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지·김슬기 잇마플 공동대표, “신장병은 물론 당뇨 환자까지... 소금, 당분 걱정 없이 맛있게 식사할 수 있는 비결을 공개합니다”

수백편의 논문 검토, 신장 전문가 자문을 통해 구축한 식재료 영양소 데이터로 프로그램 개발
신장, 당뇨 질환자에게 먹는 기쁨 되찾아 줘, 암 환자를 위한 영양식까지…B2B로 영역 확대
김슬기 대표, “신장병으로 첫 사업 정리 후 건강관리에 올인, 올바른 정보와 맛춤식의 필요성 절감해”
잇마플은 카이스트(KIST)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에서 만난 김슬기 대표(왼쪽)와 김현지 대표가 공동으로 창업했다. (사진=테크42)

우리나라에서 신장병을 비롯해 당뇨, 고혈압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인구는 약 2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더구나 이와 같은 질환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테면 신장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인이 당뇨나 고혈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 가지 질환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생활습관의 개선이 필수다. 문제는 여러가지 이유로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만성질환자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이 식사다. 신장 질환의 경우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하고, 당뇨의 경우는 탄수화물과 당분을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일일이 이를 체크하며 식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이른바 ‘케어푸드’로 부리는 환자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환자식의 시장 규모는 2014년 7000억원대 수준에서 지난 2021년 2조5000억원대를 돌파, 오는 2025년 3조원 대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환자식이 영양학적 균형에만 초점이 맞춰져 제공돼 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맛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삶에서 양보할 수 없는 즐거움이지만, 신장병, 당뇨 등의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러한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런 이유로 이들에게 식사는 힘들고 두려운, 그러나 살기위해 먹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변해 버린다.  

하지만 이는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 만성질환자들에게 ‘맛있게 식사할 수 있는 즐거움’을 되찾아 주는 스타트업, 잇마플 덕분이다.

지난 2017년 창업한 잇마플은 신장병 환자를 위한 밀키트로 시작해 ‘맛있저염’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냉동제품, 레토르트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했다. 올해에는 당뇨환자를 위한 ‘맛있저당’ 갑상선 암 환자를 위한 영양식 ‘맛있고영’ 등의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며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데이터 기반의 환자 상태 맞춤형 식사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는 잇마플의 지난 이야기와 함께 더 큰 비전을 향해 나가고 있는 현재를 알아봤다.

신장 질환을 앓던 그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그녀가 만났을 때

잇마플은 초기 신장병 질환자를 위한 맞춤식 개발이라는 목표를 바탕으로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정확한 정보와 다양한 음식 재료의 영양소 데이터였다. (이미지=잇마플)

잇마플은 카이스트(KIST)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에서 만난 김슬기 대표와 김현지 대표가 공동으로 창업했다. 본격적인 법인 설립 이전인 2016년부터 두 사람은 잇마플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MVP(최소기능제품)을 테스트하며 가능성을 살펴봤다. 사업 초기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8평(약 26.45㎡)의 주방을 얻은 두 사람은 일당백의 역량을 발휘해 홈페이지 개발부터 메뉴 개발, 음식 조리, 포장,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해냈다.

당시 신장병 질환자를 위한 맞춤식 개발이라는 목표를 바탕으로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정확한 정보와 다양한 음식 재료의 영양소 데이터였다. 이를 위해 근 6개월 간 이들은 수백편의 신장 질환 관련 논문을 섭렵하고, 전문가를 직접 찾아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의 지난한 창업 과정은 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던 셈이다.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현지 대표는 “초기에는 신장병을 앓는 분들을 대상으로 밀키트와 반찬이 조합된 맞춤 식단과 간단한 영양성분표와 가이드가 첨부된 형태로 시작했다”며 지난 이야기를 털어 놨다.

“영양소 데이터를 엑셀로 저장해 함수를 만들고, 식재료와 무게를 넣으면 자동으로 영양성분이 계산될 수 있게 했죠. 초창기 모델을 그렇게 시작했어요. 이후 2018년 소풍벤처스 배치 프로그램을 통한 투자를 시작으로 연이어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2019년에 비로소 정식 플랫폼으로 구축하게 됐죠. 그렇게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는 디지털화가 이뤄지면서 고객을 위한 코칭도 추가됐고요.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신장병을 넘어 당뇨와 갑상선 암 환자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며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죠.”

잇마플의 지난 과정을 알게 되며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이들이 이 사업 아이템에 매달린 이유는 뭘까?’ ‘어떻게 함께 하게 된 걸까?’

답을 알기 위해서는 이들 각자가 거친 그 이전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김현지 대표의 경우 중앙대학교에서 광고와 홍보를 전공하고 외국계 IT 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한다. 광고 홍보 전공자와 IT 회사의 연관성에 살짝 의아함이 느껴진 순간, 이를 알아챈 듯 김 대표가 미소를 띄며 말을 이어갔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면서도 두 사람이 고집한 것은 고객과의 소통이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것’, 이는 실제 잇마플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꼽는 최대 장점이기도 했다. (사진=테크42)

“무엇이 됐든 저의 에너지를 쏟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전공을 살려 사람들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 수는 있지만, 변화를 직접적으로 만드는 기술은 없다는 생각에 첫 회사를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로 정했어요. 하지만 일을 하면서 제가 원하는 것은 ‘직접 변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그렇게 회사를 나오면서 은퇴자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식 창업 컨설팅 비즈니스를 구상했고, 그렇게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밟으며 김슬기 대표와 인연이 된 거예요.”

김슬기 대표 역시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김현지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제와 경영을 전공한 김슬기 대표는 사실 잇마플에 앞서 창업을 시도한 바 있다. 공유경제 개념이 도입된 아이템으로 출퇴근과 통학 등에 소비되는 사람들의 시간을 물류와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언뜻 들어도 신선한 아이템, 그러나 첫 도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문제는 다름 아닌 건강이었다. 급속도로 나빠지는 신장 기능으로 인해 김 대표는 첫 사업을 접고 건강 관리에 집중해야 했다. 생각지 못한 불운이었지만, 김 대표는 식단 관리를 통해 몸을 추스르며 신장병 환자를 위한 기존 저염식의 페인포인트를 깨달았고 이는 결국 잇마플의 창업으로 이어지며 전화위복이 됐다.   

제품 라인업 확장으로 스케일업, 고객 소통에 신경쓰며 초심 이어가

“신장 상태가 안 좋아지며 건강이 최우선 관심사였던 당시에 제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였어요. 병원에서 자세한 가이드를 받은 것도 아니었고, 인터넷을 찾아보면 저 마다 효과를 본 방식들이 중구난방으로 산재돼 있었죠. 그러다 보니 한 때는 아예 안 먹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먹는 걸 기피하기도 했어요. 돌이켜 보면 그런 문제가 제 건강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거죠.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김슬기 대표는 MBA 과정에서 인연이 된 김현지 대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러면서 김현지 대표가 외식 창업자를 위한 컨설팅을 아이템으로 사업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김현지 대표 역시 “서로 고민하는 지점의 교차점에 ‘음식’이 있었고,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충만했기에 의기투합하게 됐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잇마플 플랫폼의 서비스 프로세스. (이미지=잇마플)
잇마플은 섭취 가능 범위 내 입력된 건강 데이터와 합병증 유무에 따라 600여가지의 메뉴로 구성된 식단 및 제품을 추천한다. (이미지=잇마플)

이후 과정은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물론 사업이 본격화될 수록 여느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맞춤 식단을 제공하고 영양소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서비스가 고도화되며 고객이 늘어났고, 이후 등장한 문제는 생산량 증대였다. 김현지 대표는 “초기 맞춤 식단은 매일 다르게 드실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스케일업을 거치며 쉽지 않게 됐다”며 해결 과정을 설명했다.

“수요가 늘어나며 생산량을 늘리다 보니 다품종 소량 생산은 거의 불가능해졌어요. 그러면서 ‘맞춤 식단’의 정의를 일부 수정해 ‘어느 정도 주기로 식단이 제공돼야 질리지 않고 즐겁게 먹을 수 있느냐’를 고민하게 됐어요. 또 모두 조리를 해 제공하는 방식 대신 밀키트, 냉동 도시락, 레토르트 형 제품을 통해 다양한 고객 니즈를 맞춰 나갔고요.”

우여곡절을 거치며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면서도 두 사람이 고집한 것은 고객과의 소통이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것’, 이는 실제 잇마플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꼽는 최대 장점이기도 했다. 김슬기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소통했던 고객님들 중에는 지금도 명절 같은 시기에 ‘장가 갔느냐’며 안부를 묻곤 한다”며 애틋한 기억을 털어 놓았다.

“제가 전화를 받지 않아도 직원들에게 ‘여전히 대표님이 함께 관리하고 계시냐’고 물어보시는 고객들이 많아요. 어떤 고객은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연락 오셔서 스타트업이라 걱정했는데 투자를 받아 다행이라며 너무 축하한다는 말씀을 해 주시기도 하고요. 얼마 전에는 정말 오랜만에 통화를 한 고객님이 계셨는데, 바로 제 목소리를 알아보시며 ‘사장님이 직접 받으셨네요’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믿고 기억해주시는 분들 때문에라도 더 노력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스타트업의 한계를 넘어선 성과, 다음 스텝은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기업

두 사람으로 시작했던 잇마플의 사업은 이후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CS의 조직을 구축하고 총 23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 사이 확보한 누적 고객은 2만3000명에 달한다. 매출 역시 매년 150%의 성장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정도 바뀌며 ‘맛있저염’을 시작으로 한 환자식 브랜드의 마케팅도 본격화 하게 됐다. 놀라운 것은 식약처 규정 변경을 이끌어 낸 과정에서도 잇마플이 자료 등을 제공하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잇마플은 신장병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맛있저염 브랜드를시작으로 당뇨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맛있저당, 암 환자를 위한 맛있고영 등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하며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잇마플)
잇마플이 제공하는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질환에 맞춰 소금과 당분을 대신 향신료와 장을 이용해 감칠맛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고객들은 맛과 영양을 충분히 느끼며 식사하는 즐거움을 되찾고 있다. (이미지=잇마플)

잇마플이 제공하는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질환에 맞춰 소금과 당분을 대신 향신료와 장을 이용해 감칠맛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환자식의 가장 큰 페인포인트였던 맛을 해결한 것이다. 이로 인해 급증하는 고객의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잇마플은 투자 유치에도 연이어 성공하며 현재까지 누적 30억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는 모두 잇마플 제품의 생산, 유통, 개발에 필요한 인력 확보와 시스템 구축에 사용되고 있다. 그 결과 현재는 600여 가지의 메뉴를 개발해 맞춤 식단을 다양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잇마플이 제공하는 임상영양사의 1대1 맞춤 영양 코칭 서비스. (이미지=잇마플)

또한 잇마플은 사후 관리와 식사요법 실천을 위한 임상 영양사와 1대1로 진행되는 영양 코칭 서비스, 디테일한 건강·영양 리포트도 제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구체 여과율 등 고객들의 구체적인 상태에 따라 맞춤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들이다. 이를 통해 잇마플의 제품을 재구매하는 고객 비율은 72%에 달한다. 김현지 대표는 “다른 질환이나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도 제공할 수 있는 식품 설계 프로그램 내재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향후 계획을 말했다.

“현재까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B2C 분야에 집중을 해 왔다면 향후에는 이를 오프라인 채널을 개설하고 병원 등을 대상으로 한 B2B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것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요. 또 앞으로는 경계식이나 예방식으로 확장해 누구나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도 준비하고 있죠.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고요. 현재 목표는 오는 2026년 매출 400억원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을 하는 것입니다. 현재 성장 추이로 봤을 때는 가능하다고 봐요.”

잇마플은 질환별 맞춤식단 정기구독 서비스로 진행하고 있다. 구독 시 받게 되는 웰컴패키지에는 식사가이드, 계량스푼 등이 포함돼 있다. (이미지=잇마플)

김슬기 대표 또한 커뮤니티를 구축해 잇마플과 고객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고객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그 안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질환 정보를 데이터화하는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제까지 각 질환 별 환자 분들의 커뮤니티는 폐쇄적으로 운영돼 왔던 것이 사실이예요. 주로 포털 사이트의 카페를 통해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죠. 거기에는 환자 분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나 증상, 부작용 등을 언급하며 정말 다양한 데이터들이 혼재돼 있어요. 저희는 그것이 잘 정리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려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말미, 김슬기 대표는 처음 이야기했던 ‘사회적 가치’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그 가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환을 겪고 있는 고객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김현지 대표 역시 “많은 분들이 자신의 건강과 식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 가고 싶다”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저희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많은 분들이 그날 하루 먹은 음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건강을 잘 관리하셨으면 해요. 그 계기를 드리는 것이 저희가 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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