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시작된 편의점의 역사는 MZ세대의 성장기와도 묘하게 맞물린다. 따라서 그들에게 편의점은 어린시절부터 일상을 함께한 공간이자 생활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MZ세대가 유통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로 등장하면서 편의점 업계는 이들을 사로잡을 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차별화에 골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 편의점’의 행보는 눈 여겨 볼만하다. 트렌드를 절묘하게 간파한 브랜드·콘텐츠 마케팅과 PB제품 개발로 소위 ‘터지는’ 전략을 구사하며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CU 편의점은 언젠가부터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 CU 편의점의 전신이 이제는 옛 추억으로만 떠오르는 ‘훼미리마트’였다는 점은 새삼 놀랍다. 훼미리마트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편의점 체인으로 1990년 보광그룹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담당한 보광그룹의 CVS(편의점) 사업부는 1994년 독자 법인인 ‘보광훼미리마트’로 출범했다. 이후 보광훼미리마트는 국내 최대 편의점 체인으로 성장했고, 2012년에 비로소 독자적인 토종 편의점 브랜드인 ‘CU’를 론칭하며 사명 역시 BGF리테일로 변경했다. 이후 BGF리테일은 국내 시장에서 CU 편의점 브랜드의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몽골, 말레이시아 등에서 마스터 프랜차이즈로서 현지 파트너사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BGF리테일이 지난해부터 시도하고 있는 것이 ‘온라인 채널을 통한 고객 경험의 확장’이다.이를 주도하고 있는 김석환 DX실장은 지난 20년 간 현장 점포관리부터 시작해 MD운영팀장, 스낵팀장은 물론 BGF리테일의 물류(SCM, 공급망 관리)를 초기 세팅하는 역할 등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2012년 훼미리마트에서 CU로 전환 당시에도 프로젝트 팀의 일원으로 브랜드 전환과 새로운 마케팅 전략 수립에 참여하기도 한 그는 ‘CU 편의점’이라는 브랜드를 시작과 진화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테크42는 오는 28일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P&S타워에서 개최되는 ‘마케팅 임팩트 2023’에서 ‘오프라인 편의점 CU의 온라인 마케팅’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는 김석환 실장을 만나 ‘포켓CU’ 앱을 통해 전개해 나가고 있는 ‘고객의 디지털 경험 확장을 통한 오프라인 편의점 지원’ 전략을 들어봤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가 고객의 디지털 경험에 주목한 이유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3월 고객의 디지털 경험 확장을 담당하는 DX실을 출범시켰다. 이후 DX실은 자체 모바일 앱인 ‘포켓CU’ 리뉴얼 작업에 착수했다. 이커머스 기능을 비롯해 오프라인 CU편의점을 지원하는 온라인 마케팅 채널로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작업은 현재도 지속 중이다. 즉 DX실은 기간을 정한 개편이 아닌 지속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는 애자일(agile)한 조직인 셈이다. 김 실장은 DX실 출범의 배경을 ‘파편화돼 있던 온라인 전략의 통합’으로 설명했다.
“DX실이 출범하기 이전까지는 마케팅, 상품, CRM 등 각 파트에서 저마다의 온라인 관련 업무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포켓CU’가 만들어 지면서 각 부서 별로 진행되던 업무를 싹 모아서 통합적인 온라인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결론이 나오게 됐죠. 현재 DX실은 단순히 ‘포켓CU’ 운영만이 아니라 각 온라인 파트너와 진행하던 업무들을 총괄하는 부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출범한 DX실의 책임자로 김 실장이 임명된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 사업부서를 두루 거친 경험이 적잖이 작용했다. 김 실장은 “의도치 않게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 때마다 초대 팀장을 맞아 세팅을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웃음 지었지만, 이유 있는 임명이었다는 것은 그가 이야기하는 말 속에 깃든 인사이트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점포 수를 늘리거나 개별 점포의 매출을 올리는 등 현재 편의점 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프라인 중심의 방식은 언젠가 물리적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희는 이와 같은 한계를 넘어서는 차별점이 온라인에 있다고 본 거죠. 더구나 전국에 점포가 개설돼 있는 편의점 체인으로서 BGF리테일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의 가치는 각 분야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더욱 높아지고 있고요. 각 점포에서 수집되는 포스 데이터는 모바일 앱을 통해 확보되는 데이터와 결합됐을 때 새로운 비즈니스로 연결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엄청나게 올라가죠.”
젊은 브랜드 감성을 유지하는 비결, ‘MZ세대에 집중했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CU 편의점이 선보인 것은 10여년 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감성은 여전히 젊게 가져가고 있다. 이는 핵심 고객층을 MZ세대로 설정하고 전개되는 마케팅 전략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구매 데이터를 보면 4050세대 고객 비중 역시 만만치 않다. 김 실장은 이를 “세대를 막론하고 젊은 감성에 끌리는 소비자 성향에 소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희 뿐 아니라 모든 편의점 체인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젊은 층을 사로잡으면 다른 세대는 자연스레 따라오기 때문이죠. 저도 40대지만, 30대가 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이고, 오히려 ‘이건 40대가 하는 거야’라고 하면 왠지 싫거든요(웃음). 다만 저희는 리테일 유통 기업들과 달리 CU 편의점이 핵심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고민하고 실행한다는 것이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김 실장은 BGF리테일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실무 파트의 판단을 신뢰하며 지지해 주는 문화를 꼽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튜브 채널 ‘시유튜브’를 통해 선보인 숏폼 콘텐츠, ‘편의점 고인물’의 성공이다. 이는 방영 39회만에 1억 조회수를 기록하며 소위 ‘대박을 터뜨린’ CU의 대표적인 마케팅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저희는 트렌드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팀을 두고 긍정 반응과 부정 반응을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처음 마케팅에 관여했을 때만해도 비용 대비 광고 효과를 따졌다면, 지금은 이러한 전략이 매출을 끌어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명확해 졌어요. 덕분에 CU 이전인 훼미리마트 당시에는 경쟁사에 비해 높은 연령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였지만, CU로 전환되고 마케팅 전략을 수정한 이후로 브랜드에 반응하는 세대가 점점 어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1020세대의 호감도가 더 커지며 역전 된 상황을 맞이하고 있어요. 경영진 역시 이러한 방향성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매출 효과 보다는 고객 반응이나 호감도에 관심을 가지고 성과로 인정해 주고 있죠.”
이와 같은 방침은 김 실장 역시 DX실 직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어떤 안에 대한 의사결정에 있어 실장의 지분(?)을 요구하지 않고, N/1의 자격으로 참여하는 식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BGF리테일 중시하는 최우선 사항은 고객의 경험이다.
“간혹 경영진이나 제가 괜찮다고 꼽은 것은 거짓말 같이 번번히 실패하더라고요(웃음).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가령 앱에서 새로 오픈하는 페이지의 색을 정할 때 10명이 모여서 투표를 하면 저는 10분의 1자격으로 참여해요. 과거 시절 같으면 각자의 의견보다 실장의 취향을 살폈겠죠. 최근 언론에서 모 경쟁사의 IT 관련 인력이 저희보다 10배가 많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인식 전환과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저희가 지향하는 것은 고객의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예요. 편의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가려운 점을 긁어주고, 앱을 사용할 때 느끼는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가장 중요하게 관리하는 것이 취소율이고요. 이처럼 고객의 경험과 관련된 항목을 관리하는 것이 지금 저희 채널이고 그런 것에 관심을 두다 보니 계속 새로운 것이 눈에 보이 더군요.”
김 실장은 ‘포켓CU’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재차 ‘CU 편의점에 대한 고객 호감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편으로 가맹 점주와 상생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BGF리테일만의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O4O 전략이다.
“저희는 유통이기도 하지만 가맹 사업이기도 합니다. 물건을 각 점포에 진열하는 것도 가맹 점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얻는 과정을 거치죠. 개중에 점주의 운영 방식에 따라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온라인을 통해서는 직접 소통을 통해 호감도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 점주님들을 대상으로는 ‘온라인 점포’를 만들어 상생을 유도하고 있죠. 상권의 특성에 따라 지점마다 고객의 성향이 다를 수 있는데, 점주가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한 기능이예요. 가령 고객이 어떤 상품의 발주를 점주에게 직접 요청할 수 있게 하거나, 친절도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하고 점주가 그에 대한 답글을 달 수 있게 하면서 점주와 고객 간 소통의 장이 되도록 하고 있어요. 점주님들도 요즘은 세대가 바뀌면서 잘 활용하시더군요.”
김석환 BGF리테일 DX실장의 ‘오프라인 편의점 CU의 온라인 마케팅’과 관련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오는 28일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P&S타워에서 개최되는 ‘마케팅 임팩트 2023’ 행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편의점 업계에서 ‘포켓CU’를 통해 고객 경험의 디지털 확장을 꾀하고 있는 CU의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알고 싶은 마케터라면 반드시 참석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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