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수한 빌리어네어즈 대표 “소셜투자 플랫폼, 조경수목 토큰증권으로 은퇴 이후 삶을 준비하는 투자 전략을 선보입니다”

삼성전자, 네이버 출신의 개발 전문가,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에서 인연이 창업으로 연결
국내 미국 주식 관심도 증가세에 주목, 투자 전략 공유·포트폴리오 시각화에 초점 맞춘 ‘더리치’ 론칭
기대 수익률 20% 중반의 조경수목 토큰증권 발행 추진, 은퇴를 대비하는 투자 전략 제시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핀테크랩 내 빌리어네어즈 사무실에서 만난 이수한 대표는 대표 서비스인 '더리치'를 비롯해 새롭게 추진 중인 조경수목 토큰증권 발행 사업과 관련해 다양한 계획들을 설명했다. (사진=테크42)

급여만으로 은퇴 이후의 삶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다. 이에 적잖은 사람들이 주식, 코인,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을 통해 미래에 닥칠 리스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 비대칭에 따른 개인 투자의 한계로 많은 이들이 투자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때로는 ‘주식 리딩방’과 같이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하는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며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빌리어네어즈가 선보이는 소셜 투자 플랫폼 ‘더리치(Therich)’는 증권사 입장이 반영된 투자동향 보고서 대신 실제 투자 고수의 성공 사례, 포트폴리오를 공유하고 이를 참고하는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는 최근 누적이용자만 5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창업 4년차에 접어든 빌리어네어즈는 최근 새로운 사업 분야로 실물자산인 조경수목을 기반으로 한 토큰 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더리치’를 통한 비즈니스를 넘어 개별 투자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빌리어네어즈의 더 자세한 이야기를 여의도 서울핀테크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수한 대표에게 들어봤다.

개인적인 관심, 창업으로 연결하다

빌리어네어즈의 공동창업자인 이수한 대표와 조현호 대표는 각각 삼성전자와 네이버에서 개발 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쌓아 왔다. 빌리어네어즈 창업의 싹은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모바일 앱 팀장을 맡았던 이 대표가 팀원으로 인연이 된 조 대표와 시험삼아 만든 투자 분석 툴에서 나왔다. 바로 ‘더리치’의 MVP 버전이다.

“당시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시작되며 미국 주식이 큰 변동을 거듭할 때였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애플 주가가 폭락해 워렌 버핏이 손해를 봤다는 소식까지 나올 정도였죠. 저는 그 소식을 듣고 투자의 대가가 실패했다기보다는 ‘지금이 미국 주식 가격이 가장 낮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애플과 테슬라 주식을 조금씩 사기 시작했어요. 아마 그때부터 저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국 주식과 배당에 관심이 높아졌던 것 같아요. 저 역시 내가 투자한 금액은 얼마고 어느 정도의 배당이나 이득이 있는지를 제대로 알고 싶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2019년 당시 팀원이던 조현호 대표와 했는데, 조 대표가 엑셀로 투자 분석 툴을 만들더군요. 그 다음에 iOS 버전으로 만들어 커뮤니티에 잠시 올렸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1주일 사이에 1000건 이상 다운로드가 되더군요. 그때 가능성을 확인했죠.”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만든 미국 주식 투자 분석 툴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이 대표는 이후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웹 버전 개발에 나섰고, 안드로이드 버전을 연이어 선보였다. 그 무렵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는 두 사람이 실제 창업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왼쪽부터) 빌리어네어즈 조현호 대표와 이수한 대표. 코빗에서 팀장(이수한 대표)과 팀원으로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빌리어네어즈의 공동창업으로 이어졌다. (사진=테크42)

“처음에는 창업을 떠올리진 않았어요(웃음). 내가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하니까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식으로, 약간 토이 프로젝트 같은 느낌으로 시작한 거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코로나19가 발생했고 미국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미국 주식이 그야말로 박살나는 상황에 직면했죠. 그때 저는 초기 ‘더리치’의 서버 구축과 관리를 담당했는데, 갑자기 가입자가 하루 1만명 이상 몰리며 트래픽이 폭증하는 것을 경험했어요. 그 전 모든 기간을 합쳐도 10배 이상의 이용자가 하루만에 늘어난 거죠. 그때부터 뭔가 되겠다는 느낌을 가지게 됐어요.”

이후 확신을 가지게 된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약 3개월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창업의 바다로 뛰어들었다. 보통의 스타트업이 창업을 위해 구상했던 서비스의 MVP(최소기능제품)를 만드는데 반해 빌리어네어즈는 이미 MVP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창업을 하게 된 셈이다. 덕분에 빌리어네어즈는 이 MVP를 가지고 김기사랩 등으로부터 초기부터 기업가치 20억원 가량을 인정 받으며 시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후 빌리어네어즈는 지속적으로 고도화한 ‘더리치’를 무기로 지난 2021년 중기부 팁스(TIPS) 선정을 비롯해 지난해 구글 창구프로그램 선정, 신한퓨처스랩 9기선정, 서울핀테크랩 선정 등의 성과를 이어갔다.

특히 주목할 것은 기존 금융·투자 업계에서 협업 제안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우선 올해 초 ‘더리치’를 통해 KB투자증권이 금융 투자 서비스를 출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더리치’ 내에 실제 주식 매매가 가능해졌다. 또한 빌리어네어즈는 코스콤과 협업을 통해 투자자 커뮤니티 기반 플랫폼 사업 추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5월 로빈후드, 리델리티 등 미국 주요 증권사 연동 관리 서비스를 론칭한 것도 빌리어네어즈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대중들의 은퇴 준비에 나침반 될 것

이수한 대표 인터뷰에 잠시 함께한 조현호 대표. 서로 마주봐 달라는 주문에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치자 마자 어색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사진=테크42)

“초기에 더리치는 각 종목에 대한 주가만 트래킹했다면 이후에는 포트폴리오 개념을 넣기 시작했어요. 포트폴리오에 여러 종목을 넣고 그에 대한 투자와 배당 정보를 시각화해 보여주는데 집중을 했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포트폴리오를 스크린샷으로 복사에 메신저 등을 통해 공유를 하더군요. 그래서 공유 기능을 넣었고 좀 더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했죠.”

이 대표는 초기 투자 분석 툴이 현재의 소셜 투자 플랫폼 ‘더리치’로 발전한 과정을 단계 별로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현재 ‘더리치’는 빌리어네어즈만의 아이디어를 넘어 투자자들의 니즈가 추가된, 진화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진화는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듯했다. 이 대표는 “소셜 투자 플랫폼으로서 ‘더리치’는 커뮤니티 기능과 포트폴리오 시각화를 핵심으로 한 서비스로 이어가면서 한편으로 ‘더리치’를 토대로 한 B2C 중개 플랫폼, 파생 B2B 솔루션 등으로 비즈니스를 확장시키는 중”이라고 빌리어네어즈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재차 언급했다.

'더리치'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실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사람들의 안정적인 은퇴를 도와주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거였어요. 지금 시대에 은퇴를 위해서는 투자가 불가피하니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은퇴 준비를 위한 투자를 돕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포트폴리오 시각화는 막 투자를 시작하는 3040세대에게 상당히 유용한 정보가 되고 있어요. 성공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따라서 투자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고요. 또 이 포트폴리오를 두고도 스스로 공부를 해서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는 방법론에 대해 댓글로 토론이 벌어져요. 그야말로 실전적인 경험들이 공유되는 거죠. 투자 포트폴리오가 레시피라면 그 레시피에 들어간 재료, 성분들까지 모두 공유되는 거예요.”

‘더리치’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픈AI의 챗GPT를 파인투닝(Fine-tuning. 미세조정)해 추가한 기능이다. 이를테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담을 하는 제공하는 것이다.

“LLM(거대언어모델)이 얼마나 파괴력을 가졌는지는 확인하면서 새로운 기능으로 넣고 있어요. 더리치 앱에서 ‘더리치 AI’ 탭을 누르고 토픽을 고른 후 내 포트폴리오를 공유하게 되면 저희가 파인튜닝한 AI 모델을 통해 포트폴리오 분석을 비롯해 향후 투자 전략 등이 나오는 거죠. 현재는 테스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초기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좀 더 고도화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죠. 그렇게되면 좀 더 다양한 답변이 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어요.”

'더리치'의 누적다운로드 수는 3년만에 50만건을 넘었다. (이미지=빌리어네어즈)

투자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위한 도전, 조경수목 토큰증권 발행

‘더리치’와 별개로 최근 빌리어네어즈가 집중하고 있는 신사업으로는 앞서 언급된 조경수목 토큰증권 발행 사업이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새롭게 열리는 증권 시장에 맞춰 투자자들에게 좀 더 많은 선택권을 주고자하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조경수목을 품목으로 고른 이유는 실물자산이라는 이유도 있고, 친환경적 가치도 고려했어요. 물론 나무를 키우는 비용도 들어가겠지만, 기존 시장 자체가 굉장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공급과 수요에 대한 정보가 한정적이라는 점에서도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빌리어네어즈가 조경수목 토큰증권 발행 시 투자자에게 연 20%대 중반의 수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나무를 심고 3~4년 동안 키워 건설사 등 수요업체에 판매한 뒤 그 수익금을 토큰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식이다. 즉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토큰증권을 공모한 뒤 그 공모가로 나무를 키우고 다 자란 수목을 판매한 대가가 배당금이 된다는 것이다. 조경수목을 키우는 농장주의 입장에서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현금화 과정을 단축하는 방법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실제 사업 의향을 타진한 농장주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상황이다. 잘 큰 조경수목 한 그루는 보통 수천만원은 호가하는 상황이니 20%대 중반의 수익률은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닌 듯했다.

빌리어네어즈의 조경수목 토큰 발행 로드맵.

“나무를 심고 관리하고 증권사와 제휴해 토큰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현재는 그 첫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다음달 경 수목 관련 전문 업체인 ‘헤니’와 함께 농지법인을 만들어 나무를 심을 계획입니다. 이후 가치평가를 거쳐 증권화를 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는 순서로 진행 되죠.”

소셜 투자 플랫폼 ‘더리치’와 신사업인 조경수목 토큰증권 발행 등을 통한 빌리어네어즈의 성공 스토리는 앞으로도 무수한 챕터로 이어질 듯하다. 물론 그 사이에 스타트업의 숙명처럼 직면하게 되는 돌발상황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리어네어즈의 도전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한 의지는 인터뷰 말미, 이 대표가 전한 마지막 말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아직까지 투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렵고 복잡하다는 인식이 있어요. 그 인식이 불법 리딩방이 판을 치고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중들의 투자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정확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빌리어네어즈는 투자가 누구에게나 쉽고 자연스러운 경험이 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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