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데이터 통합 인텔리전스 플랫폼 및 광고 자동화 서비스를 내세운 아드리엘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2017년 12월 엄수원 대표와 올리비에 뒤센느 CTO가 창업한 아드리엘은 당시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솔루션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성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해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 SaaS ‘아드리엘 BI’는 광고 세팅 및 관리, 광고 결과 취합, 데이터 가공 등 기업들이 운영하는 각 마케팅 채널 별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요소들을 자동화하며 디지털 마케팅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고 있다.
이어 최근 선보인 ‘애드젠 AI’는 생성형 AI를 적용, 최근까지 애드옵스 분야의 마지막 숙제였던 광고 소재(텍스트, 이미지) 제작 고충까지 해결해 버렸다. ‘애드젠 AI’는 단순 광고 소재 생성을 넘어 각 매체에 맞는 소재 규격 자동화, 게재 자동화까지 이뤄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생성형 AI의 또 다른 진입장벽인 프롬프트(명령어) 입력 조차 필요 없이 기업 홈페이지 링크 만으로 이 모든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차별적인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기술적 성취 덕분에 ‘애드젠 AI’는 최근 소프트웨어 출시·평가 플랫폼인 ‘프로덕트 헌트(Product Hunt)'에서 오늘의 제품(product of the day) 2위를 차지하며 주목 받고 있다.
이렇듯 각각의 솔루션이 포함된 ‘애드옵스(AdOps, 개발 및 운영 민첩성으로 품질을 높이는 ‘데브옵스’ 개념을 디지털 마케팅 영역에 적용한 방식)’ 플랫폼’으로 공략 중인 글로벌 시장의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아드리엘은 엄수원 대표의 주도로 미국 텍사스주 오스팀(Austin)dp 지사를 설립, 지난 2022년부터 현지 채용을 통해 글로벌 인력을 확보하고 미국을 비롯한 독일, 호주 등에 20개사가 넘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드리엘은 2023년 1분기 대비 4분기 매출이 90% 신장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기간 국내 매출은 2배가 증가했고 글로벌 시장의 월별 반복 매출(MRR, Monthly Recurring Revenue)이 3.5배 증가한 점도 화제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김민성 부대표의 합류는 아드리엘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취임의 변을 통해 김 부대표는 아드리엘을 “글로벌 마케팅 분석 및 시각과 솔루션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최고의 SaaS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 종로구 아드리엘 본사에서 진행된 김 부대표와의 인터뷰는 이와 관련된 질문으로 시작했다.
마케팅 영역을 넘어 기업의 성장을 돕는 서비스 제공할 것
“업무나 마케팅을 위한 툴은 굉장히 많습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이 제공하는 툴들도 적지 않죠. 하지만 여전히 많은 툴들이 파편화돼 있습니다. 이를 하나로 묶어 통합적으로 쓸 수 있는 서비스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죠. 아드리엘은 마케팅 자동화부터 분석, 의사결정, 실행 등 각 영역에서 하나의 단일화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그 서비스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SaaS가 제공하는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죠.”
이러한 자신감은 김 부대표가 거쳐온 지난 시간들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김 부대표는 지난 12년간 글로벌 MMP이자 마케팅 통합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 기업 싱귤러의 아시아 총괄 지사장을 역임했다. 이 외에도 게임 및 모바일 앱 내 동영상 광고 플랫폼 글로벌 기업인 애드콜로니(오페라 미디어웍스), 써드파티 마케팅 성과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튠(현 브랜치)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마케팅 데이터 분석 및 SaaS 분야의 전문가이다.
특히 싱귤러 재직 당시에는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NHN, 컴투스,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최대 게임사는 물론 나이키, 티몬, 홈앤쇼핑과 같은 이커머스 기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시키며 데이터 분석 및 그로스/퍼포먼스 마케팅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돌연 아드리엘 합류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기술력’ ‘글로벌 인력 구성에 따른 역량’ ‘창업자들의 열정’을 꼽았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전제조건으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있지만, 실제 글로벌 기준에 맞춰 창업을 하고 서비스를 개발하고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회사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은 한국에 베이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선 국내에서 기술을 검증받고 사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글로벌로 확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죠. 반면 아드리엘은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선보였어요. 창업 배경 자체가 글로벌이었던 거죠. 창업자들도 그랬고요. 초창기만해도 아드리엘과 비슷한 서비스는 국내에서 찾기 힘들었죠. 시작부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한 DNA와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부대표의 아드리엘에 대한 첫 인상은 과거 싱귤러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드리엘은 창업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던 극초기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당시 싱귤러 아시아 총괄 지사장으로서 데이터 통합과 앱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던 그는 “아드리엘을 알아가며 상당히 폭이 넓은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돌이켰다.
“당시에는 모바일 앱을 통한 데이터 측정, 잘 측정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것에 관심을 쏟던 시기였어요. 이커머스 업계에서 쇼핑앱을 통한 성장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었지만, 한편으로 앱 마케팅이라는 시장에 국한돼 있었던 거죠. 처음에는 아드리엘도 싱귤러와 결이 비슷한 데이터 통합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 생각했는데, 알아갈수록 앱 마케팅을 넘어 온라인 마케팅, CRM 데이터, SNS 채널 데이터까지 모두 모아 리포팅을 만들고 의사결정을 하고 시각화할 수 있게 끔 도와주는, 상당히 폭이 넓은 서비스더군요.”
기술 친화적 매력을 가진 한국, 조직력만 갖춘다면 글로벌 경쟁 충분히 가능
현 시점에서 김 부대표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국 기업의 입장을 모두 경험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 그에게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B2B SaaS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 이유를 물었다.
“가까운 일본에 비해 한국은 워낙 IT 강국으로 유명하고 기술 친화적인 나라라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어요. 새로운 것을 도입해 활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죠. 예전부터 새로운 것을 도입해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출중한 역량을 보여 왔기도 하고요. 글로벌 기업의 입장에서 자사의 솔루션을 활용해 다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을 펼치는 한국 기업이 많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죠.”
그렇다면 이들 글로벌 기업의 고객사가 아닌 경쟁자로서 한국 기업의 가능성은 어떨까?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도 있으니 어쩌면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이 이어지는 배경 속에 아드리엘의 글로벌 시장 공략의 실마리가 있을 법하다. 김 대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과거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을 사례로 언급하며 말을 이어갔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아드리엘은 이미 글로벌 DNA를 갖고 있어요. 함께 일하는 멤버들의 25% 정도는 외국인일 정도로 이미 글로벌 기업이라고 할 수 있죠.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대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진 조직적인 부분을 보강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부임했을 때 국가대표 팀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던 것이 기술력 부족이었지만, 정작 히딩크 감독은 조직력을 언급했죠. 기술력은 충분한데 체력과 조직적인 부분에서 글로벌 수준에 못 미치는 부분이 많았다는 거였어요. 실제 AWS, 세일즈포스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 조직력이 엄청납니다. 특히 프리세일즈, 세일즈, 계약 이후 고객 성공 매니저, 컨설턴트가 뒷받침 되는 시스템이 상당히 조직화돼 있죠.”
김 부대표는 “한 사람이 여러가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시작한 아드리엘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것 역시 조직력”이라며 “그간 글로벌 기업에 몸 담으며 경험한 조직적인 부분을 아드리엘에 적용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예견되는 쿠키리스 시대, 고도화되는 AI 기술…마케터가 나갈 방향은?
그렇다면 기술적 관점에서 아드리엘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은 어느 수준이라 할 수 있을까? 디지털 마케팅은 점차 강화되는 쿠키리스 환경에 대한 대응과 고도화되는 AI 기술 접목으로 현재도 빠른 변화가 이어지는 분야다. 특히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 등장 이후 이러한 AI 기술은 구글이 크롬의 서드파티쿠키 제공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발표, 유럽의 GDPR(개인정보보호 규정) 시행 상황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김 대표 역시 이에 주목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기존에는 푸시 메시지를 보내는 단순한 기능 하나만으로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들도 있었어요. 높은 타워를 쌓기 보다 넓은 쇼핑몰과 같은 형태로 이뤄졌던 거죠. 하지만 쿠키를 기반으로 한 리타겟팅은 여러 정책 변화로 인해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즉 솔루션을 활용해 데이터를 빠르게 통합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온 겁니다. 현 시점에서는 실제 사용자들의 필요에 맞춘 기능을 고도화하고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해요. 그런 점에서 사용자들의 실질적인 니즈를 반영한 고투마켓(Go-To-Market) 전략을 내세운 아드리엘의 기술적 경쟁력은 이미 글로벌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드리엘에게 필요한 것은 조직력이예요. 10개의 과제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잘 분배해 정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결국 조직력인데, 이는 이미 글로벌에서 검증된 시스템들이 있습니다. 제 역할은 바로 이 검증된 시스템을 아드리엘의 현황에 맞게 잘 이식하는 거죠.”
경험에 기반한 김 부대표의 인사이트는 이미 수년 전 “향후 마케팅의 화두는 AI와 자동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실제 그의 예측처럼 이 두 요소는 디지털 마케팅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제는 마케터라는 직역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다시금 “마케팅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라며 “사람의 자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을 내 놨다.
“불과 4년 전만해도 마케팅은 인력이 집약적으로 투입되야 하는 분야라서 자동화가 필요했어요. 당시만 해도 챗GPT는 등장하지도 않았던 시대였죠. 생각보다 기술의 발달이 빠르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저도 놀라고 있어요(웃음). 당시만 해도 희망사항을 이야기한 것인데, 현실화가 된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각인이 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AI가 적용되고 자동화 비율이 높아지면 마케터의 역할이 필요 없어진다고 하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상상하고 추정하는 것은 여전히 AI 기술만으로 불가능해요. 결국 사람의 자리는 사라지지 않고 영원할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AI가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는 있겠죠. 인구 감소에 따라 마케팅 분야 지원자도 주는 상황에서 반복적인 작업 부분에 AI 기술이 적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마케터가 할 일을 줄겠지만, 창의적인 부분에 기여하는 사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김 부대표는 앞서 수년 전부터 “기업들이 효율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마케팅 분야의 에반젤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그런 소망을 바탕으로 현재도 구글 창구 프로젝트, 인디게임 및 스타트업들을 위한 지원사업 자문위원과 멘토 역할을 활발히 맡고 있다. 인터뷰 말미, 김 부대표는 “사실 그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다”며 “아드리엘을 통해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최근에는 아드리엘과 같이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있어요. 빠른 시일 내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B2C(일반 고객 대상 비즈니스) 서비스에 강한 반면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 서비스, 솔루션은 아직 약하다는 거예요. 글로벌 B2B 시장은 예상보다 큽니다. 글로벌 시장에 나서는 국내 많은 기업들이 아드리엘의 솔루션을 활용해 역량을 발휘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현재 제 저의 비전이라고도 할 수 있죠. 글로벌 B2B SaaS 솔루션 분야에서 아드리엘하면 누구나 아는 인정 받는 기업으로 만드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