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수 티알 대표 “특허받은 기술로 AI 기반 보급형 폐 기능 검사기를 개발했습니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척해 나가는 연구원들’이라는 의미의 사명 티알(TR, The Researcher)
조기 발견이 어려웠던 폐 질환(호흡기질환), 문제는 고가의 검사기… AI 기술 도입한 경량화 검사기 개발
심장호흡재활전공 이학 박사 김병수 대표… 특허 기술로 팁스 선정, 프리 A 투자 유치 진행 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대부분 감기나 노화에 따른 증상으로 치부하기도 하고 1차 병원에 폐 기능 검사기 보급이 대중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지=픽사베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그러한 이유로 관상동맥과 뇌졸중에 이어 세계 사망원인 3위에 오르기도 한다. 이는 우리나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44.4명(2만2821명, 2021년 기준)이 폐렴으로 사망한다.

이처럼 COPD의 조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는 첫째로 그 증상이 가랑비에 옷 젖듯 환자 본인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심화되기 때문이다. 흡연이나 대기 오염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증상이 발현되기까지 폐 기능 검사를 해도 ‘정상’으로 나오는 탓에 많은 흡연자들이 ‘아직은 담배를 펴도 되는군’이라며 무심코 넘어가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일반적으로 호흡기 이상 증세가 있을 때 방문하는 지역 내 1차 병원이 지닌 한계도 있다. 부피도 크고 비싼 폐 기능 검사기는 다루기 역시 쉽지 않아 1차 병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있다고 해도 고장이 나 있거나 쓰지 않고 방치돼 있는 병원 역시 적지 않다.

제품 이미지 - 더스피로킷
김병수 티알 대표가 개발한 AI 기반 보급형 폐 기능 검사기 '더 스피로킷'

이와 같은 CPOD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김병수 티알(TR) 대표는 창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기반 보급형 폐 기능 검사기, ‘더 스피로킷(THE SPIROKIT)’을 통해서다.

특허까지 획득한 더 스피로킷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기존 검사기에 비해 획기적인 경량화를 이뤘다. 여기에 더해 블루투스를 통한 스마트기기와의 연동으로 쉽고 빠르게 폐 기능의 진단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태평양호흡기학회에 발표된 임상시험결과를 통해 성능을 입증하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정확한 검사결과의 확인이 가능하며, 다양한 폐 기능의 중요한 데이터 확인도 별도의 장비 없이 기존의 PC나 스마트기기로 바로 가능하다는 말은 그간 고비용, 운용의 문제 등으로 도입을 부담스러워 하던 1차 병원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학박사 출신의 연구원이었던 김병수 티알 대표가 고유의 기술을 개발하고 창업가 된 과정을 비롯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서 티알이 추진하는 다양한 계획들을 들어봤다.  

재학 시절 시작한 AI 폐 기능 검사기 개발이 창업으로 이어져

아산나눔재단의 창업가 플랫폼, ‘마루 360’에서 만난 김 대표는 “더 스피로킷은 서버를 활용하는 검사기인데, 마루360에 입주하면서 AWS 크레딧 등 여러가지 혜택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사명에 얽힌 의미를 설명했다. (사진=테크42)

지난 2020년 1월 설립된 티알은 대전대학교 Lab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대전대학교 심장호흡재활전공 이학박사 출신인 김병수 대표가 재학 시절부터 개발한 폐 기능 검사기 ‘더 스피로킷’이 주력 제품이다. 이달 초 입주한 아산나눔재단의 창업가 플랫폼, ‘마루180’에서 만난 김 대표는 “더 스피로킷은 서버를 활용하는 검사기인데, 마루180에 입주하면서 AWS 크레딧 등 여러가지 혜택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사명에 얽힌 의미를 설명했다.

“’TR’은 ‘The Researcher’의 줄임말이예요. 연구원이라는 의미인데 정관사 ‘The’를 붙여 그 의미를 강조했죠. 저를 비롯해 구성원들이 모두 연구원 출신이예요. 즉, ‘TR’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개척해 나가는 최고의 연구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담은 사명이라 할 수 있죠.”

재학 시절 연구와 개발을 병행하며 시작된 창업은 어느덧 만 4년이 다 되고 있다. 그 사이 티알은 누적 15억원가량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팁스에도 선정됐다. 현재 김 대표가 개발한 AI 기반 폐 기능 검사기 ‘더 스피로킷’은 특허 출원은 물론 의료기기 인증, 임상시험 등을 거쳐 의료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과 관련해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시작했다”며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더 스피로킷의 사용 방식을 시연하고 있는 김병수 대표. (사진=테크42)

“대학 3학년 무렵에 심장호흡재활교실의 학생연구원으로 일했어요. ‘더 스피로킷’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죠. 그러면서 대학원을 진학하고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았고 그러면서 파트타임으로 물리치료사 일을 했어요. 실제 환자 분들을 만나면서 초기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는 호흡기 질환의 심각성을 새삼 깨달았죠. 제 역할은 힘들어하는 환자 분들의 가래를 빼 주고, 호흡 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결국 치료가 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가장 좋은 것은 조기 발견해서 처치를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호흡기 질환을 빨리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기기를 개발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김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하고 개발한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단순히 지원 사업에 도전을 한 것이 시작이었고,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온 덕분에 개발을 이어갔던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개발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남다른 애착이 생겼고, 끝을 봐야겠다는 오기가 결국 창업으로 연결된 셈이다.

“제품을 개발했지만 실증화가 되지 않은 기술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그래도 성과가 나온 제품인 만큼 세상의 빛은 봐야 된다는 생각을 했고, 개발 비용 확보를 위해서 창업을 택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처음 창업 과정이나 기업가 정신을 배우게 됐고 그때 깨달은 것이 적지 않았어요. 이후로 논문을 찾아보고 지도 교수님을 비롯해 청창사 교수님 등을 찾아가 도와달라면서 무턱대로 마구 들이밀었습니다(웃음). 젊다는 걸 무기로 그렇게 더 스피로킷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죠.”

1차 병원의 페인포인트에 집중… 경량화는 물론 데이터 시각화 서비스까지 제공

호재도 있었다. 더 스피로킷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2021년에는 폐 기능 검사를 건강검진에 포함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가 나왔다. 그러면서 김 대표가 파고든 것은 1차 의료기관의 문제였다. 대부분의 1차 병원에서 폐 기능 검사기는 크고 비싸고 검사 시간도 길다는 이유로 도입되지 않고 있었다. 장비 운용도 까다로워 도입을 했다고 해도 고장이나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발표 이후로 ‘되겠다’ 싶었어요(웃음). 대한민국 시장에 폐 기능 검사기를 보유한 1차 병원은 많지 않았어요. 제가 파악한 바로는 전체 1차 병원 중 16.7% 정도죠. 그나마도 실제 가동하는 경우는 3% 남짓이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호흡기 질환 예방 정책이 강화됐고, 대중들의 인식도 높아졌다는 것 역시 저희에게는 호재였다고 할 수 있죠.”

더 스피로킷의 가장 큰 강점은 경량화다. 실제 김 대표가 가지고 나온 기기는 한 손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웠다. 사용법 역시 기존 검사기에 비해 간단한 것이 장점이다. 기존 폐 기능 검사 항목으로 보험 수가 인정이 된다는 점도 1차 병원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AI 기능을 통해 시각화된 데이터로 의료인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티알은 국립 충남대학교병원, 베트남호치민대학교 의약학대학병원과 간편 폐질환 검진기 ‘TheSpirokit’(더 스피로킷)에 대한 대규모 실증 및 임상시험에 대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허가를 획득했다. (사진=티알)

충남대학병원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올해 삭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스피로킷은 최근 코이카(KOICA) 해외 ODA사업의 일환인 CTS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향후 베트남 국민 COPD, 천식 프로그램의 기초 데이터 구축 솔루션 및 진단기기로 보급 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티알은 판매·유통 전문 헬스케어 기업들과 협약을 통해 국내를 넘어 동남아를 비롯한 일본, 카자흐스탄 등 해외 수출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으로 향하는 비전

김병수 대표가 더 스피로킷을 통해 모색하고 있는 또 다른 계획은 데이터 비즈니스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더 스피로킷은 AI 기반 검사기로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장기적’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빅데이터가 구축될 시 가능한 계획들을 이야기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검사 시스템은 수기 방식으로 데이터를 취합하는 경향이 강했어요. 이런 데이터들이 디지털화 돼 쌓이고 빅데이터가 되면 폐 기능 개선을 위한 신약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어요. 또 약의 효과에 대한 추적 관찰도 가능해지고요. 이런 데이터는 제약회사가 얻을 수 없으니까요. 그 외에도 보험회사의 수요도 있고요. 환자들 역시 누적된 수년간의 데이터와 몸무게, 흡연력 등의 폐 기능 변수 등을 조합해 상태 진단 및 질환 예측이 가능해 질 수도 있어요. 이제까지 폐 기능 검사가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2년 뒤에 폐 질환에 걸릴 위험이 67% 정도 되니 담배를 끊어야 한다’라든가 ‘이 정도 수치면 조금 위험하니 6개월에 한 번씩 추적 검사를 받아 보자’는 등의 진단도 가능해지겠죠.”

제품 이미지 - 메카노테이프
티알이 개발한 또 하나의 특허 제품 '메카노테이프' (사진=티알)

이 외에도 데이터를 통해 시각화 된 그래프를 통해 ‘폐쇄성폐질환’ ‘제한성폐질환’ 등의 질환 유형 분류도 가능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러한 티알의 도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더 스피로킷 외에도 또 다른 특허 제품인 ‘메카노테이프’는 기존 스포츠테이프보다 2배 이상의 신장력, 6배 이상의 저항력 및 복원력 증명되며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항목으로 염좌 및 물리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티알은 현재 ‘초음파 폐 기능 검진 제품’ ‘IoT(사물인터넷) 기반 네뷸라이저’ 등 후속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 스피로킷이 비용 부담이 없는 경량화 제품이라면 초음파 폐 기능 검사기 같은 경우는 더 정확도를 높인 고급형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oT 기반 네뷸라이저의 경우는 세척이 쉽지 않아 물 때가 끼는 등의 기존 네뷸라이저 문제점을 보완해 일부를 일회용으로 적용하고, 기기 안쪽은 UVC LED로 소독이 되도록 개발하고 있어요. 또 IoT 기술을 접목한 것은 환자들이 약을 얼마나 뿌렸는지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약 투여량을 체크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의사 역시도 이걸 참고해 약의 순응도 등을 고려해 처방에 참고할 수 있게 되고요.”

김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다시금 처음 언급했던 티알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사진=테크42)

이어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 앞서 언급했던 TR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각오를 밝혔다.

“저희를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필요한 것을 만드는 연구를 수행하는 기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세상에 필요한 것을 연구하고 보여드리려고 노력하는 연구원들의 기업, 세상에 필요한 제품을 차세대 기술로 만들어 선보이는 것이 연구원들의 역할이니까요.”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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