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텍스쳐(Metatexture)는 ‘식감을 초월하다’는 의미로 진짜 식재료의 맛과 식감을 넘어서는 대체 식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사명이다.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만난 문주인 메타텍스쳐 대표는 “개인사업자로 시작할 당시 ‘스위트에그’였던 사명을 지난해 2월 법인 설립을 하면서 메타텍스쳐로 바꿨다”며 그 이유를 ‘대체 달걀을 넘어 다양한 대체식품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가 대체 달걀 개발을 시작한 것은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창업학과 재학 중인 2020년 무렵이었다. 대체식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그 보다 앞선 2018년 학과에서 매년 진행된 식품 전시회에 대체육으로 만든 콩고기 샌드위치를 선보이면서 부터였다.
“그 이전까지 저는 대체식품에 대해 맛과 식감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실제로도 이전까지 기술 수준으로 나오는 대체육은 말린 두부 같은 식감이었죠. 그런데 식품 전시회를 준비하면 더빈트라는 회사가 수입한 콩고기를 맛봤는데 제가 알던 식감이 아니었어요. 개인적으로 식품 산업이 단조롭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콩고기를 맛보고 난 후 ‘대체식품이 식품 산업의 미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때부터 대체식품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식품공학도의 호기심은 군 입대로 2년의 공백기를 거친 이후 즉시 연구개발과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현재 메타텍스쳐는 단기간에 대체 달걀 상품화에 성공하며 글로벌 진출까지 고려하는 유망 스타트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대두와 녹두로 대체 달걀 개발, 시작부터 감지한 ‘시장성’과 ‘상품성’
‘대체 달걀’ 혹은 ‘식물성 달걀’은 정확히 법에 규정된 명칭은 아니다. 실은 최근까지 이와 관련된 규제 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문 대표 역시 이와 같은 사실을 창업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문의하며 알게 됐다. 문 대표에 따르면 당시 식약처의 답변은 ‘정확한 명칭은 없지만 계란이나 달걀로는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다른 대체식품 제조사들은 이를 우회해 저마다의 브랜드 명으로 상품을 내 놓고 있었다. 메타텍스쳐 역시 대체식품임을 인식할 수 있는 브랜드 ‘스위트에그’로 상표를 출원하며 상품을 선보였다. 다행히 이와 같은 상황은 다음달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 등 유관기관이 대체식품과 관련된 법 개정에 이어 가이드를 내 놓으며 해소될 전망이다. 본의 아니게 메타텍스쳐가 대체식품과 관련된 규정 마련에 일조한 셈이다.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라고 하지만 메타텍스쳐의 사업화 속도는 놀라울 따름이다. 삶은 달걀을 비롯해 달걀 프라이, 지단, 스크램블에그 제품을 연이어 선보였고, 올해 안에 제빵용 달걀 분말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실제 달걀 제품과 비교해 맛과 식감, 영양 면에서 뒤쳐지지 않는다. 문 대표는 “단백질 함량은 실제 달걀과 동일하면서도 콜레스테롤, 지방 등 동물성 성분은 없애 어르신들도 부담없이 드실 수 있다”며 그 특징을 설명했다.
“저희가 대체식품을 만드는 첫 목적은 동물성 식품에 대응하기 위해서예요. 기존의 축산업을 보완하는 것이 메인 요소였고, 이제는 식감이나 맛, 영양소 등 소비자가 선택하고 섭취할 수 있는 품질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죠. 아직까지 한국 시장의 경우 이러한 대체식품의 실질적 수요층은 비건과 채식주의자로 한정적이지만, 저희는 그 틀을 깨고 일반 고객도 거부감 없이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제품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경쟁력은 충분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메타텍스쳐의 대체 달걀은 콜레스테롤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질환을 가진 사람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가격도 일반 달걀에 비해 저렴하다. 유통 기한 역시 일반 달걀이 1달(30일)인 것에 비해 스위트에그 제품은 45일로 더 길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미심쩍은 생각이 든다. ‘유통 기한이 긴 것은 첨가물 때문이 아닐까?’ 그와 함께 수년 전 중국에서 난리가 났던 ‘가짜 달걀’ 제조 논란이 떠올랐다. 문 대표는 이미 많이 받아본 질문인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유통 기간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모두 천연 첨가물이예요. 예를 들어 식품에 식초가 들어가면 유통 기한이 늘어나죠. 저희 역시 식초를 비롯한 천연 성분을 통해 지금과 같은 유통 기한을 확보했습니다. 그 외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 공정을 최소화, 효율화해서 단가를 낮췄고요. 또 저희 스위트에그에 들어가는 주 제료는 대두와 녹두입니다. 대두로 흰자, 녹두로 노른자를 만들죠. 녹두는 보통 초록색이라고 생각하시지만, 겉껍질 까면 속은 노란색이거든요. 그 외에 쌀과 옥수수, 호박 등이 들어가고요. 이러한 제조 방식 외에도 원재료 선별, 가공, 유통 이런 전체적인 프로세스가 저희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상품화에 성공한 덕분에 메타텍스쳐의 가능성은 여러 투자사들에게 높게 평가받고 있다. 법인 설립 이후 미래과학기술지주, 소풍벤처스의 시드 투자를 비롯해 각 지원사업을 통해 확보한 투자금액만 약 2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시리즈 A 규모로 후속 투자를 준비 중이다. 2년 가까운 연구개발 과정이 있었다고 해도, 신생 스타트업이 법인 설립 후 1년여 만에 이러한 투자금을 확보하는 경우는 이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각 투자사 담당자들 모두 메타텍스쳐 투자를 심사할 때 ‘스위트에그’를 맛본 후 바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후일담이다. 식품 본연의 맛과 식감에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그 외에도 문 대표가 이야기하는 대체 달걀이 품은 가치는 또 있다.
“농식품 분야에서 대체식품은 기후 변화와 재배 면적 감소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오래 전부터 연구되고 있죠. 더구나 대체 달걀은 일반 달걀에 비해 90% 이상의 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ESG 가치가 중요하게 부상하는 상황에서 메타텍스쳐의 시도가 투자사들에게도 꽤 매력적으로 다가갔다고 생각합니다.”
주방에서 시작한 쉽지 않은 연구개발 과정
그렇다면 맛과 식감은 물론 영양성분까지 잡은 대체 달걀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 시작은 2020년 무렵 문 대표의 모교인 중앙대학교 캠퍼스타운 주방이었다.
“초기에는 대체육을 생각하고 조사를 했는데, 이미 너무 많은 대체육 개발사들이 있더군요. 하지만 대체 달걀은 초기 시장 수준이었고요. 달걀이라면 해 볼만 하겠다 싶었죠. 그렇게 개인사업자를 내고 캠퍼스타운 주방에서 대체 달걀 개발을 시작했죠. 당시에는 예비 창업자였고, 정식으로 캠퍼스타운에 입주한 것도 아니었지만, 학교 측에서 배려해 연구와 개발을 할 수 있는 주방 등의 공간을 지원 받을 수 있었어요. 거기에 예비창업패키지 자금을 지원 받아서 학교 연구실에서 실험을 이어갔죠. 겉으로는 법인 설립 이후 1년만에 빠르게 사업화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전에 고생을 많이했어요(웃음). 하루 종일 실험실에 틀어 박혀 연구개발에만 몰두한 것 같아요.”
그렇게 홀로 시작한 연구개발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은 뜻을 같이하며 힘을 보탠 창업 멤버와 동문인 공동창업자, 연구 이사 등이 합류하면서 부터다. 식품영양학과·외식경영요리학과를 전공한 공동창업자는 이미 레스토랑을 창업한 상태였지만, 이를 접고 메타텍스처 창업을 함께할 정도로 힘이 돼 줬다.
“공동창업자인 친구는 전공도 그렇지만, 미각이 굉장히 뛰어났어요. 제가 콘셉트 기술을 개발하면 시음을 하곤 했는데, 그 과정에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개선해 나가곤 했죠. 또 동문이신 연구 이사님의 도움도 컸어요. 원래 대두를 취급하는 대체육을 개발했던 경험이 있으신 분이죠. 처음 인연이 된 것은 제가 연구 과정에서 논문을 찾아보다가 식물성 달걀과 관련해 이 분이 쓰신 논문을 보게 되면서 부터예요. 그렇게 연락을 드려 도움을 받았고, 법인 설립을 하면서 정식으로 저희 팀에 합류하시게 됐죠.”
지난 과정을 돌이키는 문 대표는 문득 “창업보다는 소재 연구원으로 취직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털어 놨다. 하지만 대개의 삶이 그렇듯 계획 대로 되진 않았다. 뜻밖에 대체 식품의 가능성을 접했고, 그 결과 휴학까지 불사하며 창업에 뛰어들어 지금에 이른 셈이다.
“제가 원한 것은 어쨌든 대체 달걀을 개발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회사 취업해 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현실화시키는 것은 너무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았죠. 결과적으로 ‘당장 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컸어요(웃음). 답은 창업 밖에 없었죠.”
다음 과제는 기술 고도화와 확장, 그리고 글로벌
현재 메타텍스처는 안성에 연구시설을 비롯해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마케팅 사무실, OEM 방식으로 진행하는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향후 투자 유치를 통해 올해 안에 자체 파일럿 생산공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사업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상품화 과정을 털어놨다.
“OEM 생산 방식으로 세 군데의 생산공장과 협업을 하고 있어요. 두 곳이 달걀 흰자를 생산하는 공장, 한 곳이 노른자를 생산하는 공장이죠. 흰자와 노른자의 제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나눠 생산하는 상황이예요. 처음에는 협력할 생산공장을 찾는데만 8개월 정도가 걸렸어요. 품질을 맞추면서 저희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죠. 어렵사리 저희 뜻에 공감해 주시는 공장 대표님을 만나 진행할 수 있었고, 지난해까지 하루 5톤, 이제는 하루 20톤 정도의 물량을 생산하는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쉽게 생각해 4만마리의 닭을 키우는 양계장 10개가 생산하는 달걀 양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향후 메타텍스처는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늘려가며 자체 파일럿 공장 구축 이후 품목을 늘려 다양한 기능성 대체 달걀을 개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른바 짜장 맛, 떡볶이 맛 달걀 등이다. 사실 초기 연구개발 단계에서 가장 먼저 생각한 아이템이지만, 보류된 계획들이다.
“현재는 CU 간편식의 식재료로 김밥, 샌드위치용 달걀 제품을 납품하고 있어요. 초밥에 들어가는에그마요 토핑과 같은 것들이죠. 향후에는 여러 식품기업들과 추가적인 협력을 진행하면서 기술 특허를 꾸준히 확보해 가려고 해요. 제품 다양화도 추진할 계획이고요. 삶은 달걀에 꼭 노른자만 들어가야 하는 거은 아니니까요(웃음). 그 외에도 성분을 다르게 조합할 수 있는 대체 달걀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반려동물을 위한 대체 달걀을 만들 수도 있어요. 이를 테면 강아지가 먹기 좋은 쫄깃한 식감의 말린 달걀과 같은 것들이죠.”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서도 메타텍스쳐의 시도는 이미 진행중이라 할 수 있다. ‘에그마요 스프레드 3종’은 이미 영국 비건 인증까지 받았다. 특히 문 대표는 “유럽은 삶은 달걀을 먹기 위한 전용 컵이 있을 정도로 달걀을 좋아하는 지역”이라며 그 첫 타깃으로 독일을 꼽았다.
“유럽 중에서도 독일은 삶은 달걀을 정말 좋아하는 국가예요. 저희 ‘스위트에그’의 품질이라면 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유럽 지역은 한국에 비해 비건 인구도 많고 채식을 선호하는 문화가 있어요. 대체 식품에 대한 인식도 굉장히 높고요. 이미 해외에서 판매되는 대체 달걀이 있지만, 품질이 월등한 것은 물론 가격 면에서도 저희가 5배 정도 저렴해요. 무조건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메타텍스처의 계획은 무궁무진하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체 달걀 다음 스텝으로는 장기적인 과제로 식물성 수산물, 즉 대체 오징어, 새우 개발도 고려 중이다. 문 대표의 말에 따르면 대체 달걀 제조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선은 ‘달걀’에 집중하려 한다. 달걀 하나만으로도 시도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메타텍스쳐가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일종의 연금술과 같다’고도 표현했다. 과학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전혀 다른 재료들로 대체 식품을 만드는 것이니 그럴 듯한 표현이다.
창업 후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문 대표는 “창업 이후 일상은 늘 어려운 문제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운 도전”이라는 답을 내놨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에도 다양한 계획들을 쏟아 내는 20대 대표의 눈빛은 더 큰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옛날 연금술사들이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조합해서 금을 만들려고 했다면 저희는 각각에 목적에 맞는 대체 달걀을 만들어 내는 조합을 데이터로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원료 배합에 따라 다양한 대체 달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또 해외 진출을 비롯해 조만간 대형 식품 기업이나 외식 업체의 물량을 전량 납품하는 제안을 꼭 한 번 이뤄보고 싶어요.”
소셜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