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규열 에스큐알 대표 “퀀트 투자에 위험 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리서치를 더해 크립토 투자의 안정성을 확보했죠”

유니스트 1기 공학박사 출신의 리서치 전문가, 퀸트 투자와 크립토 접목한 로보 어드바이저 개발
재학 중 접한 비트코인, 채굴부터 시작해 공격적인 투자로 2021년 100억원 수익 달성 경험
시장을 이기는 전략 고민, 데이터에 금융공학 이론 적용해 설명력이 강한 투자 전략 설계
비트코인, 이더이움을 중심으로 하는 크립토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과 위험 요소가 적지 않은 미성숙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업계에 관여하는 플레이어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자산이 금융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이움을 중심으로 하는 크립토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과 위험 요소가 적지 않은 미성숙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업계에 관여하는 플레이어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자산이 금융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는 의미도 된다. 때문에 적잖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투자 기법을 무기로 시장을 극복하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에스큐알(SQR) 역시 그러한 도전을 이어가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유니스트) 1기로 입학해 공학박사로 졸업한 이규열 대표가 지난 2020년 창업한 에스큐알은 ‘글로벌 탑티어 수준의 퀀트 투자 기법을 연구하기 위한 리서치 전문 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에스큐알의 서비스는 크립토 옵션 시장에서 퀀트 투자 기법에 자체적인 리서치 프로세스를 접목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기는 로보 어드바이저 운영이다. 현재는 기관 및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B2B 모델인 탓에 대중적이지 않지만, 장차 고객 스펙트럼을 넓히는 플랫폼 개발도 진행 중이다.

주목할 점은 에스큐알이 자사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AUM(Asset under management, 운용자산) 기준 연 30% 정도의 수익률을 달성하며 불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에스큐알은 이 수익금의 약 30%를 수수료로 받는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든 운용과 거래는 코인으로 진행된다.

이규열 에스큐알 대표는 유니스트 1기 출신의 공학박사로 일찌감치 놀라운 투자 경험을 쌓았다. (사진=테크42)

하지만 이와 같은 에스큐알의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는 고사하고 크립토 거래에 생소한 사람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핀테크랩에서 만난 이규열 대표는 자사의 투자 기법과 관련해 “복권 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저희는 리서치를 통해 전략을 만들고 이 시스템으로 거래를 해 고객의 투자금을 불려주고 있어요. 그런 전략을 세우기 위한 리서치 과정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요. 이러한 과정은 거래소를 통해 불특정 상대를 대상으로 진행이 됩니다. 결국 저희가 꾸준히 수익을 낸다는 것은 누군가는 꾸준히 손해를 본다는 의미기도 해요. 저희는 누군가는 잃고 누군가는 수익을 내는 이 구조를 연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어요. 더 구체적으로 비유하자면 로또 복권을 예로 들 수 있어요. 누군가는 반반 확률이라고도 하죠. 실제로는 0.001% 혹은 그 이상의 희박한 확률이지만 사람들은 왜곡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어쨌든 저희 리서치의 목적은 1000원에 거래되지만, 실제 기대값은 그 이하인 복권 시스템에서 복권을 사기보다는 파는 사람의 입장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차익을 꾸준히 가져올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거래를 찾고 반복을 하게 되는 거예요.”

어린시절부터 시작된 돈에 대한 관심, “과학으로 죽음을 극복하는 시대 대비하고 있죠”

이규열 대표는 유니스트 1기로 입학해 학부와 석사를 거쳐 공학박사가 됐다. 고교 시절 그가 유니스트로 진로를 정한 것은 새로 설립된 연구 중심 학교라는 점 때문이었다. 좋은 연구장비와 훌륭한 교수진, 4년 장학금에 월 160만원가량의 생활비가 지원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런 그의 관심은 일찌감치 ‘돈을 잘 버는 것’에 쏠려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적인 자아실현이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 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이야기하는 두 번째 이유였다.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을 옮긴다면 ‘죽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학을 믿는 사람으로서 죽음은 허무하고 두려운 대상이었다고 한다. 조금은 엉뚱하다고 생각되는 이유였지만, 들어보니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제가 중학교 때 아버님께서 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B형간염 때문이었죠. 아버지 뿐 아니라 형제분들 역시도 마찬가지였고요. 이후 의학이 발전에서 동생 분들은 치료를 할 수 있었지만,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는 의학이 문제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찌감치 죽음을 접하면서 어린 나이에 삶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 사이 과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이미 세포 수준에서는 시간을 되돌릴 수도 있죠. 죽음도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버티려면 돈을 벌어 놔야 하는 거죠(웃음).”

이규열 대표는 2013년부터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해 한때 100억원의 투자 수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사진=프리픽)

그런 그의 목적은 이미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관점에서 사실 그는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상태다. 삶이 바뀐 것은 2013년 무렵, 비트코인을 알게 된 순간부터였다. 학생 시절이었고 자산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카드 할부로 채굴머신을 만들어 비트코인을 채굴했다. 하지만 이내 비트코인 채굴은 어려워졌고, 그는 채굴한 비트코인과 채굴머신 판매 대금 200만원을 가지고 투자를 시작했다. 1BTC(비트코인) 가격이 30만원에서 70만원을 오락가락 하던 시기였다. 그렇게 6개월 사이에 200만원은 1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첫 번째 성공 경험이었다. 이후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은 2016년 몇차례 등락을 거듭하던 비트코인이 큰 폭으로 오르기 직전이었다.

“2000만원 정도를 카드론으로 빌렸어요. 버블이 있던 시기도 아니었고 초창기였으니 연이자 18%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죠. 앞서 투자 성공 경험도 있었고요. 이후 2018년 초 버블 시기에 25억원 정도 자산을 만들 수 있었고, 등락을 거듭하다가 2021년에 100억원까지 불어나기도 했죠. 물론 그 이후 일부 손해도 봤지만, 개인적으로 투자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고 운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크립토 투자 경험을 통해 생긴 목표 ‘시장을 이기고 싶다’

크립토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지만, 그 역시도 이후 투자에서는 폭락장에 적잖은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시장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목표를 정한 그의 눈에 실제 시장을 이겨내고 있던 회사들이 보였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사들이었다.

“미국에서는 몇백조 규모의 자산을 20~30년 동안 운용해 연평균 60%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하며 시장을 이기던 회사들이 이미 있더군요. 이공계 석·박사 출신들이 모여서 시장을 완전히 넘어서고 있었죠. 그런 과정에서 확인하며 퀀트를 알게 되고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저 역시 박사과정을 딥러닝과 컴퓨터 비전을 주제로 진행했기 때문에 데이터를 받아오고 논문으로 구현하고 실험하는 프로세스 스킬 셋은 이미 갖춘 상태라 익숙하기도 했고요. 그 과정에서 실제로 투자를 경험을 해 보기도 했고요.”

그렇게 2020년 2월 박사과정을 마친 그에게 창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미 그가 만든 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자도 있었고, 기술과 노하우, 어느 정도의 자금도 확보돼 있었던 터였다. 시작부터 크립토를 기반으로 국경 없는 서비스를 기획했던 에스큐알은 현재 로컬 서비스에서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을 진행 중이다. 주력 서비스인 ‘Vega Portfolio’는 ‘크립토 인 크립토 아웃(crypto-in / crypto-out) 상품’으로,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1년 동안 10BTC →15 BTC로, 혹은 10만USDT → 15만 USDT로 불려주는 서비스다.

물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가 필수적이다. 회사를 설립하고 함께할 조직을 구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대표는 “꾸준히 우수한 투자상품을 개발하는 연구 중심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최근 1년 동안 50% 정도 수익이 나는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에스큐알의 목적은 이런 상품 하나가 아니라 수십개를 만들어 내는 자산운용사로 성장해 더 많은 사람들의 투자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겁니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일반적인 금융에 대한 더 큰 고민도 해소해 드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요. 향후에는 증권사나 은행, 카드사와 같은 금융 비즈니스, 다양한 금융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죠.”

이와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에스큐알은 이제까지의 방식, 이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스텔스 모드’를 벗어나 투자 유치 등 스케일업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에 있다. 우선은 올해까지 운용 자금 규모를 300억원, 내년까지는 1000억원으로 들리는 것이 목표다. 또 내년 말까지는 앞서 언급된 크립토 기반의 자산운용 플랫폼도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크립토 기반 금융이 미래라는 이 대표의 확고한 판단 아래 진행되고 있다. 인터뷰 말미, ‘아직까지 크립토 기반 금융에 대한 국내외 규제가 적지 않다’는 질문에 이 대표의 답은 명쾌하기까지 하다.

“과거의 실물자산의 대다수가 전자적인 형태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나오면서 디지털 자산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큰 흐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법정화폐 역시도 디지털 자산화가 이뤄지고 있죠. 증권도 마찬가지고요. 비트코인은 이미 태생이 디지털 자산입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지위가 모호하다고 해도 미국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이미 선물 옵션으로 거래되고 있어요. 월가의 증권사들이 모여 크립토 거래소를 론칭하고 있기도 하죠.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 속에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 크립토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정말 드문 상황이죠. 저희 에스큐알은 이러한 국내 환경에서 ‘알파(수익 혹은 상품)’를 선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퍼스트 무버와 같은 입장에서 움직이며 누군가 추격해 온다는 심정으로 리서치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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