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부터 전면 시행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관심이 집중됐던 출범 초기 분위기와는 무색하게 어느 순간부터 언급이 뜸해졌다. 금융·공공 분야를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 도입됐다고는 하지만 초기 지향했던 전 분야를 아우르는 데이터 이동이나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서비스 시행 1년 반이 넘었지만 각 마이데이터 사업자 간의 데이터 활용은 여전히 폐쇄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기존 금융 서비스의 틀을 크게 못 벗어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 정책에 의해 도입하긴 했지만, 아직 마땅한 수익화 모델을 찾지 못하는 것을 하나의 이유로 꼽고 있다. 다양한 소스를 활용해 추출한 데이터를 결합하고 개별 금융고객에게 맞춤화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지만 아직 성과가 불확실하다보니 과감한 투자를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현 시점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초기 대출이나 카드 상품 추천, 자산관리 서비스에 집중된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고도화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데이터 지표’를 제시하는 기업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지표란 바로 계좌 입출금 거래 시 반드시 뒤따르는 적요 텍스트를 분석해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정형화한 데이터다.
이와 같은 서비스를 개발한 닉컴퍼니는 지난 2017년 창업한 7년차 기업이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동남은행 공채 1기 출신의 박성춘 대표는 전자금융을 담당한 1세대로, 주택은행을 거쳐 창업 전까지 B2B핀테크 기업인 웹케시 초기 멤버로 오랜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그런 그가 웹캐시에서 손발을 맞추던 국민은행 출신 신현석 이사와 의기투합해 창업을 한 것이 바로 닉컴퍼니다. 초기 공유 오피스에서 책상 두개를 놓고 시작한 닉컴퍼니는 두 창업자의 전문 분야인 금융 IT 서비스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단 5년만에 연매출 50억 이상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내며 성장을 거듭했다.
이후 안정적인 금융 IT 서비스 성과를 발판으로 닉컴퍼니가 주목한 새로운 비즈니스는 다름 아닌 마이데이터 분야였다. 하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전략을 구축하는 것은 새로운 방식과 시각이 필요했다.
‘90년대생 핀테크 개발자 중심의 팀을 만들자’
그렇게 탄생한 신사업 팀이 바로 ‘데이터비즈 부문’이다. 이를 총괄하는 사람 역시 90년대 생, 2019년 무렵 닉컴퍼니 창업 초기 멤버로 영입된 박재홍 대표다. 이처럼 젊은 피를 중심으로 한 닉컴퍼니의 데이터비즈팀은 점차 중요성이 부각되는 레그테크(RegTech,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준법감시 등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업무를 알아서 인식하고, 보다 쉽게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기술) 서비스인 ‘닉 디지털 컴플라이언스 플랫폼( NIC Digtal Compliance Platgorm, NIC DCP)’을 시작으로 입출금 거래 텍스트 분석, 거래 및 고객 유형 분류, 특이거래 확인 서비스로 구성된 ‘리얼?’, 입출금 거래 텍스트 분석과 카테고리 자동 태깅 서비스인 ‘리얼? ATS’를 연이어 선보이며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닉컴퍼니는 “이제까지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AI의 입출금 적요 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재료인 ‘말뭉치 데이터셋’이 완성되면 새로운 차원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서울 가양동에 위치한 닉컴퍼니를 찾아 데이터비즈부문을 총괄하는 박재홍 대표에게 들어봤다.
현금에서 페이로 직행한 중국의 격변 경험
박재홍 데이터비즈부문 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일찌감치 중국의 부상을 예감한 그는 일찌감치 유학을 떠나 중국 현지 고교 졸업 후 인민대학교에 입학해 사회학을 전공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중국에 머물면서 박 대표는 ‘중국 금융 환경의 격변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경험은 이후 박 대표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당시 박 대표가 경험한 중국 금융 환경의 변화는 무엇일까? 당시 중국에서는 일찌감치 정부 주도적인 정책에 힘입어 무현금사회화가 시도됐다. 현금 거래 대신 QR코드를 촬영하는 것으로 결제가 끝나는 위챗페이나 알리페이가 보급된 것이었다. 이와 같은 방식은 온라인 서비스는 물론 교통, 상품 구매 전분야에 적용됐고, 심지어 길거리 노점상도 QR코드를 내미는 수준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박 대표는 “핀테크 기술이 세상을 하나로 만들 수도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중학교 시절 ‘명견만리’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중국의 가능성에 매력을 느꼈어요(웃음). 고민 끝에 중국 유학을 택했고, 10년 가까이 중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중국의 핀테크 시장이 현금에서 바로 페이로 넘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경험했어요. 현금에서 신용카드, 페이결제 순인 한국과는 전혀 다른 변화였죠. 그 격변의 시기를 경험하며 그 많은 중국 사람들의 삶이 격변을 맞이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어요. 저 역시도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일찌감치 써 보기도 했고요. 실제로 경험한 중국의 핀테크 기술은 기존 금융제도를 급격하게 바꾸는 파괴적인 수준이었죠.”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됐으며 중국은 이제 간편결제를 넘어 모바일 전자지갑을 적용해 인민은행이 발행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완화를 도입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자국 위완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중국의 야심이 숨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찌됐든 중국은 금융 분야의 디지털 전환 속도만큼은 우리나라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근차근 키워가는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의 꿈
“중국이 현금에서 페이로 직행한 것은 사실 위조지폐 등의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기도 해요. 현금의 진위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신용카드는 더더욱 믿을 수 없고 마침 모바일이 대중화 됐으니 바로 페이결제를 도입한 거죠. 그러면서 레그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규제기술이라고 하지만 결국 금융 소비자의 피해를 막는 기술이라는 점 때문이었죠. 그러면서 언젠가는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어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박 대표는 이후 중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금융사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IT 기업의 기획 파트의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이슈는 금융 사기에 얽힌 이상거래 탐지와 자금세탁 등을 방지하는 기술이었다. 법적으로 금융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기준들이 있었지만, 인력의 한계 등으로 허점이 많은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이상거래 경고가 뜨면 모두 보고서를 작성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를 해야 했어요. 하지만 당시 금융사들의 인력으로는 하루 10건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대부분의 경고가 시스템상 문제로 치부되며 허투루 처리되곤 하더군요.”
중국에서의 경험과 한국의 현실을 알게 되며 박 대표는 핀테크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를 다루고 싶다는 고민을 하게 됐고, 이는 결국 설립 2년차의 닉컴퍼니에 합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금융 섹터에서 30년 가까운 경험을 쌓은 박성춘 대표와 신현석 이사에 대한 믿음도 컸다. 박 대표의 합류 이후 닉컴퍼니는 농협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NH디지털혁심캠퍼스에 입주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초기 레그테크 서비스인 ‘닉 DCP’ 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된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데이터의 주인은 고객이라는 기조 아래 데이터 주권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됐지만, 사실 지금도 금융거래의 안전은 금융사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저희는 레그테크를 넘어 금융 고객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금융 거래나 발생되는 데이터에 좀 더 주목하기 시작했죠.”
이후 닉컴퍼니는 지난해 ‘2022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을 통해 KB금융그룹 ‘KB스타터스’에 선발돼 머신러닝 기반의 특이거래 예측 서비스인 ‘리얼?’을 개발할 수 있었고, 같은 해 10월에는 입출금 거래 텍스트 분석과 카테고리 자동 태깅 서비스인 ‘리얼? ATS’를 연이어 선보이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올해 닉컴퍼니는 다시금 우리금융의 스타트업 발굴 지원 프로그램 ‘디노랩(DINNOlab) 4기’에 선정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입출금 적요 데이터셋 구축, 진정한 ‘초개인화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뤄낼 것
안정적인 금융 IT 서비스 분야의 성과를 바탕으로 금융 데이터 분석 분야에 빠른 기술 개발을 이어온 닉컴퍼니는 박 대표가 주축이 된 데이터비즈부문을 중심으로 아직까지 데이터화 되지 못하고 비정형화 텍스트로 남겨져 있던 적요를 분석하고 AI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말물치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작업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박 대표는 이를 “아직까지 정복되지 않은 영역을 정복하는 과정”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적요 텍스트를 정형화하기 위해서는 AI학습이 필요한데, 중간에 말뭉치라고 하는 언어 재료가 필요해요. 현재 저희는 그 언어 재료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죠. 말뭉치 데이터셋이 구축되면 저희 서비스인 ‘리얼? ATS’에도 적용해 카테고리화가 가능하고 이를 기반으로 금융사들은 어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할지 취사 선택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말뭉치 데이터셋 자체도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요.”
닉컴퍼니의 ‘말뭉치 데이터셋 구축’ 프로젝트는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쿠콘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것이 완성되면 현재 API로 서비스되고 있는 닉컴퍼니의 서비스 효용성이 더욱 커지게 되고, 금융사 역시 기존 고객 자산 데이터에 더해 정확한 입출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초개인화 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해 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닉컴퍼니는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박재홍 대표의 눈빛에서 남다른 자심감이 느껴졌다.
“현재 진행되는 작업은 마이데이터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뭉치 데이터셋이 완성되면 향후 어떤 서비스가 가능해질지는 저희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만들고 싶은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니어세대와 같은 금융소외계층, 신파일러(Thin Filer, 금융 거래 이력이 없는 주부와 사회초년생)와 같은 분들을 위한 서비스예요. 무엇이 됐든 현재 금융 서비스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영역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저희 목표라고 할 수 있죠. 이 방향성이 더욱 명확한 시기가 됐을 때는 저희가 직접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나서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금융은 우리 삶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예요.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죠. 긴 시간이 걸릴지라도 데이터로 금융을 읽고 개인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하는 스타트업, 닉컴퍼니로 남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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