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병권·장유창 파이프트리 공동대표 “AI·데이터 기반 생산관리 플랫폼으로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글로벌 빈곤 문제 해결하겠다는 꿈 가진 AI 전문가와 사업 기획 전문가 ‘치킨 먹다가 의기투합’
양계 분야 ‘이상징후(질병)’와 ‘생산관리(무게)’를 하는 인공지능 기술 기반 플랫폼 구축
양계를 넘어 축산 전 분야, 나아가 작물의 생산 예측(forecast) 가능한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목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표적인 대중 음식을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것이 치킨 아닐까? 하지만 최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치킨 가격에 이 마저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진=픽사베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표적인 대중 음식을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것이 치킨 아닐까? 하지만 최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치킨 가격에 이 마저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치킨 브랜드 중에는 재료비 급증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성난 소비자의 타깃이 돼 불매 된서리를 맞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상된 가격 혜택이 생산을 담당한 양계 농가에도 돌아가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가공과 유통을 수직계열화 한 브랜드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일까? 그 실상을 들려다 보면 사실 두 경우 모두 꼭 그렇지는 않다. 양계 농가의 수익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브랜드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업계에 따르면 요즘 같은 시기에는 오히려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곳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 도입 없이 정체돼 있는 양계 생산 시스템에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밀집사육 방식으로 닭을 기르는 상황에서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질병은 큰 골치가 아닐 수 없다. (사진=픽사베이)

우선 조류인플루엔자가 거의 매년 발생하는 상황에서 육계 생산량 예측이 불가능한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언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평시에 과잉 생산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육질로 등급이 매겨지는 소·돼지와 달리 닭의 경우는 무게로만 분류가 된다는 점도 문제였다. 농가에서 키운 모든 닭 무게를 전수 조사 할 수 없으니 표본 조사만으로 수매가 결정되는데, 정작 표본 무게에 못 미치는 닭이 많은 경우 이는 고스란히 브랜드사의 손해로 남는다.

결국 브랜드사들은 평시에는 조류인플루엔자를 걱정하며 수시로 농가에 전화해 수매가 가능한 닭 무게가 됐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일이고, 질병 발생 상황에서는 물량 난에 급등한 재료비 차액을 고스란히 손해로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한 스타트업이 양계농가 질병예찰 및 닭 무게 감지 기술을 적용한 생산관리 플랫폼 ‘파머스 마인드’를 시장에 선보이며 오래도록 이어온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 기술 기반 애그테크 스타트업 ‘파이프트리(PAIPTREE)’가 그 주인공이다. 아산나눔재단의 창업가 플랫폼 마루360에 입주해 있는 파이프트리 사무실을 찾아 이병권·장유창 공동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빈곤문제 퇴치를 이야기하던 사람과 그를 경계했던 사람

(왼쪽부터) 파이프트리 이병권, 장유창 공동 대표. (사진=파이프트리)

파이프트리 이병권·장유창 공동 대표의 인연은 자전거라는 공통의 취미로 시작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막역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 대표의 눈에 이 대표는 ‘경계대상’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는 늘 ‘세계의 빈곤문제 퇴치’ ‘식량 문제 해결’과 같은 이야기만 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사의 대출 플랫폼을 비롯해 게임 분야에서 ‘프로게이머 FA 플랫폼’ 사업 등에서 구체적인 사업 기획을 담당하던 장 대표에게 그런 이 대표 말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렸다. 장 대표는 “잠깐하는 허울좋은 소리겠거니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흘려들었는데, 그 소리를 진심으로 계속 하더군요(웃음). 사실 주변 우리 또래들이 좋아할만한 대화 주제는 아니었죠. 알고 보니 이 대표 역시 꼬치꼬치 묻는 제가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고 하더군요. 평소 전 개인적인 생각을 상대에게 잘 털어 놓지 않는 편이었지만, 그렇게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심을 알아차리게 된 것 같아요. 이후 저 역시 마음 편히 생각을 나누고 대화를 시작하며 친해졌던 것 같습니다.”

장 대표가 느낀 것처럼 사실 이 대표의 이상적인 목표는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계기가 된 것은 20대 무렵 감행한 실크로드 배낭여행이었다. 실크로드가 속한 중앙아시아의 여러 국가들, 그 중에서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과거 옛 소련에 속해 있던 국가들이 주요 루트였다. 이 대표는 “예상하지 못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가난한 상황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통 음식이라고 하는 것이 기름에 향신료를 섞어 밥을 볶은 것이었어요. 식량이 부족하니 소화가 늦게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더군요. 또 길에는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와 앉아 있었고요. 딱히 구걸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일자리가 부족해 시간을 보내는 거라고 하더군요. 낭만적인 여행을 꿈꾸며 떠났지만, 제 삶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문화적인 충격을 경험했죠.”

치킨집에서 발굴한 아이템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파이프트리의 '파머스 마인드'는 인공지능 기반의 생산관리 서비스 플랫폼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지=파이프트리)

우연찮은 계기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이 창업으로 이어진 것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2020년 초였다. 당시 두 사람은 이미 동호회 멤버 사이를 넘어 전기차 베터리 잔량을 예측하는, 기술 기반 창업을 준비하는 파트너가 돼 있었다. 장 대표의 전기차 베터리 회사 근무 경험에 더해 두산 인프라코어 기술 R&D센터, SK 데이터 사이언스 팀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전기차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이 대표의 전문성이 기반이 됐다.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의 단초가 되는 데이터 자체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시작부터 큰 걸림돌에 직면한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템이 떠오른 것은 마주 앉아 무심히 맥주 한잔을 놓고 치킨을 먹는 순간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무심코 지가나는 말로 ‘닭은 코로나19에 안걸리나’ 했는데 장 대표가 ‘조류인플루엔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리면 죄다 살처분을 하던데 그전에 인공지능으로 이상 징후를 찾을 수 없을까’했던 말이 시작이 됐어요. 논문을 찾아보니 조류인플루엔자의 특성들을 데이터로 예측할 수 있는 현상들이 있더군요. 그렇게 할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구체화 됐고, 실제 양계 농가를 통해 니즈를 파악하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죠.”

장 대표 역시 “농업은 대부분 국가의 근간산업이고, 필수 요건으로 거대한 산업이기에 이슈는 있지만 유행을 따라가는 산업처럼 쉽게 외부요인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조류인플루엔자 조기 감지로 피해규모 자체를 축소시키는 솔루션을 구체화 시켜 나갔다”고 돌이켰다.

이후 두 사람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의 체온이 올라간다는 것과 소음, 활동성이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조류인플루엔자 조기 감지 알고리즘을 개발, 양계농가에 시범 설치를 하며 기술 검증을 이어갔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닭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음향 기술도 추가했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뜻밖에 더 큰 니즈를 발견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처음 양계농가 분들을 대상으로 우리 장비를 설치하면 닭 상태를 자동으로 감지해서 알려주니 편할 거라고 설득했어요. 인건비도 줄이면서 생산성도 늘릴 수 있다고 하며 축사 내에 열화상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를 설치하고 가동을 하니 농장주 분들이 ‘너무 좋다’고 평가해 주시더군요. 그런데 뒷말로 ‘(생산량이 올라가면) 달걀값 떨어지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너무 좋은데 다른 농가에는 팔지 말라고 하시기도 했고요. 한 마디로 모든 양계농가가 잘 되면 장사가 안된다는 거였죠. 결국 그 시범 운영 과정을 통해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은 생산관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장 대표 역시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공공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둬 질병예찰에 집중했다”며 “가설 검증 과정을 거치며 이 기술만으로는 보험적 성격이 강할 뿐 당장의 경제적 효율이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이후 과정을 설명했다.

“양계농장은 물론 가공 유통을 하는 브랜드사들을 만나 실제 필요로 하는 부분을 파악해 가면서 저희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질병예찰은 물론 생산관리까지 가능한 통합 관제 플랫폼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파머스 마인드’ 개발의 시작이었죠. 그렇게 개발된 ‘파머스 마인드’는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으로써 Farmer’s Mind_ai(농가용), _ems(기업용)로 구분해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생산관리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과가 나오는 중 입니다. ‘처갓집 양념통닭’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주)체리부로는 저희를 통해 양계농가 사육관리와 생산관리를 100% 하고 있죠. 그 외에도 한라CFN, 신우에프에스 등 여러 육계 계열화 회사 뿐만 아니라 한국원종과 같은 원종계 회사들도 ‘파머스 마인드’ 도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축산 전 분야와 작물재배에도 적용하는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구축할 것

2020년 6월 시작된 파이프트리의 도전은 창업 만 3년을 넘어가는 지금 더 높은 목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간을 되짚던 이 대표는 “스타트업으로서 데스밸리도 경험해 봤고, 처음 투자 유치에 성공했을 때 성취감도 맛봤다”며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시장 진출 현황을 설명했다.

파이프트리의 멤버들. (사진=파이프트리)

“파머스 마인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해외 기업들과 미팅이 이어지고 있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라오스, 마다가스카르에도 관련 기업 및 NGO 단체와 협약을 준비 중에 있어요. 이달 초에는 대만의 기업과 공식적인 협약도 체결했고요. 다른 국가들 역시 수직계열화한 브랜드사들이 양계농가에 생산을 맡기는 방식은 같아요. 다만 관심을 가지는 부분 좀 다릅니다. 나라에 따라 닭의 무게보다 질병예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런 나라들은 닭을 저울로 달아 무게 따라 가격을 매겨 판매하니 무게에는 민감하지 않더군요. 그 보다는 질병 관리가 안돼 대량으로 폐사하면서 생기는 손실이 더 심각한 상황인 거죠. 그렇게 각국의 지역적 특성을 파악해 보니 우리나라와 일본, 브라질 등 어느 정도 산업이 안정화돼 있는 국가에서는 ‘무게 예측 기술’에 니즈가 크고, 개발도상국들은 질병예찰 니즈가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파머스 마인드’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 상황이죠.”

파머스 마인드는 비전분석을 통해 무게, 분포도, 이상행동패턴, 침입감지 등 뿐만 아니라 온/습도, 탄소,암모니아, 소리, 조명, 사료량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파머스 마인드는 비전분석을 통해 무게, 분포도, 이상행동패턴, 침입감지 등 뿐만 아니라 온/습도, 탄소,암모니아, 소리, 조명, 사료량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다만 기능이 많을수록 비용이 수반되는 탓에 현장에 상황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 장 대표는 “향후 모든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면 각 요소가 생산과 질병 측면에서 어떤 변화와 영향이 있는지 학습을 하게 될 것”이라며 “파이프트리 인프라 안에서 고도화된 사육기술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대표는 “내년이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 원년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계획들을 언급했다.

“올해 매출은 최소 15억원 이상 달성할 것으로 예상 됩니다. 보다 중요한 저희의 목표인 BEP(손익분기점)은 내년 상반기 중에 충분히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죠. 그렇게 BEP 시점에 맞춰 이후에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한편으로 본격적인 해외 중심 사업을 전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또 기술적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여러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장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육계농가 기준 약 18%를 FM으로 모니터링중이죠. 이를 통해 더욱 고도화된 솔루션을 바탕으로  소·돼지 등의 타축종으로 서비스 확장도 준비 중입니다. 이미 분만감지 등의 관련 기술은 개발을 완료한 상태죠.”

인터뷰 말미, 이 대표 역시 “축산을 넘어 과일이나 감자, 옥수수 등과 같은 주요 작물에 대한 생산성 예측까지 가능한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진화하고 있는 파이프트리의 비전을 언급했다. 그 말을 통해 이들이 처음 추구했던 가치는 여전히 변치 않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사용하지 않는 땅이 많습니다. 그 나라 농장들의 생산물을 유통, 판매해 줄 바이어들과 연결해 준다면 얼마든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저희 기술로 전체적인 생산량을 증대하고 예측하게 되면 가격 안정화도 가능하고 생산자들의 권익도 상당 수준 확보될 겁니다. 결과적으로 저희는 축산, 농산물 생산량 예측 정보를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다양한 바이어들과 연결시키는 트레이딩 플랫폼으로 확장까지 염두하고 있습니다. 파이프트리의 비전이요? 저희끼리는 ‘전 세계 누구든 닭 한 마리를 1달러에 먹을 수 있게끔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해요(웃음). 1달러는 상징적인 의미로 저개발국가 사람들의 하루 수입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전 세계 어디서든 닭 한 마리를 1달러면 먹을 수 있게끔 시장을 관리하겠다는 것이 저희가 파이프트리를 창업한 목적입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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