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재청 삼신 대표 “조기에 난임 문제를 확인,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난임을 확인하고 대처하는데 걸리는 비용, 시간의 문제 ‘난소나이 자가검사키트’로 해결
높아지는 초혼 연령… 조기 난임 여부, 가능성 확인 후 난임치료·냉동난자 컨시어지 서비스 제공
여성 난임을 시작으로 남성 난임 페인포인트 해결 목표, 의학적인 출산율 제고에 일조할 것
20대 초반 인구 수 감소,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혼인 감소세, 사회적으로 만혼이 일반화되는 추세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 문제에 직면하는 여성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결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40대 초반(40~44세)에 결혼하는 사람이 20대 초반(20~24)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그 이전인 2021년부터 시작됐다. 20대 초반 인구 수 감소,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혼인 감소세, 사회적으로 만혼이 일반화되는 추세 등 복합적인 요인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 문제에 직면하는 여성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발표된 한정열 인제의대 교수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5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 남녀 임신준비 지원사업에 참여한 20~45세 여성 2274명을 분석한 결과 약 20%에 달하는 443명이 난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중 72% 정도는 정상적인 성생활을 했음에도 임신을 하지 못한 일차성 난임이며 나머지 약 28% 가량이 유산 등을 경험한 이차성 난임에 해당됐다. 이처럼 고령 임신을 비롯해 알 수 없는 이유로 난임 문제에 직면하는 부부들이 많다는 사실은 다른 조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더 큰 문제는 난임 상태임을 확인한 이후다. 정부에서는 난임 시술 지원에 소득 기준을 완화하는 등 출산율 높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여전히 난임 시술은 적잖은 비용 부담이 있다. 또 그 성공율도 생각보다 낮아 한 번의 시술로 성공하는 사례는 드문 편이다. 결과적으로 그 과정을 오롯이 견뎌야 하는 여성이 감당해야 할 심리적, 육체적인 부담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결혼 시기와 상관없이 자신의 난임 가능성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면 어떨까? 경우에 따라서는 건강한 난자를 보유한 20대 시기에 미리 난자를 낸동보관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만혼 이후 임신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어서도 난임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면 시술 등 대처법을 결정하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삼신은 보다 많은 여성들이 조기에 난임을 발견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보조하는, 이른바 ‘난임 컨시어지’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렇듯 여성들이 처한 난임 문제에 주목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이 바로 ‘삼신’이다. 삼신은 보다 많은 여성들이 조기에 난임을 발견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보조하는, 이른바 ‘난임 컨시어지’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 프로세스를 알아보면 우선 이용자들에게 자체 개발한 ‘난소나이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난임과 다낭성난소증후군 등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후 난임이 예측되는 상황일 경우, 난임 시술의 과정 혹은 냉동 난자 시술 전 과정을 1대1 전담파트너가 보조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수 차례의 창업 시도 끝에 삼신을 통한 성공 스토리를 꿈꾸고 있는 신재청 대표를 만나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난임 검사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키트 개발

신재청 삼신 대표의 창업 도전은 수년 전 대학 시절부터 시작됐다. 지난 창업 경험을 털어 놓는 그는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그래도 모든 과정이 경험으로 남았다고 이야기한다. (사진=테크42)

“창업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대학 시절에는 신촌 지역의 중고 전공 서적 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창업을 시도하기도 했고, 코로나19가 막 확산됐을 때는 비대면 진료를 아이템으로 하는 서비스를 MVP(최소기능제품)로 만들어 개발을 하기도 했고요. ‘동행 구하기’를 아이템으로 한 여행 스타트업을 준비하기도 했죠. 하지만 모두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보류해야 했어요. 하지만 그 열정 만큼은 지속 돼 결국 ‘삼신’으로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신재청 삼신 대표는 그간의 시도를 설명하며 지난해 11월부터 본격화된 삼신의 창업 준비과정을 설명했다. 연세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의학전문대학원을 거쳐 의사 자격을 획득한 신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창업 멤버들은 난임을 조기에 발견하고 시술 혹은 냉동난자 등의 복잡하고 힘겨운 과정을 지원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개발했고 올해 4월 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신 대표는 코로나19 시기에 공중보건의로 활동하기도 했다. (사진=삼신)

우선 주목받은 것은 현재 의료기기 허가를 진행하고 있는 ‘난소나이 자가검사키트(AMH)’다. 삼신이 개발한 이 키트는 코로나19 검사 키트와 같이 간단하게 항뮬러리안호르몬 수치를 체크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이용 방법은 최근 유행하는 유전자 검사 키트나 혈당 체크 키트와 비슷하다. 손끝을 찔러 혈액을 소량 채취한 후 이를 집 앞에 두면 삼신이 수거해 검체수탁기관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후 결과는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병원을 방문해 정맥 채혈을 통해 확인해야만 했던 검사다. 즉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셈이다.

“병원을 방문해 진료와 함께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보통 10~2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키트를 이용하는 비용은 6만원 정도예요. 앞으로도 기술 개발을 통해 가격을 조금씩 낮춰갈 계획이고요. 중요한 검사이니 만큼 비용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도인데, 이러한 비즈니스가 앞서 일반화된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정맥 채혈을 통해 검사하는 것과 99% 동일하게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다수 나온 상황이죠. 또 다른 문제는 이제까지 이런 검사 자체를 우리나라 2030 여성분들이 거의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 저희 목표는 이 키트를 통해 난임 검사의 허들을 낮춰 최대한 많은 분들이 조기에 난임 가능성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삼신은 현재 개발 완료한 ‘난소나이 자가검사키트(AMH)’의 의료기기 허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신)

삼신이 주목 받은 이유는 이러한 과정이 전체 컨시어지 서비스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키트를 통해 상태가 확인되고 나면 이용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아직 결혼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20대와 곧 결혼을 하거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다. 삼신의 ‘컨시어지 서비스’는 이 각각의 경우에 맞춰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세스로 구축되고 있다.

“저희 서비스는 크게 자가검사키트와 연결되는 원외 전담 보조 서비스와 헬스케어 솔루션 서비스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난임 시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 병원을 정하는 것부터 후유증 관리 등 병원에서 일일이 해줄 수 없는 부분을 전담해 보조해 주는 거죠. 의사 자격을 갖춘 전문가 입장에서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추천을 하는 서비스로, 절차나 기능적인 보조 외에도 전문 인력을 통한 심리적인 보조 서비스도 지원해 부담을 최대한 낮추고 시술 성공율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죠. 그 외에 결혼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이용자의 경우는 제휴를 맺은 병원과 연계해 냉동난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난임 부부 30만 시대, 1조원 시장 형성돼

신재청 대표 부부. 신 대표는 최근 결혼을 하면서 난임 시장의 페인포인트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든든한 공동창업자이자 마케팅 전문가로 향후 전개될 삼신의 사업 마케팅과 홍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사진=신재청 대표)

신 대표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난임 문제로 고민하는 부부의 수는 대략 30만쌍 정도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난임 시장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신 대표는 “난임의 시술성공률이 미국 대비 80%가 낮은 상황”이라며 난임 시술의 페인포인트를 언급했다.

“비용 문제와 더불어 가장 허들로 손꼽히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인 부담이예요. 이미 여러 정보를 통해 사전에 난임 시술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여성들이 아예 시작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는 것이고요. 이러한 현실은 사실, 제 경험으로 깨달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최근 결혼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실질적인 인식을 할 수 있었죠.”

난임 문제의 전반을 해결하겠다는 삼신의 비즈니스 모델은 창업 극초기인 최근에도 여러 투자사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최근 삼신은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며 초반 서비스 개발을 위한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했다.

삼신의 난임 컨시어지 서비스는 모든 정보가 앱을 통해 이용자에게 자세하게 안내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사진=삼신)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난소나이 자가검사키트’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현행 의료법에 명시된 ‘의사의 처방’과 관련해 애매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이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 물론 통과가 늦어지거나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의 수에 대한 대책도 수립한 상태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 놓은 상태예요. 혈액을 채취하는 것까지는 큰 문제가 없지만 검체의 검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현행법으로는 의사의 처방이 전제되야 한다는 것이 문제거든요. 이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삼신이 주체가 돼 처방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산청을 한 상태죠. 기존에는 없었던 방식이라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현재 유전자 검사도 진단과 상관없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큰 문제없이 통과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또 만에 하나 안될 경우를 대비해 저희가 직접 의료기관을 설립해 검사에 대한 처방을 내고 진행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어서 서비스 제공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제휴 병원 늘리며 앱 베타버전 선보이는 것에 중점

현재 삼신은 각 지역에 냉동난자 시술 전문 병원을 중심으로 업무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편리한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 제휴 병원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는 것이 우선 목표다. 이와 함께 서비스의 전제가 되는 앱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늦어도 다음달(9월) 안에 최소 기능을 담은 베타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 외에 신 대표는 이용자의 신뢰 확보를 위한 연구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진행된 2023년 대학생식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삼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삼신)

“여러가지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지만, 아무래도 의학적인 검증을 탄탄하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그래야만이 고객도 그렇고 병원 역시도 서비스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는 고려대병원 난임센터 및 이원의료재단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진행 중인 의료기기 허가를 완료해 키트를 빨리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 목표죠. 이후에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고도화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고요.”  

준비기간 포함 8개월여의 지난 과정을 돌이키며 신 대표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직은 해낸 것보다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상황. 향후 계획을 이야기하는 신 대표의 목소리에 남다른 각오가 느껴졌다.

신 대표는 현재 동시에 병행되고 있는 의료기기 등록, 규제 샌드박스 신청, 앱 개발 등이 완료된 이후의 사업 확장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진=테크42)

“지금은 그래도 저희 서비스의 가능성을 인정해 주시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초반에는 프로세스 자체를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웃음). 물론 현재 의료기기 허가를 비롯해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저희 기술력 만큼은 해외 컨시어지 서비스와 경쟁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나가 난임으로 고통받는 여성을 넘어 남성의 문제도 해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저조한 출산율을 의학적으로 올리는데 일조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로 만들고자 합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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