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의 영향력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08년 1월 한국어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우리나라 유튜브 구독자는 이달 기준 4095만1188명에 달한다. 전 국민의 80% 가량이 유튜브를 시청한다는 의미다. 이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4145만명)을 위협하고, 네이버 포털 사용자(3888만명)을 넘어서는 수치다.
그런데 이러한 구독자 수치부터 시작해 각 채널의 순위, 가치 등은 어떻게 도출되는 것일까? 언젠가부터 여러 매체를 비롯해 정부 기관의 자료에서도 언급되는 출처는 다름 아닌 유튜브 빅데이터 수집/분석 플랫폼으로 알려진 ‘소셜러스’다.
지난 2017년부터 유튜브 빅데이터를 쌓아오며 서비스를 시작한 ‘소셜러스’는 동명의 스타트업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7년여 동안 데이터만 쌓아오던 소셜러스가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간 쌓은 막강한 데이터 분석 역량을 기반으로 지난해 말 ‘유튜브 채널 거래소’를 론칭했다는 것이다.
소셜러스의 유튜브 채널 거래소는 채널의 구독자, 조회수, 성장률, 월간 조회수 수익, 향후 수익 예측 등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채널의 가치를 측정하고, 판매할 의향이 있는 매도자와 매수할 의향이 있는 개인·기업의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소셜러스는 지난해 뮤지카우로 인해 관심이 촉발된 조각투자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거래소를 통해 확인된 가치평가 알고리즘을 활용해 채널의 가치를 분석하고 이를 증권화해 투자가 필요한 채널과 투자자를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뮤직카우 논란 이후 나온 금융위원회의 가이드에 따라 규제샌드박스 절차를 밟고 있고 조만간 정식 론칭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소셜러스의 유튜브 채널 거래소 내에서는 투자를 요청하는 채널들의 정보가 소개되고 있다. 이른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의문점도 적지 않다. 유튜브라는 플랫폼 자체는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에 속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내에서 운영되는 채널들을 제 3자인 소셜러스가 거래할 수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된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양효욱 소셜러스 대표와의 인터뷰는 이러한 의문점을 가지고 이뤄졌다.
데이터의 가능성만 믿고 지속해온 플랫폼 구축, 팬데믹 거치며 극적인 가능성 확인했다
빅데이터를 구축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과 비용 등 막대한 리소스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를 분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양효욱 소셜러스 대표는 이 지난한 작업을 무려 7년 전부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간간히 어려운 순간에 직면하며 부침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사업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어떤 확신 때문이었냐’는 질문에 양 대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연한 기회에 유튜버 수입 및 수익 순위를 공개하는 글로벌 서비스 ‘소셜 블레이드’를 알게 됐어요. 그때만 해도 유튜브가 이제 막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때였으니,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버 랭킹을 제공하면 어떻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것이 소설러스였죠.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너무도 기술 기반 비즈니스더군요. 빅데이터를 쌓아야 하고 분석도 해야 하는데, 웬만한 시스템 구축 업체들도 버거운 수준이었어요. 결국 초반에 의기투합한 업체가 빠지고 저 혼자 운영을 하게 됐죠. 쉽진 않았지만, 완전히 암흑 속에 있는 것과 같은 유튜브 채널 분석이 필요할 날이 올 거라는 생각으로 이어갔어요. 한 3~4년이 지나니 어느 순간부터 저희 플랫폼의 데이터 분석 리포트를 알만한 홍보대행사나 마케팅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더군요. 정부 기관의 통계에도 인용이 되기 시작했고요.”
양 대표의 말처럼 소셜러스의 데이터 분석 결과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에서 유튜브 관련 자료나 논문, 기사에서 인용하는 기준이 됐다. 앞서 언급된 소셜 블레이드가 있었지만, 한국 시장에 특화된 데이터 분석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정적으로 기회를 발견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무렵이었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광고, 캠페인이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모든 것이 온라인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죠. 그때 유튜브 구독자도 큰 폭으로 늘어나며 성장을 했죠. 사람이 모이니 홍보에 필요한 분석에 대한 니즈도 커졌고요. 그때부터 데이터 자체로 수익화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어요. 프리미엄 멤버십 등을 도입해 월 구독료를 내면 모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한 거죠. 또 각 기관이나 기업의 니즈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된 맞춤형 리포트를 유료로 제공하기도 했고요. 그때 그간 구축해 온 빅데이터와 분석 알고리즘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어요. 기존 방식으로 마케팅 팀에서 조사를 하면 6개월 뒤에나 결과를 알 수 있지만, 소셜러스 플랫폼에서는 바로 확인이 가능했으니까요. 그때 좀 자신감이 생기고 확신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데이터 자체로 시동을 건 수익화, 유튜브 채널 거래소로 새로운 시도
최근까지 양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쓰며 관리한 것은 데이터의 객관성과 플랫폼의 신뢰도였다. ‘한국 유튜브 데이터 분석의 기준이 되고 싶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플랫폼을 선보이고 3년만에 코로나 이후 데이터 자체로 수익화 모델을 테스트한 것도, 다시 5년 만에 오래도록 구상한 유튜브 채널 거래소를 론칭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신뢰성 공격을 받을 만한 영역은 그 동안 의식적으로 시도하지 않았어요. 단순히 유튜브 순위만을 소개하는 유사한 서비스들이 투자를 받고 수익화 모델을 내 놓을 때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그 과정을 버티고 나니 데이터 자체에서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한 거예요. 코로나 19가 잦아든 지난해부터 비로소 ‘이제 넥스트 스텝으로 넘어가도 되겠다’는 판단이 서게 됐죠. 그래서 조직도 정비하고 새롭게 ‘소셜러스’로 법인도 개설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 즈음에서 앞서 언급한 의문점을 물을 차례가 됐다. 언뜻 참신한 아이템인 ‘유튜브 채널 거래소’의 법적인 문제와 관련된 의문이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운영하는 채널을 제3자인 소셜러스가 론칭한 채널 거래소를 통해 중개가 가능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양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거래소 론칭 이전에 미국 사례에서 스터디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수년간 유튜브만을 연구하면서 저희보다 잘 아는 기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유튜브 채널은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만들지만, 채널 자체를 키우고 가치를 증대하는 것은 개인 소유의 무형 자산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일종의 ‘디지털 에셋(디지털 자산)’과 같은 거죠. 유튜브에서도 과거 브랜드 채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G메일과 채널은 완전히 분리해 놨고요. 실제로 유튜브 가이드에도 브랜드를 이전하는 방법이 안내돼 있어요. 채널 소유자를 바꿀 수 있게 해 놓은 거죠. 물론 이것을 한국 시스템으로 인식하면 혼란이 생겨요(웃음). 한국 포털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이트를 보면 이메일과 연결하고 그 안에서만 활동하게 해 놨죠. 그냥 우리 사이트만 쓰라는 식이예요. 심지어 API도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해외 서비스는 다르죠. API 3자 공개는 물론이고 오픈하고 생태계를 만드는데 더 집중을 해요. 그럼에도 어쨌든 소셜러스는 한국에 기반을 둔 서비스이니 만큼 지난해부터 법률 검토도 함께 병행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재차 검증했죠.”
이러한 정책적, 법적 검토를 바탕으로 소셜러스의 서비스는 국내 뿐 아니라 동남아 주요국을 비롯해 일본 시장에도 제공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거래소의 경우 올해 가을 일본 시장 론칭까지 앞둔 상황이다. 앞서 지난 4월 소셜러스는 일본의 유튜브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리에이터닌자’를 지분 교환 방식으로 인수했다. 크리에이터닌자는 일본 시장에서 소셜러스와 유사한 방식의 ‘튜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방송사를 비롯해 라쿠텐, 미디어 광고 대행사 등에 유튜브 분석 데이터를 제공할 정도로 공신력을 구축했다. 소셜러스의 계획은 한국에서 먼저 도입한 유튜브 채널 거래소 구축 기술을 크리에이터닌자의 서비스에도 도입한다는 것이다.
양 대표의 설명을 통해 의문은 해소됐지만, 그래도 재차 떠오르는 질문 하나가 더 있었다. ‘만약 유튜브가 그간 유지해 온 정책을 바꾼다면?’ “그 역시도 수백번은 들었던 질문”이라며 웃음 지은 양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저희가 유튜브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랭킹이나 분석 서비스를 하니 예전부터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유튜브에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으면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저희 사업 초기부터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저희는 여전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채널 거래소와 조각 투자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죠. 이미 유튜브 서드파티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전 세계에 수천개가 넘어가고 있고, 소셜 블레이드도 여기에 포함이 돼요.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정책을 바꾸기는 쉽지 않죠. 또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저희가 영원히 유튜브만 보고 살 건 아니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이미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도 시작을 했고 트위치, 틱톡 이후 어떤 플랫폼이 나올지 몰라도 저희가 이제까지 쌓은 노하우와 기술이라면 모두 적용이 가능해요.”
알고 보니 연쇄창업가, “그래도 창업은 여전히 쉽지 않아”
한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양 대표의 지난 이야기가 궁금했다. 알고 보니 양 대표의 창업 경험은 예상을 한참 벗어난 20대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게다가 그 스토리가 영락없는 자수성가형이다. 양 대표는 사이버대학에서 경영과 정보 보안을 전공했다. 이후 개발자를 거쳐 1999년 무렵부터 창업을 시도했다. 당시 스타트업을 ‘벤처기업’이라고 부르던 시절이었다.
“닷컴 버블이 막 터지기 직전이었죠. 그때도 우리나라 주요 웹사이트 3000개 정도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가치를 평가하는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잘 되지 않았고 이후에는 30대 후반까지 10년 간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IT 관련 창업을 하고 접기도 하고 직장 생활을 하기도 했죠. 그 과정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를 다수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또 다른 창업을 한 거죠.”
부침이 적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양 대표는 “열정만 가득했던 시간들, 미숙한 시간들을 거치면서 쌓은 경험이 확실히 밑거름이 되고 노하우로 남았다”며 기억을 돌이켰다. 그의 말처럼 그 모든 과정에서 쌓은 경험은 소셜러스에 고스란히 녹아 든 듯했다. 기획부터 개발에 이르기까지 소셜러스 플랫폼에는 양 대표의 손이 미치지 않은 부분이 없다. 초기 문제였던 막대한 서버 비용도 효율화를 통해 해결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성장의 단계에 접어든 지금, 양 대표의 머리 속은 다양한 계획들로 분주하다.
“이제까지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해 개발과 관련된 대부분은 제가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개발 인력의 의존도가 낮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국내에서는 조각투자 플랫폼을 분리해서 론칭해야 하고, 일본 역시도 유튜브 채널 거래소 론칭을 진행해야 하니까요. 그 다음에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글로벌 론칭도 진행해야 하고요. 저희가 정한 캐치프레이즈가 ‘구독을 넘어서 투자하고 소유하자’예요. 그간 색다른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 채널도 자금이 부족해 하지 못했다면 앞으로는 투자를 받아서 채널을 키울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MZ세대에게는 재미를 느끼면서도 투자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투자가 될 거라고 믿어요.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채널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적극적인 팬이자 서포터가 될 수도 있겠죠. 저희가 계획대로 진행 된다면 리나라 유튜브, 투자 시장의 분위기가 확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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