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영철 스프링소프트 대표 “따뜻한 봄날 같은 소프트웨어로 치매예방·인지능력 개선하고 있죠”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헬스케어 솔루션, ‘해피테이블’ 4000명의 어르신 회원 확보
상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 경험에서 시작된 창업 도전, 낙후된 어르신 치매예방 환경 개선할 것
구독 모델 적용, 데이터 비즈니스로 확장… 멀티플레이용 콘텐츠 탑재로 고도화 진행 중
해피테이블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며 인지능력을 체크하고 있는 어르신들. (사진=스프링소프트)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의 경우 오는 2050년 80세 이상 인구비율이 대표적인 초고령국가인 일본을 앞지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858만명으로 총 인구의 16.5%에 해당하지만 오는 2030년 무렵에는 24%, 2060년 43.9%에 달하는 1881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추정 치매환자 수다. 국내 65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 수는 2021년 기준 88만 6173명에서 2060년 332만5602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다. 2021년 기준 의료비와 간병비 등을 포함한 치매환자 1인당관리비용은 2100만원을 넘어섰으며, 향후에도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노인 치매예방과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헬스케어 분야는 다른 의료 분야에 비해 낙후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해 노인의 치매 예방과 인지능력 향상, 조기 발견을 목표로 스마트테이블 기반의 융복합 기능성 게임과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스프링소프트의 이야기다.

바둑알 나누기, 신문지 오려붙이기… 낙후된 노인 헬스케어 환경에 창업 결심

서영철 스프링소프트 대표. (사진=테크42)

2018년 4월 설립된 스프링소프트는 터치 스크린 기반 놀이형 테이블 ‘해피테이블’을 통해 정상 및 인지능력이 저하된 시니어 계층 대상으로 하는 헬스케어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서영철 스프링소프트 대표는 오래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멤버십 과정을 통해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에 입사했다.

이후 서 대표는 당시 첨단 의료기술의 현주소를 여실이 경험하며 경력을 쌓아 선임연구원 직책까지 맡으며 승승장구 했다. 그런 그가 돌연 6년 가까운 직장 생활을 접고 택한 길은 창업이었다. 전도유망한 청년이 안정적인 길 대신 정글과 다름없는 스타트업의 세계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판교에 위치한 스프링소프트 사무실에서 만난 서 대표는 “국내 의료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했음에도 유독 낙후된 어르신들의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며 지난 이야기를 털어 놨다.

“신사업부라는 특성상 여러 병원을 방문할 일이 많았죠. 단순 이용자를 넘어 업무로서 의료 분야를 접하다 보니 우리나라 병원의 의료환경이 새삼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체감했어요. 하지만 우연찮게 방문한 어르신을 위한 요양병원, 주간보호센터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죠. 치매예방이나 인지기능 향상을 위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어르신들이 하시는 것은 고작 신문지 오려 붙이기나 바둑알을 섞어 놓고 백돌과 흑돌을 나누는 거였어요. 그때부터 ‘시니어 세대의 행복을 위한 아이템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고민 끝에 떠올린 것이 학창시절 게임을 만들었던 경험이었어요.”

해피테이블은 인지평가 게임을 통해 어르신들의 현재 인지상태를 체크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게임을 추천해 인지능력 향상을 유도한다. (이미지=스프링소프트)

창업을 결심한 후 그는 다시 개발의 경험을 일깨우기 위해 스마트 스포츠 솔루션과 모바일 게임을 만들며 현재의 아이템을 준비해 나갔다. 이후 퇴사를 한 그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한 것이 바로 ‘해피테이블’이다. 무려 2년에 걸친 연구, 의사·교수 등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거친 끝에 완성한 결실이다.

“본격적으로 해피테이블을 보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1년부터예요.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죠. 서울시 25개구의 모든 치매안심센터에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복지관, 양로원을 비롯한 280여곳의 기관에 총 400여대의 해피테이블이 보급돼 어르신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언뜻 많지 않아보이지만 디지털 시니어 분야라는 쉽지않은 시장에서는 대단한 쾌거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스프링소프트는 11억의 매출을 달성했고, 그 사이 해피테이블 서비스에 가입한 어르신은 4000여명을 돌파, 좋은 반응을 이어가며 업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실증을 통한 효과 입증, 노인 친화적 설계의 인사이트도 얻어

기관 관계자와 해피테이블을 체험해 보는 어르신. (사진=스프링소프트)

해피테이블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4명까지 단체로 참여하는 솔루션이라는 점이다. 최근 모바일을 통한 노인 인지기능 개선과 치매예방 솔루션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정작 노인 홀로는 시도 조차 어렵다는 맹점을 간파해 적용한 방식이다. 콘텐츠도 다양하다. 경쟁, 협동, 힐링, 학습으로 이뤄진 50여가지의 게임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고, 이는 기관 관리자들이 CMS페이지를 통해 어르신들의 상태에 맞춰 적용이 가능하게 설계돼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서 대표는 “해피테이블은 단순 게임 테이블이 아닌 종합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며 그 차별성을 언급했다.

“해피테이블은 인지평가 게임을 통해 어르신들의 현재 인지상태를 체크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게임을 추천해 인지능력 향상을 유도합니다. 이를 CMS를 통해 관리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죠. 현재는 여기에 더해 멀티게임이 포함된 3.5버전의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며, 구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경량 버전의 해피테이블도 개발이 마무리 되어 가는 중입니다.”

해피테이블을 통해 체크된 어르신들의 상태는 기관 관리자들이 CMS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 담당자들은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상태에 맞는 콘텐츠를 적용할 수 있다. (이미지=스프링소프트)

그렇다면 해피테이블이 발휘하는 노인 인지능력 개선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치매예방과 인지능력 향상을 내세우는 헬스케어 솔루션인 만큼 스프링소프트는 지속적인 PoC(기술검증)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서 대표는 “강남대학교와 함께 진행한 웰테크(WelTech) 연구 사업을 비롯해 성남 시니어혁신센터, 삼성서울병원 등 노인전문기관, 의료기관과 지속적인 효과성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며 “저마다 다른 어르신들의 상태에 맞춰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니어라고 하는 계층이 매우 다양화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치매안심센터나 복지관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인지력 이나 활동력, 신체 수준이 높은 방면 주간보호센터나 요양원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상대적으로 인지력이 낮아진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콘텐츠를 세분화해 인지능력이 높으신 어르신들은 경쟁과 협동 콘텐츠를, 인지력이 낮은 어르신들은 힐링과 학습 콘텐츠를 즐기며 해피테이블을 여러 방면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능을 개선하면서도 경량화된 헝태로 선보이는 해피테이블. (사진=스프링소프트)
기능을 개선하면서도 경량화된 헝태로 선보이는 해피테이블. (사진=스프링소프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으로서 데쓰밸리(death valley, 창업 후 연구개발 기간에 자금 등의 어려움을 겪는 시기)는 스프링소프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상할 수 있는 지점은 2018년 창업과 해피테이블의 본격적인 보급이 시작된 2021년 사이의 간극이다. 따지고 보면 법인 설립 이후 3년만에 데쓰밸리를 탈출한 셈이다. 더구나 초기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에 쉽지 않다는 B2G(정부 대상 비즈니스), 의료, 시니어라는 3요소를 모두 갖춘 비즈니스 모델이었으니… 당시를 돌이키는 서 대표의 표정에서 그 힘겨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아이템’을 선정 했다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이 처한 환경 과 바라는 것, 어르신들을 케어 하는 관리자 분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시니어 시장의 경험을 쌓는 것이 모두 중요했죠. 예를 들어 해피테이블은 모니터 베젤이 굉장히 두껍게 되어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베젤을 얇게 가져가는 요즈음의 기술과는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항상 테이블에 팔을 기대서 화면을 보게 되며, 핸드폰이나 간식 같은 것들을 올려 두시기 때문에 그 공간이 필요하죠. 이런 것은 실제 경험하고 조사를 하지 않으면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단순한 헬스케어 기기를 넘어 ‘노인 인지건강 종합 플랫폼’ 지향한다

(좌상단부터 시계방향) 그림전시회, 두더지 혼내주기, 보고치는 고스톱, 연못 속 잉어 등 스프링소프트가 개발한 다양한 콘텐츠. (이미지=스프링소프트)

오랜 연구개발 과정을 거치며 스프링소프트는 현재 8건의 특허와 40여종의 해피테이블 소프트웨어 관련 콘텐츠 라이선스, IP라이선스를 확보하게 됐다. 앞서 서 대표가 언급한 3.5버전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완료되면 구독모델 적용과 시니어 타깃의 광고, 커머스를 연계하는 비즈니스 확장도 염두하고 있다. 그 외에도 노인들이 지속적으로 해피테이블을 이용하며 쌓이는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도 가능하다. 특히 치매 문제는 국경이 없는 터라 국내 실증 데이터만 완벽하게 구축된다면 해외 진출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 서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여러 국가의 언어로 콘텐츠를 바꿀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해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일본어 번역 기능을 추가하려 하고 있어요. 해외 진출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역량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서영철 대표가 한 말은 '어르신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진=테크42)

인터뷰를 마치며 서 대표는 “스프링소프트는 단순한 솔루션을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더 나아가 디지털 치료제 기업으로서 비전을 그려나가고 있다”며 마음 속에 각인된 초심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저희의 사업은 데이터 비즈니스, 플랫폼 비즈니스 등 다각도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피테이블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어르신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을 지향점으로 잡고 있습니다. 또 나중에 어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고 하더라도 ‘따뜻한 봄날 같은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초심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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