 PoC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최근 달파가 종합광고대행사 대홍기획과 협력해 선보인 마케팅 플랫폼 ‘AIMS’를 언급했다.
“마케팅이 핵심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장과 타겟을 조사하는 리서치 단계에서부터 전략을 도출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프로모션 전과 후의 전반적인 과정을 모두 이해하는 AI 서비스가 필요했어요. 이에 저희는 마케팅 산업의 이해와 전문성을 가진 대홍기획과 함께 개발한 ‘AIMS’를 통해 해결을 시도하고 있어요. 각각의 업무 자동화 솔루션은 많지만, 이제까지 이 솔루션들이 연계돼 각 업무를 담당하는 여러 명이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은 아직 없었죠. 또 각 집마다 김치 레시피가 다른 것처럼 마케팅 역시 각 회사 별로 업무 방식에 따른 최적화가 필요해요. 다시 말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야 한다는 거죠. AIMS는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한 플랫폼이예요.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각 회사 별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모듈화된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죠.”
AIMS는 크게 6가지 기능으로 나눠진다. 먼저 ‘AIMS Drive’는 많은 양의 최신 마케팅 정보를 AI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가장 쉽게 적재할 수 있게 하는 drive 기능이다. ‘AIMS Search’는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검색 기능이다. 현재는 스마트 검색, 커뮤니티 검색, 트랜드 검색 3가지를 원하고 있다. 각 기능은 검색 소스가 다른데, 마케터가 보는 양질의 리소스를 대상으로 검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특정 회사에서 구매해서 보는 데이터 소스가 있다면 해당 데이터를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플러그인을 제공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또한 ‘AIMS Docs’는 기획서, PR기사, 제안서, 결과보고서 등 마케팅 전반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문서를 쉽게 작성할 수 있는 도구다. ‘AIMS Drive’에 올린 정보와 실시간 데이터를 사용해 채팅 형태로 쉽게 문서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AIMS Contents’는 SNS 채널이 많아지며 각 채널 별 맞춤형 배너를 제작해야 하는 마케터의 고민을 해결하는 ‘배너 에디터(Editor)’ 도구다. 마케터는 이를 활용해 각 매체 별로 손쉽게 맞춤형 배너를 제작할 수 있다.
이 외에도 ‘AIMS Media’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성과를 측정하고 좋은 성과가 난 소재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아 모든 소재가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적화 해주는 도구로 개발 중이며, ‘AIMS Image’는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쉽게 찾도록 검색을 지원하는 도구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과 싱가포르 교두보 마련 중, 북미와 동남아 진출 플랜 가동
달파는 올해 다양한 분야의 크고 작은 기업들과 협업해 지속적인 제품 고도화를 진행했다. 그렇게 구축한 AI 서비스의 종류만 100여종에 달한다. 나름 국내에서는 적지 않은 테스트와 레퍼런스를 구축한 셈이다. 서서히 글로벌 진출 플랜을 가시화 시킬 단계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아직 충분하진 않지만, 내부적인 시스템을 체계화하며 빠른 국내 시장 확장과 함께 해외 진출 타이밍을 보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미국과 싱가포르을 통한 해외 진출을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는 미국 기업과 접촉해 PoC를 추진하는 단계로, 한국 기업을 넘어 해외 기업의 적용 가능성을 따져보는 과정이죠.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에는 현지 세일즈 팀과 지사 설립, 글로벌 VC 투자 유치 등의 액션 플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북미와 동남아 시장을 모두 고려하는 이유는 각각의 특성 때문이예요. 북미 시장은 크지만 경쟁자가 많기도 하죠. 아마 지금도 저희와 같은 AI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을 걸요(웃음). 반면 동남아는 저희 메인 타겟 중 하나인 커머스와 마케팅 기업들이 많고 경쟁이 심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죠. 현재는 이런 장·단점을 고려하며 우선순위를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김 대표는 창업 이후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세감을 확립한 것’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이는 고객과 인재 확보 두 측면에서 모두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른 새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어떤 기업이든 AI 도입이 필요할 때 달파가 떠오르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도균 달파 대표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오는 28일 ‘당신(만)을 위한 마케팅 : 초개인화로 진화하는 콘텐츠와 브랜드 전략’을 주제로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개최되는 ‘디지털 마케팅 인사이트 2025(DMI 2025)’ 무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날 현장 발표와 관련해 김 대표는 “광고대행사를 비롯해 이커머스 분야에 마케터 분들을 만나 얻게된 여러 인사이트를 공유할 것”이라며 “AI 도구에 대해 막연함이 있는 마케터라면 이번 기회에 AI로 자동화 가능한 업무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DMI 2025에서는 ‘글로벌 '콘커머스' 성공 전략: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YouTube 쇼핑’을 주제로 한 카페24 송종선 이사의 발표, ‘K-콘텐츠 마케팅의 AI 활용 사례 및 전망’을 주제로한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권한슬 대표의 발표, ‘리테일 미디어의 성장과 브랜드의 채널 전략 변화’를 주제로한 윤거성 펄드애드 대표의 발표 등 이커머스, 마테크, 브랜드 업계 전문가 총 26명의 인사이트가 담긴 이야기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