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광희 스텝페이 대표 “세상의 어떤 복잡한 결제라도 저희 손을 거치면 해결되죠”

구독은 물론 렌탈, 단건 결제까지…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재고, 고객 관리까지 할 수 있어
스타트업, 소상공인은 물론 대기업 서비스 결제까지 해결, ‘비즈니스 모델 빌더’ 자리매김
모든 기능을 API로 제공, SaaS형 결제 솔루션으로 비개발자도 바로 사용 가능
이광희 스텝페이 공동대표. 이 대표는 스텝페이의 특장점을 세상에 존재하는 웬만한 요금제도 모두 만들 수 있는 것으로 꼽았다. (사진=스텝페이)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 시장 규모는 2020년 40조원에서 오는 2025년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그룹 가트너 역시 2023년 전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구독경제 모델의 특징은 온 디맨드(On-Demand,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가 강화 된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지속적인 ‘구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니즈와 성향을 파악해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이는 다른 의미로 소비자의 상황과 니즈에 맞는 요금제의 세분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구독경제의 확산은 온라인 결제의 복잡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품의 유형에 따라,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결제 금액은 달라진다. 기간과 결제 방법 역시도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결제 시스템의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고민에 빠진다.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텝페이는 저렴한 비용으로 중소상공인,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아우를 수 있는 구독결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목 받고 있다. 올해 유난히 많은 성과를 거두며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스타트업, 스텝페이의 이야기를 이광희 공동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급증하는 고객사, 이어지는 성과에 격세지감

2019년 9월 설립된 4년차 스타트업으로서 스텝페이의 성과는 놀랍다. 구독 결제 전문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플랫폼 ‘스텝페이'와 AI 기반의 정기구독 서비스를 위한 결제실패복구 솔루션 ‘스텝커버’ 등을 무기로 내세우며 카카오페이, 나이스페이먼츠, 토스페이먼츠 등 PG사 제휴에도 성공했다.

특히 사명과 동일한 ‘스텝페이’는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해 스타트업, 프리랜서 등 중소형 사업자가 정기 구독형 요금제를 간편하게 도입할 수 있는 사스(SaaS) 플랫폼으로 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를 통해 스텝페이는 최근 ‘피노베이션 챌린지’ 우승, 23억원의 프리A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며 시드투자 포함 26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현재는 신한카드와 소상공인 온·오프라인 채널도 구축 중이다.

‘스텝페이’는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해 스타트업, 프리랜서 등 중소형 사업자가 정기 구독형 요금제를 간편하게 도입할 수 있는 사스(SaaS) 플랫폼으로 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지=스텝페이)

스텝페이의 특징은 기존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결제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 사스형 소프트웨어로 제공하며 모든 기능을 API로 제공하는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각 기능들을 모듈화해 비개발자라도 클릭 몇 번으로 자사에 맞는 요금제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있다. 반면 보안을 중시하는 대기업 서비스의 경우는 온프레미스에도 가능한 설치형 솔루션이 제공된다.

마치 만능키와 같이 어떤 유형의 서비스 결제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스텝페이는 올 한 해에만 기존 10배가량의 고객사 증가세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키는 이광희 스텝페이 공동대표의 소회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얼마전까지 ‘사스’라고 하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좌절감을 느꼈던 순간도 있었죠. 하지만 사스 솔루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기술적으로도 완성도를 성취하게 되면서 변화를 실감하고 있어요.”

이 대표의 말처럼 초기 스텝페이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사스 솔루션을 목표로 했지만 첫 방향성은 앞서 언급된 ‘스텝커버’, 즉 구독을 관리할 수 있는 ‘구독 결제 실패 복구’ 솔루션이었다. 쉽게 말해 결제 시 번거로운 로그인 없이 결제 수단을 변경하거나 결제일을 미룰 수 있도록 해 ‘결제 실패’로 인해 떠나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창업한 그해에 선보인 이 솔루션으로 스텝페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제는 아직 국내 시장에 니즈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으로서 시장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방향전환을 시도한 것이 스텝페이 플랫폼의 모태가 됐다. 

“미국의 사스형 구독 결제 솔루션인 스트라이프를 벤치마킹해 초기 솔루션을 만들었죠. 하지만 그 역시 당시에는 성과가 미미했어요. 개발자 대상으로 제공되는 솔루션이었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개발 분야에 사스형 구독 결제 솔루션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죠. 기능도 지금과 같지 않았고요.”

하지만 스텝페이의 구성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세상에 등장하는 요금제를 다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결심으로 기술 개발을 이어갔고 여러가지 결제 편의를 개선하는 기능을 추가하며 현재의 스텝페이 플랫폼을 구축했다. 그 사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구독경제가 급부상했고, 각 기업들은 구독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기 시작했다. 스텝페이가 그토록 기다리던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구독경제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 빌더’

스텝페이는 각 기능을 모듈화해 비개발자라도 클릭 몇 번으로 자사에 맞는 요금제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지=스텝페이)

“스텝페이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세상에 존재하는 웬만한 요금제들은 다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구독을 포함해 렌탈이든, 기본적인 단건 결제 든 요금제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재고 관리나 고객 관리 기능도 포함돼 있어요. 이커머스에서 결제 시스템을 만들 때 투입 비용을 3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고 유지보수 비용도 절반으로 가능하다는 것 역시 장점이죠.”

스텝페이의 특장점을 설명하는 이 대표는 자사를 ‘비즈니스 모델 빌더’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상공인, 심지어 대기업 조차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갈 때 스텝페이를 적용하면 좀 더 확장성 있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텝페이는 금융사와 기업들에게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직접적으로 금융에 관여하지 않으며 수수료와 구독료로 수익을 낸다. 리스크는 적으면서도 확실한 수익 모델이 구축돼 있는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각 통신사를 비롯해 대기업들 역시 속속 구독형 서비스를 선보이는 상황에서 대개는 자체적인 결제 솔루션을 도입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맞는 말씀이에요.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일반적이었어요. 대기업 개발부서에서 직접 개발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앞서 제가 말씀드린 대로 저희 결제 솔루션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고 한 거예요. 그래서 저희도 초기에는 소상공인과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췄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대기업에서 먼저 연락이 오시더군요. 알고 보니 기존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식으로 접근을 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더군요. 구독 서비스는 일반 결제와 달리 구축 비용도 많이 들고, 유지보수도 까다롭다는 것을 간과했던 거죠. 불과 몇 년 사이에 대기업들도 유연한 툴을 찾는 사례가 많아지며 점차 대기업 서비스 모델이 증가하는 중이죠.”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구축할 것

이 대표는 "올해보다 내년에 할 일이 더 많다"며 "소비자와 대중들의 사스 서비스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역할도 하고 싶다"는 계획을 말하기도 했다. (사진=테크42)

올 한 해 놀라운 성장을 거둔 스텝페이로서는 얼마 남지 않은 내년의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스타트업으로서 다양한 규모의 고객사를 상대하는 상황에서 성장을 위한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차별성을 갖추려고 노력 중”이라며 계획을 설명했다.

“결제 시장은 대형 기업들이 많은 상황이에요. 그런 시장에서 스타트업으로서 저희는 결제 일선에 있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되도록이면 차별성을 가져 가려고 하고 있어요.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수직적인 성장을 추구해 왔어요. 패션몰, 쇼핑몰 등 저마다 특화된 현태로 기능을 쌓아 성장하는 방식이었죠. 반면 저희는 수직이 아닌 수평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구독 결제에서부터 온·오프라인 결제, 콘텐츠, 렌탈 결제 등으로 확장 중이죠. 이 말은 ‘경쟁사들과 다른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해요. 한국에서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을 돕는 서비스가 되는 거죠.”

스텝페이는 지금의 성장세를 동력으로 삼아 내년에도 지속적인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개발자는 물론 비개발자의 편의성에 중점을 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결제 문제를 돕는 역할을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아직 구독 결제 시스템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염두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스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초기 시장에 불과하다”며 “소비자나 대중들의 사스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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