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리스(Headless)는 개발 단에서 모든 팩토리 로직과 기능을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세트로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전문화된 백엔드 서버에서 구동되며 고객이 원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헤드리스 커머스는 이를 이커머스에 적용한 것이다. 이를테면 이커머스에 필요한 발송, CMS, 검색, 추천, 결제, 고객관리 등의 기능을 API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거 전자상거래에서 빈번하게 적용됐던 모놀리식 방식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놀리식 방식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떼어 낼 수 없는 장기간 지속 모델로 하드웨어, 즉 디스플레이가 PC, 모바일 등으로 다양하지 않았던 시기에 주로 적용됐다.
하지만 스마트 TV, 와치를 비롯해 IoT(사물인터넷) 기술 확산에 따라 디바이스가 다양해지고, 메타버스 등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공간이 등장하며 하드웨어와 분리된 소프트웨어, 다시 말하자면 소비자가 접근하는 웹사이트 등의 ‘프론트엔드’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백엔드’를 분리해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렇게 개발된 것이 헤드리스 커머스다.
이러한 헤드리스 커머스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 이커머스 업계에서 안정성과 효용성을 인정받아왔고, 최근 국내에서도 이를 이용한 솔루션을 선보이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중 ‘AI 그로스해킹 D2C 솔루션’을 표방하는 스타트업 ‘헤드리스’는 기술 명을 그대로 기업 명으로 적용해, 빅테크 플랫폼 중심의 독점적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상황을 바꿔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대형 플랫폼 중심의 온라인 쇼핑 환경, 브랜드사의 데이터 주권은 없다
헤드리스는 지난해 8월 남궁지환 CEO를 비롯해 AI 및 솔루션을 총괄하는 서동우 CTO, 디지털트랜스폼을 총괄하는 최진욱 CMO가 주축이 돼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저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시장, 매커니즘, 테크놀로지 분야에 종사하며 각자의 인사이트를 구축해 왔고, 절대적으로 중소 브랜드, 스타트업에게 불리하게 굳어지고 있는 대형 플랫폼 중심의 온라인 쇼핑 환경을 변화시켜보자는 목표로 의기투합했다.
놀라운 것은 창업 초기 선보인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요건제품)만으로 신보 스타트업 네스트 선정, 디캠프 디데이 우승 등의 성과를 일궈 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7억원의 시드투자, 5억원의 시드 브릿지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그 사이 직원은 10여명 남짓으로 늘어났다. 창업 1년 반 정도의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꽤 빠른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헤드리스가 위치한 선릉의 디캠프에서 만난 남궁지환 대표는 “사실 상의 창업은 지난 3월로, MVP 모델이 디캠프 디데이 우승을 하게 되며 속도가 빨라진 것”이라며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 놨다.
“해외에서 헤드리스 커머스가 D2C와 결합해 점점 고도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국 시장에도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죠. 저를 비롯해 CMO와 CTO 모두 이커머스 업계에 몸담으며 유통몰(대형 온라인 플랫폼, 홈쇼핑 등)에 기댈 수밖에 없는 중소 브랜드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죠. 고객 데이터를 유통몰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잘나가는 브랜드라도 자사몰을 키울 수 없고, 고객 분석을 통해 최적화된 후속 제품 개발을 할 수가 없어요. 사업 지속성이 없는 거죠. 이는 거의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직면하게 되는 똑 같은 상황이에요.”
헤스리스의 솔루션은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제공된다. 그로스해킹을 비롯해 클릭 한번으로 외부몰, 자사몰에서 제품 데이터 값이 등록되고 백엔드 솔루션을 통해 제품 관리와 함께 AI(인공지능)을 통해 제품의 속성값을 분석 후 API 연동을 통해 판매 및 마케팅 채널(네이버 쇼핑, 카카오쇼핑, 페이스북, 구글)에 노출된다. 헤드리스 솔루션의 특징을 설명한 남궁 대표는 국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브랜드들이 처한 문제점을 언급하며 D2C 자사몰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브랜드사들은 매년 높아지는 유통몰의 수수료를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어쩌질 못하고 있어요. 이는 결국 소비자 비용으로 전가되기도 합니다. 또 상위 노출을 위한 구좌 경쟁, 가짜 리뷰 등의 어뷰징 문제도 이어지고 있죠. MD가 노출 구좌를 잡아주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유통몰에 입점한다고 해도 매출은 나오지 않아요. 또 그렇게 경쟁 해서 제품을 판매한다고 해도 고객 데이터는 유통몰의 것이지 브랜드사의 것이 아니에요. 결국 브랜드사는 각 제품의 고객 선호도, 전환율, 전환 포인트 등을 알 수 있는 트래픽, 데이터 등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비즈니스 지속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죠.”
남궁 대표는 자사몰 대신 유통몰 중심의 판매 전략을 이어갔던 모 자세교정 체어 브랜드를 예로 들기도 했다. 해당 브랜드사의 제품을 구매했던 고객은 ‘자세에 관심이 많은’ 고객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브랜드사는 ‘1+1’ 나중에는 ‘1+2’ 식으로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 플랫폼 판매에만 집중을 했고, 결국 해당 제품의 인기가 떨어진 후에는 고객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후속 제품 개발, 업데이트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반짝 성공에 그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사들에게 더욱 위협이 되는 것은 유통몰들이 성공한 브랜드사의 제품 판매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PB(private brand)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중개자인 유통몰이 플레이어로 나서는 상황이 된다는 점도 문제다. 공식적으로는 부정하지만, 유통몰들은 브랜드사 제품보다 PB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게 되고 노출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되는 브랜드사의 제품은 어쩔 수 없는 매출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
자사몰이 D2C를 구축하는 법
이제까지 남궁 대표가 짚은 이커머스 시장의 문제점을 종합해 볼 때, 유통몰 등이 구축한 독점 시장을 극복하고 브랜드사들이 생존하는 길은 결국 자사몰을 통한 D2C 유통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물론 중소 브랜드사가 자사몰 기반 D2C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다. 개발자를 비롯해 디지털 마케터, 광고 기획자 등 인력에 대한 비용도 부담스럽고, 인력을 갖춘다고 해도 대형 유통몰을 상대로 확실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대형 유통몰, 빅테크 계열의 온라인 쇼핑몰 등은 결과적으로 이러한 중소 브랜드사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며 성장해 왔고, 독점적인 시장을 구축한 셈이다.
“저희가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의 브랜드, 특히 패션 브랜드들은 자사몰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역시 대부분 신규 유입을 만드는 것을 어려워하죠. 즉 히트 제품이 있고, 그로 인한 브랜드 인지도를 만들고, 판매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후속 제품 개발, 사업 지속성을 위한 고객 데이터 확보는 불가능하다는 얘기에요. 신규 고객 발굴이나 분석 단계에서는 할 수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인 거죠.”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남궁 대표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속성값을 설정 등의 SEO(검색엔진최적화)를 제대로 해 내지 못하고 있다”며 “헤드리스 솔루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희는 우선 제품의 속성값을 최적화해 설정되도록 하고 검색 노출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하죠. 포털에서 어떤 제품을 검색하면 과거에는 유통몰 별로 분류됐지만, 요즘에는 속성값에 따라 제품이 묶어서 보여지거든요. 노출을 통해 관심을 보인 고객들이 제품을 클릭할 시 유통몰로 가냐 자사몰로 가냐의 문제인데, 저희는 모두 자사몰로 가도록 하고 있어요. 그 순간부터 고객 데이터는 자사몰에서 헤드리스 솔루션을 통해 쌓이고 분석되는 거죠.”
이는 유통몰에서 브랜드사의 제품을 클릭할 시에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스마트 스토어에서 제품을 클릭 시 네이버에서 마련한 자체 결제 시스템으로 고객을 보내는 대신, 아웃링크를 넣어 자사몰로 보내는 것이다.
남궁 대표는 “2019년 나이키가 아마존을 나와 독자적인 D2C 모델을 구축한 것이 브랜드사들이 나아갈 발향”이라며 “헤드리스는 그러한 브랜드사들의 D2C가 가능하도록 돕는 솔루션”이라고 강조하며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헤드리스 커머스 솔루션은 우선 자사몰 데이터를 마이그레이션해 헤드리스 백엔드 제품 고유 정보 및 속성 DB화를 진행합니다. 이어 AI 이미지 분석, OCR 분석을 통해 속성값을 입력하는 과정을 거치죠. 즉 모든 것을 다 상품으로 봤던 상황에서 저희는 제품화와 상품화를 디커플링한 셈이에요. 이후 상품화 과정을 통해 네이버, 다음, 구글, 메타 등에 단일 제품, 패키지 제품 등으로 구분해 상품을 연동하고 설정된 속성값, 카테고리 포인트 등으로 SEO를 진행해 신규 유저를 자사몰로 유입 시키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사스(SaaS) 형태로 자동화돼 제공되죠.”
이를 통해 브랜드사들은 데이터가 정돈된 대시보드로 제품, 상품, 채널, 고객에 따른 커머스 성과지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물론 후속 제품 개발에 필요한 의사결정 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헤드리스 솔루션은 현재 엔터프라이즈 패키지가 사스(SaaS) 방식으로 제공되며 이를 활용한 중소 브랜드사의 가시적인 매출 증대, 자사몰 회원수 증가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헤드리스는 향후 프리커머스 단계, 즉 기업이 브랜드나 제품을 만들기 전 연동되지 않은 제조 단계의 데이터 활용 포인트를 연결하는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2월에는 엔터프라이즈 패키지를 넘어 스타트업 단계의 브랜드사가 이용할 수 있게 필수 기능을 넣으면서도 가격은 현저히 낮춘 스타트업 패키지도 런칭할 계획이다. 이를테면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례가 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옴니채널 데이터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 헤드리스의 목표다. 앞으로 진행될 다양한 계획을 설명하는 남궁 대표의 시선은 이미 내년을 향해 있는 듯했다.
“현재 저희 엔터프라이즈 패키지는 13개 기업이 쓰면서 확실하게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 고객사 대표님은 저희 솔루션을 도입하고 마케팅 강화보다는 제품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파악하시고는 새로운 브랜드를 연이어 선보이고 계시죠. 이 외에도 마케팅 비용은 기존보다 4분의 1 정도로 줄이면서 매출은 4배가 증가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어요. 향후에는 CMS 솔루션 고도화를 시작으로 오프라인 데이터를 연결하는 방식을 개발하려 하고 있어요.”
헤드리스는 내년 중 최대 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BEP(손익분기점) 달성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의 성과가 지속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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