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명기 뉴앤디 대표 “해외 소비자를 위한 ‘K-Trend’ 역직구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 어려운 중소 브랜드, 가품 우려하는 해외 소비자 니즈를 반영… 트렌드까지 고려한 플랫폼
오픈커머스, 크로스보더 플랫폼, 따이공의 페인포인트 해결, 장점만 모은 역직구 플랫폼 ‘비즐리’ 론칭
사고 싶은 제품의 링크나 이미지만 입력하면 견적, 현지 화폐 결제, 국제 배송 트래킹 모두 자동으로
직구를 이용해 제품을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 비율은 77%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소비자 비율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지=뉴앤디)

해외 유명 브랜드나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은 제품을 직구로 구매하는 일은 이제 일반화됐다. 다양한 커머스 플랫폼들이 직구 상품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직구를 이용해 제품을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 비율은 77%에 달한다.

그렇다면 해외 소비자의 경우는 어떨까? 최근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화되고 있는 K컬처의 영향으로 한국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과연 해외 소비자들 역시 국내 소비자들과 같은 직구 서비스를 이용할까? 의외로 해외 각국의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이들이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오픈커머스나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흔히 ‘보따리상’이라고 불리는 ‘따이공’을 통해서다. 현지 오픈커머스를 이용할 경우 이미 확보한 한국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빠른 배송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싸고, 한국보다 트렌드가 늦다는 단점이 있다. 더구나 정품 보장이 안된다는 것도 문제다.

크로스보더 플랫폼의 경우는 어떨까? 역시 한국에 비해 트렌드가 늦고, 정해진 품목만 큐레이션 방식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부족하다. 이들의 단점을 모두 커버하는 것은 역시 오랜 전통(?)을 가진 따이공이다. 고객의 주문 사항에 맞춰 그때 그때 필요한 제품을 적기에 공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번거로운 일정 및 가격 협의가 필요하고 소비자들이 판매자(따이공)를 직접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가품이나 사기 위험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외 소비자가 직접 한국의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어 언어 장벽은 둘째 치고라도, 회원 가입 과정에서 국내 통신사나 금융사 등을 통해 인증을 하는 과정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비즐리(VEASLY)’는 현존하는 플랫폼, 유통망의 단점을 해결하고 장점만을 모은 ‘해외 소비자를 위한 K-Trend 역직구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지=뉴앤디)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트업 뉴앤디가 선보인 ‘비즐리(VEASLY)’는 이렇듯 현존하는 플랫폼, 유통망의 단점을 해결하고 장점만을 모은 ‘해외 소비자를 위한 K-Trend 역직구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 해외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한국 제품의 사진이나 링크를 단지 비즐리에 입력하기만 하면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진행된 앤틀러 코리아의 ‘3기 INVESTOR DAY: Zero to One’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이후 두 달 가까지 지난 현재, 비즐리의 도전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송명기 뉴앤디 대표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월 평균 40% 매출 성장세 이어가, 빠른 구매 전환을 위한 고도화 작업 중

비즐리의 성과를 설명하는 송명기 뉴앤디 대표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사진=테크42)

“비즐리의 강점은 소개 돼 있는 제품 외에도 어떤 한국 제품이든 링크나 이미지만 입력하면 구매 페이지를 생성해준다는 것인데, 해외 고객들 입장에서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또 정품을 보장하고 한국과 같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로 인식되고 있죠. 현재는 월 평균 매출이 40% 씩 성장하는 중이고요. 지난 인베스터 데이 당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투자 제안도 받았지만, 우선은 더 좋은 지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프로덕트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해외 고객이 한국 제품을 좀 더 쉽고 편하게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자동화에 집중하고 있어요.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인이 한국에서 쇼핑을 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편리함을 해외 고객들에게도 제공하는 것이거든요.”

비즐리의 현황을 설명하는 송명기 뉴앤디 대표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극초기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투자 제안까지 보류하면서 규모 있는 매출을 만들고, 플랫폼 기능을 고도화시키고 있다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이 있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 상해의 복단대학교를 졸업하고 CJENM에서 미디어 솔루션 담당을 거쳐 상해 레인보우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한 송 대표는 오랜 경험을 통해 중화권 소비자에 대한 남다른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처음 비즐리의 사업 아이템을 떠올린 것도 유학 시절부터 많은 해외 친구들에게 한국 제품을 사서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경험 때문이다. 이는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겪는 페인포인트 역시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는 그러한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고 기존 한국 제품 구매 루트들의 장점만을 모아 비즐리를 선보였다.

현재 비즐리는 해외 소비자 전용 플랫폼으로 패션과 뷰티 분야 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중화권을 비롯해 한국 제품 구매가 어려운 글로벌 각국의 소비자 니즈를 커버할 수 있다는 확장성도 확보했다. (이미지=뉴앤디)

현재 비즐리는 해외 소비자 전용 플랫폼으로 패션과 뷰티 분야 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중화권을 비롯해 한국 제품 구매가 어려운 글로벌 각국의 소비자 니즈를 커버할 수 있다는 확장성도 확보했다.

그렇다면 해외 소비자가 비즐리를 이용할 시 어떤 프로세스를 거칠까? 우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하는 제품의 사진이나 국내 사이트의 링크를 비즐리에 입력하면 된다. 이렇게 해외 고객의 관심 상품 요청이 들어오면 비즐리는 예상 견적 계산기를 통해 가격을 확인하고 내부 인력이 관리자 페이지에서 직접 비즐리에 상품 상세 페이지를 생성해 소비자에게 알린다. 소비자는 그렇게 생성된 상세페이지를 통해 결제를 하면 구매가 완료된다. 이 과정에서 상세 페이지 생성에 걸리는 시간은 최대 5분 이내다. 송 대표는 “현재 소비자 구매 프로세스를 AI 기반 시스템으로 자동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는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해외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 사들을 가능한 많이 입점시키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브랜드 사가 비즐리에 매력을 느끼게 하려면 충분한 매출을 만들어드려야 한다는 것이 전제죠. 현재는 저희에게 먼저 제안을 주시는 브랜드사들도 있고, 해외 소비자의 구매율이 높은 제품의 경우는 해당 브랜드사와 입점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해외 소비자는 원하는 한국 제품의 사진이나 국내 사이트의 링크를 비즐리에 입력하면 된다. (이미지=뉴앤디)

현재 뉴앤디가 비즐리를 통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시장은 대만이다. 최근 대만 내에 K컬처의 인기가 높아지며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일본 등에서 별다른 마케팅이 없는 상황에서 비즐리에 유입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대만은 따이공들이 한국 제품을 사가서 현지에 파는 시장이 약 1~2조원 정도 규모로 형성돼 있어요. 비공식 루트가 이 정도고 공식 루트까지 포함하면 훨씬 큰 시장이죠. 정부에서 조사한 한류 대중화 지수를 봐도 대만이 굉장히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저희는 이를 기반으로 대만에 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사가 설립되면 라인 페이 도입을 통해 높은 PG(전자결제대행)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어 저희 마진 폭이 늘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앤틀러 프로그램 참여 이전부터 조직된 팀, 흔들림은 없었다

사실 뉴앤디는 앤틀러 프로그램 이전부터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초기 아이템은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B2B 플랫폼이었다고. 당시 송 대표를 비롯한 공동창업자들은 동대문 새벽 시장을 발로 뛰며 인터뷰를 하며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발견했고, 피보팅을 해야 했다. 이어진 아이템은 펀딩을 통해 제품을 확보하고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배송하는 서비스였다. 초기부터 해외 진출에 부담을 느꼈던 SMB, 브랜드사들이 반응하며 입점 의사를 밝히는 등 가능성을 발견했다. 문제는 이들 브랜드가 해외 고객의 니즈와 불일치했다는 점이다. 송 대표는 “이 때 우리가 팔고 싶은 것이 아닌 고객들이 사고 싶은 제품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송명기 대표(왼쪽 위)와 함께한 뉴앤디 멤버들. (사진=테크42)

“현재의 비즐리는 앤틀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약 7개월 전에 시작했어요. 앞서 두 번의 피보팅을 거치는 과정에서 제 전 직장 동료인 표한빛 COO,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홍기림 CTO, 대학 후배인 이강준 운영 리드와 줄 곳 함께 했죠. 모두 오래 전부터 저와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 오던 멤버들이었고, 실행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흔들림이 없던 친구들이었어요. 모두가 앤틀러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저와 표한빛 COO, 홍기림 CTO가 합격했어요. 이강준 리드의 경우는 20년간 중국에 살며 중화권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전의 경험이 많지 않아서 함께하진 못했어요. 대신 앤틀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원격으로 소통했죠. 물론 앤틀러 프로그램의 취지가 창업을 하고자하는 파운더를 모아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팀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었어요. 실제 심사를 하는 파트너님들도 ‘분명 바뀔 것’이라고 하셨지만, 결국 비즐리 아이템을 밀고 나가 투자 심사에 통과했죠.  저희 같은 사례는 처음이라고 하시더군요(웃음).”

송 대표의 말처럼 이미 창업을 한 상황에서 앤틀러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경우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파트너들이 언급한 바와 같이 상황에 따라 기존 회사와 비즈니스 모델을 모두 포기해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피보팅을 거치며 이제까지 의사결정이나 사업 진행 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며 말을 이어갔다.

“앤틀러의 장점은 각각의 전문 영역이 있는 파트너 님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조언들을 반영해 실제로 비즐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디벨롭 할 수 있었고요. 결국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조언을 반영해 비즐리를 통한 매출이 발생하고 수익까지 나오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시작이 어찌됐던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라는 확신을 드릴 수 있었던 거죠. 돌이켜 보면 파트너님들의 인사이트가 없었다면 저희는 기존과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최적의 길을 찾는데 애를 먹었을 거 같네요(웃음).”

해외 소비자들에게 신뢰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

현재 비즐리는 대만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관심을 얻고 있다. 현지 포털을 통해 ‘한국 직구’ 검색 시에도 꽤 좋은 자리에 노출이 된다는 것이 송 대표의 설명이다.

“대만의 경우 직구 고객들이 부정적인 경험이 쌓인 탓인지, 초기에는 의심이 많았어요. 거꾸로 생각해보면 한국 역시 외국 사이트에서 직구를 해줄 수 있다고 하면 의심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비즐리를 신뢰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저희에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는 커뮤니티 글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어요. 구매 리뷰 같은 글을 보면 ‘비즐리를 믿어도 되냐’ ‘나도 봤는데 무서워서 못 샀다’는 글에 ‘믿어도 된다’며 비즐리를 통해 구매 경험이 있는 고객들이 좋은 댓글을 달아 주고 계시죠. 덕분에 한 번 구매한 고객들의 재구매율도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비즐리가 해외 소비자들에게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신뢰'다.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재구매를 하는 고객의 비율이 늘고 있다. (이미지=뉴앤디)

이어 송 대표는 어렵게 구축한 신뢰를 바탕으로 플랫폼 고도화, 시장 확장 전략과 함께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서 영역 확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저희가 봤을 때 아직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태핑하거나 홍보를 하지 않은 브랜드 중에서 ‘이 브랜드가 어느 국가에서 반응을 얻고 있구나’가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조금 만 더 알리고 유통망을 구축하면 급성장할 수 있겠다는 느낌의 브랜드들이죠. 가령 저도 생소한 브랜드지만, 대만 유저들의 제품 구매 요청이 급증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런 브랜드의 경우 저희와 초기부터 협업해 해외 시장을 함께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비즐리와 독점 계약 계약을 성사시키면 저희는 브랜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를 위해 비즐리는 플랫폼의 고도화 뿐만 아니라 각국 현지에서 원활한 통관과 배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현지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 향후 물량이 늘어날 경우에 대비해 물류 내재화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인터뷰 말미, 송 대표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가장 트렌디한 한국 제품을 구매하고 싶을 때 비즐리를 떠올리게 하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사진=테크42)

인터뷰 말미, 송 대표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가장 트렌디한 한국 제품을 구매하고 싶을 때 비즐리를 떠올리게 하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쉽진 않겠지만 올해 매출은 50억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현재 수치로 봐서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목표는 저희가 만들어 내는 이런 성과와 성장을 토대로 좋은 인재분들이 함께하는 회사를 만드는 거예요. 그런 인재 분들을 바탕으로 뉴앤디는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더 먼 미래의 계획은 한국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거점을 마련해 그 나라의 트렌디한 제품을 같은 가격으로 다른 나라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가령 비즐리의 프로세스를 대만 버전, 일본 버전으로 적용해 진행하는 거죠. 각 나라마다 특화돼 있고 강점이 있는 제품을 가장 빠르고 트렌디하게 제시해줄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세계 모든 사람들이 직구의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웃음).”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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