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광열 코드박스 대표 ‘기술력으로 승부한 스타트업의 한계, 사용자 관점의 주주 관리 서비스로 뛰어 넘었죠”

4687개 기업고객 확보, 스타트업은 물론 VC들도 사용하는 주주 서비스… 성공 비결은?
블록체인 허브 개발로 기술력 인정, 제도적 한계에 직면해 과감히 피벗 결정
창업과 관련된 모든 라이프 사이클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고도화 시킬 것
최근 대내외적인 악재가 이어지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시장은 혹서기를 넘어 빙하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최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오픈서베이와 함께 진행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창업자의 69%가 벤처투자 시장의 혹한기를 체감하고 있다. 요동치는 환율과 더불어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는 시대를 맞아 주식시장은 물론 스타트업계는 투자 혹한기를 넘어 빙하기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스타트업에 우호적이었던 시절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 스타트업으로 성공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통계결과를 보면 스타트업 5년 내 생존율은 29.5%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생존 과정에서 가장 힘겨워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투자 유치는 차치하고라도 스타트업 앞에 놓인 허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사는 물론 투자계약 등에 있어 법률적인 어려움을 비롯해 투자 유치, 상장 등 각각의 단계에 필수적으로 구비돼야 하는 각종 증빙자료와 서류 등을 형식에 맞춰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 중의 하나가 주주관리다. 보통 한두 명의 창업자를 중심으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주주명부 관리는 고사하고 이사회, 주주총회를 제대로 실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당장의 형식을 갖추기 보다 생존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느 정도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안정적인 성장단계를 밟게 됐다고 해도 뒤늦게 필수 구비 서류를 갖추느라 적잖이 애를 먹는 경우가 다반사다.

코드박스의 ‘주주(ZUZU)’ 서비스는 이러한 스타트업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해결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다. 블록체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증권형토큰(STO) 제공을 위한 블록체인 허브 ‘코드체인’을 개발하던 이 스타트업이 돌연 비상장 스타트업을 위한 주주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게 된 이유는 뭘까? 놀라운 것은 ZUZU의 이용사는 비단 스타트업만이 아닌 VC(Venture capital)까지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2020년 6월에 출시돼 스타트업, VC 포함 총 4687개의 기업 고객을 확보한 ZUZU 서비스를 통해그간 진행된 주총과 이사회 수는 1만5618건에 달한다. 관리하는 총 주주는 2만9176명, 스톡옵션은 3208건이다.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스타트업이 된 코드박스,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서광열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스타트업에 이어 VC까지 반했다

서광열 코드박스 대표는 2017년 코드박스를 창업해 과감한 피벗을 감행하며 주주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코드박스)

코드박스의 서비스는 크게 스타트업을 위한 ‘주주(ZUZU)’와 VC를 위한 ‘주주 포 인베스터(ZUZU for Investor)’로 나뉜다. 주주의 경우 주주명부 관리부터 스톡옵션 관리, 주주총회 및 이사회 개최 등 초기 스타트업에서 진행하기 쉽지 않은 행정업무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주주 포 인베스터는 지난해 9월 출시된 VC 버전 ‘주주 포 브이씨’를 리브랜딩한 서비스다. 그 외에도 코드박스는 12월 출시를 앞둔 개인투자조합을 위한 ‘주주 포 엔젤’ 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 대표는 “사용자의 니즈에 집중했다”며 각각의 서비스 특성을 설명했다.   

“모든 주주 서비스는 사스(SaaS, 서비스형 솔루션) 형태로 제공되고 있어요. 주주의 경우 초기 스타트업들은 대부분의 기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주총, 이사회, 등기 등 법인서류를 서울 전 지역에 90분만에 발송하는 기능, 스톡옵션 전자계약 등도 부대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죠. 주주 포 인베스터는 VC를 위해서 스타트업들의 재무제표, 주주명부, 법인등기부등본, 4대보험 가입자 명부 등을 한번에 요청하고 제출 서류를 기업별 문서별로 정리하는 기능을 제공하죠. 제출 현황도 쉽게 파악할 수 있고요. 보통 VC에서 관리하는 투자 스타트업이 수십개에서 수백개에 달하니 꽤 편리하죠. 주주 포 엔젤은 개인투자조합을 위한 서비스는 엔젤투자자와 액셀러레이터가 해야 하는 행정업무를 지원해요. 조합 결성부터 운영까지 통합 관리가 가능한 서비스로 출시를 앞두고 있죠.”

주주 포 인베스터는 기존 투자사들이 수많은 투자 스타트업을 관리하던 과정에서 겪어야했던 불편함을 해결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미지=코드박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주주 서비스가 완성형이 아닌, 수시로 사용자의 불편함을 체크하고 추가적인 기능을 덧붙이는 진화형 서비스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최초 주주 서비스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재미있는 사실은 주주 서비스가 처음부터 코드박스의 메인 비즈니스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2017년 창업한 코드박스는 사실 블록체인 코어를 만드는 기술 스타트업이었어요. 2년 넘게 ‘코드체인’이라는 STO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공을 들였죠. 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만 가지고는 회사를 존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어요. 그래서 대안으로 저희 기술의 활용성을 증명하기 위한 데모 서비스로 만든 것이 주주였죠. 처음에는 주주명부를 블록체인 상에서 관리하는 아주 단순한 형태였어요. 거기에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고 유상증자를 하거나 할 때 필요한 법인등기, 주식거래, 상수도계약서 작성 등 절차에 필요한 지원 기능을 추가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된 거죠. 물론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크게 영향력이 없다고 판단해 제외했어요.”

코드체인은 서 대표가 만들고 싶었던 목표였다면, 주주 서비스는 100%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였다.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서비스 개발이 코드박스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준 셈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서 대표는 새로운 경험을 쌓는 중이다.

코드박스는 단순히 주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VC, 법률, 조세 분야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초기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법적, 제도적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이미지=코드박스)

“주주 서비스를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여러가지 변화를 경험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술, 혹은 내가 만드는 것이 재미있는 기술에 집중했다면, 주주 서비스는 고객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에 집중해서 만든 결과물이죠. 그전에는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개발을 했다면 주주의 경우는 굉장히 숏텀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큰 차이예요. 사용자가 어떤 기능을 원한다 싶을 때는 테스트를 설계하고 결과를 적용하는 과정이 아주 빠르게 돌아가죠. 요즘은 한달 혹은 일주일, 빠르면 하루짜리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도 있어요. 과거에 비해 대응 속도 자체가 달라진 거죠.”

연이어진 스타트업 창업의 경험, 두나무 자회사로 편입을 결정하기까지

서 대표는 코드박스 이전 두번의 창업 경험이 있다.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처음 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이후 선배들과 함께 첫 스타트업에서 개발을 담당하며 창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두 번째 스타트업 역시 파운더이자 CTO로서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우여곡절을 경험한 것은 코드박스를 처음 창업한 5년여 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선 두 회사는 웹브라우저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으로 제 역할은 기술 개발에 한정됐었죠. 그러다가 블록체인 코어라는 기술을 알게 됐어요. 브라우저 엔진 등과 유사점이 적지 않으면서도 당시에는 굉장히 새로운 기술이었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에 코드박스를 창업하게 됐죠. 다만 그 전까지는 개발에만 집중했다면 코드박스 창업 이후에는 경영이나 비즈니스 전 영역을 두루 신경써야 했어요. 저 역시 주주명부나 주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죠(웃음). 가장 힘들었던 건 코드체인을 홀딩하고 주주 서비스로 넘어가는 시점이었어요. 데모 버전을 발전시키며서 코드체인 파트를 줄여야 했는데 사실 상 두 팀을 운영하는 시기였죠. 그 과정에서 코드체인 개발에 참여하고 싶어 합류한 멤버들이 나갈 때 불안감도 적지 않았고요.”

주주 서비스는 사용자의 니즈만을 반영한 것이 아닌 서광열 대표 스스로 경험한 불편함과 어려움을 반영한 측면도 있다. (영상=코드박스 유튜브)

이유인 즉, 코드박스는 당시에도 이미 코드체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두나무와 빗썸 등을 통해 시드 투자를 비롯해 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상황이었다. 제일 잘하는 기술로 승부해 투자까지 받으면서 기술 스타트업으로서 이미지까지 구축해 놓은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주주 서비스 개발은 일부 직원들에게 반발을 일으킬 법했다. 서 대표는 “그 순간들이 제일 어려웠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제 스스로도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이 있었는데,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는 주총과 주주 명부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하는 의사결정은 쉽지 않았어요. 결정을 한 뒤에도 한 동안은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주주 서비스를 접한 고객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더군요. 그전까지는 일부 투자사나 기업 고개 외에 대중적인 반응이란 것을 경험해 보지 못했는데, 주주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피드백을 받으면서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했죠. 그러면서 기술 기업과 서비스 기업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끼게 됐고요. 지금은 서비스 회사만의 매력을 느끼는 중이예요.”

서 대표와 코드박스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주주 서비스가 주목을 받으며 그 과정에서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미 시드 투자를 통해 주주였던 두나무였지만, 합류를 결정하는 과정은 적잖은 고민이 있었다. 그 과정을 설명하는 서 대표에게 스타트업 창업자로서의 딜레마가 느껴졌다.

“사실 당시에는 두나무 역시 주주와 비슷한 서비스를 내 놓고 경쟁 관계에 있던 상황이었어요. 그때문에 두나무에서도 부담을 느꼈는지 사업 리포트를 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웃음). 그 상황에서 두나무 측의 인수 제안을 받은 거죠.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었지만, 저는 주주 서비스가 일종의 인프라 사업이라고 판단했어요. 여전히 스타트업이 직면한 여러 불편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공사를 벌여야 하는데, 그것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큰 회사와 함께하는 것이 유리했으니까요.”

코드박스의 기술력은 이미 주주 서비스 출시 이전부터 인정받아 왔다. 서 대표는 모회사인 두나무와 협력하면서도 코드박스의 고유한 정체성은 유지하며 주주 서비스를 고도화시킬 계획을 털어 놓기도 했다. (사진=테크42)

서 대표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두나무에 자회사로 인수된 이후 코드박스는 올 4월 두나무를 비롯 KB인베스트먼트, IBX파트너스 등 8개 투자사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현재 코드박스는 주주 서비스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VC와 스타트업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고도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증권플러스 비상장과의 서비스 연동도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하는 중이다. 이렇듯 여러 변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터뷰 말미, 서 대표는 “달라진 것은 없다”는 말로 향후 계획을 털어 놨다.

“두나무에 합류했지만, 코드박스의 문화는 유지한 채로 독립 경영을 유지하고 있어요. 물론 시리즈B까지 진행한 다른 비슷한 규모의 스타트업에 비해서는 현재 규모가 작긴 하죠. 하지만 저희는 인원이 많아진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의도적으로 조직을 슬림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죠. 저희가 생각하는 주주 서비스는 창업과 관련된 모든 라이프 사이클을 지원하는 서비스예요. 요즘을 스타트업 혹한기라고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이런 시기에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큰 회사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죠. 저희는 그런 스타트업들이 기회를 잡는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주 서비스를 만들어 가려 합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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