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수영 부엔까미노 대표 "평범한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금융 투자의 길을 찾았죠"

평범한 사람들이 금융을 통해 앞 날을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
퀸트 투자로 첫 창업,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진짜 평범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자산관리’
오픈뱅킹에 ‘펀세이빙’ ‘목적 기반 돈 관리법’을 더한 ‘똑똑한 통장 쪼개기’ 플랫폼, ‘세이블’
최근 급변하는 자산시장은 착실하게 일하며 돈을 모으는 노동의 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최근 몇 년 간 착실하게 일하며 돈을 모으는 노동의 가치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불과 올해초까지 이어졌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미처 집을 사진 못한 이들은 졸지에 ‘벼락 거지’로 전락했다. 가격 폭등 이전 운 좋게 집을 장만한 지인과 재산 격차가 순식간에 몇 억원 차이가 나는 것을 경험한 이 땅의 수많은 직장인들은 ‘은행 저축만 하는 것은 바보’라고 불리는 시대를 깨닫고 뒤늦게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로 내 집 마련을 한 이들 조차, 폭등한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고, 영끌을 넘어 빛투(빛내어 투자)를 감행했던 코인 시세는 널을 뛰더니 바닥을 찍고 지하로 곤두박질 중이다. 평생 은행 저축밖에 모르던 이들이 뒤늦게 진입했던 주식 시장은 반토막이 나며 상투 잡은(고점에 매수) 이들의 곡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투자라는 것이 본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 것을 감안해도 ‘해도 너무한’ 지경이 아닐 수 없다. 반면 투자자는 큰 손해를 입어도 금융사들은 막대한 수수료와 예대 마진으로 성과급 잔치를 하는 상황, 과연 정상일까?

이러한 시대에 대중들의 재무설계와 재테크를 돕는다는 목표를 가진 수많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저마다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며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물론 성공 여부는 미지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으로 다가오는 스타트업들이 적잖이 엿보인다.   

그 중에서도 ‘당신의 앞 날을 축복합니다’라는 의미의 스페인어 ‘부엔까미노’를 사명으로 내세운 핀테크 스타트업의 도전이 범상치 않다. 이수영 부엔까미노 대표는 ‘평범한 사람들이 금융 투자를 통해 잘 먹고 잘 살게 하고 싶다’는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펀세이빙’과 ‘목적 기반 돈 관리법’을 적용한 저축 추천 플랫폼 ‘세이블’으로 이 대표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그 답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힘든 노동의 시간’이 ‘자산’으로 전환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이수영 부엔까미노 대표가 최근 서울핀테크랩 주최로 싱가포르에서 열린 투자 데모데이에 참여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부엔까미노)

“천주교 신자이긴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본 적은 없어요(웃음). 다만 ‘부엔까미노’ 즉 ‘당신의 앞 날을 축복한다’는 그 의미를 금융에 적용하고자 한 거죠. 평범한 사람들이 금융을 통해 그들의 앞 날을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거라고 할까요? 노동의 시간은 어쨌든 힘들고 고되잖아요. 그 시간이 자산으로 전환되고 축적되기를 바라는 거죠. 부엔까미노에서 부엔은 좋다, 까미노는 길이라는 의미에요. 즉 ‘좋은 길이 되세요’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사명을 정하게 된 사연을 털어 놓는 이수영 대표는 증권사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법인 영업을 하는 에쿼티세일즈 분야로 처음 금융업에 발을 들여 놨다. 이후 펀드매니저로 근무하면서 국제공인 재무설계사 자격을 획득해 자산관리사로도 경력을 쌓았다. 그렇게 금융 전문가로서 수백명을 대상으로 재무컨설팅을 하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 혹은 투자 분야에서 좋은 길을 발견하지 못하고 무작정 따라가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실 그 모습은 금융 분야에서 일을 하기 이전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학교 교장 선생님이셨어요. 교육 공무원으로서 역할은 굉장히 훌륭하게 해 내셨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재테크나 투자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죠. 저 역시 넉넉지 않은 형편의 집안에서 커오면서 솔직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어떻게 하면 부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결론은 금융을 알아야 가능하다는 거였죠.”

대학시절 읽은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역시 금융 전문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 대표에게 영감을 줬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셀러리맨이 아닌 투자자나 사업가로서의 삶을 살아야한다’는 목표를 정한 이 대표는 금융 투자 분야에 입문해 주경야독하며 공부에 올인했다.

“수백권의 책을 읽어가고 실무를 경험하면서 주식 투자라는 분야에서 시작해 점점 부동산을 포함한 전반적인 투자 시장을 보는 시야가 트이더군요. 그렇게 실력이 늘고 금융 투자 지식이 쌓이면서 ‘이것을 나만 알고 있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한 생각은 이 대표를 창업의 길로 이끄는 동력이 됐다. 알고 보니 이 대표는 이미 앞서 세 차례의 창업 경력이 있는 ‘연쇄창업자’였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라도 해도 창업은 다른 얘기였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는 말이다.

3전4기,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자산관리

이수영 대표는 퀀트 투자로 첫 창업 후 재무설계 컨설팅, 재무설계 교육 콘텐츠 사업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도한 바 있다.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 시행착오의 경험은 이제 부엔까미노를 통해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부엔까미노)

“첫 창업은 2013년 무렵이었죠.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투자 알고리즘을 적용한 ‘퀀트 투자’로 창업을 했어요. 그때는 ‘좋은 제품만 있으면 성공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당시만 해도 사람들에게 퀀트 투자는 생소한 것이었고, 저 역시 사업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죠. 그렇게 첫 창업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그렇다면 사람들이 투자를 할 때 겪는 어려움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걸 알아보기 위해 직접 고객들을 만나 재무 컨설팅을 시작해 보기로 했죠.”

하지만 이 역시도 그가 생각하는 가치와는 맞지 않았다. 재무설계 컨설팅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대부분 금융 상품 판매를 하지 않으면 수익을 일으키지 못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재무설계 모델, 혹은 자산 거래 시장의 혁신이라는 담대한 목표를 세웠지만, 역시 시기가 문제였다. 당시만 해도 컨설팅 자체에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은 생소한 문화였던 탓이다. 이후 이 대표는 대면 컨설팅 방식을 벗어나 온라인을 통한 재무설계 교육 콘텐츠 사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시작점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무설계, 재테크 교육 콘텐츠를 만들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예상보다 재테크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 조차 모르는 분들이 적지 않았어요. 이를테면, 저는 투자 사이클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돈을 관리하려면 어떤 계좌를 써야합니까’라는 질문들이 나오는 거죠. ‘이게 아니다’ 싶더군요. 그때 깨달았죠. ‘진짜 평범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자산관리’가 필요하다는 걸요. 사실 자산관리라고 할 수도 없어요. 그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부터 시작해 자산을 형성하는 방법이 더 중요했죠. 투자로 연결하는 것은 그 다음이었어요. 이런 과정을 어디부터 도와야 할지를 생각하다가 결국 부엔까미노를 창업하면서 ‘세이블(SAVLE)’ 플랫폼을 만들게 된 거죠.”

오픈 뱅킹을 활용한 ‘펀세이빙’ ‘목적 기반 돈 관리법’… 세이블’의 성공 예감

세이블이 지향하는 처 번째 가치는 '돈 모으는 습관' 형성이다. (이미지=부엔까미노)

우여곡절 끝에 이 대표가 부엔까미노를 창업한 것은 지난 2019년 8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년이었다. ‘펀세이빙’과 ‘목적 기반 돈 관리법’이라는 차별성을 내세운 ‘세이블’ 플랫폼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기 까지는 꼬박 2년여가 걸렸다. 오픈뱅킹 적용에 1년여가 소요된 탓이다. 그 사이 비즈니스 모델도 몇 차례 피보팅을 감행하며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렇게 공들인 시간들은 결과적으로 조금씩 성공 가능성을 예감하게 하는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초 ‘하나·핀테크 New Biz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을 비롯해 같은 해 4월에는 DGB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피움랩’ 2기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어 ‘제3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1’에서 주요 투자사가 참여한 IR대회를 통해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가 하면 농협은행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NH디지털챌린지플러스’ 6기, 핀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터 케이액셀러레이터 핀테크 혁신펀드 투자 유치 등을 연이어 이뤄냈다. 이렇듯 성과와 투자 유치가 이어지며 부엔까미노는 어느새 금융권에 주목받는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엔까미노의 ‘세이블’이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우선 재미있는 저축 방법을 꼽을 수 있다. ‘제주도 맛집 도장 깨기’ ‘아이패드병 완치하자’ ‘소중한 댕댕이 입양 준비’ ‘조금씩 모아서 테슬라 1주 사기’ ‘기차여행 칙칙폭폭’ 같은 추천 목표를 선택하거나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이러한 목표는 자신에 맞게 기간과 금액, 규칙 등을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 방식은 ▲52주 ▲슬금슬금 ▲월급날 ▲반올림 ▲과소비 ▲예산절감 등 6가지다. 52주 저축은 최대 52주(1년) 간 매주 저축 증가액, 최대 주간 저축액의 규칙을 만들어 돈을 모은다. 슬금슬금 저축은 저축 주기와 금액을 지정해 알게 모르게 돈을 쌓는 방법이다.

세이블의 운영 프로세스. (이미지=부엔까미노)

이 대표는 “투자는 어떤 상품이나 종목을 잘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습관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잃지 않는 투자 습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자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큰 돈을 벌고자 하는 기대 성향을 갖고 있어요. 투자라는 것이 어떤 자산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라면, 싸게 사기 위해서는 금융 시장의 사이클을 알아야 해요. 하지만 이를 일반인들이 예측하기 쉽지 않죠. 또 제가 경험한 것처럼 일일이 알려주기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세이블 플랫폼을 만든 거죠. 세이블을 통해 사이클을 알지 못해도 특정 자산, 상품 등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도록 하려 해요. 잃지 않는 습관, 즉 싸게 사는 습관을 지속 시키기 위해 ‘펀세이빙’ ‘목적 기반 돈 관리법’이라는 가치를 더했고요.”

이 대표는 ‘똑똑해진 통장 쪼개기’라는 표현으로 ‘세이블’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생활비, 비상금 혹은 ‘내 집 마련’ 등 저축의 목적을 분명히하고 그 목적에 따라 돈을 관리하는 방식이 통장 쪼개기라고 했을 때, 세이블은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돕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세이블의 장점은 실제 베타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의 반응으로 검증되고 있다.

“세이블 베타 서비스를 할 때 마구잡이로 돈을 관리하는 게 아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관리하게 되면 더 꾸준히 저축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있었어요. 실제로 저희가 검증을 해보니 베타 서비스 다운로드 시 회원 가입율이 68%가 나오더군요. 그 다음 회원 가입을 한 분들 중 목표를 세우는 비율이 70% 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산관리 전문가로서 제가 늘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세상에 나쁜 금융상품은 없다’에요. 단지 목적에 맞지 않을 뿐이죠. 하지만 현재 금융사들은 고객들이 찾아와서 사가기를 원하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세이블에는 사용자의 목적 별로 가장 적합한 금융상품을 개인화해 추천해 주는 기능도 포함시킬 예정이에요. 이를 위해 올해 온라인 예금상품중개업 관련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 두었고, 예적금 상품부터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돕는 것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 대표의 말처럼 현재까지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저마다 자사 상품을 판매할 뿐 그것이 고객이 처한 상황에 적합한지 목적에 맞는지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 다양한 보험, 저축 등의  상품이 있지만, 금융사는 복잡한 내용을 담은 약관을 제시하며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을 받는데 집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소비자는 이를 유지하지 못한 채 손해를 보며 해지한다. 이 대표는 그 이유를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엔까미노의 세이블은 약 1년 간의 베타 서비스 기간을 끝내고 다음달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다. 정식 론칭을 하며 하나의 계좌에서 복수의 계좌를 등록하고 저축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줬다. ‘꺼내지 않기 챌린지’ 등 목적을 달성했을 때 사용자에게 추가적인 리워드를 제공하는 기능도 도입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저축 습관 형성을 돕는 것을 넘어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관리하는 ‘웰스테크’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 2030세대 비율이 높은 동남아 시장 진출에 대한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투자 유치를 비롯해 세이블의 론칭 이후 전략도 필요하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예리하게 다듬은 서비스를 선보이는 이 대표의 머릿 속은 이미 여러 계획들로 가득한 듯했다.

“최근 시드투자를 마무리하고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에 선정됐어요. 세이블 론칭 후 내년 초에는 새해 저축 대목을 맞아 활발하게 마케팅하면서 초기 지표를 만들어 낼 생각이에요. 또 프리A 투자 라운드를 오픈할 계획도 있습니다. 우선 저희 서비스 모델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겠죠.”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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